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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잡생각 - 전쟁과 언어
- 2018-12-18 Jjw 수필
오늘의 잡생각 - 전쟁과 언어
우리말에서도 어떤 말들은 전쟁과 깊숙히 관련있거나 군사적 의미에서 파생된 것들이 있다. 작전, 전략, 전술, 보급, 진격, 퇴각... 수 많은 전쟁 용어가 다른 의미로 확장되어 쓰인다. 특히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 되는 분야에서 이런 말들이 많이 쓰이는데, 삼성바이오 사태를 보면 주식시장의 최대 "작전 세력"은 국가 스스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많은 용어들이 군사적 의미를 강하게 지닌다. 대표적으로 Company를 보자. 원래부터 "동료" "동지"라는 뜻이 함께 있는 말이지만, 중대 규모의 병력을 이렇게 불렸고 이게 길드와 같은 상업 집단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지금도 영어에서 중대는 컴퍼니 맞다. 특히 영국 회사 이름에 "아무개 앤 컴퍼니"가 많은 이유다.
Company가 그래도 그나마 동업자 개념이 강하다면 Crew는 아예 대놓고 지휘 계통 아래에 있는 휘하 대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해군에서 on the board 하는 officer 와 deck에 배치된 크루 사이엔 서로 사적인 잡담도 금기시 될 만큼 상하 관계가 엄했다. 게다가 Captain은 아예 officer와도 잡담 금지. 아는 사람 다 아는 얘기지만 찰스 다윈은 비글호에 박물학자로 승선한 게 아니라(공식 박물학자는 따로 있었다) 선장의 말동무로 동승한 것이다. 선장이 3년 동안 혼잣말만 했다간 정신 상태가 몹시 좋지 않을 것이므로. 오늘날 기업에서 이사회를 board라고 하는 것도 사무직원을 officer라고 하는 것도 페스트푸드 프렌차이즈 직원을 crew라고 부르는 것도 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조직과 인원에 대해서만 아니라 활동에 대한 말도 전쟁과 관련이 깊다. "이건 전쟁이야"라고 아예 war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에서도 노동자는 아직도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 나" 쓴소주를 털어 넣는 것이다. 하루 하루의 업무는 종종 전투(battle)에 비유된다.
전투는 준비 - 교전(engagement) - 종료의 흐름을 갖는 일회적 전쟁 행위이다. 이에 비해 전술적 목적을 갖는 연속적인 전쟁 행위에는 작전(operation)이라는 말이 쓰인다. 그보다 큰 단위로 일정한 범위의 지역 내에서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여러 작전과 전투가 이루어 지는 것을 campaign이라고 한다. 이걸 한국어로는 전역(戰役)이라고 번역하는데 여러 모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아무튼 campaign은 글자만 딱 봐도 아 막사(camp)치고 장기 주둔하는 걸 뜻하는 군 하고 감이 딱온다. 이게 나중에 정치적 또는 사회적 변화를 목적으로 벌이는 사회 활동을 가리키는 말로 확장되었다. 하긴 피켓 한 번 들었다고 세상이 바뀌던가, 그저 질기게 농성하고 주장해야 뭐라도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월호 유족들은 지금 4년째 문자 그대로 켐페인 중이다.
이 외에도 지원(support), 수송(Logistics) 등등 전쟁과 관련된 용어는 차고 넘친다. 전쟁 용어를 비유적으로 사용할 땐 그것이 원래 상명하복 식으로 쓰였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명쾌한 목표 설정과 전투하듯 몰아치는 추진력으로 기적적인 성과를 거두고 싶겠지만, 대개는 해마다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천리마 행군" 끝에 숫자로 기록된 실적과 실제의 상황 사이에 넘지 못할 간극만 초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딱 분식회계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