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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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잡생각 - 측정

오늘의 잡생각 - 측정

국제도량형총회가 킬로그램의 정의를 바꾸었다. 이거 가지고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가 되기는 하는데, 만족스러운 보도가 없다. 국제기준의 기본적인 설명에서 에러를 내는 곳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 그럼 어떻게 바꾸었다는 건지 제대로 인용하는 곳이 없다. 원문이 기냐면... 천만에. 일단 원문부터 확인해 보자.

The kilogram, symbol kg, is the SI unit of mass. It is defined by taking the fixed numerical value of the Planck constant h to be 6.62607015×10−34 when expressed in the unit J⋅s, which is equal to kg⋅m2⋅s−1, where the metre and the second are defined in terms of c and ΔνCs

뭔 소리냐면;

킬로그램은 kg을 그 기호로 하며 질량에 관한 SI 단위이다. 플랑크 상수 h를 kg⋅제곱m/s와 동등한 J⋅s 단위로 표기할 때 6.62607015×10−34의 고정값을 취하도록 정의되며, 미터와 초는 c와 ΔνCs에 의하여 정의된다.

한글은 맞는데 여전히 뭔 소린지... 할 것이므로 보충하면;

이전의 킬로그램 정의가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하여 만든 쇳덩이(이걸 킬로그램 원기라고 한다.)를 기준으로 했다면, 이제는 기본적 물리량을 통해 계산된 값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J, s, m와 같은 게 뭔 소린지는 조금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먼저 킬로그램의 정의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국제도량형에 대해서만큼은 태초에 혁명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 정부는 국왕의 '권능'을 모두 부정하였다. 당연히 국왕의 신체 사이즈를 기원으로 하는 피트니 인치니 하는 기준도 거부하였다. 그들은 만고불변의 도량형을 만들길 원했다. 그리하여 새로운 기준을 들고 나왔으니 지구와 물이다.

먼저 파리를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북극점에서 적도까지의 길이를 10,000 km 로 정의하였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이게 어떤 실측값이 아니라 정의된 값이란 것이다. 이렇게 정의를 먼저 내렸으니 실제 1 m 의 길이는 실측하여 정하면 된다. 그렇게 정한 길이를 쇠막대기로 만들어 미터 원기라고 하였다. 미터법의 출발이다.

길이가 정해지면, 넓이, 부피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가로 세로가 각각 1 m 인 정사각형의 넓이는 1 평방미터,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 m 인 정육면체의 부피는 1 킬로리터.

그런데 질량은? 어떤 것으로 무게의 기준을 정하지? 프랑스인들은 독특하게도 물을 기준으로 삼았다. 즉 1 리터 물의 무게를 1 킬로그램으로 한다. 끝.

그런데 문제가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물질은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한다. 온도계는 액체가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만든다. 그러니 같은 1 리터라고 하여도 온도에 따라 밀도가 다른 것이다. 간단히, 같은 부피면 섭씨 4도의 물이 가장 무겁고 끓기 직전의 뜨거운 물이 가장 가볍다. 불위에 올려 놓은 주전자 속 물이 대류를 일으키는 이유다. 그럼 몇 도짜리 물 1 리터가 1 킬로그램인데? 그건 어떻게 재나? 그게 온도 말고도 압력에 따라도 달라지는데? 그건 어쩌려고?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정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정한 물 1 리터의 무게랑 같은 쇳덩이 하나를 만들테니 그걸로 기준을 삼도록. 킬로그램 원기의 탄생엔 이런 어른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좋으련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고불변의 기준이라 여겼던 것이 사실 만고불변 아니더라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지구는 구가 아니라 타원체라던데? 그러니까 지"구"라고 하면 정확한 건 아니라고. 지"타원체" 해야지. 응? 응? 이전에 만든 쇠막대기는 어쩌냐? 그걸 기준으로 만든 넓이며, 부피며, 그 부피를 기준으로 만든 질량이며....

그래서 국제도량형총회는 계속하여 보다 만고불변인 기준을 찾아 도량형의 정의를 업데이트 해 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도량형은 언제나 정의된 값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법률과 같은 것이다. 법은 먼저 정의되고 그 정의에 따라 해석되며 적용된다. 도량형 역시 같다.

암튼, 그리하여 제일 먼저 손 본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길이 미터이다. 현재 미터의 정의는 "진공에서 빛이 1/299,792,458초 동안 진행한 거리"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의하여 빛의 속도는 관찰자가 어떤 관성계에 있는 지와 상관없이 일정하다. 그러니, 그 빛의 진행 정도를 측정하면 이론적으로 언제나 일정한 길이를 알 수 있다. 이게 웃긴게, 이렇게 미터를 재정의 할 때 알려진 빛의 속도가 초속 299,792,458 미터였다. 뭔가 엎어치나 매치나 같은 냄새가 나지만... 또 한 번 암튼. 이렇게 미터를 정의한 이후로 빛의 속도 c는 늘 정확하게 초속 299,792,458 m 이며 미터법이 없어지기 전엔 절대로 변할 수 없게 되었다. 맨 앞에 써있는 글에서 "the second are defined in terms of c"(초의 정의는 빛의 속도에 의한다)는 이런 의미이다. 드디어 만고불변 완성. 응?

측정에서 길이 문제가 해결되면 그 다음 남는 것은 크게 보아 질량과 시간, 전하량의 문제이다. 전하량은 이 번 잡생각에선 생략. 시간 측정에 대해 살펴 보자. 국제도량형의 단위 시간은 초이다. 나머지는 모두 초로 환산되어 계산된다. 애초에 시간 기준은 모두 알다 시피 하루는 24 시간, 1 시간은 60분, 1 분은 60초 이런 거였다. 문제는 하루가 사실 일정치 않다는 거다. 지구의 자전은 그렇게 딱 떨어져서 돌지 않더란 문제가 있다. 그래서 마련한 해결책은 미터의 경우와 비슷한데, 세슘 원자가 바닥 상태에서 9,192,631,770 번 진동하는 시간을 1 초로 정의하였다. 이 경우도 길이와 마찬가지여서 이후로 바닥 상태 세슘 원자의 진동수는 정의에 의해 무조건 9,192,631,770 Hz(헤르츠) 가 된다. 맨 앞에 써있는 글에서 ΔνCs는 이런 의미이다. 또다시 만고불변 완성.... 으응? 으으응.

드디어 질량의 순서가 왔다. 위 정의에서 플랑크 상수는 양자역학의 핵심 상수인데, 에너지와 물질파의 비율이 언제나 일정하다는 것이다. 양자 역학에서 물질 역시 일정한 파장과 진동수를 갖는 파동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 때 파장은 입자의 운동량에 반비례하고 진동수는 입자의 운동에너지에 비례한다. 무슨 소리냐면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면 파장이 짧아지고 더 빨리 진동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되는 물질파와 에너지 사이에는 늘 일정한 비율이 존재하여 6.62607015 / 10^34 J.s 의 값을 갖는다. 어떤 보도에서 플랑크 상수 뒤에 붙은 Js 를 플랑크 상수 단위라고 설명하던데... 그거 아니다.

우선 J는 줄이라는 에너지 단위다. 일상에서 흔히 이야기 되는 음식의 칼로리로 따져서 1 칼로리는 대략 4.184 J 가 된다. 줄은 어떤 일을 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따지는 단위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와트, 칼로리 같은 다른 단위와 호환 된다. 뒤의 s는 단위 시간 초이다. 위에서 말한 세슘이 부르르 진동하는 그거 맞다.

그런데, 에너지 질량 등가 원리에 따라 줄 곱하기 초 즉 J*s 는 kg⋅제곱m/s 와 완전히 동등하다. 그러니까 맨 위 글에서 6.62607015 / 10^34 어쩌수 하며 써 놓은 숫자는 근거의 제시일 뿐 계산에서는 완전 페이크, 쓸 일 절 대 없는 숫자다. 실제 계산에서는;

1 J = 1 Kg * m제곱 / s제곱

이 식만이 사용된다. 오나전 쉽다. 이 방식에서 측정은 결국 전기를 이용하게 된다. 전기에서 1초에 1 J 의 에너지가 나오면 1 w(와트) 이기 때문이다. 이건 다시 1 볼트 1 암페어의 전기로 환산될 수 있다. 한 쪽에 1 볼트 1 암페어의 전기장을 놓고 그 힘에 맞먹는 질량을 측정하면 그게 1 Kg 이다. 이렇게 질량을 측정하는 저울을 "와트 저울"이라고 한다. 국제 원기는 이제 망가지거나 말거나 안녕. 필요 없다. 다시 한 번 만고불변...

그러니까 Kg 의 재정의는 이런 의미다. 이제 기준되는 쇳덩이는 안쓸거임. 대신 전기를 이용한 저울로 측정하겠음. 끝. 진짜 끝.

그런데 이렇게 하여 모든 물리량은 실제 물리 현상을 만고 불변으로 고정하였다. 빛의 속도는 이제 결코 다시 측정될 일 없는데, 미터를 정의하며 그 속도를 함께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측정의 개선에 따라 달라질 것은 미터의 "오차"이지 정의 자체가 아니다. 시간도 마찬가지, 질량도 마찬가지. 만고불변이긴 하다만, 뭔가 거시기 하긴 하지만, 이것 역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도.

뱀발: 플랑크 상수는 일정한 비율 값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단위로 내려가서 측정하다 보면 결국 더 이상 측정할 수 없는 길이가 나온다. 에너지와 물질파의 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길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이하에 대해서는 계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걸 플랑크 길이라고 한다.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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