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의 퐁니 퐁녓 학살관련 논문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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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의 퐁니 퐁녓 학살관련 논문 비평
  • 저자: Jjw
  • 2017-08-27

김종욱의 퐁니 퐁녓 학살관련 논문 비평-0.jpg

최근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교 교수인 김종욱이 쓴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논문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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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게도 원문 보기는 유료입니다. 그냥 원문을 올리고 싶어도 저작권 법이 무서워서요.

김종욱 교수는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교수입니다. 또한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상호 교류를 통해 양국간 국제친선 및 공동번영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사단법인 한베트남친선협회( http://www.kovifa.or.kr/ )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협회 활동 연혁을 보니 베트남 당정계와 교류를 꾸준히 해 오고 있는데, 2010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자서전 '신화는없다' 베트남어판을 국립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과 베트남대외우호친선협회 총연합회에 각 1천권 씩 기증하기도 하고 특히 화산 이씨의 베트남 교류에 정성을 쏟는 모습이네요. 2015년에는 베트남 독립 기념 7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2014년엔 베트남 인민군 창건 70주년 행사도 참석하는 등 나름 베트남 당정계에 두루 교류를 쌓고 있더군요. 2016년 4월 이후 활동 소개가 없으니 요즘은 무엇을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을 도모하는 단체의 이사이고 베트남학과를 전공하는 교수의 논문이면 나름의 깊이 있는 연구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논문을 읽은 첫 느낌은 참 편하게도 썼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쉽고 게을리 쓴 논문도 학술지에 실리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받아준 아시아문화학술원은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http://www.eduasia.kr/ ) 문화관광부 소속의 사단법인이군요. 2010년 설립된 민간 연구기관이고, 창립한 2010년엔 제1회 대한민국어린이미술대전을 개최하였고 이듬해 2011년엔 제1회대한민국아마추어색소폰콩쿠르를 개최하였네요. 2014년까지는 이렇게 '문화' 활동만 하였을 뿐 특별히 학술과 관련된 행사를 하지 않다가 2015년에 이 단체의 출판물 "인문사회 21"이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 학술지로 선정되었군요. 이런 논문이 여과 없이 실리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학술 검증 능력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요.

김종욱은 논문에서 퐁녓 퐁니 사건의 쟁점을 민간인 피해의 규모, 피해자의 신원, 사건의 개요 세 가지로 짚으면서 이를 "현지조사와 자료 검토"를 통해 볼 때, 시민단체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서, 피해자의 규모는 과장되었고, 피해자가 모두 '완벽하게' 민간인은 아니었으며, 사건의 개요는 작전 목적의 달성 차원에서 '재해석'하면 대한민국 해병의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누구든 무슨 주장이건 할 수 있겠습니다만,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보면 주장하는 글을 쓸 때는 알맞은 근거와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더군요. 학술논문이라면 더더욱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서는 안되겠죠.

제가 보기에 이 논문은 연구 방법부터 자격 미달입니다. 연구 방법이 부적절하고 부실합니다. 우선 논문에서 했다고 하는 현지 조사의 방법과 결과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피해의 규모도, 피해자의 신원도, 사건의 성격도 모두 이미 제시된 데이터를 "재해석"할 뿐입니다. 직접 현지에서 인터뷰와 데이터 수집을 하지 않고 "현지 조사"를 하였다고 주장하면 그건 거짓말이죠. 최소한 "지금까지 알려진 데이터를 재해석했을 때" 정도로 솔직하게 밝혔어야 맞습니다.

참고 문헌도 너무 빈약하고 인용도 부적절 합니다. 논문에 제시된 참고 문헌은 국방부의 "파월전사", "파월 전쟁 자료", 권헌익 교수의 "학살 그 이후", 미 해병대 전쟁 역사가인 Jack Shulimson의 "베트남전 중의 미해병대", 그리고 베트남 측의 전쟁 당시 일반 현황자료 4건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인터넷 수집이네요. 이게 진짜 학술 논문 맞나요? 뉴라이트 국정 교과서 파동 이후 이런 식은 참 간만에 봅니다.

인터넷 수집 자료 가운데 저도 활동하고 있는 위키백과 문서도 있네요. 위키백과는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인데요. 이 논문은 위키백과의 출처 제시 기준으로 봐도 기준 미달이예요. 잠시 옆으로 새서 위키백과의 출처 기준을 말씀드리면, 출처를 세 가지로 구분해요. 누군가의 발언, 사건의 보도, 일지, 연대기 이런 것을 1차 자료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정리하여 특정한 주제에 대해 쓴 논문이나 저술을 2차 자료라고 하죠. 그러한 1차 및 2차 자료를 집대성해서 만든 교과서나 교양서가 3차 자료입니다. 예를 들어 난중일기는 1차 자료고, 그것을 토대로 임진왜란의 전개 과정을 연구한 논문이 2차 자료, 이러한 2차 자료를 토대로 쓰인 역사 교과서는 3차 자료입니다. 위키백과에 실린 모든 글은 당연히 3차 자료죠.

옆으로 샌 이야기가 좀 길었습니다만, 역사나 사회를 연구하는 2차 자료인 학술 논문이 타당한 이유 없이 3차 자료인 백과사전을 출처로 인용하면 자격 미달입니다. 왜냐하면, 3차 자료는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한 서술일 뿐 그 자체가 별도의 학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죠. 타당한 예외라는 것도 대중에게는 이렇게 인식되고 있다는 취지에서 인용하는 정도까지입니다. 그 경우라도 정확히 인용 부분을 밝히고 어떤 취지에서 인용했는지 써야죠. 그냥 본문에 뭉개서 서술하면 학술 가치도 없을뿐더러 참 게으른 겁니다. 이래서는 초등 국어 교과서가 말하는 "알맞은 근거"라고 하기는 힘들군요.

주장의 적합성도 문제가 큽니다. 먼저 김종욱은 피해의 규모에 대해 자료마다 상이하고 정확한 조사가 없다면서 "아직까지도 비사실적이고 주관적인 통계에 이렇듯 의존하고 있는 점은 양민학살론과 국가사죄 및 배상론의 타당성을 약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서로 상이하면 학술 연구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논문 저자가 직접 다시 조사하던가, 그게 여러 사정으로 불가능하면 최소 규모에서 최대 규모 사이의 어딘가에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김종욱은 피해자가 없었다거나 경미하였다는 반대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도 기존 주장의 타당성이 약하다고 합니다. 이건 마치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자의 통계가 자료마다 들쭉날쭉 이어서 발포 명령자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면 부정확한 통계는 조사와 보완의 대상이지 책임을 회피할 수단이 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의 신원에 대한 주장은 그야말로 역겹습니다. 김종욱은 당시 작전 지역의 민간인은 그냥 민간인이 아니라 공산진영에서 활동하거나 동조하던 사람들이 많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가려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빨갱이면 죽여도 된다는 소리네요. 우리 역사를 보면 보도연맹 학살이 있습니다. 그 희생자 가운데 진짜 빨갱이가 있었건 그냥 "양민"이었건 국가가 저지른 죄악과 그 책임은 덜어지지 않습니다. 논문의 제목부터 "양민"을 거론하는 것을 보면 마치 사람이 지닌 사상에 따라 달리 대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이 비뚤어진 인권의식이 작금의 모든 사태의 원인일 것입니다 심지어 적군이라 할지라도 인도적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민간인이면 더더욱 보호 받아야 마땅한 것입니다. 제네바 협약은 민간인 학살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베트남전 당시 한국은 두 개의 조항(포로 송환과 점령지역의 형사처벌 관련 조항)을 제외한 제네바 협약 모든 조문을 비준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학살당한 민간인이 공산주의자였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은 가해자의 위법성을 면제할 아무런 근거도 되지 못합니다. 이 대목에서 김종욱은 역설적으로 한국군의 전쟁 범죄를 고백한 것입니다.

한 가지 더, 갓 태어나 이름도 없던 아이는 어떻게 하면 빨갱이가 될 수 있을까요? 사건 당시 여덟 살이던 탄 아주머니는 어떻게 하면 빨갱이가 될 수 있나요? 지금 이따위 주장을 학술 논문이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 학계 일각의 수준이 땅바닥 밑 지하 몇 층쯤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많이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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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니 퐁녓 학살에서 희생된 어린이. 이 죽음은 무어라 해야 하나요.

또한 김종욱은 민간인의 피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작전의 성취 여부로 사건을 재해석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당시 대한민국 해병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평정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고, 미군과 달리 퐁니 퐁녓 마을에 구축된 디엔사 공산당 지부에 대한 독자적 정보를 갖고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민간인 학살은 한국군 뿐만아니라 미군도 했다고 덧붙입니다. 게다가 한국군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것이라 평가하는 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의 핵심은 무장한 군대가 비무장 민간인을 어떠한 합법적 절차도 없이 집단 학살하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피하려고 정상적 작전의 일환이었고 성공한 작전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딱하기만 한 논점 이탈입니다. 그런다고 민간인 학살 사실이 없어지지도 않고, 미군의 잘못이 한국군의 잘못에 대한 핑계가 될 수도 없죠. 교통경찰에게 왜 나만 딱지 끊냐고 항변하면 법규 위반 사실이 달라집니까?

작전의 성취 여부를 판단하려면 하나의 단독 작전만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앞뒤의 정황과 향후 전쟁의 전개도 함께 살펴야 마땅한 것입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패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베트남전쟁은 결국 미국과 한국이 패한 전쟁입니다. 김종욱은 한국군의 전사 자료만을 진실로 인정하고 다른 자료는 참고하되 취사선택하는 연구 태도를 보입니다. 이건 그냥 아전인수일 뿐입니다. 그렇게 매번 승승장구하고 작전에 성공했는데 결과는 패전이라니요. 김종욱이 한국군의 작전과 민간인 학살에 대해 진심으로 연구를 하고자 한다면 이런 질문을 가져야 합니다. 당시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과 같은 다른 외국군도 전장에 끌어들였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군만 베트남 중부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평정 작전을 수행하는 외국 군대가 되어야 했을까요?

김종욱은 결론에 이르러 "퐁녓-퐁니사건은 전쟁의 특수상황, 특히 베트남의 인민전쟁과 미국의 수색, 섬멸, 평정,소탕과 같은 막대한 인명살상용 작전이 전개되면서 발생한 인류사의 비극이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청룡여단이 수행한 괴룡1호 작전은 한 달에 걸친 장기작전을 통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적군을 차단 및 도주하도록 한 성공적인 작전"이라 평가하고 다만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평정작전에 임했던 미군과는 달리 여전히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수색・섬멸작전의 방식을 취해" 일어난 "적군과 적의 동조세력, 아군과 평민 등 관련자 모두가 연관된 많은 인명 피해"라고 규정합니다. 그러면서도 "토착민의 시각으로 본 퐁녓-퐁니사건에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가져야 한다면서 "충분한 진상파악도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괴룡1호 작전에 대한 섣부른 백가쟁명식 주장은 적절하지 못한 논란"이라고 끝을 맺습니다.

논지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지만 애둘러 말하길 퐁니 퐁넛 학살은 “성공적인” 작전 수행 중에 일어난 “부수적 피해”일 뿐이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일어난 일은 참 딱하고 안됐지만 한국군은 잘못없고, 이거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마라. 이정도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논문에서 스스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 토착민의 시각은 한 줄도 보이지 않는군요.

민간인의 희생을 이른바 전쟁의 "부수적 피해"로 보는 논리는 동서를 막론하고 군부의 오래된 핑계입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고 불리한 것은 늘 매장시켜 버리려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게르니카에 대한 나치의 무자비한 폭격을 여전히 맹비난합니다만, 거꾸로 연합군의 드레스덴 폭격엔 입을 다물죠. 드레스덴에서 일어난 민간인 사망은 그 수가 2만명을 훨씬 넘겨도 그저 "부수적 피해"일 뿐이었습니다. 하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를 생각해 보면 그보다 더한 것도 언제나 부수적 피해죠.

반성하지 못한 역사는 늘 되풀이됩니다. 미국은 조작으로 일으킨 전쟁을 제대로 반성하지 못한 나머지 이라크에 대해서도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ISIS라는 괴물을 키워준 꼴이 되었습니다. 이 괴물은 부메랑이 되어 세계 각지의 민간인에게 테러를 벌이고 있고요. 한국 역시 국내외에서 반복된 민간인 학살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책임지우지 못하여 오늘도 박근혜 탄핵 무효를 외치는 자리에서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며 “군대여 일어나라”는 구호가 요동치는 것입니다.

김종욱의 이 논문에서 건질 것이 하나 있다면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는 부분입니다. 맞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정식으로 조사하고 사과할 일 있으면 사과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일부 시민단체”의 왈가왈부는 싫다고 하니 저자가 직접 국가의 조사를 촉구해 주길 빌어봅니다만, 글쎄요.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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