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개요[ |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저자: Jjw
  • 2012-09-07

언제나 그렇듯 불러봐도 그닥 메아리가 없는 노트라는 공간에 기나긴 뻘소리를 하나 추가해 둔다.(아, 아, 마이크 테스트. 야호~~~~~ ) 저녁에 집 주변을 걷다 갑자기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는데, 당연히 내일 아침이면 다 잊어 버리기 때문에.. 점점 네모를 찾아서의 조연 파란 물고기 돌리를 닮아 가는 기억력 덕분이다.( ||: P. Sherman, 42 Wallaby Way, Sydney :|| )

오늘 불현듯 생각난 것은 인간이 갖는 여러 한계때문에 빚어지는 인식과 지식 체계의 제약이다.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우주에 대한 탐구는 뭐,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1만 번째 할아버지 부터 시작되었겠지만, 과학 혁명 이후 인류는 우주의 존재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근접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보니 그 객관이란게 너무나 인간적 기준에 의한 것이다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지식 체계는 참으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2 색이론[ | ]

CMY ideal version.svg Synthese+.svg

색상이론에서는 흔히 삼원색을 거론하기 마련인데,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CMYK 감산혼합에서는 시안, 마젠타, 노랑을 삼원색으로 하고 명도와 채도의 조절을 위해 검정을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한편, 웹페이지에서 주로 쓰이는 RGB 가산혼합에서는 빨강, 녹색(정확히는 연두에 가까운 밝은 녹색), 파랑을 삼원색으로 하고 있다. 왼쪽 그림에서 위의 것이 CMYK 색체계이고 아래 것이 RGB 색체계이다.(폐북아 그림 캡션을 본문이랑 섞이도록 표시하면 어쩌자는 거니... 폐북아.. 캡션 삭제. 여기서 사용된 그림 이미지들은 별다른 설명이 없으면 모두 위키미디어 공용에서 가져온 것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3.0 - CC BY-SA 3.0 라이선스를 따른다.)

그런데, 빛은 사실 전자파의 일종으로 이 가운데 인간의 눈에 인식되는 가시 광선은 파장이 360nm에서 820nm까지인 전자파이다.(다시 옆길로 빠지면, 그래서 난 일정 수준 이하의 전자파는 인체에 그다지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린 매일 매일 태양이 발사하는 전자파 폭탄 속에서 살고 있다. 인체가 적은 량의 전자파에도 민감하였다면 아마 인류는 멸종했을꺼니까.) 파장이 길면 붉게 보이고 짧으면 보라색으로 보인다. 우리가 붉다고 느끼는 빛의 파장은 대략 625~750nm 사이의 전자파이다. 진동수와 파장의 길이에는 다음의 관계가 성립한다.

[math]\displaystyle{ v_{propagate}=\lambda \times f }[/math]

여기서 V"propagate"는 파동의 진행속도이고, λ(람다)는 파장을 f는 진동수를 뜻한다.그런데, 위대하신 아인슈타인 박사의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에 따라 빛을 포함한 전자파는 속력이 일정하므로 파장이 짧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진동수가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위의 방정식에서 파동이 일정할 때 파장과 진동수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빛의 속력의 가장 정확한 측정값은 299,792,458 m/s 이다. 계산을 간단히 하기 위해 3억 m/s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파장이 600nm인 빛의 진동수는 대략 500 THz(테라헤르츠)가 된다. 헤르츠는 진동수의 단위로 1초에 1번 진동하면 1헤르츠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방송 통신용 전자파는 대략 MHz(메가헤르츠)단위를 쓰는데 1 메가헤르츠는 1초에 백만번 진동하는 걸 말한다. FM라디오 방송은 대략 80MHz~110MHz 사이에서 방송되고, 아날로그 TV방송은 54-890 MHz 범위를, 디지털 TV방송은 200MHz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흔히 3G라고 하는 3세대이동통신인 WCDMA는 2.1GHz(기가헤르츠)를 사용한다. 1G헤르츠는 1초에 10억번 진동하는 걸 말한다. 테라헤르츠는 이보다 1천배 더 많은 진동수이다. 즉, 1THz는 1초에 1조 번 진동한다. 그러니 빨간색 계열의 빛이라도 참 어지간히 빠르게 진동하는 전자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나면 이것보다 훨씬 빨리 진동하게 되는데, X선의 경우 30PHz(페타헤르츠, 1초에 3경 번 진동)가 된다.

진동수 얘기를 이리 길게 한 것은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것 때문이다.주파수에는 그의 정수배에 해당하는 배음이 존재한다. 피아노의 저음 키를 눌렀는데 고음 부가 같이 진동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를 하모닉이라고 하는데, 파동을 다룰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성질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주파수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면 일이 더 복잡해지는데,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갖는 파동이 만나면 서로 간섭을 일으켜 상쇄하고 보강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음악에서 화음이 생기는 것도 다 이 간섭현상 때문이다. 이걸 혼변조(Intermodulation)이라고 하는데, 방송통신업계에서는 원하지 않는 신호 간섭이기 때문에 이놈을 없애는 기술이 품질향상의 큰 요소가 된다. 뭐, 그렇고.... 문제의 색체계에서도 삼원색이 만났을 때 색상이 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자파의 혼변조 덕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재 RGB 색체계에서 녹색과 빨강이 만나 혼색이 일어나면, 두 빛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더라도 사실은 특정 주파수의 정수배로서만 표현되게 된다. 그러니, 삼원색으로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의 관점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이 말 한마디 하려고 참 배경설명이 길고도 길었다.)

사실, 3원색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인간이 색상을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은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 때문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녀석이 원추세포이다. 원뿔모양이라서 이런 이름을 붙였는데, 이름하고는... 어지간히 어려운 한자를 턱하니 붙여놔서, 영어 Cone cell이 차라리 편해 보일 지경이긴하다. 각설하고. 원추세포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각각, 긴파장 원추세포(L 원추세포), 중간파장 원추세포(M 원추세포), 짧은파장 원추세포(S 원추세포)로 불린다. 이름에서 눈치챘겟지만, 각각의 원추세포는 특정 파장의 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프로 보면 이렇다.

Cone cell en.png

Cone-response-en.png

그래프에서 딱 보이듯이 인간의 원추세포는 파란색, 녹색, 빨간색에 특히 잘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참고로 그래프의 검은 점선은 간상세포라는 다른 종류의 시각 세포가 감지하는 범위이다. 간상세포는 어두운 곳에서 윤곽을 잘 보도록 하는 녀석이기 때문에 색상에 대한 반응은 엄청 둔하다. 인간의 눈은 간상세포보다는 원추세포가 더 발달해 있는데, 특히 망막 한가운데는 온통 원추세포뿐이다.

그러니까, 삼원색이라는 녀석은 사실 인간의 시각에 근거한 분류 체계일 뿐이다. 꿀벌의 경우는 곂눈을 통해 자외선 영역까지 본다고 한다. 만약 꿀벌보고 색체계를 만들라고 하면 절대로 RGB 체계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3 수학[ | ]

수학자들 가운데는 조금 신비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서, 수 자체를 실존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학은 어디까지나 "공리"에서 출발한 논리 지식 체계이다. 에펠탑이 안부러지고 이리 튼튼하게 서있게 된 데 결정타적인 도움을 준 소피 제르맹이란 프랑스 여성 수학자는 수학 역시 언어의 일종이며, 따라서 여타의 인문학과 다를 바 없는 지식체계라는 철학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에펠탑 밑에는 에펠탑이 설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수립한 학자들의 이름이 쭉 세겨져 있는데, 소피 제르맹의 이름은 빠져있다. 그걸 두고 참 치사하다는 평가는 에펠탑이 세워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각설...나 역시 수학이 여타 인문학과 동일한 언어적 기반 위에 서있다는 제르맹의 의견에 적극 동감이다.

수학의 공리는 사실 확고부동하지는 않다. 이미 리만평면과 같은 비유클리드기하학에서 유클리드의 공리 가운데 한두가지는 빼거나 넣거나 하여 사용중이기도 하다. 게다가, 수학은 스스로 완전무결해질 수도 없는데, 버트란트 러셀은 "소심한 사서" 페러독스로 이를 증명하였다. 무슨 얘기냐면, 어떤 사서가 분류체계를 위해 카달로그를 만들면서 책을 두 종류로 나눈다고 하자. 한 쪽엔 다른 책들의 목록과 함께 자기 자신도 목록에 포함시킨 책이고, 다른 쪽은 자기 자신은 뺀 책이다. 그러면, 자기 자신은 포함하지 않은 책 목록을 담은 카달로그에는 카달로그 제목을 집어 넣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집어넣자니 그러면 자기 자신을 목록에 포함시킨 책이 되어버리고, 빼자니 자기 자신을 목록에 집어넣지 않은 책의 목록에 정작 그 카달로그 자체는 빠지게 된다. 즉, 결정불가능하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당연히 어떠한 명제의 개념에 대한 정의와 논리적 연역이라는 방법 자체가 인간의 언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란 결국 언어의 연장이라는 것과 일상언어가 논리로 전환될 때에는 추상화의 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제약과 전재 조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세계의 현대적 시각의 바탕이되는 착각인 이른바 자연의 법칙은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연의 법칙이 고대의 신이나 운명과 같은 거스를 수 없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즉시 멈춰야 한다.비트겐슈타인

결국 수학과 그것의 바탕이 되는 논리학은 인간의 사고 체계 자체를 기반으로 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이 뿐만 아니라 모든 상징 체계와 지식 체계 역시 인간의 언어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보이저에 실어 우주로 보낸 골든 디스크에 그림으로 그려 넣은 사용설명서는 외계인이 보기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일 수도 있다....

뱀발: 수학의 수식은 언어를 축약한 것일 뿐이다. "직각삼각형의 빗변 길이의 제곱은 다른 두 변 각각의 길이의 제곱을 더한 것과 같다."는 말을 간단히 하기 위해 우리는, "직각삼각형ΔABC의 각 변 a, b, c에서 c를 빗변이라 하면 [math]\displaystyle{ c^2=a^2+b^2 }[/math]이 된다." 라고 쓴다. (이게 간단한 건지는 흠.. 글쎄..)

4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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