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뜬금포 - 탈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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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뜬금포 - 탈중심

간만의 뜬금포 - 탈중심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주장은 종종 몰역사적이라고 비난받는다. 피라미드가 올라가던 시절에서 시작하여 에펠탑이 올라갈 때까지 인간은 그저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자려는 욕망으로 움직였다는 거냐? 역사는 등장인물의 이름과 배경만 바뀐 채 끊임없이 똑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드라마인가? 아, 우리 나라에선 아침마다 하는구나.

이러한 비난과 달리 그는 매우 역사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었는데, 두 차례의 혁명이 스스로 우주의 중심이요 만물의 영장이라 소리치던 인간을 오만의 낙원에서 끌어내렸다고 한다. 이 혁명의 주동자는 코페르니쿠스와 다윈.

프자 가라사대; 한 때 인간은 자신이 사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며 삼라만상이 모두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지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그저 태양의 주위를 도는 많은 행성 가운데 하나에 얹혀 사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거기다 다윈 덕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왕좌에서 쫓겨나 수 많은 생물 종의 대열 가운데 주저 앉게 되었다.

물론 프로이트의 이런 발언은 자신의 정신분석이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또다른 오만을 붕괴하였다는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다. 거기까진 인정, 이지만... 너무나 성실한 프로이트의 후계자들은 프로이트 마저 칼질하는데 별로 주저하지 않았다. 왜 모든 인간의 행위가 오직 하나의 원천을 가져야하지? 리비도? 내비둬!

아무튼 탈중심이라는 프레임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중심"을 상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런거 없다. 중심의 옥좌에서 내려온 자는 초라하지만, 애초에 중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는 자유롭다. 중심은 위계를 위계는 권력을 필수적으로 동반하니까.

저멀리 토성에서 얼음띠 사이로 살짝 본 창백한 푸른 점은 그 위의 모든 것을 하찮게 만들지만, 그 푸른 점 위에서 토성을 바라보면 무한한 검은 공간뿐이다. 중심이 없어 자유롭다는 것은 한편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광활함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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