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후감 - 리터러시에 대하여

1 개요[ | ]

오늘의 독후감 - 리터러시에 대하여
  • 2020-07-11 jjw

107862313 3141167645965421 2713654162508621966 n.jpg

책을 읽었다. 김성우님과 엄기호님의 대담집이다. 제목이 좀 길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물론 팬심의 발로. 세줄 요약 자신 없다. 그냥 느낀대로 나간다.

한국에서 대담집이란 장르는 굉장히 드물다. 어지간 하면 안팔리기 때문에(...읍읍읍).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단언컨데 학습지이다. K12 용이 단독 선두고, 그 뒤를 각종 수험서가 잇는다. 한국인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 얘기는 대충 여기까진 빼고 하는 얘기다. 물론 이마저도 안읽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학습지를 벗어나면 부동산 비법 주식 투자 비법 등을 파는 실용서가 있고 그 뒤에 다시 이른바 "자기계발" 관련 책들이 있다.

학습지 빼고, 수험서 빼고, 실용서 빼고, 자기계발서 빼고 그 다음 잘팔리는 텍스트는 "심리학 관련 서적"이다. 이 장르 역시 확고한 독자층이 있다. 열이면 아홉은 "그래 그래 다 괜찮아. 너 잘못한 거 아니야." 정도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다. 한국은 강하게 자기 위로가 필요한 사회이다.

이렇게 "00살 이제 공부를 다시 시작할 나이"라며 공부하고 고만고만한 살림에 뭐라도 해볼까 실용서에 눈이 가며 하루 종일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자기 위로하고도 남은 시간이 있다면 당연히 드라마를 보던지, 유튜브를 보던지, 그도 아니면 어디 캠핑이라도 가야 맞다. 그래서 이 장르들을 넘어서면 장르 불문 그게 픽션이고 논픽션이고 1만부 팔리면 베스트셀러다. 이 책도 부디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시길.

이 책은 리터러시가 굳이 텍스트에 머물 필요는 없으며 동영상 또는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다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렇게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 그것이 독자/시청자/수용자의 삶에 어떻게 연관될 것이며, 그리하여 어떠한 읽기/듣기를 거쳐 쓰기/말하기가 될 것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어떻게 나와 세상, 너와 나, 우리와 그들의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학교라는 상황에서 리터러시는 어떻게 교육될 수 있는가 등등을 풀어낸다. 대담자 둘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라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리터러시라는 말 자체가 메타적이라서 내가 뭘 읽고/보고/듣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그걸 어떻게 수용/이해/평가/반영하는 지를 둘러보는 작업이다. 그게 내 삶과 연관이 깊으면 당연히 그 깊이도 깊어지겠지만, 그럴수록 나의 편견/선입견/편향이 더 강하게 작용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이런 점을 지적하는 이 책 역시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는데 두 대담자가 모두 대학 강의와 관련이 있다보니 리터러시가 일어나는 현장으로서 교육 활동에 대한 예시와 평가가 많은 편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국민 누구나 교육이라면 할 말이 많은 교육 과잉 사회라 뭐 그게 딱히 유별나게 특수한 상황은 또 아니다. 아무튼 리터러시는 무엇이건 매체와 내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전하는 매체의 종류에 따라 다른 메커니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아무려면 드라마 보는 거랑 소설 읽는 게 같을 수는 없다. 대담자는 매체의 특성과 제약에 따른 몸의 반응으로 이 점을 지적한다. 한편, 유튜브와 텍스트라는 매체의 특징과 수용층의 분화 문제는 조금 더 확장 될 필요가 있어보인다. 유튜브가 나오기 한참 전인 흑백텔레비전 시대부터 이미 책을 읽는 독자층과 드라마에 심취한 시청자 층에는 간극이 있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인터넷은 텍스트의 권위 뿐만 아니라 영상의 권위도 무너뜨렸다. 대담자들도 자주 언급하였지만 더 이상 경전의 역할을 하는 권위 있는 텍스트가 없듯이 지상파/케이블의 뉴스는 이제 독점적 권위를 주장하지 못한다. 이 세계에서 더 이상 하나의 권위있는 정설은 인정되지 않으며 지식과 정보는 개인 각자의 판단을 최종 배심원으로 내세울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요즘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는 대담자들의 판단에 적극 동의한다.

그렇다면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리터러시 속에서 어떻게 좋은/옳은 정보와 이해를 구축할 것인가? 정보가 취향의 문제라면 저마다 그냥 "고독한 미식가"가 되면 그뿐이지만, 지적설계론이나 평평한 지구와 같이 말도 안되는 소리들 마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 가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성우님은 전체적인 조망 속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피고 읽고/보고/듣는 내용을 반복하여 검토하며 사람들이 서로 간의 관계를 깊이 가져가는 것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다.

나는 여기에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읽은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것에 대해 써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독후감도 그런 생각의 일환이고(급 부끄럽...). 덧붙여 그게 개인의 고독한 작업만이어서는 발전이 더디다. 뭐든 공개되고 평가되고 수정되어 봐야 아 그거 아니구나 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 것이다. 심지어 가짜뉴스도 지상파 뉴스가 그거 가짜래요 평가해서 가짜뉴스인 것이 아니고 수 많은 채널과 수용자가 야 그거 아니야 라고 지적질 해서 가짜뉴스인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는 모두 지상파 뉴스도 얼마든지 오보를 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위키백과와 같은 공동 편집이야말로 리터러시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덕질을 다른 분 책에 숟가락 얹어 자랑하는 거 맞는데(쿨럭) 굳이 위키백과가 아니더라도 함께 무언가를 공동으로 생산해 보는 경험이 주는 리터러시의 향상은 정말 비할 바가 없다. 대담자들도 위키백과를 지식의 창구로서 여러 번 언급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식의 생성자로서 함께하면 금상 첨화인 셈이다.

위키백과와 관련한 나의 불만 중 하나는 대한민국 사회가 좀 많이 이중적이라는 거다. 위키백과를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지만,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아는 사람은 또 별로 없다. 그런데 별로 알 생각도 없는 듯하다. 일례로 한국어 위키백과 50만 문서 달성에 대한 보도는 매우 미미했다. 이미 누구나 보는 정보원이 돌아가는 작동 방식을 잘 모르지만 그리 관심도 없다라... 이거 나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