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아레시보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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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잡생각 - 아레시보 메세지

오늘의 잡생각 - 아레시보 메세지.

구글이 하루 종일 아레시보 메세지를 보여준다. 칼 세이건의 훌륭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아레시보 메세지는 그야말로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거든 하고 보여주는 이상 별다른 의미가 없기는 하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혹시라도 아레시보 메세지를 접하게 된다고 치자. 그것을 올바르게 해독할 확율은? 모르긴 해도 0에 수렴할 것이다. 왜냐하면;

1. 전파

아레시보 메세지는 중심주파수 2.38 GHz 대역폭 20 Hz의 FM 변조로 송출되었다. 일단 외계인이 전파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전파가 지나칠 때 하필 기술 발전 단계가 지구의 19세기 초 정도이기만 해도 들을 수가 없다. 우주적 관점에서 100년 정도는 정말 앗 하는 순간이다.

한편 모든 전파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세기가 줄어든다. 1000 Kw 그러니까 90 dBm으로 송출된 아레시보 메세지 역시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급격히 강도가 줄어든다. 몇 광년 이상 떨어져서 이 신호를 잡으려면 정말 어마무시하게 큰 접시 안테나가 필요할 것이다. 외계인이 전파를 이용하고 있더라도 갖고 있는 전파망원경의 크기가 작다면 우주배경복사와 아레시보 메세지를 구분해 내지 못할 것이다.

이건 그저 외계인이 우리와 동등하거나 뛰어난 전파 기술을 가졌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2. FM 변조

FM 변조는 중심주파수를 기준으로 주파수의 크기를 조금씩 다르게 하여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외계인이 전파를 이용하기만 한다면 다행히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 대역폭이 20 Hz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심주파수만 잡는다면 뭔가 변조가 된 신호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신호를 샘플링해서 오실로스코프로 찍기만 하면 FM 변조 방식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전파를 이용하면서 오실로스코프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되는 소리니까 이부분은 넘어가자.

3. 바이너리

아레시보 메세지는 이진법에 의한 바이너리 신호로 실렸다. 이 부분 역시 "지적"이란 기준에서 보면 당연히 구분해야 하겠으나... 이건 순전히 인간의 편견이다. 예를 들어 DNA 이중 나선과 유전자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DNA는 서로 상보적인 4 개의 염기가 짝을 이룬다. 그러니까 DNA 정보는 4진수 수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는 이것을 3개씩 끊어 읽는다. 낱개로 읽지도 않고 2개나 4개도 아니다. 이 신호를 받아들인 외계인이 바이너리 3개를 하나의 정보단위로 읽는 문화 속에 산다면 이 메세지를 해석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한편 실제 시그널은 FM 변조에 의해 순차적으로 전송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수신한 외계인은 좋든 싫든 인류의 다수가 정보를 읽는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만일 이 메세지를 받은 외계인이 실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릴리퍼트 사람들처럼 오른쪽 위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이라면 설사 메세지를 해독하였다고 하더라도 기분나빠 할 지 모른다.

4. 소수

수를 다룰 수 있다면 소수의 사용은 필연적이다. 어떤 진법을 사용하는가와 상관없이 소수는 언제나 동일한 성질 "1과 자신이외에 약수 없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레시보 메세지의 배열 23*73 은 종족(?)간 편견을 피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시도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정보를 읽는 방식이 다르다면 외계인은 이것이 23*73 이라고 해석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5, 10진법

이건 정말 무리수다. 지구의 역사에서도 진법은 5, 10, 20, 60 등등 다양하거늘 거기다 1 2 3 4 5 6 7 8 9 10은 왜 적냐. 갑자기 엄청나게 난해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세로쓰기다. 그러니까 수신자 입장에선

000000101010100000000000010100000101000000010010001000100010010110010

이걸 꿰어 맞춰서 먼저 001, 010, 011과 같은 방식의 2진법으로 10까지의 수를 써 넣었다는 것을 알아내야 한다. 이렇게; 0, 0, 0, 0, 0, 0... 0, 0, 1, 0, 1, 0... 1, 0, 0, 0, 1, 0...

이뭥미... 지구인도 못알아 먹을 사람이 절대 다수다에 한표.

6. 이미지

아레시보 메세지를 23*73의 배열로 늘어놓으면 결국 시각적 이미지를 표현한다. DNA 핵산, 이중나선, 사람 모습 뭐 그렇다. 거기다 맨 밑엔 자랑스레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이미지까지 있다.

문제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꼭 우리처럼 시각 이미지를 중시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외계인의 감각기관이 청각 중심이라면 그들은 이게 도대체 뭔 소린가 백년쯤 연구하고 포기하지 않을까?

7. WOW 시그널

1977년 8월 15일 밤, 외계의 지적생명탐사(SETI) 프로젝트의 일반 참여자이자 대학 교수였던 제리 R. 이만은 아주 특이한 신호를 발견하고 로그 기록지에 WOW라고 적어 넣었다. 이 발견으로 한동안 시들했던 SETI는 다시 한 번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 신호가 재현 되지는 않았다. 다시는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요즘엔 그거 뭔가 관측이 잘못된 거 아니겠어 하는 분위기다. 전파망원경은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근처 어디에서 세탁기가 돌아가도 전 우주에서 강렬한 신호가 오는 걸로 착각할 수 있다.

와우 시그널의 수신 시간은 72초 였다. 신호 자체가 얼마나 계속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구의 자전 때문에 더 관측할 수 없었다.

아레시보 메세지는 대략 3분이 넘는 길이다. 이제 외계 어딘가에서 전파망원경을 붙잡고 우주를 관찰하던 외계인이 이 신호를 받고 관측 기록지에 WOW라고 적었다고 치자. 외계인이 이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순전히 그 행성의 크기와 자전속도에 달렸다. 중간부터 받다가 다 못받고 놓지면? 그걸로 끝이다.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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