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 ]
- 얼렁뚱땅 베트남 관광기
- 저자: Jjw
- 2012-10-03
추석 연휴를 맞아 가라는 고향은 안가고 베트남을 다녀왔다. 언젠가는 하롱베이에 가겠다고 다짐 다짐 하다가, 이거 더 늦으면 효도 관광으로 다녀올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기 때문에, 일단 저지르고 뒷수습은 나중에 하기로 하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하물며 예약을 마치고도 머릿속엔 하롱베이 하나만을 담아둔 채 다른 건 관심도 없이 그냥 비행기에 올랐다. 패키지 "관광"이었기 때문에 여행이라 부르기엔 좀 그렇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다녀와서야 내가 간 곳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역사 공부도 하고 완전 거꾸로 일을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롱베이 구경은 정말 권하고 싶다. 하지만 관광 패키지는 으례 패키지에 따라 붙는 것들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적어 두는 것 가운데 역사나 언어, 지리 같은 건 뒷수습 공부를 통해서 보충한 것이다.
2 지도와 일정[ | ]
다녀 온 곳은 아래의 지도에 표시한 것과 같이 하노이-추아 호아옌(화안사)-빈할롱(할롱 만=하롱베이)이다. 저녁 비행기로 출발해서 첫날은 잠만 자고 둘쨋날은 화안사를 구경한 뒤 할롱 만에 도착하니 일정 끝, 삼일째에 들어서야 하루 종일 할롱 만을 구경하였고, 네쨋날은 하노이 시내구경을 하고 밤비행기를 타고 다음날 새벽에 돌아왔다. 흔히 하는 말로 3박 5일 일정이다.
3 후회 막심 언어[ | ]
정말 아무 말도 안통한다. 덕분에 가이드만 졸졸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관광 지역의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영어는 "하우 머치?" 와 "~달러" 뿐이다. 호텔 카운터 직원들은 영어를 잘 하는 편인데, 거리에 딱 나서는 순간 영어 따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관광 지역 상인들은 한국말도 한다. 물론, "오빠", "언니", "천원", "일 달러" 이상은 못한다. 조금이라도 관광이 아니라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면 "생존 베트남어"는 필수다.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베트남 남부를 가볼 생각인데, 기필코 생존 베트남어를 배워둘 생각이다. 어쨌거나, 가이드가 가르켜준 "30분 베트남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Xin Chào(신 짜오):안녕하세요/안녕히 계세요", "Xin Cảm ơn(신 까먼):감사합니다.", "em/anh oi(엠 어이(하대)/ 안 어이(존대):여기요"... 정말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베트남어에는 6성이 있다고 한다.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에 따라 뜻이 다르다니 생존용 이외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필수로 배우고 싶은 목록은;
- 택시타고 "~로 가주세요", "돌아가죠"
- 상점에서 "여기 ~주세요"
- 오른쪽, 왼쪽, 앞, 뒤
... 등등이다.
그게, 할롱 만에 자리 잡은 숙소는 섬 속 외딴 곳에 인가도 없이 한창 호텔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었다.(이럴수가 ㅠㅠ) 저녁을 먹고나니 평소 올빼미인 관계로 할 일도 없이 호텔 앞을 배회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앞에서 택시가(기아 모닝이었다)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는 게 아닌가? 가격을 잘 흥정해야 한다는 둥 하는 소리는 그나마 익히 들어서 얼마냐 했더니 미터기 가리키고 손가락 두 개를 편다. 처음엔 뭔 소리인가 싶어서 베트남 돈하고 몇달러를 보여주었더니 열심히 베트남어로 설명을 하면서 베트남돈 가리키고 미터기 가리키고 손가락 두 개를 편다. 아하~ 미터기 따블이다 이거구만... 알았다고 하고 빤히 보이는 저녁 식사를 먹었던 관광단지 쪽을 가리키며 "커피. 오케이?"했더니 알았단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어라? 지나쳐 간다. "커피집 가는거냐?"했더니 그렇단다. 기다려 줄 수 있냐고 손짓 발짓 해가며 말했더니 알았단다. 대충 합의 본 사항은 "커피, 웨이트, 앤드 백 호텔." 이 중에 그 친구가 알아 들은 건 "커피, 호텔'이다. 뭐 이정도면 되었지 하고 가는데 아뿔싸... 할롱만 대교까지 내쳐달린다. 거기면 더 이상 관광 지역이 아니다. 나와 내 친구 녀석이 낯빛이 변해서 "스톱"을 외치니까 그제사 서더니 "왜그러는데?"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커피!! 커피!! 앤드 호텔!! 오케이???" 아, 일순간 내 영어는 거의 유치원 수준이 되 가고...
그렇게 하고 보니 미리 선불로 준 요금은 이미 미터기 두 배가 넘었다. 돈 달란다. 다시 돈을 쥐어주니 택시는 유턴해서 수 많은 오토바이 사이를 유유히 지나간다. 그날은 베트남도 중추절이었는데, 가이드 말로는 베트남에선 사시사철 곡물이 나오니 중추절이 추석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어린이날 같은 날이란다. 안그래도 100cc 스쿠터에 부부와 아들 딸이 함께 타고 달리는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조금 지나다 보니 해안가에 그 지역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은 인파가 모여서 추석을 즐기고 있는데 온통 아이들이다. 그 사이로 오토바이들이 이리 저리 달리고 택시가 그 사이를 비집고 지나간다. 아이고야...
어찌되었건 길가에 간단한 맥주와 커피를 파는 곳에 서서 택시는 기다리고 커피는 됐고 맥주를 한 캔씩 먹었다. 맥주는 참 쌌는데, 관광지 가격이란 걸 감안해도 종류 불문 1달러 또는 1천원이다. 베트남 맥주건 수입 맥주건(한국 맥주는 한국 관광객 들리는 곳 아니면 안판다). 옆에서 멀뚱히 서있는 택시 운전수는 이제 스물도 안 되어 보인다. 그러고 보면 현지 가이드도 그렇고 출근하는 인파도 그렇고 나이들이 모두 어려보인다. 가이드 말로는 인구의 60%가 35세 이하란다. 참 젊은 나라이긴하다.(그런데 실업률이 장난아니란다.. 번듯한 직장은 하늘에 별따기라고... 택시 운전사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오호~ 행운아구만) 결국 맥주 한 캔씩 하고 가게 주인에게 "마켓" "시장" "히사바"를 말하고 나서야 "thị trường"(내 귀엔 '지 스렁'으로 들렸다)이란 답이 돌아왔다. 역시 장사하는 할머니가 택시 운전사보다는 낫다. 그렇게 야간 삽질을 하고 맥주 한 캔과 야시장 웃옷하나를 사고 호텔 귀환...미터기 따블은 이미 22불이 되어 있었다. 아, 몇 가지 말은 좀 배워 올껄!!
4 주마간산 살림 구경[ | ]
하노이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새벽 6시부터 벌써 시끄럽고, 7시쯤이 되었더니 오토바이들이 정신없이 달린다. 오토바이는 대게 100cc 정도이고 스쿠터가 대부분이다. 베트남에서 7년째 살고 있다는 가이드 덕에 궁금증을 많이 해소하였는데 150cc를 넘기면 사치품으로 취급되어 세금이 팍 올라간단다. 몇 년을 꼬박모아 오토바이를 장만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정도란다.(내 경우엔 자동차 할부가 끝난 날 기쁨의 눈물을 흘렸더랬다. 사는 게 다 비슷하지 뭐) 베트남은 중앙선이 없다. 우측 통행을 하는데 적당히 차선을 넘나들며 다닌다. 방향 전환은 무조건 먼저 들이밀면 된다. 실제 우리가 탄 버스가 교차로에서 10분을 낑낑거리며 방향전환하는 걸 나름 신기하게 봤다. 유료도로를 달리는데 뒤에서 트럭이 빵빵거리더니 버스를 추월하더라, 앞에서 오토바이가 쏟아져 오고 있는데... ㅎㄷㄷ. 뭐, 차고 오토바이고 빨라야 60km/h 정도로 달리고 시내 주행은 다들 서행으로 해서 나름 자기들끼리의 규칙만 있다면 생각보다 사고가 나지는 않을 것 같기도하다.(있는 동안 접촉사고도 구경 못했다)
베트남 화폐 단위는 좀 무서울 정도다. 커피 한잔을 25,000 VND(동/銅)에 판다. 티셔츠 하나를 90,000 동에 샀다. 그러다보니 유료 도로 통행료는 큰 화물차가 1,200,000 동에 이른다. 도대체 동그라미가 몇 개야.. 그런데, 환율을 계산하면 그리 크지는 않다. 정확한 환율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관광지에서는 베트남 동, 한국 원, 미국 달러, 중국 위안이 마구 섞여서 통용되는데, 1달러는 무조건 1천원, 20,000 동이다. 실제 맥주는 천원을 줘도 오케이 1달러를 줘도 오케이, 2만동을 줘도 오케이였다. 그러니까 베트남 블랙 커피 한잔은 1,250 원이 된다. 적당히 바가지를 쓰고 사도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라 느껴질 정도다. 호치민이 그려진 티셔츠를 100,000 동 부르길래 뒤돌아섰더니 당장 90,000 동을 부르길래 샀다. 나중에 보니 70,000 동 하는 곳도 있던데, 그래봐야 1천원 차이다.
그런데, 막상 가게에 적혀있는 건 베트남 동이기 때문에 계산기가 없이는 언듯 계산이 안된다. 도대체 45,000 동이면 얼마인지, 85,000 동이면 얼마인지 계산하기가 여간 번거롭지가 않다.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2000 동 이하 단위로 금액이 매겨져 있는 것은 보질 못했다.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아마 인플레가 좀 있었지 싶다.
하노이와 인근 지역은 어딜가도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정말 무섭게 올리고 있었는데, 민가는 어떤 건 철근도 없이 벽돌과 기둥으로만 3층을 올리고 있었다. 흔히 아시바라고 부르는 철재 버팀목은 쓰지 않았고 잡목 비계로 양생 중인 시멘트 무게를 버티는 모습이었다. 속으로는 저거 저러다 한 번 대형사고 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하노이 근처는 지진은 없단다.
옛날 건물과 달리 새로 올리는 슬라브조 가옥은 무척이나 희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찍은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 짓는 집들은 정면 폭은 일정하게(한 4m 정도?) 같은데 뒤는 길쭉하니 나오고 층수는 2층에서 4층까지 제각각이었다. 처음에는 벼라별 추측을 다 했는데;
- 추측 1: 양옆에 창문이 아예 없거나 쬐끔한 것을 보아 최대한 해볕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으려 한거 아닐까?
- 추측 2: 길쭉하게 지어서 동굴처럼 만들고 뒤쪽으로 환풍기를 달면 그나마 좀 덜 덥지 않을까? 에어컨 없이 살려면 뭐...
- 추측 3: 밑에 층은 다들 가게를 열었으니 어떻게든 공간을 확보하려고 저리 만드나?
정답은 좀 어이없지만, 정책 때문이었다. 공산혁명이 있은 후 토지를 재분배하면서 도로를 기준으로 가옥의 폭을 제한하였던 적이 있기 때문에 폭들이 다 일정하단다. 이후에 사유재산이 허용되었지만 일정폭 이상을 넘어서면 세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어서 다들 폭을 딱 거기까지 짓는단다. 대신 뒤로 길이랑 높이에는 제한이 없으니 재력이 허락하면 뒤로 길쭉하고 위로 높은 집을 짓게 되었단다. 옆집도 새로 집을 지으면 딱 그 폭에 맞추어 짓기때문에 옆면은 시멘트 채로 놔두어도 결국 집과 집이 다닥다닥 붙게 되어 겉에서 보면 마치 연립주택인 것 처럼 보이게 된다.
그렇게 새로 지어진 집들은 하나같이 장식기둥과 발코니가 있다. 예전에 우리 고향에서 새마을 운동으로 슬레이트 지붕에 색칠한 지붕만 바뀐 초가들이 있다가 80년대 초부터 "문화주택"이라 불리던 슬라브 집들이 지어지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지어진 집들은 하나같이 평평한 지붕에 어설프게나마 장식 난간으로 치장하고 어떤 것들은 유럽풍을 흉내낸 나무지붕에 다락을 넣어 지었었다. 이제 한 창 집안이 성장하고 새로 집도 지었으니 무언가 화려하게 보이고 싶겠지.
마지막날 딱 1시간 동안 하노이 시장 구경을 하였는데 우리 친구는 이런 걸 더 집어 넣지 않은 일정에 매우 분개하였다.(나도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고, 혼자 돌아다닐 수 만 있다면 패키지는 진짜 할게 못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시간은 없고 볼 것은 많으니 발길이 바쁘다. 시장 외곽에 하노이 청년들이 잔뜩 앉아있는 맥주집에서 맥주를 하나씩 시켜 먹고, 길가다 할머니에게 사탕무 한 봉지를 사먹고(영어 그게 뭔데? 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던 할머니 대신 가게 지키던 아줌마가 흥정을 해서 팔아주더니, 할머니꺼니까 절대로 못깍아 준다는 표정으로 갈길 가라더라), 호치민 티도 하나 사고, 베트남 블랙 커피, 아 정말 진하디 진한데 그닥 쓰지는 않다. 냄비에 커피콩을 볶고 갈아서 채로 걸르듯 걸러 내리기 때문에 마치 한약을 마시는 듯한 효과가 난다. 그덕에 야간 비행동안 잠이 안오더라능.., 외국 관광객을 위해 옛날 프로파간다 포스터 파는 곳에서 구경만 하고 나오고(쫌 미안하긴 했는데, 사진은 절대로 못찍게 하더라)...
인도는 오토바이가 점령해 있고, 사람들은 적당히 피해 걸어다닌다.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있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있어도 오토바이는 적당히 그냥 지나간다. 알아서 피하며 건너야 한다. 그 와중에 관광객을 태운 시클로와 전기자동차가 지나다닌다. 또 그 와중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버스가 오는 쪽을 열심히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노이는 최근에 비가 안와서 먼지가 많은 듯 했는데, 오토바이를 탔건 버스를 기다리건 하노이 젊은 여성의 필수품은 마스크다. 빨간 물방울 무늬 후드티에 같은 무늬 마스크를 하고 혼다 스쿠터를 멋지게 운전하던 여성은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찍지말라는 손짓을 해서 카메라 내렸다. 남의 동네 가서 너무 무례하게 굴면 안되니까 그냥 포기 했다.
5 관광[ | ]
하노이에 갔으니 호치민 영묘를 구경하는 건 필수 코스. 호치민은 유언으로 부디 화장해달라고 했는데, 하여간 어딜가도 이런 유언 따르는 경우는 없다. 정치인이 공과가 없을 수 없겠으나, 호치민은 여러모로 존경할 만한 인물이다. 예전에 듀이커가 쓴 호치민 평전을 재미있게 읽었던 나로서는 역사의 현장 직접 보았다는 느낌도 있었다. 마침 합창단이 노래하는 것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할롱 만은 꽝닌(廣寧)성에 있다. 가는 길에 꽝닌성에 있는 추아 호아옌(화안사)에 들었다. 화안사는 쩐 왕조의 인종(陳仁宗)이 양위 후 승려생활을 하던 곳이다. 쩐 인종은 원나라의 침략을 게릴라 전법으로 격퇴하였다. 베트남의 게릴라 전법은 참으로 유서가 깊다 하겠다. 그곳에서 죽은 후에는 동해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화안사에는 쩐 인종을 기리는 탑이 있다. 탑신 안에 쩐 인종을 보살로 묘사한 좌상이 놓여 있었다. 14세기 무렵 세워진 석탑인데, 보수는 시멘트로 되어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화안사 뒤편의 부도를 보고는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겠다 싶었는데, 부도 위로 온통 나무가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근처는 온통 석회암지대여서 석물도 대부분 석회암이었는데, 석회암은 물에 녹기도 하려니와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아열대 식물은 거리낌 없이 돌위에 뿌리를 내린다.
화안사 법당 부처 앞 회랑에는 범천(梵天/브라흐마)과 천수관음이 법당을 수호하고 있었다.
법당은 일자로 늘어선 건물이었는데 베트남 목조건물은 공포 없이 보에 홈을 내어 창방과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다. 지붕 기와는 암수 구분이 없는 모습으로 아래쪽에 돌기가 있어 어긋나게 쌓는다. 팔작지붕이지만 흙다짐을 두텁게 하지는 않아 우리 나라의 지붕에 비해서는 가벼워 보였다. 나중에 하노이 문묘에서 지붕공사중인 모습을 보았는데 조금은 얇아보이는 회다짐 위로 기와를 얹고 있었다. 공포가 없다보니 처마선은 단촐한 모습이었고 대신 보 끝에 용을 돋을새김해 놓아 멋을 내었다.
하롱 만으로 가는 유람선 선착장엔 유람선들이 그득했다. 저 유람선 한 척에 대량 12에서 20명 정도가 한 팀을 이루어 유람들 한다. 대략 6-7시간을 느릿 느릿 유람을 하는데,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내 친구는 많이 지루해 했다.) 뭐라 하기 어려우나, 내 경우엔 천국도 그런 천국이 없었다. 수 많은 섬들이 천연 방파제 노릇을 해서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 위로 유람선은 느릿 느릿 떠가고 간간히 모터 보트와 거룻배로 옮겨 타며 절경을 구경하는데... 사진은 나보다 훨씬 좋은 사진이 인터넷에 널려있으니 이쯤만 올린다. 그냥 한 번 가보시라! 꼭!
6 음악[ | ]
베트남 전통 음악은 맑고 청아한 소리를 자랑했다. 독특한 악기들을 사용했는데, 왼쪽은 공자 사당인 문묘에서 연주하던 분들이고 오른쪽은 큰 뷔페에서 연주하던 분들이다. 왼쪽에서는 대나무통 앞에서 손뼉을 쳐서 연주하는 악기인 끌릉뿌이다. 부드럽고 가벼운 소리가 난다. 베트남 전통음악 CD를 한개 샀더니 즉석에서 아리랑을 연주해 주었다. 오른쪽은 한줄로 된 현악기인 단바우(Đàn bầu, 彈匏)이다. 왼손으로 줄의 강도를 조절하는 키를 잡고 오른손으로 뜯어서 소리를 낸다. 줄의 미묘한 변화를 이용해서 음이 끊어지지 않고 높낮이가 변한다. 소리는 약간 날카로우면서도 맑다. 오른쪽 사진의 가운데에 보이는 것은 36줄의 철줄로 된 단땀탑룩 (Dan Tam Thap Luc)인데 실로폰 처럼 두들겨서 소리를 낸다. 맨오른쪽은 우리의 소금 쯤에 해당하는 사오 트뤀(Sao Truc)이다. vietnam bamboo flute로 알려진 소금 소리는 정말 맑디 맑았다. 저걸 꼭 사리라 했지만, 파는 곳을 알지 못해 실패...
7 패키지 관광[ | ]
패키지 관광은 정말 복불복인 경우가 많아서, 여러 좋았던 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역시 한 두개가 아니다. 상품 정보를 꼼꼼히 보지 않아 오해를 하기도 하였으나, 중간 중간 물건 파는 곳을 끌고 다니는 건 쫌 심하다 싶었고, 특히 숙소는 현지 사정을 모르는 관광객 입장에선 눈뜨고 당한 경우라고 할까... 많이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할롱 만의 관광단지는 이제야 한창 호텔들이 들어서는 중이다. 너무 많이 짓는거 아냐 싶게 짓고 있다. 그 덕에 호텔 뿐이다. 밖은 허허벌판... 휘이잉~. 차라리 할롱 만 투어를 끝내고는 밤에 하노이로 귀환할 수 있다면 다음날 아침 일정이 더욱 알차게 되겠지만, 패키지 상품을 파는 여행사 입장에선 할롱 만에 있는 몇가지 한국 기업 판매장도 돌려야 하고 하노이 외곽의 상품 판매장에도 관광객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허허벌판 호텔에 연 이틀을 투숙시킨다. 달리 이동수단도 없고 숙소도 없는 관광객은 그냥 당해야 한다...(제일 화가 났던 부분이다. 상품 판매장이야 패키지니까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몇 개 집어 넣는다고 하면 이해하지만, 그게 꼭 할롱 만에서 이루어질 필요야 없잖은가? 하노이도 천지던데... 그냥 당일로 돌아오는 게 백번 낫다... 이걸 관광사에 강력히 피드백을 해야 하나 생각하다 다음엔 그냥 배낭여행가리라 다짐하고 접어버렸다.) 그리고 식사. 식사는 그 정도면 먹을 만 했고, 마지막 날 선택 관광이었던 뷔페는 훌륭했지만(이건 기회가 되면 꼭 해보시길), 이것 역시 현지 식당과 계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식성이 달라 부득부득 한국 음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네 번의 저녁 식사 중에 세 번이 한국 음식이었단 건 정말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비빔밥 먹고, 갈치조림먹고, 삼겹살 먹자고 거기까지 간게 아니기 때문에 더 그랬다.
하지만 호텔에서 준비해준 아침 식사는 베트남 전통 식단이 가미된 호텔식으로 그정도면 매우 매우 훌륭했다는 건 공평하게 같이 기록해 둔다. 개인 노트니까 관광 상품 이름은 안밝히지만, 혹시나 가려는 분들은 꼭꼭 참고해서 식단을 챙겨보시라. 또 한 번 공정함을 위해서 덧붙이면, 3박 5일 동안 가이드를 해준 여행사 직원은 총 경력 15년이 넘는 베테랑답게 매우 친절했고 묻는 것에도 귀찮은 기색 없이 대답해 주는데다, 나름 그나마 실속있는 관광을 위한 조언도 해주었다. 특히 여행사의 표준 코스를 과감히 무시하고 시클로타기를 빼버리고 대신 저녁 베트남식 뷔페를 권해준건 너무 너무 고마웠다. 게다가 일정에 끼워진 상품 판매장에서도 일절 구매 권유도 하지 않았고 나같이 삐딱선이 심해서 약장수 약파는 것 같은 호객 행위 장소에서 빠져나와 담배나 피워댄 것에도 일언반구 불평이 없었다. (사실 그 시간에 우리랑 떨어져 앉아 애니팡하면서 옆에 다른 가이드에게 하트나 좀 쏘라 그러는 거 보고 빵터지긴 했다. 그정도면 되도록 쓸데없는 거 사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를 충분히 보내주었다고 생각한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