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비정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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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잡생각 - 비정성시
  • 2020-02-25 jjw

노신의 아큐정전은 인간의 피학적 비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은 어떤 상황도 적응할 수 있으며 심지어 그것을 정당화하고 내면화한다. 아큐의 정신승리는 그것이 진심이기 때문에 더욱 비극적이다.

불합리를 내면화 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그것에 맞추어 판단하고 대한다. 만만하다 싶으면 가차없이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가학적 비열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코로나19도 무섭지 않다며 연일 광화문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자신이 확고하게 옳다고 믿기에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이 자기 동네에서도 사람 죽이겠다고 소리치지는 않는다.

작년에 한창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할 때 명동에서는 백주 대낮에 일본인 여성 관광객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여성의 손목을 잡아끌며 “너 AV 배우지?”라고 물었다. 단 하나의 행동 조차 매우 많은 층의 비열함이 덕지덕지 붙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극명한 사례다.

일본 정부의 행동이 매우 부당하고 우리의 반일 정서가 정당하다고 해도 저 비열한 폭력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비난받아 마땅한 대상을 마주하면 자신의 비열함마저 모두 투사하려는 욕망이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기 때문에 그저 자신을 성찰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

안그래도 정치 과잉인 소셜미디어는 코로나19 사태도 서로 상대 “진영”을 탓하기 바쁘다. 그 와중에 정말 평소의 비열함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조차 모른다. 특정 정당을 신천지에 갖다 붙이기, 지역 감정 조장하기, 신천지 앞에 “병”자를 붙여 뜬금없이 장애인 비하하기, 거기에 더해 드디어 “신천지는 죽여도 돼”가 나왔다. 이러고도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한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신천지가 괜찮다는 게 아니다. 심지어 신천지 교도라도 사람이라면 누구가 갖는 기본권 마저 부정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비난 받아 마땅한 상대가 등장했다고 어떤 비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광화문에 모여 현정부를 저주하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영화 비정성시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의 삶을 으깨어 버리는 국가와 사회의 압력을 보여준다. 상해 조폭은 자신들의 지령을 따르지 않는 문웅과 문량을 일본군 참전 전범으로 고발한다. 이른바 정의의 실현마저 누군가에게는 비열한 도구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에 대한 격려와 포용이다. 대구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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