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을 날아다니는 벌

1 개요[ | ]

꽃밭을 날아다니는 벌
  • 저자: Jjw
  • 2011-08-17

스티븐 제이 굴드인간에 대한 오해에서 과학 법칙이란 어지러운 꽃밭을 날아다니는 벌들이 꿀을 모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었다. 얘기인 즉슨, 복잡한 실제 세계에 대한 파악은 결국 일정 정도의 단순화와 추상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력의 작용을 설명할 때 사과가 파란 색인지 빨간 색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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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가운데 10의 제곱수들이라는 책이 있었다. 가로 세로 1 미터의 정사각 형을 기준으로 크게는 한 변의 길이가 10억 광년 짜리인 정사각형에서 부터 작게는 1 옹그스트롬 짜리 정사각형을 놓았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 지에 대한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 책에서는 지구의 공전 괘도가 실은 내가 어설프게 그려 놓은 왼쪽 그림 처럼 장미문양을 그리듯 이리 저리 흔들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구의 공전 괘도는 말끔한 원형 또는 타원형이 아니라 이리 저리 흔들리며 장일점과 근일점이 계속해서 바뀐다. 하지만 지구와 태양 사이의 중력과 운동을 "생각"할 때 우리는 계산의 편의를 위해 그저 타원 괘도를 상정하게 된다.

(10의 제곱수들의 원제는 Power of Ten 으로 유명한 교육용 영화가 원판이다.)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는 객관적 세계의 정확한 실제를 관찰하거나 측정할 수 없다. 아예 답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태양, 지구, 달 의 세 천체가 서로 주고 받는 중력의 영향을 "정확히" 계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면, 전자 구름의 경우 처럼 관측 자체가 대상의 상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확히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경우도 있다. 또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처럼 오직 확률적으로만 계산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결국 과학이 택한 방법은 근사값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태양의 중력 때문에 일어나는 달의 위치 변화는 사실 실제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근사치만을 구할 수 있으면 된다. 이렇게 생각한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알고리즘 기법을 이용하여 대충 1~2Km 의 오차가 나오는 위치 계산법을 내놓았다. 양자 역학은 확률 오비탈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무엇이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확률로 대답한다는 게 우리의 직관에는 와닿지 않지만(아인슈타인이 한 말로 유명한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와 같은 반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 우리에게 내어 줄 수 있는 그나마 괜찮은 답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러니 과학 이론이란 한낱 가설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꼭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실은 "지적인 존재=신"이 생물을 지금의 모습대로 창조했다고 하며, 심한 경우에는 인간이 달에 간 적이 없다고 한다.

과학은 근사치를 보여줄 수 있을 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근사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보다 정확한 설명("오차 없는" 설명은 영원히 불가능하므로)이 제시될 수 있을 때 까지는 현재의 것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수 밖에는 없다. 고전역학과 전자기학 그리고 각종 공학의 총아인 GPS 신호의 표준 오차는 지표상에서 대충 ±2.5 미터이다. 사실 이 정도면 대충 사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는 GPS 기준의 네비게이션이 측정하는 자동차의 속도가 자동차에 달린 속도계의 것보다 정확하더라는 뉴스가 떴다.

과학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의 말 처럼 논리가 말할 수 없는 지점에서 종교든 아니면 다른 어떤 신념이든 출발하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이러한 사실이 과학 이론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처음 가는 길에 자신의 감만을 믿고 네비게이션의 말을 안들으면 고생하기 마련이다.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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