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하다 남기는 잡생각 - 아성(牙城)

1 개요[ | ]

덕질 하다 남기는 잡생각 - 아성(牙城)
  • 2023-10-28 jjw

어떤 세력의 중심지를 흔히 아성(牙城)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용례는 영어의 the keep (in the castle) 이나 프랑스어의 Donjon 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걸 아성으로 번안한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으나 참으로 탁월하다 하겠다.

한자 문화권에서 아(牙)는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그 중 하나는 지휘관의 깃발을 뜻한다. 아치(牙幟)는 장군의 깃발을 가리키는 말로 , 슬로건이나 문장을 그려넣은 기사들의 깃발인 베너(banner)에서 유래한 또 다른 번안어 기치(旗幟)에도 "치"가 사용되었다. 물론 요즘엔 베너라 하면 광고가 먼저 떠오르긴... 읍읍읍.

아무튼 그래서 아성은 동양식으로 따지면 장수의 깃발이 펄럭이는 성을 말한다. 동양의 개념에선 각 군영이 속읍들을 거느리고 고을 원님 노릇도 겸했기 때문에 부사건 절도사건 현감이건 간에 나름 깃발을 들고 다니는 아병을 두었다. 이 관습은 분명 명나라 이후에 넘어 온 것 같은데, 호란 이전의 기록엔 따로 아병을 정식 편제로 두었다는 말이 없고, 오히려 호란 이후 생긴 아병 중엔 명나라의 유민인 한려들이 아병을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면 대충 빨라도 임란 시기 명의 군사 편제를 보고 따라했거나, 늦으면 호란 이후 명의 유민들과 함께 받아들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내 뇌피셜이다. 전문가가 아닌데 하면 깨갱해야지 뭐...

그런데 유럽 중세의 아성이란 게 결국 영주의 본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문의 깃발이 펄럭였고, 이걸 동양식으로 아성이라 부르는 게 나름 그럴듯한 것이다. 한편 일본은 아성에 해당하는 말을 자신들 전통의 천수(天守)로 번역하고 중국은 일본의 것을 쓰거나 굳이 자신들 식으로 표현할 땐 성보의 주루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식 성곽에선 없는 구조물이어서 가장 비슷한 구조물이라고 해 봐야 장군대 정도이다. 또 다시 뇌피셜 돌리면 아성은 한국에서 번안한 말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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