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 ]
- 국제학교 없애자
- 저자: Jjw
- 2013-05-30
십 수년도 더 지난 아주 옛날 이야기이다. 그 때 나는 영어 연수 프로그램을 받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는 외국어대학교 교수님 한 분이 특강을 하셨다. 교수님이 "영어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언어 환경과 발음을 거론하며 발음기관의 해부 단면도를 꺼내드는 순간, 수강생들은 민방위 교육장에 들어온 것처럼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교수님은 영어 환경 개선을 위해 영어 공용화를 추진해야 하고, 동양인의 좁은 비강 구조로는 원어민의 발음을 정확히 따라 할 수 없으니 수술을 못시켜주더라도 어려서부터 부단한 노력으로 발음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조금 눈치 없는 나는 다른 모든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질문 시간에 손을 들고야 말았다. "저, 그런데 교수님.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왜 그걸 그렇게 배워야 하는가 하는 거 아닐까요? 영어를 잘 배우려고 공용어로 써야 한다는 건 본말 전도입니다만.."
교수님은 내 질문이 몹시 무례하다고 여겼는 지 얼굴이 불콰해져서 영어의 사용은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필수 불가결하다고 역설하셨고, 주변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제발, 예 알겠습니다 하고 넘어가자. 응?'하는 소리가 귓전에 들릴 듯 했는데, 나는 그만 "그 스탠다드는 누가 정한거죠?" 해 버렸으니... 연수 프로그램 내내 친하게 지낸 사람이 몇 없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자업자득이다.. 암튼. 지금도 영어 교육을 하자고 공용어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헛소리라는 생각에 변함은 없다.
국제학교의 설립 취지는 국내에 거주하는 학생이 외국에 유학가지 않더라도 동등한 외국어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하여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이게 영어 공용화보다는 약한 수위이긴 하지만,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특수목적학교, 특히 국제학교는 있는 사람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 조차 자기들 끼리만 사회에 울타리를 치고 싶다는 욕구의 발현일 뿐이고, 거기에 계급 상승의 사다리를 원하는 환상에 빠진 중산층의 피말리는 경쟁이 더해진 것일 뿐이다. 이 환상에 대해서 찬물을 좀 끼얹으면; "학부모님, 이건희 손자하고 한 반 된다고 삼성 들어가는 거 아니거든요..."
어쨌거나, 짧게 잡아도 영삼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있는 사람들만 다니는 사립학교'에 대한 지배층과 일부 중산층의 집요한 집착은 결국 하나 하나 실현되었고, 실재와 달리 명목상으로는 '능력있는 아이들'의 교육 '수월성'을 내세우다 보니 그렇게 까지 실력이 되지는 않는 이건희의 손자를 위해서는 없는 실력을 만들어 줄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마저도 안되니 졸지에 이재용씨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되어 버렸다.
이럴 거면 국제학교 따위 그냥 없애는 게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좋다. 그런데, 갑자기 든 생각. 그냥 비인가 학교 하나 만들어서 국제학교라고 하고 다니고 싶은 사람만 모아서 다니시라. 어차피 학력 인정은 검정고시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설마 그런다고 검정고시 정도는 통과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