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우리는 늘 세상의 일부를 볼 뿐이다

1 개요[ | ]

오늘의 잡생각 - 우리는 늘 세상의 일부를 볼 뿐이다.
  • 2023-09-26 jjw

하늘에 뜬 달은 내가 쫓아가면 간 만큼 멀어지고 뒤돌아 걸어가면 간 만큼 다가온다. 불가근 불가원, 밀당의 최강자인 셈이다. 달의 이러한 모습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갈 때 내 바로 앞 나무며 집들은 휙휙 지나가건만 저 멀리 산은 오랫동안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잠깐만.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물왕저수지의 환상적인 노을을 보며 산책로를 걷다가 저 멀리 가느다란 고압송전탑에서 시작하여 호수 전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본다. 산책로를 걸어가면 신기하게도 철탑의 그림자 역시 나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달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저 그림자는 왜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

비밀은 난반사에 있다. 과학상식; 물체는 빛을 흡수, 반사, 굴절시킨다. 대부분의 불투명한 물체는 빛을 통과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흡수하고 반사할 뿐이다. 물체는 가시광선 가운데 대부분을 흡수하고 특정 파장만 반사한다. 예를 들어 초록 잎은 사실 다른 모든 빛을 흡수하면서 초록색만을 반사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엽록소의 효율은 적색과 청색 파장에서 높고 녹색에서는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녹색은 대부분 반사된다. 얼마나 놀라운 진화의 결과인가.

이렇게 반사되는 빛은 사방 팔방으로 퍼져나간다. 이를 난반사라고 하는데 이 덕분에 우리는 어느 각도에 있든 주변의 물체를 연속적으로 볼 수 있다. 물체가 만약 특정한 방향으로만 빛을 반사시킨다면 그 각도의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 눈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것이다. 최근 전투기나 전함에 도입된 스텔스 기능이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레이더의 전파나 태양의 빛이나 과학적으로는 동일한 전자기 복사이고 빛과 마찬가지로 전파도 난반사 되기 때문에 레이더는 연속적으로 목표를 추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물체가 특정 각도로만 전파를 반사해 버린다면?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다시 물왕 저수지의 철탑 그림자로 돌아와 보자. 그림자라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림자와 달리 물그림자는 철탑에서 난반사한 빛이 수면에서 다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도달하는 이중 반사의 결과물이다. 난반사된 빛을 받아들이는 것이 눈으로 보는 활동의 시작이다. 결국 우리가 어느 특정한 위치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전체 반사량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본다는 것의 시작이 이렇다면 그 뒤의 과정은 어떠한가? 우리가 본다는 것은 결국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에서 해석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그렇게 해석된 것을 기억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이것들은 온전히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가?

우리는 늘 세상의 일부를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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