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와 간단한 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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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와 간단한 산수
  • 저자: Jjw
  • 2014-02-01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양력 새해는 이미 한달 전에 시작되었지만, 갑오년 첫 날은 이제야 시작된 것이다. 흔히 양력이라고 부르는 그레고리력은 기원후 1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숫자를 늘려 부른다. 올해는 그레고리력으로 표기할 때 기원후 2014년이다.

반면에 우리가 흔히 음력이라고 부르는 태양태음력은 간지를 두어 해를 표기한다. 간지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열 가지의 간(干)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 두가지의 지(支)를 가지고 해의 이름을 정하는 데, 간을 앞에 쓰고 지를 뒤에 써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와 같은 방식으로 해를 지정한다. 10 간과 12 지의 맨앞만을 따서 갑자라고도 부른다.

역사적인 사건에는 그 사건이 일어난 해의 간지를 표시한 경우가 많다. 임진왜란은 임진년에 왜가 일으킨 난이란 뜻이고, 병자호란은 병자년에 오랑캐가 일으킨 난이란 뜻이 된다. 올해는 갑오년이다. 갑오년에 일어난 큰 사건으로는 갑오농민전쟁이 있다. 120년전 갑오년에 농민들은 학정과 외세에 맞서 전쟁을 벌였다. 두 갑자 전의 일이다.

같은 간지를 갖는 해는 6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데 이것을 회갑, 또는 환갑이라고 한다. 예전엔 환갑을 맞으면 회갑연을 열고 공식적으로 '노인'이 된 것을 축하했지만 요즘은 환갑맞았다고 잔치를 연다고 하면 남 부끄르러워하며 내가 어딜 봐서 노인이냐고 오히려 손사래를 친다.

간지를 무작위로 병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당연히 120가지이다. 조금 지루하지만 이를 모두 나타내 보면;

갑자와-간단한-산수 1.jpg

하지만, 갑자년은 들어봤어도 을자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왜일까? 간지 둘을 합하여 나타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120 가지이지만 실재 사용되는 간지는 60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 사용하는 간지만을 간추리면;

갑자와-간단한-산수 2.jpg

위에 나열한 실제 사용하는 간지를 보면, 간지 모두 절반만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자년 다음은 을축년이 놓이기 때문에 갑축년이나 을자년은 쓸 수 없다. 이것은 배열 규칙 때문인데, 갑자→을축→병인→정묘 와 같은 순으로 배열하다보면 배열할 수 있는 것과 배열 할 수 없는 것이 생기게 된다. 그럼 어떤 것은 배열할 수 있고 어떤 것은 배열 할 수 없을까? 이것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여 알아낼 수 있다.

  • 갑자년부터 세어 다음 간이 다시 갑이 되는 해는 갑술년이다. 순서대로 써 보면,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술

간은 모두 10 가지이고 지는 모두 12가지이기때문에, 당연히 12 지가 돌아가는 중에 10번째가 될 때 마다 다시 갑이 돌아오게 된다. 갑자가 늘어서는 모양은 아래의 그림과 같다.

갑자와-간단한-산수 3.jpg

  • 이렇게 하여 그 다음 갑은 갑신년이 되고, 순서대로 갑오, 갑진, 갑인년이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갑술, 을해, 병자, ..., 임오, 계미, 갑신, 을유, ..., 갑오, ... 갑진, ... 갑인

한 번 갑이 돌아 올 때 마다(즉, 10년 마다) 갑과 만나는 띠의 순서는 두개씩 앞당겨 진다.

  • 따라서 갑과 함께 쓸 수 있는 띠는 여섯개(자, 인, 진, 오, 신, 술)가 되고 다른 여섯개의 띠(축, 묘, 사, 미, 유, 해)는 쓸수없다. 한편, 갑이 반복될 때 마다 걸리는 시간은 10년이기 때문에 갑자년에서 다시 갑자년이 되는데는 60년이 걸린다. 즉, 한 갑자는 60년이 된다.

결국 각 띠엔 5가지의 간이 붙게 된다. 위에 나열된 것을 살펴보면 띠는 갑 계와 을 계의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쥐띠를 예로 들면 갑자, 병자, 무자, 경자, 임자 가 있고, 소띠는 을축, 정축, 기축, 신축, 계축이 있다. 즉 갑-병-무-경-임과 자-인-진-오-신-술 이 한데 묶여 갑계를 이루고 을-정-기-신-계 가 축-묘-사-미-유-해 가 한데 묶여 을계를 이룬다. 이를 알고 있으면 어떤 간지는 쓰이고 어떤 간지는 쓰이지 않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갑오년은 '갑'계이므로 무오년은 있어도 기오년은 있을 수 없다.

옛사람들은 간지를 음과 양으로 나누어 이를 표현하였는데 양은 양끼리만 만나고 음은 음끼리만 만난다.

갑자와-간단한-산수 4.jpg

간단한 산수를 곁들이면 10 가지의 간과 12가지의 지가 60년을 주기로 다시 시작하는 것은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기 때문이다.

최소공배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고대 그리스때부터 알려져 있는데 아래와 같은 수식이 사용된다.

[math]\displaystyle{ 최소공배수(a,b)=\frac{ab}{최대공약수(a,b)} }[/math]

위 수식은 a와 b의 최소공배수는 a×b 를 a와 b의 최대공약수로 나누어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12 = 120 이고, 10와 12의 최대공약수는 2 이므로,

[math]\displaystyle{ 최소공배수(10,12) = \frac{120}{2} = 60 }[/math]

이 계산은 초등학교에서 아래와 같은 세로셈을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math]\displaystyle{ \begin{array}{rl} \begin{array}{r} 2 \\ \\ \end{array} & \begin{array}{rr} ) & 10 & 12 \\ \hline & 5 & 6 \end{array} \end{array} }[/math]

→ 2 × 5 × 6 = 60

따라서 1 갑자는 60년이다. 한편, 이 세로셈은 앞서 그려놓은 음양표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조금은 수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로 넘어가서 이른바 '파란 말의 해'에 대해 알아보자. 천문학의 흑역사에 점성술이 있고, 화학의 흑역사에 연금술이 있다면, 수학의 흑역사엔 수비학이 있다. 간지에도 수비학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데, 10 간을 다른 여러 가지에 대입하여 생각하는 풍습은 고대 중국에서부터 유래된 것이다.

청(파랑) 4
청(파랑) 5
적(빨강) 6
적(빨강) 7
황(노랑) 8
황(노랑) 9
백(하양) 0
백(하양) 1
흑(검정) 2
흑(검정) 3

위와 같이 색상과 방위를 묶어 생각하는 사고 방식에 10 간이 연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올해는 갑오년이니까 파란 말의 해가 된다. 말의 해엔 갑오(청마), 병오(적마), 무오(황마), 경오(백마), 임오(흑마) 다섯이 있다. 옆길로 잠시 새면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받아들였던 조선 시대에는 우리 나라가 동쪽에 있으니 청색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대부들도 푸른 옷을 입으라고 권장되었다. 하지만, 예로부터 흰색이나 밝은 색을 좋아했기 때문에 슬쩍 푸른 빛이 도는 옥색의 옷으로 면피를 했는데, 그 때부터 옥빛 한복이 유행하게 된다. 그러니까 간지에서 색상은 순환을 상징하는 것 이외에 별 다른 의미가 없는 것인데 최근 들어 상술과 결합하여 이상한 이미지들이 유포되고 있다.

퀴즈
  • 1.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 해는 서기 몇 년일까?
  • 2. 갑신정변이 일어난 해는 서기 몇 년일까?
  • 3. 삼천갑자 동방삭은 도대체 몇 년을 살았단 말일까?
유용한 팁
  • 기원후 첫 갑자년은 서력으로 기원후 4년이다.
  • 갑자는 해를 세는 것뿐만아니라 달과 일, 시를 셀 때도 쓰였다. 사인검은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벼린 검이란 뜻이다.

사족: 갑을은 햇수를 헤아릴 때만 따지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 사이에 어찌 갑을이 있겠나.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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