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대오

1 개요[ | ]

오늘의 잡생각 - 대오
  • 2023-10-25 jjw

어떤 말은 실체가 사라진 뒤로도 오랫동안 남는다. 예를 들면 이젠 관용적 표현에서만 사용되는 화폐단위인 “푼”이 그렇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나 “돈 한푼 없는 신세”와 같은 곳에 쓰이는 “푼”은 조선의 화폐단위였다. 실제 발행된 상평통보의 액면가는 두푼이었고 오늘날로 따지면 얼추 대충 5백원에 해당했기 때문에 어림 반푼은 대충 125원 쯤 된다.

한때 “구국의 강철대오”라는 말에 쓰였던 대오 역시 옛 조선의 유산이다. 대와 오 모두 조선 시기 군대의 편제 단위이다. 오는 다섯명이 하나로 묶인 것으로 요즘으로 치면 분대에 해당하고 오 다섯을 묶어 25명이 한 대가 되어 요즘의 소대 규모가 되었다.

대 다섯이 다시 하나가 되면 초라고 불렀는데 125명이 된다. 요즘의 중대 규모와 유사하다. 그 위 편재인 여니 사니 하는 것은 오늘날 여단, 사단이란 말의 유래이지만 오늘날의 군대 편재는 서양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옛말을 “번안”의 자료로 삼은 것이다. 인원 규모로 볼때 오늘날의 사단과 비슷한 것은 각 진에 자리잡은 영이었다. 이를테면 수원 군영이니 경기 수영이니 하는 것들이 있다.

군대는 규율을 필요로 하고 규율을 위해서 제식 훈련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오는 곧바로 오와 열을 맞추어 진형을 갖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군영을 비롯한 군대의 기본 대형은 네모 반듯하게 모여 서는 방진으로 중앙에 지휘관이 직접 관할하는 중군이 자리잡고 전후 좌우로 각각의 예하 부대가 자리잡았다.

행군할 때는 길게 두줄로 늘어섰는데 이게 장사진이다. 요즘에도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모여 있는 것을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표현한다. 소수의 정예로 다수의 적진을 돌파할 때는 물고기 비늘처럼 앞이 뾰족하고 뒤는 다수가 받치는 어린진을 썼다. 이렇게 하면 맨 앞에 선 사람은 몇 안되는 숫자로 과감하게 적진에 뛰어들어야만 했는데 이들이 “첨병”이다. 오늘날에도 무언가 과감한 첫시도를 하는 경우를 첨병에 비유한다. 이순신이 사용하여 유명한 학익진은 어린진과는 반대로 좌우익이 상대를 포위하는 진법이다. 육전에서는 다수의 군사가 소수를 포위할 때 자주 썼지만 이순신은 해전에서 화망을 형성하여 집중 포화를 하기 위해 썼다.

군대에서 파생된 다른 비유들과 마찬가지로 대오 역시 명령 하나에 기계와 같이 움직이는 “전쟁 기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대오를 갖추라 요구하며 “적전 분열”을 비난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에게 명령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를 되돌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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