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생각 - 국밥을 먹다가 전통을 생각한다

1 개요[ | ]

오늘의 잡생각 - 국밥을 먹다가 전통을 생각한다

오늘의 잡생각 - 국밥을 먹다가 전통을 생각한다. 국밥은 누가 뭐래도 한국 전통 음식이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오래된 전통이냐면 아무리 멀리 잡아도 근 이백년도 채 안된 전통이다.

국밥집이 있으려면 먼저 상업적 도축이 있어야 하고 상업적 도축이 있으려면 가축 시장이 있어야하고 가축 시장이 있으려면 크든 작든 내다 팔려고 가축을 기르는 축산업이 있어야 한다.

아마도 국밥이 성행한 건 19세기 말이나 되어서일 것이고, 소 돼지를 양껏 먹을 수 있게 된 건 냉장고의 보급 이후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엄연히 한국의 “전통” 음식인데 옆나라에선 안해먹기 때문이다. 문화의 결, 그러니까 텍스쳐가 다른거다.

그런 의미에서 떡볶이도 훌륭한 “전통” 음식이다. 만들어진지 반백년이 지났다. 전통을 운운할 때 문제가 되는 건 두어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그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여 무슨 “우수성”을 찾으려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순우리말”과 같이 불가능한 순수성을 고집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원을 되도록 오래 전으로 잡아 “유구함”을 자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모든 사회는 저마다 독특한 전통이 있고 그 전통엔 나름의 사연이 있으며 어느 것 하나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데 살아남은 것은 없다. 오히려 간혹 악습과 구태를 전통이라고 고집하는 경우를 더 경계할 일이다. 특히나 외세의 침략을 받은 경험이 이런 악습 고수를 부추키기도 한다. 단발 거부, 조혼 등등.

현실에선 짧은 역사를 지닌 전통이 우리의 삶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 기억에 우리 일가친척들이 각자 공기밥을 따로 담아 먹기 시작한 건 내가 예닐곱살이 된 이후이다. 그 전엔 낭푼에 한데 밥을 담고 같이 먹었다. 어린놈이 꼭 낭푼 가운데를 숟가락으로 먼저 푹 떠 먹는다고 혼 많이 났었다.

그렇더라도 오늘 내 식습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통”은 중학교 이후 적당히 밖에서 끼니 때우던 자취생 마인드이다. 외식문화의 극대화 역시 우리 문화의 반백년 “전통”이다. 그 연원이 뭐가 됐든. 그 짧은 연원을 지닌 전통 외식 산업을 놓고 왈가 왈부가 심하지만, 결국 내가 안해 먹는 건 늘 선택지가 고만고만할 뿐이다.

전통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것이 지속된 시간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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