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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잡생각 - 왜 치킨집인가
- Jjw 수필 2018-10-16
엊그제 일본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시는 페친께서 한국의 고급 유모어를 알려주려 치킨 테크트리 = 모든 것은 치킨집으로 통한다 라는 고전을 소개하셨다는데 학생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더란다. 확실히 치킨집온라인은 한국 고유의 문화인듯하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간 백종원씨가 화제다. 난 거기서 "기부하지 마시고 그 돈으로 점포 더 내세요" 발언한 국회의원을 보며 뒷골을 잡고 웃었다. 아니 지금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하는 마당에....
국가의 정책과 행정이란 것이 가가호호를 세분할 수 없으니 뭐든 어느 정도 일반화와 추상화를 거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는데, 그래도 "골목 상권"이란 말은 얼마나 일반화 될 수 있는 개념인 지 의심하고 있다. 그냥 프로파간다용 말고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개념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왜 결국 치킨집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통계 따위는 물론 모르지만) 한국의 경제 기반이 이미 완전히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전통의 수출 주도 제조업은 더 이상 한국 내의 여타 산업과 연동되지 못하는 것이다. 어차피 따로 국밥이기 때문에 특히 고용 문제에서 삑사리가 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물론 그저 심증이다. 하지만 경기 부양 '정책'이 잘 먹히는 곳이 토건쪽 뿐이라는 것이 이런 심증을 뒷받침한다. 그나마 그건 돈이건 물건이건 국내에서 돌기 마련인 분야니까.
그러면 전통의 플랜트 산업을 빼면 뭐가 남나? 토건 빼고 금융과 같은 것을 빼면(금융도 요즘 정말 난리긴 하다. 내가 하루에 대충 다섯 통 정도의 대출 권유 전화를 받고 있다. 미친...) 유통과 소비를 근간으로 하는 서비스업이 남는다. 그런데 이 분야도 이미 대기업이 완전히 점령중이다. 이부진씨 빵가게 진출 뭐 이런 거만 문제가 아니다. 알짜는 재료의 유통이다. 각종 00푸드들이 이미 어지간한 식당의 공급망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고, 프랜차이즈는 그러한 유통망에 마스코트를 내세운 것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른다.
이 상황에서 자생적인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몹시 회의적이다. 각종 협동조합을 잠시 머리에 떠 올려 보지만, 점유율과 유통구조를 생각하면 아직은 그냥 실험에 불과하다. 생협을 보자. 그거 이용하려면 내가 좀 여유롭게 살아야 가능하다. 조합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같은 건 물론 아예 없다.
이런 상황이니 혁신 경제니 혁신 기업이니 혁신에 목매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무언가 다른 생산 구조가 필요하긴 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그게 너무 협소한 영역에 머물러 있다. 4차산업혁명 운운은 이제 뭐 개나 소나 다 자기도 그거라고 하긴 하지만, 일단 떠오르는 것이 IT 관련 산업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아직 부가적 분야, 이를테면 인터넷 거래와 같은 유통 분야, 이런 쪽만이 약간의 성과가 있을 뿐이고 보다 근간이 될 만한 그러니까 자체 생존 가능한 무언가가 뚜렷하지는 않다.
지금의 골목 상권 문제가 결국 사장님이 너무 많은 거니까, 어차피 기존의 제조 산업이 고용을 못받쳐주면 어디서건 치킨집 말고 다른 거 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하긴 하다. 그런데 4차혁명 운운은 좀 침소봉대 같아 보이고 이미 유통과 소비 마저 독점인 상태라면 공적 영역 강화는 공공근로에 돈을 쏟아 붇는 게 아니라 공공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이다.
아파트값 잡는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이 결국 공공주택을 얼마나 풀 것인가라면 고용 문제 해결의 핵심은 어르신들 공공근로 마련도 아니고 청년 창업 지원도 아니라 산업의 공공성 확보와 육성에 달려 있는 거 아닌가? 예를 들면 농협을 저 따위로 놔두고서 하나로마트 따위가 뭔가 유통의 대안으로서 작용할 수는 절대로 없다. 장기적으로는 민영화라고 팔아 넘긴 에너지, 통신, 교통 관련 기업들은 다시 공영화도 해야 할 거 같고. 물론 지금 목마른 자영업자에게 십년 뒤 다른 거 하게 해줄께는 헛소리이므로 그건 그거대로 생각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