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에 대한 잡상

1 개요[ | ]

진보에 대한 잡상
  • 저자: Jjw
  • 2013-09-05

새누리당과 그 일당들이 보기에 반대편은 간단히 줄여 '좌빨'이라고 퉁치면 되지만, 진보라는 이름으로 묶인 여러 세력의 실상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최근의 사태를 보며 글자 그대로 여러 가지 잡스러운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간단히 정리는 해두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몇 줄 남긴다.

한 때 운동세력의 계보를 줄줄이 읇는 글을 몇 번 본 것 같은데, 이제와서 보면 그저 부질없다. 굳이 가리자면 실체로서 남은 것은 인맥이 우선시 되는 경향성 뿐이고 이른바 '사회구성체 분석과 변혁방법론'은 어느 쪽에서건 폐기된 지 오래다. 오늘도 어느 경제 신문은 NL/PD를 운운하며 불온한 좌경세력이 아직도 이 땅에 득시글 거린다는 투로 기사를 내보냈지만, 그건 미국이 '이란과 북한이 최대의 위협'이라고 설래발을 치는 것 만큼이나 가증스럽기만 하다.

한편, 그놈의 인맥은 참으로 질기게도 남아서 경기동부연합이니, 인천연합이니, 전진이니 하는 이른바 '정파'로 남았지만, 그 정파라는 것을 옆에서 구경하노라면 그저 껍대기만 남은 과거의 그림자일 뿐이다. 자신들이 변혁하고자 하는 대상보다 더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을 운영하면서 뭘 어떻게 진보시키겠다는 것인지 솔직히 한심스럽다.

내가 보기엔 민주노동당 분열 이후 진보 세력은 그저 내리막길만 걷고 있다. 그리고 각종 정파는 그 와중에도 자신들만 잘났다고 뻐대는 중이다. "우린 이렇게 바른 길을 가려는데 다른 정파가, 조직이, 사람이 안 도와줘서 망했어요."라는 변명은 사실 "맞아요. 우리 무능해요."라는 고백과 동치이다.

지난 해 대선에서 진보신당이 당 후보도 내지 못하면서 그나마도 둘로 쪼개져 대선을 치르는 것을 보면서 든 생각은 저 사람들 아직 배가 불렀구나 라는 것이었는데, 그 와중에 김소연 후보였나(?) 문재인이 광화문 유세를 하는 동안 청와대로 진격 하는 것을 보고 경악하고 말았다.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공간에서 대중정당을 지향한다는 정치세력이 대중을 경악시키면서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중의 지지는 분명 아닐 것이고, 자기 만족? 이 분들은 대중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먼저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이석기 사태는 국정원이 뭘 어쨌건 간에, 그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매우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쟁 위기가 다가올 때 반전 평화가 아니라 결연한 준비를 하겠다는 조직이 진보라? 견강부회 양두구육 이다. 하긴 나찌도 국가'사회주의'당이긴 했다.

야권연대에 적극나선 지금의 정의당은 무엇을 남겼는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매우 섭섭하겠지만, 지금 심상정이 갖는 위치는 그저 노동운동 출신의 정치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도 요즘들어선 자꾸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게 영 불안하기만하다. 안철수 연대 운운은 누가 봐도 인기 영합술이고 그쪽 말로는 대중추수주의, 기회주의라고 비판 받아 싸다.

이석기 사태를 맞이하여 이 기회에 소아병적인 모험주의 세력을 척결해야 진보가 산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 진보가 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석기만 버리지 말고 자신들의 아집도 좀 버리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인가?

아직도 미련이 잔뜩 남아있는 진보정치 팬으로서 기대하기는 이 번 기회에 이 사회에서 진보란 어떤 것을 하려는 사람들이고 대중은 어떻게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여야 하는 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기대하는 동안에도 머릿 속에서는 '차라리 군밤에 싹이 나길 기다리셔'라는 자조가 지나간다. 내가 요즘 많이 염세적이 되었다.)


사족: 이석기 사태가 몰고 오는 파장은 이 정도면 마무리 단계이고, 새누리당이 여기서 더 나가 매카시즘으로 오바하면 역풍을 맞는 다는 건 지들도 알테고(나쁘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국정원 개혁은 새누리당이 다수 여당인 한 사실 매우 제한적인 조치 이외에는 성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진보만 개피를 보는 구나...

사족2: 12시에 퇴근해서 오밤중에 이런 글 써대봐야 뭐하랴 싶지만... 그냥 내 머리속이라도 정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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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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