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레시브 록의 하위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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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라는 것은 흔히 말하는 필요악의 적절한 예로 꼽을만 하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크게 의미있지도 않으며 심심하면 바뀌는 믿을 수 없는 것이지만 또 조금은 쓸모가 있어서 없으면 나름 아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를 대하는 적절한 요령이 필요하다.

장르를 결정짓는 것은 히트의 여부다. 히트쳐서 주변까지 영향을 주다보면 장르가 될 수 있다. 마르크스의 영향으로 인해 사회과학의 대부분 분과학문에서는 마르크스 **학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성리학도 주자가 정리해서 히트쳤기 때문에 주자학이라 불렸다. 비틀즈를 장르라고까지 부르진 않지만 (해외의) 중고음반점에 가보면 비틀즈가 너무 많이 유통되므로 비틀즈만 다루는 공간이 따로 있는 편이다. R&B도 예전엔 팝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장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흥했다.

반면 핑크 플로이드는 상업적 음악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쳤지만 다른 유사한 밴드들이 생겨나지 않아 장르가 되지 못했다. 그에 비해 제네시스나 예스 등은 후대의 밴드들에게 영향을 많이 주어서 네오 프로그나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의 조상이 되었다. 음악성이 뛰어나고 존경을 받아도 장르가 되는 것은 별개인 것이다.

록이라는 장르가 생겼을때는 록이 지금처럼 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장르명에 인플레가 끼어서 뉴 웨이브, 얼터너티브 록, 포스트 록 등 뭔가 벌써 세상 다 끝난듯한 이름들이 붙었다. 앞으로 또 뭔가 대안적인 록이 나오면 어떤 이름이 붙을지 궁금할 지경이다. 힙합이나 메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계속해서 분화되는 중이다.

장르라는 것은 어떤 음악은 묘사하기 위한 분류다. 그 분류에 딱 떨어지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여러 장르에 걸쳐있는 것도 많다. 그러니까 장르가 붙어있다면 가벼운 정보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 프로그레시브 록의 하위 장르명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간단히 적어본다.

  • 프로토 프로그 proto-prog : 69년 이전에 활동했던, 진지하고 히트 못친 밴드들의 음악
  • 아트록 art rock
    • 해외에서는 록시 뮤직이나 퀸, 제네시스처럼 탐미적인 요소들에 집착한 밴드들을 부르는 명칭이나 모호해서 쓰임새가 많진 않음. 글램 록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
    • 한국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동의어로 사용.
    • 크로스오버 프로그 crossover prog : 정통적이진 않지만 뭐라고 할말이 없는 뮤지션을 부를때 쓰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잘 안쓰는 말.
    • 이클렉틱 프로그 eclectic prog : 너무 많은 스타일을 포함하는 뮤지션을 부르는 경우. 역시 별다른 정보가 없늬 용어이며 한국에서는 거의 안쓰는 말.
  • 심포닉 록 symphonic rock : 교향곡의 형식을 차용한 록. 간단히 말해 15분 정도는 넘어주고 구성이 좀 복잡한 곡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심포닉 록. 클래시컬 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 씨어트리컬 록 theatrical rock :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한 공연을 하고, 내용이 있는 컨셉트 앨범을 지향했다. 제네시스가 대표적인 밴드.
  • 싱어 송라이터 singer-songwriter, SSW : 자작곡을 부르는 가수. 별 의미가 없는 말이다.
    • 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깐따우또레.
    • 가끔 비유적으로 음유시인이라 부른다.
  • 오르간 록 organ rock : 기타 대신 오르간이 멜로디를 리드하는 록 혹은 멤버중에 요란한 건반 주자가 있는 경우.
  • 하드록 hard rock : 당시에는 조금 시끄러운 록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들으면 그냥 구수한 록. 역시 옛날 밴드라는 것 외엔 딱히 정보가 되지 않는다.
  • 헤비 프로그 heavy prog : 메탈도 재즈도 아니지만 연주는 잘하더라, 정도.
  • 싸이키델릭 록 psychedelic rock : 60년대 풍의 마리화나 냄새나는 음악 중에서 좀 조용하면 애시드, 좀 시끄러우면 싸이키델릭으로 봐도 좋겠다. 마리화나를 못해본 입장이라 이렇게 써도 되나 싶지만 뭐 그렇다. 큰 의미는 없는 말. 대충 질주하는 합주 사운드가 나오면 싸이키하다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 스페이스 록 space rock : 신서사이저를 보강하여 우주로 날아갈듯한 느낌을 주는 싸이키델릭 사운드. 호크윈드가 대표적. 질주하지만 달려가는게 아니라 날아간다는 차이가 있다.
  • 아방가르드 avant-garde : 실험적인 음악. 재즈록과 많은 부분 겹친다. 뉴욕 아방가르드
    • RIO rock in opposition : 아방가르드 음악 중에서 헨리 카우와 유사한 것들을 통칭. 헨리 카우의 멤버들이 설립한 ReR 레이블에서 발매한 음악들.
    • 챔버록 chamber rock : 현악이 많이 들어가고 음산한 풍의 연주곡을 잘 다루는 밴드들이 많다. 유니버스 제로 스타일.
    • 포스트록 post rock : 록의 문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만 왠지 록에서 다뤄지는 밴드들. 이중 재즈록이나 메탈보다도 더 박자 쪼개기에 집중하는 연주력 중심의 밴드들을 매스록 math rock 혹은 (장난스럽게) 수학메탈이라고 부른다. 이런 연주력 집중의 경향은 러쉬, 드림 씨어터의 성공으로 심화되었다.
    • 전자음악 electronics : 70년대 중반 신서사이저가 대중화한 이후 신서사이저를 중심으로 한 연주곡 위주의 실험 음악. 탠저린 드림이 대표적이다.
    • 앰비언트 ambient : 브라이언 이노가 이론을 만들어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이게 음악인가 싶은 조용한 전자음악, 혹은 명상음악. 주변 소음과의 조화를 지향하는 일상의 BGM.
  • 재즈록 jazz rock : 재즈의 주요 특징인 변박이나 즉흥연주를 가져와서 록과 적극적으로 섞은 음악. 재즈가 들어간 록이다.
    • 퓨젼 재즈 fusion jazz : 재즈록이 아니라 록이 들어간 재즈이다. 재즈에 초점이 있다. 물론 한국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은 퓨젼 재즈가 아니다.
    • zeuhl : 프랑스 특유의 재즈록으로 마그마와 유사하게 그루브감을 강하게 주며 인공어 등을 이용해 보컬을 악기처럼 사용하고 여성 코러스를 활용해 종교적인 느낌을 준다.
    • 테크니컬 technical : 그냥 어려워보이는 연주를 잘한다는 말이다. 음악이 좋다는 말과는 차이가 있다.
    • 캔터베리 록 canterbury rock : 로버트 와이엇과 그 주변 뮤지션들이 만들어낸 스타일로, 부드러운 보컬과 질주하는 합주가 잘 어우러진 재즈록.
  • 프로그레시브 메탈 progressive metal : 메탈을 지향한 프로그. 러쉬를 뺄 수 없지만 스타일로는 퀸스라이크가 더 보편적이다. 저먼 심포닉 메탈과는 구분된다.
    • 네오 프로그 neo-prog : 프로그와 프로그 메탈 사이쯤에 있는 제네시스, 마릴리온의 영향이 강한 스타일이다. 연주력을 뽐내며 심포닉 록을 하는 경우가 다수.
  • 포크 folk : 어쿠스틱하고 소박한 뮤지션들을 대충 묶어 부른다. 종종 포크가 프로그의 하위장르처럼 보이는 이유는 팬층이 겹치기 때문. 프로그 좋아하는 사람들이 포크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 포크록 folk rock : 음악은 포크인데 밴드 구성이 록인 경우. 영국 포크
    • 애시드 포크 acid folk : 약냄새가 나는듯한 포크. 이게 상당히 자의적인데, 대충 60년대 후반 특유의 분위기를 애시드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애시드 록도 마찬가지.
    • 프로그 포크 prog folk : 포크면서도 실험성이 유독 들어간 경우들이 있다. 스파이로자이라가 대표적.
    • 바로크 팝 baroque pop : 비지스나 비치 보이스를 비롯해 현악을 잘 쓰던 일부 밴드들의 우아한 스타일을 바로크 팝이라고 부르곤 한다.
  • 국가별
    • 크라우트록 krautrock : 독일록을 통칭. 프로그가 주로 발달한 곳이 유럽이고 그중 영국과 함께 양대 세력이 독일어권이어서 유럽에선 프로그와 동의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 이탈리안 록 Italian rock : 이탈리아는 유독 자국냄새를 많이 풍기는 스타일을 정립시켰고 클래식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뭘 해도 서정적인 느낌이 강하며, 연주력이나 녹음에서 약점을 잘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수준은 높다. RPI (rock progressivo italiano)로도 쓴다.
    • 프랑스프로그 일본프로그
  • 프로그레시브 록이 아닌 것들 : 프로그레시브라는 말은 진보적인 태도를 의미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록은 이미 스타일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프로그 록이 아닌 프로그 음악들도 존재한다.
    • 프로그레시브 재즈 : 4-50년대에 일부 세력이 있던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라고 한다. 솔직히 들어도 잘 모르겠다.
    •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 90년대 중반 이후 유행한 테크노, 일렉트로닉스 사운드 중에서 좀 진지한... 것이라고 하는데 역시 잘 모르겠다. 한국의 20대 중에는 프로그레시브 록 전체의 팬 보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팬들이 더 많을것이다. 이 일렉트로닉스 사운드는 탠저린 드림 류의 감상용 추상적인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크라프트베르크나 클러스터의 영향은 일부 받았다.
    • 프로그레시브 힙합 : 얼터너티브 힙합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힙합에 다른 흑인음악적 요소를 뒤섞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이라고 한다. 프로그레시브 록 팬들이 좋아할만한 힙합으로는 트립합 trip hop 이 있다.

쓰고나니 역시 장르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다시한번 든다. 좀 더 정교하게 써보려고는 하겠지만 처음에 적었다시피 장르를 정교하게 나눈다는 것 부터가 무리한 생각이다. 그 안에 어중간하게 걸치는 뮤지션들이 너무 많다. 왜 XTC는 프로그레시브 록이 아닌가라고 하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XTC는 프로그레시브 뉴웨이브 포스트펑크 아방가르드 팝밴드다. 그런걸 이클렉틱 록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XTC는 한국에선 별로 프로그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아마도 프로그 팬들의 주력이 20대였던 8-90년대에 XTC가 한국에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아서...인것 같지만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시길 바란다. --Pinkcrimson (토론) 2016년 8월 7일 (일) 01:1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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