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Pinkcrimson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4월 25일 (수) 13:20 판 (→‎음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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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Live at the Isle of Wight Festival

와잇 섬 페스티벌은 우드스탁과 더불어 당시 락음악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엄청났던가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게 어떤 규모였냐고 하면 영국 남단의 조그만 섬인 와잇 섬에 히피 50만명이 들이닥쳐 페스티벌 외에 거의 모든 것이 마비되는 정도였다고 한다. 말이 50만명이지 우리동네인 노원구 주민들 중에 젖먹이들 빼고 모두 락음악을 보러 간거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 공연은 지미 헨드릭스가 참여한 거의 마지막 대규모 공연이기도 하다.
이미 몇달전에 키스 에머슨이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다는 것은 다들 알고있었지만 이전까지 음악을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의 공연이 ELP의 첫번째 공식적인 연주였던 것이다. 이벤트를 활용할 줄 아는 밴드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관객이나 평단이나 이들의 공연에 열광했다. 이후 석달 뒤에 이들의 데뷔 앨범이 공개된다.
여기서 녹음한 곡들은 자신들의 성격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5곡중 네곡이 클래식을 재편곡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도 매우 서정적이고 클래시컬한 곡인 Take a Pebble이다. 즉 이들은 클래식을 차용한다고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연주를 들어본 이들은 모두 깨달았을 것이다. 이들은 클래식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을 소화시킨 다음 락음악의 어법으로 다시 뱉어내고 있다는 것을. 레이크의 보컬이 조금 미숙하긴 해도 이 3인은 스테이지를 화끈하게 달구고 있다. 당시 파머가 19세, 레이크가 23세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실력파였고 동시에 행운아들이다.
이후 다시한번 라이브 앨범으로 제작되기도 하는 Pictures at an Exhibition이 초연되었다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공연에서 에머슨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나와 초장부터 스테이지 쇼를 연출해 자신이 프론트맨임을 과시했다. 아시다시피 그는 공연에서 키보드에 불을 지르거나 칼을 꽂는 등 격렬한 스테이지 매너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Welcome Back같은 실황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이 공연의 풋풋함을 더 즐기곤 한다. -- 거북이 2003-7-30 4:59 pm

3 # Welcome Back My Friends to the Show That Never Ends

전작 Brain Salad Surgery에서 이들이 음악적 야심을 실현했다면 이 3LP 라이브를 통해 이들은 그것을 실황으로 꺼내놓는다. 사실 말이 LP 석장이지 당시로서는 매우 긴 분량이었고 그 길이만으로도 이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다지 좋은 음질은 아니지만 공연장다운 공간감이 잘 느껴지는 실황으로 비교적 CD화가 늦게 이루어졌는데 CD화되면서 길이제한 상 허리가 잘렸던 Tarkus와 Karn Evil 9은 하나의 트랙으로 다시 잘 합쳐졌다. 다음 앨범에서 스튜디오 녹음으로 공개될 Piano Improvisations가 담겨있기도 하다.
일단 그 방대한 길이때문에 이 앨범에는 온갖 히트곡들과 대곡들이 몽땅 담겨있다. 특히 전작 Brain Salad Surgery에서는 Benny the Bouncer를 제외하곤 모두 실려있다. Take a Pebble에는 Lucky Man과 Still...You Turn Me On 등이 포함되어 연주되는 등 실황만의 장점인 자유로움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신들의 곡들을 충실히 연주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 앨범에서 ELP가 보여주고자 하는 곡은 당연히 Tarkus와 Karn Evil 9이다. 모두 스튜디오 버젼들에 비해 길이가 길어져있고 연주 자체도 현란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밴드들과에 비해 연주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하는듯 하다. 말로 하긴 뭐하니 실제 연주로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ELP의 한계가 드러난다. 그들은 연주력에 집착한 나머지 관객들에게 어떻게 친숙하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보다는 화려한 연주를 보여주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고있다. 즉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까. 물론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밴드인데 무슨소리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들이 가졌던 태도에 대해 말하는거지 이들의 인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연주는 실황으로 들으면 정말로 감동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음반으로 즐겨들을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거북이 2003-6-23 4:30 pm

SIDE 1 Hoedown -4:05 (Copland/Emerson/Lake/Palmer) Jerusalem -2:49 (Parry/Blake, Arr. By Emerson/Lake/Palmer) Toccata (An adaption of Ginastera's 1st Piano Concerto 4the movement)-7:05 (Arr. By Emerson : Percussion Mvt. Palmer)

SIDE 2 Tarkus -16:50

Eruption (Emerson) Stone Of Years (Emerson/Lake) Iconoclast (Emerson) Mass (Emerson/Lake) Manticore (Emerson) Battlefield (including Epitaph) (Lake)

SIDE 3 Tarkus -10:15

Aquatarkus (Emerson) Take A Pebble (Still You Turn Me On?Lucky Man) -10:03 (Lake)

SIDE 4

Piano Improvisations including Friedrich Gulda's 'Fugue' and Joe Sullivan's 'Little Rock Getaway' -11:29 (Emerson) Take A Pebble (conclusion) -2:47 (Lake) Jeremy Bender?The Sheriff -4:50 (Emerson/Lake)

SIDE 5 Karn Evil 9 -17:30

1st Impression (including percussion Solo-Con Brio Palmer) (Emerson/Lake /Shinfield)

SIDE 6 Karn Evil 9 -18:02

2nd Impression (Emerson) 3rd Impression (Emerson/Lake /Shinfield)

4 # Works Live

상업적인 앨범 Works, Vol.2를 내놓고 이들은 대대적으로 투어를 돌았다. 그런데 이들의 의도와는 달리 상업적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 이들이 처절한 상업적 몸부림 앨범 Love Beach를 만든 것은 이 투어의 실패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이 실황은 그렇게 실패는 아니다. Works, Vol.2의 발라드성 곡들이 전면에 포진해있긴 하지만 Abbadon's Bolero, Tank, Fanfare for the Common Man 등을 비롯해 왕년의 명곡들을 연주하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몇년전의 그 정열적인 연주가 튀어나오고 있다. 그리고 분명히 상업화된 연주도 눈에 띄지만 그것이 실황이라는, 본 실력을 숨기기 힘든 여건에서 연주된 덕분에 스튜디오 앨범들처럼 가식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 앨범은 ELP가 남긴 마지막 '들을만한'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원래 이 앨범은 1LP로 1979년에 발매되었었으나 1993년에 두배 가까운 길이로 복원되어 2CD로 발매되었다. 국내에도 라이센스 되었었는데 당시 이들의 전성기 음악을 신나게 듣던 나에게 이 실황은 경악스러운 졸반이었다. Pictures at an Exhibition에서 나오는 뿅뿅거리는 신세사이저 연주나 나머지 발라드 퍼레이드를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Abbadon's Bolero는 앨범에 못지않은 라이브만의 웅장감을 들려주고 있으며 에머슨의 독무대인 Piano Concerto나 파머의 드러밍이 난무하는 Tank같은 트랙들을 들어보면 이들은 아직 ELP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큰 기대만 갖지 않으면 충분히 즐길 여지가 있는 실황이다. -- 거북이 2003-7-9 11:04 pm

5 # Love Beach

일단 재킷부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뒤집어지게 만드는 이 앨범은 평자들로 부터 거의 예외없이 결코 가까히해서는 안되는 앨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실 세명의 마초가 해변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서있는 모습은 비슷하게 세명의 얼굴이 실렸던 Trilogy의 신화적 이미지에 비교하면 거의 몰락에 가까운 이미지라고 할수 있다. 게다가 '사랑의 해변'이라니, 가히 경악에 가까운 타이틀이다.
곡 제목들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너뿐이야', '사랑의 해변', '내 사랑을 맛봐줘', '널 위해', '첫눈에 반한 사랑'. 이정도면 예전 ELP에 비교해봤을때 엽기적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사운드 면에서도 그 배신감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데 기교파 연주자들의 연주라고는 결코 믿을 수 없는 말랑말랑한 멜로디에 느긋하기까지한 연주, 레이크의 단조로운 노래 스타일 등 상당히 참기 힘든 수준이다. 옛 모습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어보려했던 로드리고의 Canario나 뒷면을 채우는 대곡 '사관과 신사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다. Canario는 그래도 이전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Memoirs of an Officer and a Gentleman은 연주를 담은 대곡이라기보단 배경음악이 있는 멜로드라마 낭송 곡이라고 생각하면 될거다.
Works Vol.2도 어지간했는데 고작 일년 사이에 이건 좀 심하다고 여길 정도로 이전과는 단절되었다. 자 이쯤되면 좀 수상하다. 어떻게 이렇게 철저하게 짜증날 수가 있을까. 이건 실수가 아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상업적인 밴드가 되기로 한 것이고 레이크의 보컬을 간판삼아 사랑노래를 밀기로 했다. 가능하면 C'est la Vie같은 히트곡이 나오길 바라며. 대곡에서도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손쉽게 노래해주자. 신필드의 가사와 레이크의 보컬, 그리고 에머슨이 만드는 멜로디와 피아노 연주면 얼마든지 멜랑꼴리한 교향시 한편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밴드는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저 재킷도 당시의 팝 뮤지션들의 재킷을 살펴본다면 뭐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결과는 외면이었다. 대담한 실험이었지만 너무나 당혹스러운 실험이었고 펑크/뉴웨이브 사운드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ELP는 전체 앨범 판매고가 4천만장이 넘는 슈퍼스타였기에 다른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처럼 쉽게 사그러 들 수는 없었고 그때문에 유례가 없는 대변신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것도 '진보적'인 것일까. 밴드는 자연스럽게 해산되고 파머는 아시아Asia로 갔으며 레이크와 에머슨은 솔로 활동을 시작한다. -- 거북이 2003-6-27 2:00 am

6 # Emerson, Lake & Powell

ELP해체로 에머슨은 영화음악가로 나섰고 레이크는 솔로생활을 시작했으며 파머는 아시아Asia에 들어갔다. 하지만 파머 외에는 모두 그다지 신통찮았는데 그 와중에 에머슨은 예스Yes가 재결성해서 삼삼한 재미를 보고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스는 해체된듯 아닌듯 하면서 계속 버텨왔고 사실 지금도 활동중인데 에머슨은 분명 ELP의 성공이 그리워졌을것이다. 사실 ELP는 프로그레시브 락 치곤 유독 대성공을 거둔 밴드였다. 레이크야 당연히 찬성했지만 문제는 파머였다. 아시아는 ELP못지않게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거절했고 고심하던 에머슨은 정통 락 드러머인 코지 파웰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ELP는 계속 ELP라는 이니셜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새로운 ELP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코지 파웰은 적어도 칼 파머만큼, 혹은 그 이상은 해주었고 그랙 레이크 역시 아직 목소리가 변하기 전이라 시원시원한 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레이크의 팝적인 감성은 아직 죽지 않아서 Lay Down Your Guns같은 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머슨의 키보드 연주는 뉴웨이브의 영향인지 이전만큼 훅이 있진 않지만 파웰의 드러밍과 함께 전체적으로 곡들에 힘을 넣고 있다. 마지막에 커버된 홀스트의 Mars, the Bringer of War는 ELP가 해오던 클래식의 재해석이라는 흐름에 나름대로 충실하며 상당히 파워풀하다. 레이크는 18년전 킹 크림즌이 데뷔앨범을 녹음하던 시절 공연에서 이 곡을 자주 연주하곤 했는데 이번의 재녹음은 감회가 새로왔을 것이다.
적어도 이 앨범은 Love Beach보다는 훨씬 나으며 개인적으로는 Works vol.2보다도 좋다고 느껴진다. ELP가 80년대에도 살아남았다면 분명 이런 식으로 음악을 남겼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애석하게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파웰은 ELP를 떠나 다시 세션맨 생활로 돌아갔고 에머슨과 레이크는 일단 ELP라는 이름을 다시 접어야했다.
재발매반에는 보너스트랙이 두곡 들어있는데 80년대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팝송들이다. 이중 하나는 카일리 미노그KylieMinogue 버젼으로 유명한 The Locomotion이다. 80년대 후반인가 90년대 초반에 국내에 번안이 되어 모 워크맨의 광고음악으로 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 상당히 즐길만한 버젼이긴 하지만 ELP가 살아남기 위해 정말 여러가지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물이라 마음이 좀 아프다. -- 거북이 2003-7-31 11:53 pm

7 # 3 : To the Power of Three

사실 에머슨은 억울했을 것이다. 왜 별로 차이도 없는데 아시아Asia나 GTR은 뜨고 ELPowell은 못떴을까 하고 말이다. 사실 그럴만도 한게 ELPowell은 ELP가 80년대에 걸을만한 사운드의 변화를 가지고 온 앨범이었으며 그 결과물도 나쁘지 않았으니 말이다. 코지 파웰이 빠져나간 덕에 ELPowell은 유지될 수 없었지만 에머슨은 다시한번 재결합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그렉 레이크가 참여를 거부하는 바람에 안되나 싶었는데 당시 아시아에서 나왔던 칼 파머와 합쳐서 결국 과반수는 넘겼다. 나머지 한명은 신예인 로버트 베리로 채웠는데 애석하게도 베리는 L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ELP라는 이니셜은 살릴 수 없었다. 그래도 3인조라는 특색만은 강조하고 싶었는지 그룹명을 3로, 앨범타이틀을 To the Power of Three라고 지었는데 솔직히 유치해도 이럴수가 있나 싶다.
어쨌거나 로버트 베리는 원래 좀 진지한 구석이 있는 싱어송라이터였는데 칼 파머의 강력한 추천으로 3에 결합하게 되었다. 그는 92년에 내놓은 솔로 앨범에서 에머슨, 파머와 함께 쓴 곡도 담았고 스티브 하우의 곡도 부르는 등 80년대의 프로그레시브 락 씬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그리고 베리는 90년대 초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붐을 일으켰던 마그나 카르타레이블의 핵심멤버중 하나이니 베리는 단순한 팝싱어는 결코 아니다.
어쨌거나 이 결과물은 유치한 타이틀, 그리고 ELPowell보다도 훨씬 상업적인 80년대 사운드를 강하게 담고있으며 종종 게리 무어GaryMoore까지 연상시키는 팝적인 곡(Runaway)에 심지어는 철지난 버즈Byrds의 커버곡(Eight Miles High)까지 정말 노력 많이 한 앨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내놓게 되는 ELP의 재결성 앨범들에 비하면 훨씬 들을만하다. 그것은 Desde la Vida라는 80년대 프로그레시브 락의 명곡이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앨범은 80년대 팝앨범이라고 생각했을때 뻔한 사운드일지언정 나름대로의 멜로디와 훅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오히려 로버트 베리의 솔로작에 에머슨과 파머가 연주를 해준 앨범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정도로 베리의 영향이 크고 그를 기준에 두고 듣는다면 이 앨범은 상당히 들을만하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이후 ELP의 재결합 작품보단 베리의 솔로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옳으니까 말이다. -- 거북이 2003-8-4 10:37 pm

8 # Black Moon


마지막 라이브 앨범을 내놓은지 13년만에 재결성 앨범이 나왔다. 이들의 재결성은 그래도 다른 명 밴드들에 비해 이른 편이었으며 이후 왕년의 명그룹들이 줄줄이 재결성들을 해서 연주활동을 시작한다. 소위 얼터너티브 밴드들이 나와서 한창 단순한 연주들을 하던 사이에 옛 스타일을 들고 돌아온 이들을 그래도 팬들은 반갑게 맞았다. 새로운 팬들은 많지 않았지만 왕년에 이들을 좋아했던 이들은 충분히 구매력있는 세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전과 현저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레이크의 목소리이다. 레이크는 변성기가 늦게 왔는지 목소리가 어두워졌고 뭐랄까 이도저도 아닌듯한 목소리가 되어버렸다. 이전의 레이크가 맑으면서도 웅장한 톤을 가지고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Black Moon나 Better Days같은 곡에서의 연주는 영락없는 80년대식인데 잘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시대착오적인 스타일은 좀 한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게 사실이다.
물론 여전한 점도 있다. Farewell To Arms같은 전형적인 레이크표 발라드 곡이나 프로코피에프의 곡을 변주한 Romeo And Juliet같은 곡들 말이다. 하지만 이 여전함은 Love Beach나 Works Vol.2 시절의 그것이라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까지 Footprints In The Snow같은 발라드로 앨범을 끝맺는데 이 곡을 들으면 결국 밴드의 재결성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애석하게도 일말의 기대감마저 묵사발내는 이 앨범은 진정한 하드코어 광팬이 아니라면 결단코 구매를 말리고 싶은 앨범이다. -- 거북이 2003-7-9 1:26 am

9 # In the Hot Seat


누군가가 아마존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끝나지 않는 부끄러움에 돌아오심을 환영합니다'Welcome Back My Friends To The Shame That Never Ends 누군진 몰라도 속 시원한 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뭐 사실이 그러하다. Love Beach -> ELPowell -> 3 -> Black Moon -> In the Hot Seat으로 이어지는 졸작의 행진은 도대체 왜 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이리도 까먹으려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예스나 킹 크림즌도 재결성을 했지만 ELP의 재결성 역사는 그야말로 오욕으로 점철되어있다.
어쨌거나 이 앨범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Black Moon과 별 차이가 없다. 신세사이저가 좀 더 뿅뿅 사운드가 되었다고나 할까. 레이크의 변성기 지난 걸쭉 목소리도 이젠 여전하고 파머의 드럼머신같은 드러밍도 여전하다. 아무래도 파머는 아시아Asia를 거치면서 드럼소리가 드럼머신처럼 변해버린거 같다. 이 앨범에 실린 도대체 연주력도 없고 귀에 박히는 멜로디도 없고 결정적으로 곡들마다 차이도 없는 이 슬로우템포의 곡들을 어떻게 50분이나 들으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특히 최악의 추태는 Pictures at an Exhibition을 재녹음하여 실었다는 것인데 차라리 뭔가 색다른 현대음악이라도 다시 연주할 것이지 왜 20년도 전에 하던 것을 또 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RIO계열도 있었고 락과 클래식을 융합하려는 시도는 그 사이에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ELP적인 스타일의 노회한 재탕은 역사가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를만큼 그들은 정신이 없었나보다.
하긴 어쨌거나 좋지않은 소식에 의하면 이 앨범 녹음 당시 파머는 손목이 안좋아서 수술을 해야했고 에머슨은 팔에 무리가 가서 꽤 큰 수술을 해야했다고 한다. 모르긴해도 에머슨은 젊어서 스테이지 오버액션을 하도 하여 그 후유증으로 수술이 필요했을게다. -- 거북이 2003-7-31 12:4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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