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메다에는 매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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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6.05.19 : 우메다에는 매실이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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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터지는 지하철 통로. 그런데 저 광고는 참 깼다. Kiss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이야 알지만 저런 이미지로 광고를 하면 효과가 있는걸까?

오늘은 러쉬아워에 나와서 그런지 우메다 역이 아주 장관이었다. 통로가 꽉 막힐 정도로 사람이 가득 있었는데 아마 고베나 교토에 사는 사람들이 오사카로 출근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통로가 찜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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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이후쿠 전차. 내릴 사람은 버튼을 누르면 된다. 거의 버스라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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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철역이 참 단아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교토의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이렇다.

아무래도 두번째 교토행이니 센스를 키워서 오오미야 역에서 내려 지도를 보고 곧장 게이후쿠 전차를 탔다. 이 녀석은 한 량짜리 꼬마 전차로 료안지에 가기에 적합한 노선이다. 보니까 이 전차는 한번에 아라시야마까지 가길래 그냥 타고 갔다. 갔더니 비가 온다. 젠장. 하여간 이번 일본여행은 비와 영 궁합이 안맞는다. 조금만 오면 그냥 버텨볼라고 했드만 꽤 심하게 오길래 그냥 우산을 또 샀다. 두번째다. 돌아다니다보니 두부파는 아저씨가 보여서 이걸로 요기를 했다. 비소리를 들으며 면처럼 내온 묵과 두부와 두유로 요기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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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기삼아 먹은 콩 시리즈. 맛있어서 돈값을 했다. 저 3가지가 한 500엔 정도 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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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소라 히바리 박물관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나 국민가수지 나는 잘 모르므로 넘어갔다. 입장료도 비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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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램프 박물관도 있었다. 별로 볼 생각도 없어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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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교토 중에서도 서쪽의 교외라서 그런지 한적하고 집들이 참 예쁘다. 이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일상이란 참 부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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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의 힘이 있든 없든 공산당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도 역시 참 부럽다. "서민에게 더 과세하는 것을 반대하고 (평화)헌법을 끝까지 지켜낼 확실한 야당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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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의 마을이라는 곳이 있었다. 뭔지 모르겠다. 분당 미금역 주변에는 '천사의 도시'라는 오피스텔이 있다. 원래는 여자만 받는다는 컨셉으로 지어진 것이라 한다. 돈이 궁해지다보니 남녀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데, 주인 아저씨의 취향 참 독특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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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매너! 쓰레기 제로 선언' 일본의 히트곡중에 관백선언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걸 패로디한 것 같다. 이 곡은 너무 히트해서 나중에 동일한 곡에 가사가 정 반대인 관백실각이라는 후속곡이 나왔다. 관백은 에도시절의 최고권력자를 말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관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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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롯코 열차

요 근처에도 절이 한두개 있긴 한데 AFC를 계속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싶어서 토롯코 열차를 탔다. 이건 요 근처 계곡을 따라 움직이는 관광용 산악열차다.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역무원이 뭔가 철판을 들고 열심히 뛰어온다. 음 여기엔 장애인이 없는데 저걸 왜 가져올까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번에 내리는 손님중에 장애인이 있었던게다. 차 안에서 미리 연락을 하고 역무원과 도우미들이 그 장애인들을 도왔다. 기괴한 소리를 내는 뇌성마비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내려온다.

난 저 소리가 솔직히 싫다. 내가 그들을 돌봐야한다면 나는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을 위해 사회간접자본을 만들고 그것을 위해 돈을 내야 한다면 낼 용의도 있다. 예전에 스페인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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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의 경치

토롯코 열차의 내부에는 나무의자가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에나 나올만한 것이라고나 할까. 창 양쪽에는 강이 흐르거나 숲이 보인다. 차장아저씨는 적당히 경치좋은 곳에서 살짝살짝 쉬어주는 센스를 보여주시기도 한다. 계속 뭔가를 설명해주어 좋긴 한데 내가 알아듣기엔 좀 어려워서 시끄러웠다. 작은 강에서는 배가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그 배를 타고 계곡을 다니려면 4천엔인가 한다고 들었다. 나름 험해보이는 강인데 용케 배가 잘 다닌다 싶었더니 배가 지나기 어려운 난코스는 콘크리트로 발랐더군. 그래도 그정도면 자연파괴를 최소화하고 관광상품을 개발한 편이라 칭찬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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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구리가 쪼로록 서있는 것을 찍고싶었는데 고작 잡은게 왼쪽 사진이다. 오른쪽의 너구리들이 키 순서대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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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롯코 열차의 종점인 가메오카다. 역시 거북이는 어디에나 있군. ㅎㅎ 이 근처는 논농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교토 바로 근교인데도 완전히 시골이다.

토롯코 열차의 종점에서 JR을 타고 우즈마사에서 내렸다. 여기는 도오에이(동영) 영화사의 스튜디오가 있다. 일본 고유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는 곳인가 싶었지만 그다지 테마파크로서의 기능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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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파는 악질 판매원에 주의!" 일본은 고령화사회가 되다보니 노인들을 등쳐먹는 범죄들이 꽤 많다고 한다.

목제 반가사유상이 있는 코오류사(広隆寺)로 왔다. 절 자체는 볼게 거의 없지만 우리의 금동 반가사유상과 쌍벽을 이루는 걸작을 보기 위해 500엔을 내고 들어갔다. 확실히 단아한 멋이 있는 걸작이다. 절마다 국보 한두개씩을 소장하고 열심히 장사를 하는 것은 일본적이다. 여행자는 돈쓰려고 온 것이니 기왕이면 이런것에 돈을 쓰게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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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토쿠 태자(聖徳太子)도 모시고 있나보다. 쇼토쿠 태자는 세종대왕에 비견되는 개혁가(?)이다. 요즘 사람은 아니고 우리나라 통일신라때에 살았던 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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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목조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한국의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이미지로 살펴보자. 뭐 일본의 미니 국보 1호(지금은 일본 국보엔 번호를 붙이지 않는다)니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은데 사실 이걸 일본적인 것으로 말하기엔 백제의 색이 너무 짙다. 여기에 보관된 다른 보살상 두어개도 국보로 지정되어있는데 그것들에는 백제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써있지만 이것에만큼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그만큼 걸작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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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스한 닌나지. 여기도 예전에는 무료였다 하던데 고새 500엔짜리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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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런볼의 원조(?)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에 비해 덩치가 크다. -_-

우즈마사(太秦)는 교통이 영 좋지 않다. 닌나지에 들릴까 하다가 돈도 또 내야하고 다리도 아프고 넘어갔다. 지금은 료안지의 석정에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다. 용띠인 내가 여기서 쉬고 있으니 용이 쉬는 절이라는 龍安寺라는 이름은 잘 지은 것 같다. -_- 게다가 다른 곳은 열심히 돌아다녀야 하는 곳이라 비오면 싫은데 여긴 처마밑에 앉아서 구경만 하면 되니 오히려 비소리가 운치있고 좋다. 역시 단아한 멋이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보면 꽤 크게 느껴지지만 사실 상당히 자그마하다. 여긴 비수기에 비가 이렇게 와도 사람이 꽤 있었으니 아마 성수기때는 사람이 미치게 많을것이라 생각된다.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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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료안지의 석정. 앉아서 한참 쉬었다. 왼쪽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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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정도 좋았지만 여긴 절 자체가 산책하기 아주 좋아보였다. 교토는 좋은 동네다. -_-

나오는 길에 왠 호주 할아버지께서 길을 물어보신다. 가시는 곳은 JR 교토역이어서 그냥 나를 따라오시면 되겠기에 따라오시라고 했건만 도중에 뭔가 역 비슷한 것을 보시더만 나를 믿지 못하고 훌렁 내려버리셨다. 이런~ 아무리봐도 그건 기차역이 아니었는데 숙소까지 잘 들어가셨기를 바랄 뿐이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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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각사에도 모래 정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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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을 씌우려다가 돈이 없어서 못씌웠다는 슬픈(?) 이야기를 가진 은각. 금각사는 나중에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하여 그냥 쨌다. 나는 미시마 유키오같은 인간 안좋아하니까. -_-

은각사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비도 많이오는데 열심히 걸어서 여튼 은각사로 골인했다. 여기도 료안지같은 모래정원이 있다. 은모래라고 주장하던데 솔직히 좀 오바스럽기도 하고. 자기들이 주기적으로 새로 다듬는 이런 아이템을 문화재라고 하는 것은 참 독특하다. 한바퀴 동선을 따라 걸어봤더니 여긴 절이라기보다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다. 아기자기하고 이쁘다. 오늘 이쁜거 많이봐서 이제 감동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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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각사는 전체적으로 아주 이쁜 정원이다. 산책로로 짱.

역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일상의 공간들이다. 아까 보았던 아라시야마같은 동네 말이다. 그런데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면 여기서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부러웠다. 일과 일상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 나는 뭔가를 바꿔나가는 사람이니 일상을 더 좋게 바꾸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문제다. 그건 개인이 하기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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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에 이런 작은 신사(?)가 가끔 보인다. 일본인은 무종교적이면서 아주 종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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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 음식점의 인테리어. 나는 일본의 이런 점이 참 좋다.

지난번에 잘못 샀던 요시다 타쿠로를 교환하기 위해 Joe's Garage로 갔다. 은각사에서 가깝다. 그런데 주인아저씨가 너무 빡빡하다. 외국에서 열심히 찾아와 음반을 사간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몇장을 더 사고 어찌어찌 교환을 하긴 했다. 하여간 야박한 상인들은 참 피곤하다. 얼른 우메다 역으로 가서 킹콩 우메다점을 찾아야겠다. 아직 70% 음반이 많이 남아있을 게다.

우메다역은 정말 크다. 뭐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 ings라는 건물을 찾으라는데 영 쉽지 않다. 좀 헤매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일단 걸었더니 눈앞에 띡 나타나더라. 다른 사람들에게 지름신이 나타나듯 LP의 여신이 나를 돕나보다 싶어서 다시 킹콩을 찾기 시작했다. 가다보니 타워레코드가 보이길래 음반점 점원이면 알겠거니 싶어 낼롬 들어가 점원에게 물었다. 역시 점원은 알고있었다. 그가 상세하게 그려준 지도 덕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킹콩 우메다 점에는 살 아이템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서 요시다 타쿠로의 '청춘의 시'를 발견하는 등 수확이 꽤 있었다.

여기서 하나 적고싶은 것이 일본인들의 습관성 친절이다. 아까 토롯코 열차로 가는 길을 알려준 주차장 할아버지, 방금 킹콩가는 길을 알려준 점원, (내일 벌어질 일이긴 한데)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거리가 짧으니 걸어가보라고 해준 택시기사, 8시 비행기도 있는데 굳이 9시 비행기를 탈거냐고 물어봐준 ANA 직원, 나에게 길과 시간을 알려준 모든 사람들. 그들 모두 참 고맙다. 그들의 미소와 친절은 하나하나가 결코 큰 것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모여서 주는 감동은 참 커다란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일본어가 되는 사람에게만. -_- 워낙에 영어가 안되니 친절한 의도가 있어도 영어쓰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친절하지 못한듯 싶다. 난 어찌어찌 일본어를 뻬라뻬라 했더니 꽤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우메다 역 근처의 라면집에서 저녁을 때웠는데 이제 슬슬 라면에 쏠리기 시작한다. 일본 라면이 워낙에 느끼하기 때문이다. 단무지나 우메보시 없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한다. 이런 젠장 이동네 이름이 매실밭(梅田)인데 우메보시(梅干)가 없다니 어이없다는 생각을 하며 느끼한 라면을 마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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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메보시 하나도 못얻어먹고 너무 느끼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 북오프에 들렀다. 솔직히말해 북오프는 나에게 매력이 없다. CD가 싸지도 않고 내가 찾는 아이템도 적다. 도쿄도 이정도라면 북오프에는 갈 필요가 없다. LP가격이 폭락해서 나를 기쁘게 할 뿐 CD로 말하자면 일본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곳이다.

도착해서 짐을 쌌다. 생각보다 판쪼가리들이 훨씬 많아서 잠시 당황했는데 여튼 짐을 열심히 싸기 시작했다. 여행가방 하나, 박스 하나, 봉지 하나, 메는 가방 하나에 우산 하나다. 편의점에 가서 청테이프(여긴 갈색이더군. -_-)를 사서 둘둘 쌌다. 내일을 위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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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걸 짊어지고 도쿄까지 가야한다. 아찔하다.

1.1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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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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