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08월01일03일

1 # 2003년08월01일 : 셋째날[ | ]

출장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틈틈이 남아도 이 남는 시간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엄청나게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상황으로 사람들 몰고간다. 역시 금요일 별루 할 일없는 날이다. 그렇다고 호텔에서 복지부동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역시 오후에는 회사에 들어가봐야 하는데, 이 넘의 땅이 영어도 안통하고, 그렇다고 내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지독하게 갑갑한 오전을 보냈다.

   
시간죽이기의 극치1 시간죽이기의 극치2

오후에는 잠시 서탑에 들렸다가 다시 회사로 갔다. 주재원으로 있는 젊은(?)사람인데, 참 말이 많다.(좋은 의미로) 특히 이사람은 서탑이라는 한국타운에 굉장한 불만을 표시한다. 그사람말인 즉, 심양의 물가는 서탑에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지역에 돈이 엄청나게 몰리기 시작하니까, 당연히 그쪽 땅값도 오르고, 이동네는 한국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니까, 당연히 음식값이던지 뭐던지 한국보다는 좀 싸지만, 그렇다고 심양의 물가수준은 아닌 것이다. (한국 수입품도 있다. 특히 생필품이나 PC방도 그대로 있다) 이곳에 생활터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신은 별다른 할 말이 없었다. 나에게는 이곳이 유일한 의사소통가능한 거리인걸 어쩌겠는가...

   
낮의 서탑 한국거리동상

회사일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꼭 내신세가 무슨 일하는 기계같은 느낌이다. 방안에 갇혀있다가 할일있으면, 나왔다가 다시 방안에 갇혀있는 이렇게 말 안통하는 나라는 처음이다. --;

그나마 말도 안통하는 나라의 TV를 보았다. 무슨 국영방송인지 중국군인들이 나와서 '장기자랑'같은 걸 하고 있다. 눈치로 때려보아서는 부대별 장기자랑인 듯 싶다. 근데 나는 이걸보면서 왜 빌리지 피플이 생각날까...

   
빌리지피플1 빌리지피플2

내일은 주재원 식구들과 공원에 가기로 했다. 팔자에도 없는 소풍가게 생겼다.

-- 장신고 2003-12-29 7:43 pm

2 # 2003년08월02일 : 넷째날[ | ]

팔자에도 없는 소풍가는 날이 왔다. 호텔에서 택시타고 주재원들이 모여사는 아파트 동네를 찾아갔다. (물론, 혼자서는 절대 못간다. 3개월 파견근무 나와 있는 사람과 같이 갔다. 이 사람 중국어 실력도 거의 바닥 수준이지만, 그래도 '어디 갑시다' 그리고 '영수증' 이 말은 할 줄 안다) 택시 얘기가 나와서 한마디 하자면, 여기 택시는 정말 '더럽다'. 말로 만 듣던 그 중국사람들의 안 씻는 속성은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 전부 그렇지는 않다 아주 간혹 깨끗한 아주 깨끗한 택시도 나온다. 정말 처음에 탈때는 등을 기대지 못할 정도인데, 이것도 며칠하다보니, 면역이 된다. 택시기사 대부분은 짧은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심한경우는 윗옷은 내의만 입고 운전한다. 머리를 짧게 깎았거나, 아님 며칠동안 안 감아서 완전 떡인 사람이 대부분 --; 보면, 주로 경찰들이랑 실랑이를 벌일때, 운전기사 가운을 입고, 그냥 운전할 때 상의는 모두 내의 차림이다. 택시는 오직 한 기종 volkswagen. 자주색 택시. 택시는 무지하게 많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가족들은 모두 소풍 분위기다. 세식구가 가는데... 애들이 무진장 많이 있다. 나이많은 애는 한 10대 초반에서 7~8세 아이들이 대략 5~6명이었던거 같다. 승용차 한대(여기는 사모님들과 할머니 한분) 작은 봉고차에는 나머지 (주재원들과 애들 그리고 나--;) 8월초 여기 날씨도 무지하게 더운 날씨다. 근데... 봉고차에 에어컨이 없었다 T.T

일단 그럭저럭 참으면서 식물원으로 향했다. 안내원은 한 중국아저씨였다. 나는 말이 안통하고... 주재원 친구분의 딸아이 하나(대략 초등학교 5학년)가 봉고차 통역을 담당했다. 가는길에 누르하치의 성을 먼발치에서 보았는데, 가보고 싶었지만, 무심한 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우짜우짜 식물원 도착 이름은 역시 모른다 T.T 말이 식물원인데, 그냥 공원이다. 역시 크다. 다 구경은 불가능 하고, 그냥 돌아 다녔다. 역시 사람이 많다. 어린이날 대공원에 사람들 북적거리는 수준이다. 말을 들어보면, 그래도 여기에 올만한 사람들은 동네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입장료가 대략 50원 정도인데, 이정도면, 정말 비싼거다. (저번에도 얘기했듯 10원이면, 한끼먹는다 충분히...) 만일 4인가족(여기는 기본 무리가 10인은 되는 듯...--;) 기준이면 입장료만 200원... 일반 노동자 월급이 700원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해 보라...

   
식물원 입구 식물원 연못(?)에서 노는 사람들

현대식 공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그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왜 왔을고...) 사람들은 정말 많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중국사람들은 확실히 도박(?)을 좋아하는 듯 싶다. 모두 할 것없이 자리를 깔고 카드를 치고 있다. 모두 포커다. 공원까지 와서 웬 포커냐는 생각이 들지만, 모두 치고 있다. 애들은 연못에서 놀고, 어른들은 술먹고 포커친다. 물은 별로 깨끗하지 못하나 그것은 크게 신경 쓸바아닌 듯 싶다.

우리일행도 어찌어찌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김밥을 먹었다. 소풍의 하이라이트 는 역시 김밥먹기가 아닐가 싶다. (하이라이트는 여기서 끝이었다) 밥먹고 애들이 드디어 놀이기구 타자고 난리를 뽀개기 시작했다. 조금 큰 아이들은 바이킹 T.T, 조금 어린아이들은 이름을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냥 기차같이 타는거... 결국 나는 기차같이 타는 그걸 애들이랑 탔다. T.T

   
놀이기구위에서1 놀이기구위에서2

푸닥거리(?) 한판을 하고, '이제는 숙소로...'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안내해주는 중국 아저씨가 뭐라고 얘길 한다. 통역인 즉, '바로 옆에 동물원이 있는데, 거기 갔다가 집에 가면 된다.'는 거였다.

애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결국 동물원 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한참을 가는데... 동물원은 커녕 길 밖에 없었다. 고속도로를 30분을 달려서 가니 무진장 큰 입구가 나왔다. 겉은 콘크리트 같은데, 만든다고 고생 좀 했을 법하다.

   
동물원입구1 동물원입구2

거기서 차를타고 2km 정도 갔나? 그러니까 입구가 나왔다. 땅이 크니까 언제나 이런 식이다. T.T 에어컨도 안나오는 차속에서 거의 완전히 쪄진 상태인데, 애들은 떠들다가 자다가... 솔직히 부럽다. 인제 진짜 입구다... T.T 제발 빨리보고 가자... 이건 내 속마음인데 알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진짜 동물원 입구 막막한 표정(?)의 내모습

역시 모두 콘크리트로 만든 듯 하다... 사진에 진짜 돌은 하나도 없다. 동물원은 식물원보다 돈이 더 들어서 그럴까? 사람은 별로 없다. 중국까지와서 자연농원 사파리를 하다니... T.T 버스나 자신의 차를 타고 코스를 지나서 나오면 된다. 일행의 본래 의도는 가지고 간 차를 타고 한바퀴 도는 거였는데, 애들이 많아서 결국 버스를 탔다.

중국호랑이는 한국호랑이랑 다르냐? 다르긴 뭐가 다르냐 똑같지 T.T 대한민국에서 중국까지와서 동물원 호랑이, 기린 보고 간사람은 별루 많지 않을 듯 싶다... T.T (아마 내가 최초이자 최후가 될지도...)

사파리 버스안에는 아저씨 젊은 남녀 할머니가 있었는데, 정말, 정말로 시끄러웠다... T.T 애들도 덩달아 호랑이가 어쩌고, 곰이 어쩌고, 기린이 어쩌고... T.T

그랬다...

결국 이것도 다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오늘일도 다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오는데... 중간에 갑자기 길이 없었다... T.T 그냥 공사중이었다. 여기가 이렇다. 표지판도 없고, 공사중 표시도 없고, 가다가 길이 없으면, '아! 이길은 아직 완성이 아니네?' 이럼 땡이다. 그리고 길이 막혀도 '세월아 가라...' 식이다. 그런데 이게 여유로와서 이런게 절대 아니라는 거다.

사람들이 모두 소극적이기를 바라는 정책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얘기와 느낌이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냥 가만히 있는거다. 경찰(公安)이 오기전에 누가 나서서 일에 손을 대는 것을 모두 금기시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만히 몇십분을 있다가, 경찰이 와서 꼬인 길을 풀어 어찌어찌 비포장 도로를 왔다갔다 해서, 몇분을 또 가니...

드뎌 포장도로가 나왔다. T.T

   
포장도로에서 만난 염소들 돌아오는길의 시장

그렇게 기나긴 하루가 끝났다. 저녁은 대강먹고... 쿠션도 좋지않은 봉고차 맨뒤에서 하루종일 푹푹 찌고... 아... 정말 자고 싶었다. 여기나 한국이나 부모들은 애들 땜에 고생이 심한듯 하다.

내일은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야 한다.

-- 장신고 2004-1-6 4:57 pm

3 # 2003년08월03일 : 다섯째날[ | ]

본디 지금은 하계휴가 기간이다. 내가 무슨죄를 지었길래... 남들 놀때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은 안든다. Sonimage도 바쁘고, 휴가때 여행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둘다 시간이 나지 않으니, 무엇보다도 내가 만든건데 그런 누가 오것나... 오늘은 나머지 두명의 사람이 더 오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오전에 회사가서 잠시 일을 보다가, 공항에 마중나갔다가, 와서 일 쫌 더보고 (또 본사에서 사람들 왔으니까, 북한식당 가는...) 일정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회사 봉고차를 타고 심양공항으로 (이건 에어컨 나온다 T.T) 갔다. 어제의 소풍 휴유증에서 아직 안풀려서 그런지 사람들이 막 존다. (나두 졸았다)

중국공장에 도착해서리... 일단 짐을 놓고 밥먹으로 갔다. 중국공장밥은 한국 공장밥보다 훨씬 맛있다. 일단, 주재원들은 한식을 먹기 때문에 별도로 음식 해주시는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따로 있다. 중국인들은 중국음식 먹고, 한국 인들은 한국음식 따로 먹는데, 먹는 사람 수가 적기 때문에 음식의 질이 확실히 높아 진다. 쌀도 훨씬 좋고, 반찬들도 가짓수가 많다. 쓰바 누룽지도 준다 T.T 오래 계신분 얘길 들어보면, 일단, 여기 채소랑 곡식은 믿을만 하다는 거다. 수출하는 농산물이 아님 농약도 안쓴다고 한다. (농약 아까와서) 그런데, 일요일은 회사식당이 문을 안연다. 결국 바깥에서 먹는 곳을 찾아야 한다.

속으로는 '앗싸!' 했다. 역시 출장의 특성상 일반 중국사람들이 가는 식당에 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드뎌 기회가 왔다!

   
식당입구(웬 채시라 이응경--;) 음식이 나온다^^

이 식당은 주로 이 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 조선족 아주머니가 경영하시는데, 간단한 한식과 중국요리를 파는 집이다. 일단 회사에서 일하시는 조선족 분들이 이것저것 요리를 몇개 시키고, 각자 식사를 시켰다. 오늘 도착한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먹었던 기내식에 속이 뒤집어 졌는지, 비빔밥을 시켰고, 나는 옆 테이블에 있는 젊은 남녀의 무리들이 먹었던 냉면 비슷한걸 시켰다. 주재원과 파견온 사람들이 먹지 말라고 말렸다. 주재원 차장님이 '어 어 향차이 빼구' 라고 얘기했는데 내가 '아 됐어요' 그랬다. 잠시 잡담이 오고갔다.

주재원차장 '너 향차이 못 먹어 임마'
나 '그게 뭔데요?'
주재원차장 '그거 무슨 향신료같은 풀인데 맛이 이상해'
나 '무슨 맛인데요?'
주재원차장 '몰라 나두 한번 먹어보고 안먹어 이제'
조선족 '그냥 향신료인데 맛은 먹어보면 알아요'
나 '사람 먹는건데 죽겠어?'

역시 일단 칭따오 맥주로 시작한다. 콩 삶은거랑, 쭈꾸미 무침이랑, 단고기랑 뭐 이런거 좀 나오고... 들은 얘기로 중국은 성(무슨성 요녕성 하듯) 으로 나뉘는데, 칭따오는 그중에서 몇개의 성에 들어가는 그래도 가장 유명한(?) 맥주 되겠다. 대부분의 성에는 그성을 판매망으로 하는 맥주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동네도 무슨 맥주가 있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이동네 칭따오 맥주는 도수가 15도다. 병도 열라 크다. 750~800ml는 충분히 넘을 듯 싶다. 근데, 맛은 똑같더라...

열나게 요리를 먹고, 드뎌 식사가 나왔다. 비빔밥... 진짜루 밥이 엄청나게 많았다. 대부분 밥의 1/3만 비벼먹는걸 보았다. 냉국수인지 냉면이지 나왔다. 음... 국물은 뭔지 모르겠는데 맛은 좋다. 간장은 확실히 들어간거 같고... 면도 좋다. 향차이는 무슨 풀잎처럼 생겼는데, 한번 맛을 보니, 왜 주재원이 그렇게 만류 했는지 알만하다. 극단적 표현을 빌자면, 한 일주일된 양말을 씹은 느낌일지도... 그래도 토할 정도는 아닌데, 너무 오바가 아닌가 싶다.

맛있게 먹고 딴소리하면 안된다. 그런데, 혹시 누구라도 중국에서 음식먹을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향차이'는 빼달라고 하는 것이 입맛건강에 좋을 듯 싶다. 적응하는데 몇년이 걸릴 향신료 이리라...--; 볶음요리에는 모르겠지만, 그냥 집어 넣은 것에는 확실히 묘한 향을 뿜는다...

   
이게 그사람들 말로는 무쟈게 간단한 점심--; 내가 먹은 냉면(떠다니는 잎파리 같은게 문제의 '향차이')

회사로 돌아가서 일을 대강 마치고, 이제 서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국에 있는 회사공장은 심양의 도시 중심부에서 벗어나(묵고 있는 호텔에서 공장까지는 차로 대략 한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된다) 위치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의 공장들도 마찬가지 이다. 들은 바로는 심양이 원래는 중공업(화학을 포함해)도시였기 때문에 예전에는 엄청나게 공기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주재원의 말을 빌자면, 처음 출장왔을 겨울에 호텔문을 나가는게 온 도시가 시커멓게 보였다고 한다. 이유인 즉, 불과 1~2년전만 해도 이 도시의 난방원은 '석탄'이었다고 한다.(그당시는 여름이라서... 그래도 역시 석탄은 주 난방원이라고 한다) 온 건물에서 뿜어내는 시커먼 연기는 도시전체의 하늘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얀색 파카라도 입고 나온 날에는 회사에 도착하면 어깨에 시커먼 가루가 수북히 쌓일 정도라고 했다. 그해 부터 정책적으로 도시를 중공업에서 전자산업으로 바꾸어서 현재는 그래도 공기가 좋아진 편이라고 했다. 어디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여기도 거주하는 도시와 일하는 공장간의 물리적 거리는 대략 30~40분이 소요된다. 문제는(?) 도시와 공장단지 사이의 공간인데... 그 공간은 현재 공사중이다. 물론 좋은 의미로 공사되는 경우는 전혀 없다. 예전의 건물(?)들을 모두 부서지고, 현대식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예전에 살던 사람들을 위한 건물은 절대 아니다. 모두 최대, 최고의 건물을 세우고, 돈 많은 사람들이 한명이라도 더 와주길 기대하면서 초호화 건물들을 짓고 있다. 공사장과 그 주변의 사람들은 넘을 수 없는 경제적 담을 서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도시풍경 이동네 자전거(리어카가 앞에 있다--;)

본사에서 온 두명을 위해 오늘도 서탑의 북한식당인 평양관을 찾았다. 복실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복실씨는 우리회사 전담맨이 되어버렸다) 몇가지 요리와 술을 시키고 기다렸다. 특이한점은 이곳 대부분의 식당은 요리를 주문하면 굉장히 늦게 나온다. 좋은말로 하면 정성이 들어간거고, 나쁜말로 하면 깝깝할 정도다...

언제나 그렇듯 주재원들이 또 장난을 친다. 서빙을 보는 북한여성들은 잘 받아 넘긴다. (여기서 오해가 있을듯 하여 장난을 설명하면 절대 성적인 농담이나, 행위는 아님을 밝혀둔다. 음식이 오늘따라 맛이 이상하다는둥, 술이 이거말고는 없냐는둥... 이런 정도다) 오늘도 변함없이 복실씨가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반갑습니다'랑 '이별의 부산정거장'...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라... 감회가 새롭다.

뭐...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야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바로 6.25를 이야기 하는 노래이다. 6.25당시 부산까지 몰려왔다가 연합군이 북진을 하면서 다시 부산을 떠단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북한사람이 아무런 반감없이 부를수 있다는 것 이것은 정말로 충격 그자체 였다. (뭐... 박정희 시대에 게이이자 공산주의자인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가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부르는 복실씨 이것이 산삼술!!

심양에는 북한의 외화벌이용 식당이 의외로 많다. 평양관을 비롯하여 더 비싼 몇몇 식당도 있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소위 말하는 북한의 '엘리트'들이다. 출신은 모두 '평양'이고... 여기에서 3년동안 근무하는데, 3년이 지나면, 죽을때까지 다시는 이곳을 올 수 없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불만을 읽을 수 없었다...

나의 미숙함이리라... 평양관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만 보아도 음악 무용에 모두 한가닥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끼'가 아닌 충분히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나 고전무용을 하는 자세를 보면 그것이 하루 이틀의 교육에서 나오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오늘은 무리(?)해서 식당에서 젤루 비싼 '산삼술'을 시켰다. 맛이 좋다. 마지막 식사는 대중이 아저씨가 먹었다는 '평양온반'을 시켰다. 이것역시 맛이 죽인다. 북한요리가 좀 섬세한부분(일본의 '가이세키'요리 처럼)은 없는것이 사실이지만, 맛은 못지 않다.

   
고전무용을 하는 종업원 대중이 아저씨가 먹었다던 그 '피앙온반'

술이 좀 거했는지 식당을 나와서 숙소로 가서 금새 잠이 들었다. -- 장신고 2004-1-11 5:20 am

4 # 감상[ | ]

재미있군요. 사이사이 비치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그것에 의한 삶의 파괴 등이 인상적입니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두요.
쓰파 해방공간에서 비교적 정의(?)로운 세력인 좌파들이 집권했다면 아마 우리는 북한이나 중국같은 길을 걸었겠지요. 그때 이승만 또라이들이 단정을 실시하고 집권했다는 것이 결국 우리와 저들과의 차이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아이러니를 볼때마다 당혹스럽습니다.


하늘은 어질지 않다라는 말이 다시한번 생각나는 순간이죠. -- 거북이 2004-1-11 1:27 pm


2003년07월30일31일 장신고바깥나드리 2003년08월04일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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