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토이치

 

  • 감독 : 키타노 타케시(北野武, 1947-)
  • 원제 : 座頭市(2003)

1 # 거북이[ | ]

일본인들에게 사무라이의 이미지라는 것은 상당히 강렬해보인다. 원래 무인의 나라였고 에도시대만 해도 전형적인 무사정권이었으니 뭐 그럴법도 하다. 그러니 원래 피바다를 좋아하는 키타노 타케시가 이제서야 사무라이 영화를 찍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인 셈이다.

충신장이니, 대망이니 뭐 이런 식으로 죽어라 리메이크되는 사무라이의 테마가 있는 모양인데 이 자토이치라는 것도 원작이 있고 이후 계속 만들어지는 작품인가보다. 그 외에도 아이딸린 무사 시리즈도 있고, 뭐 일본인들은 여러가지 사무라이 시리즈들을 열심히도 만들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리듬감이다. 두가지의 리듬감이 나오는데 하나는 말 그대로 음악의 리듬이며 하나는 편집의 리듬이다. 처음으로 음악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농부들의 밭갈이 장면이다. 교묘하게 편집을 해서 쇠스랑을 땅에 찍는 순간에 테크노 리듬이 들어가게 만든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뒤로 갈때까지 띄엄띄엄 나온다. 그것은 영화가 지루해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을 화려한 리듬감의 탭댄스로 장식하는 것으로 끝내기 때문에 이 영화는 확실히 리듬의 영화가 되었다.
두번째는 편집의 리듬감이다. 폭력영화를 볼 때 나에게 가장 의미있는 것은 배치된 폭력의 배열이고 그것이 주는 리듬감이다. 그것이 잘못 정리되어있을 경우 영화는 지루함을 선사하거나, 관객이 영화에 몰입되지 못하고 방관자가 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재미없을 만한 서술을 과감하게 줄이고 재미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훌륭한 오락영화로 만들었다. 특히 주인공 안마사가 이놈저놈 썰어가는 전투장면은 정말 화려한데 써는 부위나 기술도 다양하고 화면도 잘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은 여간해선 받기 힘들다.

이 영화는 고독감에 가득찬 주인공이 죽어라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전작 하나비가 연상된다. 하지만 하나비에 비해서 이 영화는 권선징악적이고 발랄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훨씬 밝다.
하지만 '자토이치'는 나에게 약간 실망을 주었는데 그것은 이 영화에서 키타노 타케시의 한계가 보였다는 느낌 때문이다. 아직 돌스는 못봤고 기쿠지로의여름은 수준에 문제가 있었기에 자토이치는 하나비 이후 키타노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끊임없이 스타일을 바꾸고, 연기자로서의 능력도 여전히 발휘하고 있지만 영화에 '철학'을 담고있지 못하다. 원색의 화려함과 선홍색의 피, 그것을 잘 버무려 볼거리로 만들어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남자의 고독'이라는 것도 얼마든지 테마가 될 수 있지만 재탕삼탕하는 것은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더우기 나는 얼마전에 칠인의사무라이같은 중량감 만땅인 영화를 보았던 터이다.

하지만 전통을 상품화하는 면에서 일본인들의 재능은 탁월하다. 최근에는 다모와 대장금에서 우리도 나름대로 전통의 상품화에 성공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일본인들의 정교함은 여전히 벤치마킹 대상인 것이다. 이 영화 자체도 그렇지만 나에게 이런 느낌이 들게 만든 것은 막판에 나온 탭댄스였다. 그들은 원색의 전통의상을 입고 게다짝을 신은채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중간중간에 마당놀이같은 것을 하면서 전통적인 여우탈같은 것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스타일을 이루고있는 느낌을 주었으며 이것은 전통과 단절된 기억이 없는 일본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보면 자기들 것은 열심히 살린 주제에 우리의 것을 말살하기 위해 갖은 지랄을 했고 또 실제로 전통을 단절시켰던 일본은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곱게 봐줄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 탭댄스와 비교할만한 경험이 나에겐 두가지 있다. 스페인에 갔을 때본 플라멩코와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난타가 그것이다. 플라멩코는 글쎄 내가 본 것이 얼마나 수준있는 작품인지 알 수가 없고 또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워낙 어수선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다지 정교한 공연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재미 하나는 확실했고, 그들의 오도방정 다리떨기는 정말 절정 노가다 훈련이 없이는 얻어질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바로 그점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반면 난타는 그 명성에 비해 조악하기 짝이없는 스토리와 지루한 전개, 다이나믹하지 못한 리듬 등으로 나에게 이만저만 실망을 준 것이 아니다. 자토이치 마지막에 보여졌던 전통과의 섬세한 조합도, 세비야에서 보았던 플라멩코의 즐거움도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난타는 마케팅의 승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여러 팀이 공연하는 것이니까 어떤 팀은 더 훌륭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느낌은 그러하다.
마당놀이, 재즈와 국악(+일본, 몽고, 중국악기)의 결합을 추구했던 사운드스케이프 기획의 여러 공연들, 사물놀이 등 전통과의 결합에 성공한 몇안되는 문화상품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생각 역시 든다. 허준, 상도에 이은 다모와 대장금의 열풍을 잘 끌고가주길 바랄 뿐이다. -- 거북이 2004-2-2 2:58 am

2 # 장신고[ | ]

영화관을 하도 오랜만에 가서 약간 적응을 못했지만, 결국 영화관에서 이 영화을 보았다. 원작이 있는 것을 영화로 다시만들었다는 얘기가 개봉전부터 있었지만, 문제는 원작을 보지 못했기때문에, 도저히 뭐가 다른건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작년 중국 출장때 테레비에서 자토이치의 예고편을 본 적이 있다.(물론 말을 도저히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 영화가 '자토이치'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 더 웃긴사실은 영화 예고편에 이어서 TV판 예고편(아마 그것도 방영을 하던가 상영을 하던가 하나부다)을 보여 줬다는 거다. 내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확실히 TV판이 훨씬 생동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아마도 배우가 계속 그 장님 칼잡이 역할을 해서 그럴까? 물론, 개인적인 그리고, 단순한 느낌만을 얘기한거다)

영화 스토리라는 것은 몇분이면, 설명이 가능한 그저그런 얘기다. 마을에 악당이 있고, 악당에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고, 본의아니게 악당이 된 사람이 있고, 주인공이 있고... 결론은 물론, 주인공이 악을 물리친다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이 뻔한 내용을 가지고 대략 두시간을 어떻게 끌고 나갔는가?'가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겠다.

결론은 나름대로의 성공이라 생각된다. 돌스기쿠지로의여름중에 후자에 더 가까운 느낌이지만, 피가 낭자하는 것은 그 이전의 영화(?) 아니, 오히려 일본 전통적인 '다 죽자'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라는 생각이다. 혹시, 나만 영화를 보다 꼭 그런 쓸데없는 부분을 잘 보는지 모르겠지만, 이영화 역시 특수효과(더 자세히 말하면, 컴퓨터 그래픽)처리가 너무 엉성하다. 좀 그리려면, 잘 그리던가, 칼 싸움 장면에서 보여지는 '티'나는 효과는 너무 많이 표가난다. 등으로 나온 피 묻은 칼날이, 잘려 나간 손가락이 왜 그리도 '티'가 나던지... 혹시 감독이 코믹적인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얘기도 웃기다. 뭐 다 지맘대로다. 자토이치도 맹인이 아니라는 얘긴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 자토이치가 눈을 뜨고 걷다가 넘어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눈뜨고 살면 그정도 밖에 안되니까. 눈을 감고 산다는...

몇몇 잔인한 장면에서도 나름대로 시니컬한 유머가 도사리고 있다. 아님 내가 너무 폭력에 관대해 진건 아닌지...? 배째라고 웃통 까는데 눈을 베는건 확실히 타케시 답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는 오락영화다. -- 장신고 2004-2-9 10:18 am

3 # 촌평[ |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