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고 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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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인트로[편집]

24. 음악 듣고 영화보기 - '고스포드 파크' 혹은 '복수는 나의 것'

통신 24호입니다.

요즘 일이 밀려서 좀 뜸하다가 오늘 간만에 컴 앞에 앉아 글을 써 봅니다. 모두들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11월이 등록이라 그전까지 교수님에게 성과물을 가져다 드리느라 그동안 통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글을 올려 봅니다. 좀 전에 축구에 다녀와서 다리는 뻐근하지만, 그래도 육체적 피로는 행복한 피로라 마음 속에 즐거운 기분이 가득하네요.

오늘은 제목처럼 '음악 먼저 듣고(알고) 영화 보기'입니다. 제가 음악 좋아하는 것이야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만, 이 습관을 못 버려서 전 항상 영화를 볼 때도 음악이 제대로 들어갔나, 즉 적절한 음악이 들어갔나, 어울리는 음악이 들어가야 할 곳에 들어갔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이 좋은 음악인가를 '연구'하며(?) 영화를 보아 독문학 희곡을 전공한 아내에게 항상 핀잔을 듣곤하지요...

어릴 적부터의 제 꿈 중의 하나는 - 직접 작곡도 연주도 못 하니 ... - 영화 음악 선곡('뮤직 슈퍼바이저'라고 하지요)을 맡아서 아티스트들을 골라 보거나 혹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좋은 곡들을 골라 영화에 넣고 라디오나 등등에서 크게 히트하는 야무진 꿈을 꾸어 보기도 하지요. 예를 들면 영화 [접속]에 나오는 새러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 같은 그런 경우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어차피 토요일 일요일은 쉬는 날로 정해 놓아서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통신을 이런 주제로 올려 봅니다. 보통 여러분들은 영화를 보실 때 음악을 그냥 한 부분으로 듣게 되고 보통은 처음 듣는 곡들이 되겠지만, 저는 대부분 영화 음악이 창작곡이 아닌 경우에는 이미 알고 있는 곡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뭐 이렇게 알고 있는 곡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경우에는 보통 음악으로 인한 효과가 '반감'되므로 좀 손해라고 할 수 있지만, '선수들'끼리는 보통 거기서 거기, 뭐 서로들 이미 다 아는 곡들이지요, 뭐).

하여튼 지난 시절의 영화 감상기를 바탕으로 영화 감독들 중 '음악을 아는 사람들'을 함 꼽아 봅니다.

그전에 ... 생각하신 것처럼 자기 영화에 음악 잘 넣기 싫은 감독이 세상 어디 있나요? 다 잘 넣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지요? 그런데 음악 잘 넣기는 아무나 하나요, 바로 다름 아닌 자기가 음악적 심미안이 원래 있는 사람만이 음악을 잘 넣는 감독이 될 수 있지요. 그 말은 다름 아닌 그 감독 집의 실제 레코드 컬렉션이 그 사람이 진짜 좋아하고 음악을 듣는 수준(? 음, 수준이라 ... 혹이나 그런 게 있다면 말입니다)이지요. 이건 그냥 '영화광'은 속여도 음악 듣는 사람들은 절대 못 속여요.

하여튼 순전히 주관적으로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음악을 알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 및 '그런 면에서의 대표작들'을 한번 골라 보면요, 아래와 같습니다 ... (당연히 무순입니다)

2 # 감독별[편집]

1. 마틴 스코르세지

이 양반 이거 음악을 정말 제대로 들을 줄 알지요. 대표작은 많기도 하지만 거두 절미하고 피터 게이브리얼이 음악을 맡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정도 고르지요.

이하에도 계속 해당되는 말이지만 음악적 감식안은 어쩌다 한번 나타났다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최소한 10년 정도는 그 절정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이하 감독들의 작품 대부분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 되겠지요.

2. 쿠로사와 아키라

이 사람 이거 음악을 정말 알고 쓰는 사람이지요. 미대를 나오기도 했지만 정말 대단한 심미안, 미적 감각, 격조를 소유한 자이언트, 천재라 할 만한 사람이지요. 이런 면에서의 대표작은 [란] 정도를 들어보지요. 정말 탁월하고 훌륭하지요.

3. 안드레아 타르코프스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지요. 대표작은 거두절미하고 [희생]입니다.

4. 빔 벤더스

위의 스코르세지와 함께 '록'을 아는 사람이지요. 유럽 80년 아방가르드 록의 최고조는 이 사람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일본 제목입니다....)]에 담겨 있어요. 정말 훌륭한, 죽이는 판이지요. 모던 유럽 영화 음악 10대 걸작 중 하나입니다. 라이 쿠더가 음악을 담당한 [파리, 텍사스]도 훌륭하지요. 그리고 라이 쿠더가 발굴한 뮤지션들을 촬영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도 조금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좋은 음악 영화이지요. 하지만 이분 요즘엔 - 90년대 초 중반 이후 - 음악적 감식안이 상당히 맛이 갔어요....

5. 피에로 파졸리니

요즘 저의 최고 스타 감독입니다. 타르코프스키 이후 제 감성에 이렇게 맞는 감독은 처음이지요. 음악적으로는 [오이디푸스 왕]과 [천일야화]를 추천합니다. 기괴, 기기묘묘하지요.

6. 로버트 알트만

[숏 컷], 일단 영화 죽이지요. 하지만 음악적 대표작은 오늘 제가 강력히 추천하는 [고스포드 파크]입니다(위의 첫번째 사진). 아주 훌륭하지요. 바로 지금 이 글도 이 음반을 듣다가 하도 좋아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덤으로 묻어서 쓰게 된 글입니다 ... 모두 1-2분 길어야 3분 정도도 채 안되는 앨범의 곡들은 모두 아주 우아하고 세련된 품격을 보여줍니다. 클래식 소품에서 재즈, 스윙까지 다양한 장르가 일정한 품질을 갖추고 스토리의 진행과 분위기에 맞추어 아주 유려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강추입니다.

작곡자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은 영국 문학 작품이 연극, 영화화된 작품에 많이 참여했더군요([헨리 5세], [헛소동], [센스 앤 센서빌리티], [위대한 희망](Great Expectations) 등등). 이 앨범에는 20세기 초반 영국의 연극음악 작곡가 이보어 노벨로(Ivor Novello, 1893-1951)의 곡들이 제레미 노먼과 애비게일 도일 등의 노래로 6 곡 담겨있는데 이도 역시 아주 훌륭하지요. 뮤지컬 디렉터로서의 도일의 역량을 보여주는 선택들이지요. 영화도 이 정도면 아가사 크리스티 류의 고품격 살인 미스테리물이라 할 수 있지요. 영국 지방 사투리가 두드러지는 것도 특이한 요소 중 하나이고요. 여하튼 ... 아래의 아마존 해당 사이트에서 맛보기로 몇곡을 들어보실 수 있지요:

http://www.amazon.com/exec/obidos/tg/detail/-/B00005UNCB/qid=1069577492/sr=8-7/ref=sr_8_7/104-0857869-0175141?v=glance&s=classical&n=507846

위에서 언급하신 패트릭 도일의 작곡중, '헛소동'이란 영화의 삽입곡입니다. 극중 나오는 시가 가사로 쓰여 여러번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igh no more ladies -- 오야붕 2004-5-17 1:32 pm

7. 숀 팬

이 사람 이거 보기보다 걸물이고 재능도 있고 감각도 아주 뛰어나요. 음악적 대표작은 데뷔작인 [인디언 러너]입니다. 60-70년대 록 음악을 컴파일레이션한 것인데 영화음악 컬렉션으로는 이 정도면 걸작 수준이지요(이 시기의 음악을 담은 또 다른 컴필 명작으로는 조니 댑이 주연한 최근의 [블로우](Blow)를 들 수 있지요).

8. 프랜시스 코폴라

두 말할 것 없이 [지옥의 묵시록]이지요. [도어스]도 음악 영화로는 좋은 영화이지요.

9.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거미의 계략], [1900](엔니오 모리코네) 아주 훌륭하고요, 류이치 사카모토/데이비드 번이 음악을 맡은 [마지막 황제]도 좋지요.

10.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사실 이 감독은 잘 모르는데요 ... [구름 저편에] 음악 아주 좋았습니다(이런 면에서는 역시 잘 모르지만 ... 앙겔로푸스의 [율리시즈의 시선] 음반도 아주 훌륭하지요).

11. 졸랑 조페.

제가 싫어하는 이 제국주의 감독은 오직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때문에 고른 것입니다. 공동 작업의 대표작은 [미션], [시티 오브 조이] 두 편입니다. 둘 다 20세기 후반 저강도(低强度) 제국주의의 교묘한 시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작이라 할 만 하지요. 물론 마이크 올드필드가 음악을 담당햇고 존 레넌의 'Imagine'이 턱도 없는 맥락에서 쓰인 같은 감독의 [킬링 필드]도 '이런 면에선' 대표작이지요.

12. 마지막으로 왕가위 정도를...

영화적으로도 그의 최고작들인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그리고 [아비정전] 정도를 꼽습니다.

3 # 영화음악가별[편집]

자, 마지막으로 거꾸로 영화 음악가 중에서 '제 취향'을 골라 본다면 저로서는 역시

1. 엔니오 모리코네

-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전체, [1900], [시네마 천국], [미션], [시티 오브 조이] ... 이 아저씨 이 계열에선 전설이자 컬트지요 ... 저도 열렬한 팬입니다. 미국의 전위 아티스트 존 존 (John Zorn)이 내놓은 모리코네 음악 연주집(?) [The Big Gun Down]도 죽이죠.

2. 류이치 사카모토

-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마지막 황제], [프랜시스 베이컨] 정도... 일본의 여성 피아노 주자 치토세 오카시로가 그의 곡들을 연주한 [Ryuichi Sakamoto: Piano Works]도 아주 좋습니다.

3. 반젤리스

- [블레이드 러너], [콜럼부스, 1492], [체리어트 오브 화이어(불의 전차)] ... 기억나시나요? 이 분은 우리 2002 한일 월드컵 주제가를 작곡했지요...

정도를 꼽아 보겠네요. 존 윌리엄즈와 모리스 자르, 최근의 한스 짐머 등등등 ... 특히 대니 엘프먼은 아주 훌륭한데 제 취향은 좀 아니라서.... 그래도 엘프만은 아주 훌륭한 영화 음악가로서 자기 세계를 무궁무진하게 넓혀 가고 있지요. 저는 그에게서 제 2의 모리코네마저도 봅니다.

주관적으로 냉정하게 말씀드려서 일천한 제 지식으로 한국 영화감독 중에 음악에서 일가견(一家見 - 한자를 잘 들여다보세요)을 이룬 사람은 아직 제게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희망을 품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덜 익었거나, 혹은 감독 수업 중이지요... 하지만 역시 곧 나오게 되겠죠. 아니면 행복하게도 벌써 있는데 저만 모르는지도 모르고요...

봉준호 감독이 음악을 모르지만 않지만, 아는 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그리고 일전에 개봉되었던 또 다른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도 영화음악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훌륭하더군요. 이병우님이지요. 반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위 두번째 사진)은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가 음악을 맡았는데 아주 괜찮더군요.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 아주, 아주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음악의 참다운 '대가'가 나온다면 그 첫 주자는 아마도 원일([꽃잎], [아름다운 시절], [이재수의 난], [링] 그리고 [원더풀 데이즈])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하튼 ... 위의 작곡가들, 아티스트들을 혹 아직 모르신다면 한번 이름을 잘 기억해 두시길. 이분들은 아직 그 스케일이나, 완성도 등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 다 익어 막 그 봉오리 터지려는 막바지 겨울, 아마 못해도 한 2월 정도에 도달하신 듯 합니다. 그 찬란한 빛을 볼 일만 남아 있지요.

원일님은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의 1, 2집에 참여하기도 했고 현재 한국종합예술학교 전통 예술원 음악과 교수이기도 하지요. '우리 음악'을 사랑하자는 그런 뜻에서 그분에 대한 아주 간단한 소개의 기사 하나, 그리고 원일님의 인터뷰 두 개를 퍼 놓았습니다(중간이지만 잠깐 볼까요):

그렇죠? 한국인이 하는 음악은 모두 한국 음악입니다 ...

그런데 ... 원일의 음악이 궁금하다고요? 글로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고요? 그러시다면 ... 아래 반디북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뜨는 화면의 왼쪽에 있는 Search에서 '가수명'(?) 원일을 치시면 '아수라' 판이 검색되지요([원더풀 데이즈]나 이런 건 안 떠요. 이게 우리나라 인터넷 서점 데이터 베이스 수준입니다...]).

이 앨범을 클릭하면 해당 부분에서 '아수라'의 곡들을 아주 짧게지만 몇 개 들어 보실 수 있어요. 안타깝게도 앨범은 반디북에서는 품절이지만 다른 곳에는 있고요 동네 레코드방에도 주문하면 바로 가져다 줄 겁니다. 오늘 통신에 오른 모든 영화음악 OST도 다 그렇겠지만요...

http://www.bandibook.com/music.php

여하튼 ... 거두 절미하고요 ... 말씀드린 것처럼, 이상의 목록은 보통은 영화를 보시면서 당연히 그 안의 음악을 같이 듣게 되시고 그 후에 음악이 좋았다고 생각이 되시면 음반을 구입해서 들어 보셨겠지만, 이번에는 - 이 글의 제목처럼 - '음반을 먼저 구해서 들어보시고 나서 나중에 그 영화를 비디오 방 등에서 빌려 보시라'는 추천의 글입니다(물론 대부분 다 보신 것이겠지만 혹 아직 안 보신 영화가 있다면 말입니다). 음악을 알고 영화를 보면 그것도 또 다른 희한한 매력이 있지요. 혹 시간이 되시면 말입니다.

아참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매력 없어 하는 영화는 '음악으로 모든 걸 다 설명하는 영화'입니다. 장면이 시작되기도 전에 슬픈 음악이 나오니 보나마나 슬픈 대사가 이어질 테고 나쁜 놈이 나오면 가증스런 음악이, 주인공이 나오면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테마가, 뭐 이런 식 말입니다. 매력 빵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보고 싶은 꿈의 영화는 음악이 없는 영화, 음악 없이 영상 혹은 대화만으로 모든 걸 드러내고 모든 걸 보여주는 영화, 그러면서도 음악이 없었다는 사실을 영화보고 나서 누군가가 말해 줘야 '어~ 그랬었나?' 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다가 옵니다. 이 지구의 어느 곳에 계시던 건강 조심하시고 여러분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봅니다. 그럼 건강히, 안녕히.

2003년 11월 22일(엇, 적다 보니 내일이 우리 부모님 결혼 기념일이네! 그것도 40주년(!)이네 ... 그렇다면 ... 한국에 국제 전화 한 번 해야 하겠네요... 그리고 그렇다면 에또 ... 통신 독자 민영이의 생일도 축하합니다^^ 받으면 답장 한번 보내 주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허경 드립니다.

4 # 촌평[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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