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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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 쿠로사와아키라
  • 원제 : どん底(1957)
  • 원작 : 고리끼(Maksim Gorky, 1868-1936)의 희곡 ‘밑바닥에서’(Na dne/The Lower Depth, 1903)

# 거북이[ | ]

  쿠로사와의 이 영화가 개봉된 해에 국내에 번역된 고서 판본

IMDB를 살펴보니 ‘혹시 당신이 아키라 영화를 처음 접한다면, 이 영화로 그를 시작하진 마시길’이라고 써있는 영화다. 정말 그러하다. 액션 활극으로 널리 알려진 아키라지만 그는 드라마와 연극적 형식에 관심이 많았으며 이 영화는 연극적인 것도 아니고 그냥 연극을 담았다고 보는 것이 나을 정도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와 같은 해에 만들어진 거미집의성 역시 세익스피어의 맥베드를 연극적으로 표현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거미집의 성에서 이룬 것과 같은 미적 성취나 드라마틱함이 없다. 두시간이 넘는 영화에서 나오는 세트는 고작 두 세군데에 불과하고 영화 전반에 걸쳐서 주정뱅이 망나니들의 말싸움 정도가 나올 뿐이다. 나야 원작을 읽어본 적도 없으니 원작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누구에게도 꿈은 있으며 그것을 존중해주자, 어떤 상황에 처해도 웃을 수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뭐 나쁘지 않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고리끼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작가이고 그의 온갖 밑바닥 체험과 밑바닥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이 이 원작에 담겨있다고 하며, 그런 면들은 쿠로사와 식으로 잘 소화하였다.

쿠로사와는 외국 작품을 자주 번안하여 영화화 하였는데 하나의 흐름은 세익스피어이고 또 하나의 흐름은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데루스우잘라는 러시아 원작을 러시아 자본으로 러시아에 가서 찍기까지 한 작품이니 아키라의 관심은 확실히 본격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그의 번안은 모두 ‘일본적’이다. 대부분 배경을 에도시대로 바꾸고 많은 설정을 일본화하며 종종 일본 문화적인 코드를 삽입한다. 쿠로사와의 성취를 폄하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집요한 시도를 꽤나 높게 봐주고 싶다.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적이고, 나름대로 극적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 작품을 번안한 것들을 보면 얼마나 어색한지 가끔 짜증이 솟구치는 경우도 많지만 쿠로사와의 작품들은 원작을 원어로 읽은 사람들이 봐도 재미있을만한 변주들이 담겨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칭찬받을만 하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즐겨운 부분은 부랑자들이 모여서 함께 부르는 아카펠라 리드믹 댄싱(?)이다. 입으로 드럼, 베이스, 풀피리(?) 등을 연주하여 서로 흥을 돋구는데 꽤나 잘한다. 이것은 쿠로사와식 삶의 위트가 영화에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에 과대평가받고있는 작가인 키타노 타케시의 자토이치를 봤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목수와 농부들의 테크노 댄싱은 이미 50년 전에 쿠로사와가 보여준 것이었던게다. 하여간 쿠로사와는 삶에 대해 참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찾아보니 이 희곡 ‘밑바닥에서’는 고리끼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도 여러 차례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는 작품 같다. 또 다른 이름으로 ‘밤 주막’이라고 알려져있다. 저 위에 보니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에서는 장 르느와르가 1936년에 영화화한 '밑바닥에서'도 함께 발매되었군. 같이 봐도 재미있을거 같다. -- 거북이 2005-10-3 3:48 pm

ISBN:89754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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