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vidAllen20021008

1.1.1.3 (토론)님의 2015년 1월 2일 (금) 15:0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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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University of Errors

2002.11.27 The Garage, London

에러종합대학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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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인 The Garage

7시 반 공연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허겁지겁 움직였다. 이미 장소는 확인했으니 말이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공연장이 보인다. 사실 나에겐 안보였는데 나와서 처음 만난 힙합 좋아할것같은 흑인에게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쓰윽 가르쳐준다. 코앞에 있다.
가서 살펴보니 트랜스 암TransAm도 공연을 하는구나. 이것도 봐야겠다. 런던이라고 해서 클럽이 많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보면 꽤 좋은 밴드의 공연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긴 한 것같다. 역시 음악을 들으려면 맨체스터에 가서 고삐리 로컬밴드의 공연을 즐길 수 있어야 하나부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선에서도 열심히 다니면 괜찮을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선보다는 영국쪽 애들이 실력있다. 어쨌거나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친구들의 공연은 어디서도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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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1.1 # 리처드 싱클레어

리처드 싱클레어RichardSinclair가 오프닝이다. 이 양반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캐러밴Caravan의 오리지널 멤버이고 중간에 햇필드 앤 더 노쓰HatfieldAndTheNorth에서 활동하다가 캐멀Camel에서 연주했던 실력파 베이스 주자이자 보컬이다. 즉 캔터베리 씬의 대부중 하나라는 얘기다. 그러니 역시 캔터베리와 관계가 깊은 데이빗 앨런DaevidAllen과 도 친분이 있었을 것이며 그의 오프닝을 맡아준 것이리라. Caravan of Dreams라는 솔로앨범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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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싱클레어.

혼자 덜렁 나오더니 기타로 리듬을 맞추면서 노래를 하는데 아주 잘한다. 30년이나 지났는데도 목소리가 그대로다. 끽해야 50명 정도가 모여있는데 박수에 환호에 분위기는 아주 좋다.
오 Rotter's Club이 나온다. 햇필드 앤 더 노쓰의 2번째 앨범인 Rotter's Club(75)에 실린 노래다. 난 살아서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끝나고 어쿠스틱 기타에서 베이스로 바꾸더니 뭔가 익숙한 곡을 연주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니 좋구나. 반 대머리 할아버지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스캣하고 노래하고 몸까지 건들건들 대는데 상당히 훌륭하다. 이런게 저력인가보다. 지금 나오는 이 곡은 공Gong을 연상시키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아주 느슨한 공연이라 삑사리가 나도 박수로 커버해주고 다들 널부러져서 보고있다. 불도 안꺼서 나 역시 이렇게 편안한 기분으로 일기를 쓰고있지 않은가. 이번 곡은 와이엇RobertWyatt스타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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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춰주는 여자애.

흠 다시 햇필드 곡을 부른다. 역시 당시가 전성기로구나. 햇필드 앤 더 노쓰의 데뷔 앨범인 Hatfield and the North(74)의 Bossa Nochange다. 캐러밴의 Golf Girl도 불렀다. 명반 In the Land of Grey and Pink(71)에 수록된 곡이다. 여튼 좋은 공연이다 저 구석에서 플룻으로 박자를 맞춰보려는 사람도 있고 전혀 이 분위기와는 안맞지만 어린 여자애가 춤도 춰주고 있다. 흠 이번에는 캐멀 시절의 곡도 하나 했다. 공연을 마치더니 사람들에게 즐거웠냐고 물어보고 앵콜을 받아주고 싶지만 다음 공연때문에 어렵겠다고 하면서 휘적휘적 들어갔다. 오프닝이었지만 그래도 40분 가까이 연주를 해서 꽤 볼만한 공연이었다.

좋은 음악을 듣고 업되어버린 나는 구석으로 가서 티셔츠 두개와 데이빗 앨런의 부틀랙 CD를 하나 샀다. 돈도 없는데 무리해버렸다. 그래도 싸인을 받으려면 CD라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화장실로 가서 낼름 티셔츠도 갈아입었다.

1.2 # 데이빗 앨런

이제 본 공연인 데이빗 앨런DaevidAllen과 그의 밴드 에러종합대학의 공연이다. 자 이 양반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보자. 그는 소프트 머쉰SoftMachine이라는 당대의 '정말로 훌륭했던' 실험적 재즈락 밴드의 창립멤버였는데 이양반 프랑스에 가서 약물을 하는 바람에 그만 영국으로의 입국이 거부당했다. 덕분에 프랑스에 정착해서 또 하나 죽여주는 싸이키 밴드인 공Gong을 결성한다. 데이빗은 알짜배기 히피였고 음악적 상상력도 아주 풍부했기 때문에 자신만의 음악 세계와 가상현실을 구축해나간다. 그리고 부인인 길리 스미스GilliSmyth 역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인지라 둘이서 공을 만들었다가 마더 공을 만들었다가 뉴욕에 가서 뉴욕 공도 만들었다가 지금까지도 계속 난리를 치고 있다. 공은 밴드라기 보다는 음악 꼬뮨에 가까왔다. 그 와중에 데이빗 앨런은 솔로 활동도 하고 자신의 백밴드들도 결성해가면서 열심히 활동을 했는데 그 최근 결과물이 바로 이 에러종합대학인 것이다. 리처드를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물이 바로 이 데이빗 앨런이라는 히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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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경레하는 교수님.

데이빗이 나오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기립하여 앞으로 간다. 늘어져서 보던 나도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나머지 멤버들이 행진을 하면서 무대 위에 설동안 데이빗은 안나오더니 그들이 자리잡은 뒤에 데굴데굴 구르며 나온다. 모자랐는지 나와서도 한참 이리 쿵 저리 쿵 하더니 곡을 연주한다.
소프트 머쉰 데뷔작(67)에 실린 명곡 Hope for Happiness다. 크흑, 내가 여기서 소프트 머쉰의 곡을 듣게 될 줄이야. 이 유명(?)하고 힘찬 곡이 나오자 분위기는 단번에 업되었다. 그리고 한참 자기들 곡을 연주하는데 이 밴드 실력이 상당하다. 곡들도 괜찮고. 시디를 산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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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을 휘날리더니 결국 웃통을 벗어젓힌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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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치는 여자애

그나저나 아까 춤추던 아가씨는 아마도 이 밴드의 크루같다. 계속 몸을 흔들면서 추더니 급기야는 무대 위까지도 올라간다. 이런 밴드를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이 녀석도 어지간하다.
조금 지겨워진다 싶으면 또 옛날 곡을 땡겨준다. 이번에는 공 시절의 곡인 The Pot-Head Pixies를 부른다. Flying Teapot:Radio Gnome Invisible Pt.1(73)에 실린 곡으로 I am - you are - we are CRAZY!라는 후렴구가 너무도 인상적인 즐거운 곡이다. 그래 지금 이순간 나도 앨런도 우리 모두 미쳤다. 이것으로 1부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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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Pollock, Daevid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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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Mills, Michael Clare

15분 정도 쉬는시간이다. 나는 그 사이에 생각나는대로 마구 적었다. 그런데 옆에있던 친구가 노트를 슬며시 뻤더니 도메인을 적어준다.

www.ozrics.com
오 당신 오즈릭 텐타클즈OzricTentacles 좋아하남?
나는 그 밴드의 플룻 주자(Jon)니까, 그렇다고 생각해. :)
켁, 진짜루? 나는 니네 앨범을 대여섯장은 들고있어.
난 니들 공연이 진짜 미치게 보고싶다고. 언제쯤 공연하니?
흠...11월에 유럽을 돌거 같아.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등...
런던에서는 공연이 없지만 난 이 공연을 보러 온거야.
하긴 데이빗은 니네 음악의 할아버지 뻘 되지.
난 한국인이야. 조선땅에는 올 생각 없니? T_T
모르지 뭐.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니니까.
내 아들중 하나인 알렉스의 친구가 한국애더라고. 둘이 친해.

사실 이거 말고도 존은 여러가지 말을 했으나 내가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_-a 뭐랄까 각종 슬랭을 섞어썼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그것도 못알아들었으니 할말없다. 나는 마냥 웃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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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과 오즈릭의 존

이거(샤이버Shiver의 Walpurgis) 스위스의 싸이키델릭 앨범인데 얼마전에 한국에서 나왔어. 음악도 괜찮고 재킷이 이쁘게 나왔으니 기분 좋을거야.
선물이니 가져. 나중에 이 레코드사에서 오즈릭의 앨범을 발매해도 괜찮을거야.
오 고마워. 나도 선물을 주지.

그는 플룻을 꺼내 조립하더니 내 옆에서 분다. 심슨The Simpsons의 테마곡이다. 하하. 위트있는 친구다. 나는 무척 즐거웠다. 사실 내가 한 말을 그가 제대로 알아들었을지는 의문이다. 메일을 한번 보내봤지만 투어중인지 답장이 없다. 나중에 오즈릭의 앨범들을 FVI가 찍어내면 꽤 이쁠것 같다.

여튼 데이빗이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교수 복장이다. 에러 종합대학의 교수니 당연하다. 공연 도중에 '나는 아무것도 몰라~ 나 좀 가르쳐줘'따위의 멘트를 날리길래 나는 소리쳤다. '당신이 교수자너!' 앨런은 나를 보고 웃었다(라고 나 혼자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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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복을 입은 교수님

오 이번에는 매칭 몰MatchingMole의 O Caroline이다. 이건 자기 곡도 아닌데 막 부른다. 뭐 와이엇도 데이빗의 오랜 친구이고 하니 이렇게 허물없이 편하게 부르는 것이 보기가 좋다. 와이엇의 목소리로 이 곡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올라나. 그리고 또 한참 자기들 곡들을 연주하더니 공연을 끝낸다. 오늘 처음 들어보는 곡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큼 파워풀한 곡들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는 존에게 다시보자는 뉘앙스가 담긴 Bye for now라는 말을 써먹었다. 나중에 공연장에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데이빗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 할아버지 나오긴 했는데 영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다. 나와 몇마디 하다가도 여자가 말걸면 고개를 잽싸게 돌린다.

어디서 왔냐?
한국에서 왔는데염.
나는 일본인 친구가 있지. 좋은 넘이야. 한국인 친구도 하나 있으면 재미있을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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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과 교수님

그는 내 씨디에 싸인을 해주고 나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영어가 안되니 이런게 참 아쉽다. 요즘에 마누라랑은 잘 지내슈? 내지는 혹시 로버트 와이엇이나 마이크 래틀릿지MikeRatledge하고는 가끔 안만납니까? 등등을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여튼 그의 공연은 아주 훌륭했는데 여전히 단순 공연이 아니라 한바탕 어우러진 놀자판이었고 쇼였다. 작은 클럽에서 그렇게 힘을 보여줄지는 정말 몰랐다. 그는 지금 예순에 육박하는 노인인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크림슨KingCrimson스타일의 긁어대는 곡들도 있고 펄쩍펄쩍 뛰면서 공연을 한다. 물론 계속 기타도 치고 전체적인 음악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결코 놓지 않으면서 말이다. 특유의 장난기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 훌륭하다.

오는 길에 전철역에서 아까 본 일본인을 만났다. 나는 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었다. 그의 이름은 슘페이란다. 공연 재미있었냐는 둥 이것저것을 물어보다가 나는 그가 꽤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뉴욕 아방가르드와 익스트림 계열의 아주 날카로운 음악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애시드 포크 류와 싸이키델릭 사운드 또한 즐겼다. 즉 뿅가리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라 이거다. 그때 나에겐 교환하고 남은 CD들이 있어서 그에게 주려고 했다. 일단 가져가고 나중에 메일을 보낼테니 나에게 CD몇장 보내다오 이렇게 말이다. 나는 영국에서 왠지 낭만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낭만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도 했었고. 그러니 코톨드 갤러리를 알려준 꼬마에게도 CD를 주었지. 여튼 CD를 주려고 하니 자기 집이 근처니까 와서 교환해가라고 한다. 오늘 하룻밤 정도는 재워줄 수 있다네. 그리고 자기는 한국인 룸메이트와 지내고 있단다.
궁금해져서 따라갔다. 가서 기다리고 있을 우람에게 전화를 하고 우리는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한국인 룸메이트가 통역을 도와주어 얘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다. 그 둘은 모두 조기유학을 와서 이제 대학을 다니는 중이다. 이 한국인은 아직 군대 미필이라 군대때문에 조만간 한국에 들어가야 한단다. 비극이다.
그나저나 나는 슘페이가 나와 동갑이거나 이상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스무살이다. 흠 두가지 면에서 나는 놀라고 말았다. 한가지는 슘페이가 너무 겉늙어서(-_-a)였고 다른 한가지는 그가 가진 음악적 지식이다. 스무살에 그정도까지 들으려면 도대체 언제부터 음악을 들어왔다는 것일까. 내가 지금 수준까지 오는데 한 십년 걸렸다. 내가 결코 느긋하게 들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말 들어보니 슘페이는 음악 제대로 들은지 한 4-5년 정도밖에는 안되었다고 한다. 역시 환경이 중요한가보다.
여튼 나는 슘페이와 CD를 교환해보려 했는데 다 들어보더니 자기와는 안맞는다고 하네. 그럼 나중에 목록을 만들어서 교환해보자고 말했다. 이거 까다로운 것을 보니 앞으로도 슘페이와 교환할 일은 없어보인다.
여튼 슘페이는 런던에서 CD와 LP 구하는 것이 취미인듯 한데 모아 둔 것을 보면 가관이다. 그의 스타일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레이블을 들면 될 것이다. 그는 주기율표Table of Elements 레이블과 하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 레이블에서 나오는 음악들을 좋아하더라. 그리고 스카이Sky레이블과 몇몇 일본의 싸이키 전문 레이블들도. -_- 그가 가지고 있는 CD들은 대부분 2-3백장 한정반들이다. 자기에겐 무척 소중한 것이라고 주장하더라. 허허.
여튼 꽤 오래 얘기하다가 턴테이블에 판떼기 하나를 걸어놓고 잠들었다.


DaevidAllen, RichardSinclair < 음악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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