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 Everything, Everything[ | ]

  2000, UK, RV2D-002(JBO1012542), V2

혹시 트랜스trance라는 말의 뜻을 아시는지. 이건 인사불성내지는 혼수상태를 의미하는 것인데 말하자면 술취해서 맛이 갔을때나, 나이트가서 춤출때 별로 흔들지 않아도 몸이 움직이는 상태,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마약해서 오락가락하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60년대에는 핑크 플로이드PinkFloyd나 그레잇풀 데드GratefulDead 혹은 지미 헨드릭스JimiHendrix같은 양반들이 싸이키델릭적인 음악으로 청자들을 트랜스시키곤 했다. 당시 LSD와 같은 마약을 하는 것은 공연장에서 담배피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것이었다.
90년대에는 테크노가 붐을 이루면서 오비탈Orbital이나 언더월드Underworld와 같은 밴드들이 싸이키델릭 선배들의 뒤를이어 열심히 트랜스시켜주고 있다. 이들이 싸이키델릭 연주자들과 비슷한 점은 반복을 극대화시켜 트랜스시킨다는 것이다. 반복은 음악의 기본이다. 국내에서 트랜스라는 의미를 가장 잘 알고있는 DJ는 달파란이 아닐런지. 운이 좋다면 그의 솔로 데뷔작이자 초희귀반인 '휘파람 별'을 구할 수도 있다. 운이 없으면 그가 음악감독한 강산에의 '하루아침'으로 만족하시길.

언더월드의 음악은 트랜스 그 자체이다.
이들의 음악은 동일한 패턴의 비트를 조금씩 변주해가며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테크노의 기본적인 방법론이고 미니멀 음악의 방법론과도 매우 유사하다. DJ 대런 에머슨Darren Emerson이 그렇게 루프를 거는 사이에 보컬 칼 하이드Karl Hyde는 지속적으로 우리를 선동한다. 테크노 밴드들중에서 언더월드같이 보컬을 루프처럼 사용하는 밴드는 별로 없다. 그리고 엔지니어이자 음악감독인 기타리스트 릭 스미스Rick Smith는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이들의 음악이 방향성을 가지고 질주하게 만든다.
스튜디오 음반만해도 트랜스당하기 부족함이 없는데 이 앨범은 실황이다. 사실 테크노는 앨범이나 실황이나 별 차이가 없어야 하지만 보통 실황쪽이 훨씬 자유분방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실황에서는 DJ들의 재량이 마구 뿜어져나오는데 이것은 재즈에서 연주자들이 즉흥을 하는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DJ는 실황으로 말하는 것이며 폴 오큰폴드PaulOakenfold나 제프 밀즈JeffMills와 같은 DJ들의 실황은 공인된 명반들이다. 언더월드의 질주는 이 앨범에서 일단 정점에 올랐다.
이들이 대니 보일Danny Boyle의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에 LP미수록 싱글 Born Slippy를 실었는데 영화가 세계적으로 뜨면서 음악도 덩달아 떠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Born Slippy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곡 하나가 이들의 성격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긴 하지만 이들의 진짜 트랜스는 Shudder/King of Snake나 Pearl's Girl같은 트랙에 숨어있다 하겠다.
이들은 테크노로 음악을 바꾼 시점에서 현재까지 앨범 네장과 다수의 EP를 내놓고있다. 국내에는 Second Toughest in the Infants, Beaucoup Fish, Everything, Everything이렇게 발매되었는데 어느 하나 버릴수 없지만 Second Toughest가 이들의 가장 실험적인 음반이고 Everything, Everything이 가장 즐길만한 앨범이라는 생각이다.
현대 일렉트로닉스 계열의 한 극단을 보여주고있는 이 앨범은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청자를 트랜스시킬만한데 아마 스테레오 뮤직 독자들의 좋은 오디오 시스템에서 높은 볼륨으로 듣는다면 아무리 무게잡는 것을 좋아하는 당신일지라도 몸을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DVD로도 출시되었다.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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