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sDavis/자서전

ISBN:8986190788

  • 원제 : Miles:the Autobiography(1990)
  • 저자 : 마일즈 데이비스(1926-1991), 퀸시 트루프

1 # 거북이[ | ]

마일즈라는 책이 나온 것은 꽤 오래전에 알았다. 그랬지만 뭐 세권이나 되는지라 읽을 엄두가 안났다. 요즘엔 책을 잘 안사기도 하거니와 영 진도가 싹싹 안나가니 말이다. 그러다가 '어제의 책'이라는 헌책방에 갈 일이 있었고 거기 1,3권이 있어서 싼맛에 낼름 집어왔다. 2권은 인터넷으로 주문해 샀다.

읽다보니 이 책은 마일즈 데이비스가 자기 '꼴리는대로' 쓴 자서전이다. 왜 꼴리는대로라는 말을 썼냐면 온갖 비속어가 난무하고 자기 잘난맛에 써댄데다가 자신의 치부, 누군가에 대한 자기의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 자신의 음악-여자-마약 편력들을 시간순서대로 적은 책에 불과하다.

하지만 불과하다는 말을 쓸 수는 없다. 마일즈는 재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쿨의 탄생'은 맘에 안들지만 이후 그가 남긴 역작들은 나에게 충분한 충격을 주어왔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겪은 재즈사의 뒷면들을 담고있다. 그러면 역시 열심히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하게 진솔해서 이 책은 충분히 진실되다. 어쩌면 그것이 개판으로 살아온 마일즈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계략인지도 모르겠지만서두.

그의 여성편력을 보면 이건 참 말도 안나오는데 그의 말을 곧대로 믿는다면 그는 절정미녀 백여명 이상이랑 사귀었다. 안절정미녀는 안적어둬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는 그 여인들의 상당수를 자기 음반 재킷에 남겼는데 글쎄 내 시각과는 미인의 기준이 좀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자기는 스타일 좋고 인기좋은 남자라고 책 전체에 걸쳐 뻐기고 있다.

마일즈의 여인들을 보자.

   
지고의 여인처럼 말하곤 하는 프란시스 마일즈의 재기를 도운 시슬리 타이슨
E.S.P. Sorcerer
   
베티 마브리 본인
Filles de Kilimanjaro In a Silent Way

마일즈의 음악역정은

  1. 이스트 세인트루이스 풋내기 시대
  2. 찰리 파커와의 비밥시대
  3. 쿨 시대
  4. 마일즈 퀸텟
  5. 길 에반스와의 협연
  6. 퓨젼 시대
  7. 일렉트로-훵크 시대(?)
  8. 힙합 시대(?)

뭐 대강 이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거참 한 인간이 이정도로 변하기도 참 어렵지 않나 싶다. 이러니 그는 거인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예술 영역을 다 뒤져봐도 이렇게 왕성했던 인간은 피카소 외에는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 긴시간동안 재즈의 최첨단에 서있었던 마일즈는 만년에는 그림까지 그려서 화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정말 재주많은 사람들은 뭘 해도 되나보다.

마일즈는 흑인으로서의 자각이 대단했던 것 같다. 그는 백인들 앞에서 웃곤하는 흑인들을 싫어했고 항상 백인들 앞에서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다녔다. 그가 모 클럽에서 경찰의 체포에 불응하다가 맞아 피범벅이 된 것은 그를 저항의 상징처럼 만들었다. 실제로 마일즈의 사진들을 보면 유난히 그의 얼굴에는 "I'm black, I'm proud!"라고 써있는 것 같다. 그는 재즈야말로 미국 문화가 세계에 공헌한 거의 유일한 분야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그는 그다지 건실한 편은 아니다. 여자도 패고, 마약에 찌들려 주변을 힘들게도 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험한 말을 잘 했던것 같다. 여기 적혀있는 말투도 그렇고 마음에 안들면 위아래 안가리고 욕을 했나부다. 그래도 그렇게 사람을 모으고 협조를 받아 그정도의 것을 쌓았으니 작가는 책으로 말하듯 음악가는 음반으로 말하는 것이겠지. 뭐 마일즈가 나에게 욕한적은 없으니 난 괜찮다.

마일즈가 대단한 것은 모든 것을 자기 혼자 하려한 것이 아니라 자기는 그릇이 되고 계속 사람들을 자기 그릇에 담아왔기 때문이다. 찰리 파커, 맥스 로치, 존 콜트레인,소니 롤린스, 허비 행콕, 길 에반스, 존 맥러플린, 칙 코리아, 키스 자렛, 마커스 밀러, 지미 헨드릭스, 프린스, 이지 모 비까지 뛰어난 인간들에게 의지하며, 혹은 그들을 담으며 음악생활을 해왔다.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닐 영? 에노? 정말 극소수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어찌보면 대단한데, 퀸시 트루프라는 양반이 마일즈의 구술을 토대로 여러 사람의 인터뷰와 사실 확인을 통해 정리한 다음 마일즈의 확인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세권이나 되는 책을 쓰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 일들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어 좀 의심스러운 구석도 있다. 난 그렇게 오랜 기간을 기억하지 못하니까...-_-

어쨌든 이 책은 그남자의재즈일기다음에 볼만한 재즈 관련 서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난 다시한번 이 책을 따라서 마일즈를 들어보고 발췌독을 해볼 생각이다. :) -- 거북이 2003-11-10 1:49 a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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