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공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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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ISO 서울공연기 - Sonimage[ | ]

  • 4월 3일 iso 공연
 3회에 걸친 ISO 관련 공연을 보고 나니, 개별 공연들이 주었던 느낌들과는 또다른 생각들이 떠오르고. 어쨌든, 4월 3일,
 그 날을 이제와서 돌이켜보고. 아스트로노이즈와 사토 유키가 오프닝으로 등장. 아스트로노이즈의 노이즈에 대한 오해.
 사토 유키의 노이즈에 대한 조롱. 이에 대한 iso의 대답은 침묵에 가까운 앰비언스. 본 공연을 압도하는 오프닝의 연주 시간 또한 불편.
 늘 그렇듯, 오프닝은 상대적으로 iso 음악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는데,
 오프닝으로 나선 이들이 과연 자신들이 다루고 있는
 음악 매체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의문시됨. 음악적 테크닉에 대한 어떤 접근이 그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그러한 음악적 방식의 선택이 자신들이 접근하고자 하는
 음악의 어떤 경향을, 혹은 실제적인 음향, 혹은 소리를
 구현할 수 있는지 도대체 고민을 해본 것인지.
 왜 존 케이지가 존 케이지인지,
 도무지 메르츠보 이후에는 어떤 자신들의 오리지날리티를 가져야하는 것인지,
 혹은 그라운드 제로 이후의 오토모 요시히데가 왜
 이 길로 달려왔는지,
 이런 점들을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으나,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 Sonimage 2004-4-7 11:48 pm

  • 4월 4일 iso 공연
 4월 4일 iso와 기타 사람들과의 협연.
 신촌 러쉬. 기억나는 한 장면. 사치코 M(iso의 s)이 짜증나는 듯이 자신이 벌린 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iso를 비롯, 이 사람, 저 사람,
 다 무대에 한가득 들어차서 남의 소리가 어떻게 들리듯 상관없이 그저 자기 볼륨 높이고 있는 상황.
 듣는 관객 보기도 민망하고, 관객의 한 사람인 나도 짜증나고, 모처럼 관객석을 빛내주신 강태환 선생님은 졸고 계시고.
 무대에 선 사치코 M은 라인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즉흥연주의 교감의 기본은 다른 사람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연주하고 있는 음악에 자신이 무엇을 더하고, 빼야하는지,
 혹은 아직 더해지지도 빼지지도 않은 음악들이 실제로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어떤 사운드로 일치되거나 불일치되는지 상상해보아야
 하는 것이 고, 그러한 상상력이 결핍되어있으면 좋은 헤드폰이라고 끼고 무대에 서든가.
 제기럴, 도대체 모두들 이 바닥 음악을 조롱하는 한 판에 끼어들고 만거냐.
 어제는 거북이가 ‘이건 범죄야’라고 하며 공연장을
 떠났다는데, 그야말로, 오늘 '완전범죄를 꿈꾸기는커녕, 그게 뭔지도 모르는 이 어줍잖은 범죄현장‘를 목격한 기분.

-- Sonimage 2004-4-7 11:56 pm

  • 4월 5일 iso 공연
 홍대 로보. 오프닝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음. 그저께의 오프닝들이 한 무대에 오르더니, 예전에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거대한 물방울들의 프로젝션을 모방한 영상 해프닝까지 가세하여, 생각하기도 싫은 상태에 처함. 그래서 담배사러 나갔다 왔는데도
 오프닝은 아직 끝나지도 않고.
 도대체가 말야!!!
 이어 오토모 요시히데 솔로 등장.
 오토모 분노를 표출.
 오프닝 공연 내내, 관객들의 집중도 떨어지고, 낄낄거리는 소리는 들려오고, 바 있는데서는 그릇 닦고, 물 틀어놓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프닝 밴드들이 단순한 구경거리 이상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음악으로 집중하지 않았던 상황이다.
 대체 오프닝으로 섰던 이들은 그 자신들 스스로가 ‘현대음악에 대한 조롱’을 위한
 제전에 참가중이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런데 오토모는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항변을 시작했다. ‘오프닝으로 선 너희들이 지금 조롱하고 있는 건 내 음악이다’하면서 그는 턴테이블을 뒤엎고,
 들어올려 떨어뜨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굉음 사이로 분노 표출.
 모든 관객들은 오토모의 소리에 완전 집중.
 왜냐하면 그렇게 거칠게 몰아치는 사운드의 벽 안에 갇힌 상태에서는
 그 어떤 잡담도, 설거지도 용납되지 않는다.
 wall of sound가 구현되는 또 하나의 현장 목격.
 공연장에 있어서, 그곳을 하나의 장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확실히 뮤지션의 애티튜드의 문제.
 음악에 대한 애티튜드, 관객에 대한 애티튜드, 무엇보다도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가장 진지한 애티튜드.
 이어 사치코 M 솔로 등장.
 장신고에 의하면 사치코 M의 정현파인 사인파의 연주는 '주변의 잡음들을 더욱 잘 들리게 하는 의도를 포함’한다고 한다.
 실제로 오토모가 우뢰 소리로 청중들을 압도했다면,
 사치코는 침묵에 가까운 상태로 감각기관의 고요한 정지를 유도했다.
 자신의 동작 하나 하나에 실려오는 소리의 무게들을
 감내할 수 있어야하는 청중들의 상태.
 이어 이츠라쿠 요시미츠 등장.
 이츠라쿠는 자신이 준비해온 도라 비디오 영상에 맞추어 드럼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그 영상이라는 것이, 콤마촬영한 철남류의 비디오, 잉베이 맘스틴의 모스크바 라이브, ‘
 위대한 장군 김정일’이라는 제목을 달고 북한체제를 홍보한 영상, <샤이닝>의 그 섬찟한 도끼 씬, 일본 신년제의 큰 북 공연,
 칼을 빼들고 결국은 상대를 찌르고만 사무라이를 담고 있는 영화 등인데, 이 영상들은 모두 속도의 변조와
 수회의 반복적 리플레이를 거친 것들이다. 그런데 조금의 차이도 담고 있는 않은 그 아찔한 반복들은 이 영상들 속의 움직임에
 대단한 집중을 가하게 해서, 모든 영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이츠라쿠의 초절 가속 드러밍은 잉베이 맘스틴의
 속도제일주의 기타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였고, 인형과 같은 극도의 절제를 선보인 북한 무용단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여졌고,
 <샤이닝>의 그 장면의 공포는 완전히 상쇄되어 그 장면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신경증의 폭발은 웃기는 짬뽕처럼 되었다.
 이츠라쿠의 드러밍 이전에 그 영상과 원래 영상에 부가된 소리들의 변조가 주는 인상은
 사실상 참혹하리만큼 코메디였다. 제기럴, 뭘 듣고 뭐 보라는 거냐!
 그냥 웃고 즐기자는 거냐!
 이츠라쿠의 솔로 공연은 그냥 한편의 씁쓸한 코메디였다.
 보는 동안은 웃고 즐겼지만, 뒤늦게 남은 회한이란!
 옆집에 사는 게으른 예술가 친구가, 사실 그 친구가 뭘 전공하고 어떤 경력을 쌓았는지
 모른 상태에서 전시장에 양변기를 거꾸로 놓아두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다고 치자.
 그럴 때 느낄만한 분노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사실 뒤샹은 자신의 작품 '샘'에 대해 관객들이 웃어주기를 바랬다고 한다.
 거지같은 예술이라는 제도를 내세우는 예술계의 관례와 그에 내재하는 규범들을 비웃기를 바랬다고.
 결국, 나는 웃고나서도 '예술의 진정성'에 위반되는 사항을 발견한 듯 뒤늦게 자책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작품의 완성은 관객의 몫이라는 뒤샹의 또다른 의견을 고려해본다면, 뭐, 나의 자책이야,
 이츠라쿠의 연주 이후의 <도라 비디오와 그에 부가되는 연주>에 속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츠라쿠 공연에 대해서는 사실상 판단유보.

-- Sonimage 2004-4-8 12:05 am

2 # ISO 서울공연기 - 장신고[ | ]

  • 4월3일 공연 : 삼일로 창고극장
회사일이 엄청난 폭격을 해대고 있습니다. 이거만 쓰고 좀 자야죠...--;

밴드명에 대한 소개는 웹에서 찾아보면 잘 나오니 생략.
이날은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정말 찾기 어려운 공연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무대내부는 그야말로 창고를 연상케 했다.
오프닝은 아스트로 노이즈가 대략 30분정도 사토 유키에가 대략 30분정도를 잡아먹었다.

이렇게 한시간 정도 있다가 I.S.O가 나왔다. 사치코 엠(sachiko m)은 처음 봤다. 공연은 대략 40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매우 여유롭게 진행되었다. 셋중에 오토모 요시히데 같은 경우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피곤해서 정신 집중이 별로 안되는 듯 한...

40분정도의 공연을 마치고 나름대로 아는 사람들과 뒷풀이(?) 비슷한 걸 하고 집으로 왔다.

아스트로 노이즈 : 이날 한명은 CD player를 가지고 나왔고 나머지 한명은 맨날 들고 다니는 그거(정확하게 제품명은
모르겠음)를 들고 나왔다. 이날연주(?)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몇자 적어보면, 가장 큰 문제가 사운드 제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들의 30분 정도의 연주는 '우연성'이라는 것을 전혀 내포하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뭔가를 하려고 했던
것이 분명한데,(만일 그러한 의도가 없었다면, 그건 사기)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있어
파격적인 장비(?) 혹은 도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나왔지만, 거기서 나오는 소리는 이미 짐작이 가능한,
막말로 얘기해서 개나 소나 거기에 서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2004년이다. 짹
뽑아서 만지면, 짹 뽑아서 부딪치면 그런소리 나는거 웬만하면 다 알고 있다. CD player 연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로써는 그들이 도대체 뭘하고 싶어 하는건지 알수 없었다.

사토 유키에 : 기타를 테이블에 놓고 몇가지 오브제나 이펙트를 이용하여 소리를 만드는 작업. 이제는 아주 고전적인
방법이 되어버린 이 개념으로 Fred Frith는 83년도에 일본에서 라이브를 했다.(물론 음반으로 나온 공식적인 기록이
그렇다는 것이다) 아스트로 노이즈와 대동소이했다. 아무런 느낌없음. 가끔 웃겨주는 사토 유키에의 유머 감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름대로 재밌는 무대를 연출하고자 하는 노력은 높이 사고 싶다. 문제는 전혀 즐겁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번 루인즈 공연때의 연주와 오늘의 연주에서 뭐가 바뀐것일까?

I.S.O :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확실히 처음에 귀에 들어오는 것은 사치코 엠의 정현파 소리다. 삐~~~~~~~~ 하는.
 그 음량이 크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노래에서 들을 수 있는 형태의 음이 아니기 때문에 귀에 거슬리는(?) 혹은 확실히
 인지되는 소리임에는 틀림없다. 이치라쿠씨도 드럼은 치지 않고 심벌과 금속바(bar)에 활을 마찰시켜 나오는 형태의
 소리를 들려준다. 오토모씨는 (글쎄 그날은 별로...--;) 이 두개의 주파수가 다른 소리에 간섭을 위한 여러가지 소리를
 만들고 있었지만, 문제는 역시 컨디션인 듯...--; 이 공연에서 가장 새로웠던 점은 사치코 엠의 실황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CD만 들어서는 '아 그냥 정현파 인가?'하는 느낌 이상의 것이 없었다(헤드폰을 끼고 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공간에서 고음과 저음의 정현파 특히, 저음의 정현파는 확실히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주파수가 동일한 저음이 계속되니
주변의 소음이 완전히 막혀버린 듯했다. 그것이 저음의 특징인지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 그 느낌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과 같은 것이었다. 앨범에서는 이런 저음을 들을 수 없었는데 여기서는 확실히 그 저음의 영향력을 강하게
느꼈다. 그안에서 이치라쿠씨의 활이 내는 소리와 오토모씨의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치칵 치칵하는 소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차츰 나오겠지만, 3일간의 공연에서 가장 특이하고 가장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준 연주는 사치코 엠의 정현파 였다.
오토모씨의 새로운 연주를 기대하고 갔지만, 그것이 모자라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 4월4일 공연 : 불가사리 볼륨 18
문제의 날... 그야말로 열여덟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준 그날이 되겠다.
이날은 기존의 불가사리 공연에서 계속 연주하던 사람들과 I.S.O가 나름대로 조를 만들어
나름대로 즉흥(?)연주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연주전에 모여서 밥을 먹고 있었다. 이게 문젠데, 다음날 공연도 이것들이 시간을 안지킨다.
나도 시간없다. 밥도 대강먹고 뛰어 왔는데, 왜 시간을 안지키나. 항의 할껄 그랬다...--;
관객은 관계자(?) 아마도 불가사리 연주자들의 친인척들...--;를 제외하고 다섯명 남짓...
허... 강태환 선생께서 오셨다. 빵사들고... 오토모씨에게 주고 구석에 그냥 앉으시네...

공연은 대략 셋이서 한팀으로 연주하는 형태였고, 마지막은 소니마쥬가 얘기한 그 유명한
사치코 엠의 짐싸는 퍼포먼스로 끝났다. 이렇게 피곤한 공연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나마 좋았던 점은 아스트로 노이즈와 사토 유키에 그리고 오토모씨의 협연(?) 아마도
두번째에서 세번째 정도 되었을꺼다. 아스트로 노이즈와 사토 유키에씨가 나름대로
재방송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오토모씨가 갑자기 솔로를 시작했다. 결과는 소리가 묻혀
그 둘의 연주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턴테이블과 심벌을 이용한 용량이 큰 지속음은
소니마쥬의 설명대로 사운드의 벽을 만들었다. 거기에 추가하여 그 커다란 굉음을
자세히 들으면 거기서 나름대로의 변주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오토모씨의 연주를 노이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의미의
노이즈 뮤직을 말하는 것임) 그날의 연주는 확실히 큰 굉음이었다. 하지만, 그 굉음은
높낮이과 음량의 변화가 있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가 의도하는 바 그대로 나오는
조금은 성질이 다른 연주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토모의 연주는 우연성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부류의 것이라 말하고 싶다.) 솔직히 이것 말고는 위에서 말했던 사치코 엠의
짐싸기 퍼포먼스--; 밖에 기억에 나지 않는다.

 이날의 공연을 보고 예전에 보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장군밑에 젊은 장교들이 수두룩 하게 들어왔다. 장군은 젊은 장교들에게
전쟁이론을 공부하라고 했다. 장교들은 '군인이란 전쟁터에서 살면서 실전경험을 쌓아야
그것이 진정한 군인이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장군이 대답했다.
'우리부대에 전쟁에 마흔번을 넘게 참가한 노새 두마리가 있네, 그것들은 아직도 노새라네.'
  • 4월5일 공연 : 홍대 로보(lovo)
마지막 공연. 회사일이 겹쳐서 운 나쁘게도 빨간날 회사에 출근 해야 만 했다. 마지막날의 공연은 각각의
솔로연주로 진행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3일 공연의 하이라이트.

홍대 로보(lovo)라는 클럽은 나도 처음 들어봤다. (홍대 근처에서 10년을 돌아다녔어도 이렇다...--;)
우째우째 길을 찾아서 도착해 보니, 지하에 있는 곳이었다. 상당히 호사스러운(?) 분위기네...

자칭 언더그라운드(홍대 죽돌이들)가수라고 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몇몇 보였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집중도 안되고...

역시 7시30분에 시작한다던 공연은 오늘도 어김없이 8시를 넘겨도 하지 않고 있었다. 공연관람도
확실히 체력전이다.

오늘도 변함없는 오프닝의 시작. 시작은 우선 아스트로 노이즈. 공연이 끝나고 사토 유키에의 솔로
이후 오토모씨, 사치코 엠씨 요시미츠 이치라쿠씨의 순서로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고 요시미츠씨와
강태환씨의 협연앨범을 사서 집으로 왔다.

아스트로 노이즈 사토 유키에: 오늘은 CD player가 아닌 reel tape재생기와 그거(?)를 가지고 둘이 올라
왔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에 어떠한 선율적인 전개나 화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말이 되지 않는다. 똑같았다는 문제는 둘째로 치고, 이제는 정말 그 의도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 왔다. '나는 전자제품이 내는 소리를 잡아내고 있습니다.'일까?
'3분의 미학'이것은 대중음악에 있어 비난 혹은 찬사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말이다.
찬사라함은 3분동안 보여줄 것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되겠고, 비난이란 결국 3분이 지나면,
했던거 또하고 했던거 또하는 식이 될터이니, 그냥 고마해라. 이런 비아냥이 된다. 사토 유키에의 경우도
마찬가지 테이블에 몇개의 이펙터와 기타를 놓았다. 두 팀의 연주 모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하나의 패턴 혹은 하나의 관습을 답습하는 방법으로 나타났다. 속칭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작업인지 다시한번 증명해 주는 순간이었다.

오토모 요시히데 : 무슨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시작 초기부터 확실히 강하게
어필하는 하나의 굉음으로 시작했다. 두대의 턴테이블에 각각 심벌을 올려놓고 톤암(?) 톤암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말하기 힘든 기다란 픽업장치를 내리 쳤다. 어제 '불가사리'에서 보여 주었던
동일한 장면. 그러나 상황은 달랐다. 확실히 이 장소는 어제의 러쉬보다 크고 열린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 지속되는 높은 굉음은 그 공간을 덮고도 남았다. 대략 수분을 지속하는 굉음속에서 어제와는
또 다른 소리질감의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 주었다. 굉음속에서 턴테이블의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그것은 또 다른 강력한 질감을 쏟아냈다. 오토모씨는 장비가 놓여있는 탁자를 발고 차고 하면서
나름대로의 변주를 계속했다. 턴테이블을 들어서 기울이고 하는 시각적인 괴이함(?)에 맞추어 소리는
자유자재로 변화했다. 이 시작의 소리는 확실히 어제의 그것을 더욱 발전 시키고 확장시킨 연주였다.
계속되는 턴 테이블 흔들기에서 위에 놓여있던 심벌이 탁자 밑으로 떨어졌다. 첫번째 연주의 중반이상이
흘렀다. 앉아있던 오토모씨는 심벌을 다시 주었을까? 그렇지 않다. 떨어진 심벌은 그대로 놓아두고
옆에 있던 레코드 판을 집어 들었다. 역시 동일한 방법(?) 레코드판을 턴 테이블 위로 내려놓은 순간
엄청나게 낮은 지속적인 굉음이 다시 발생했다. 이 턴테이블을 이용한 연주에 있어 음은 크게 두개로
나뉠 것이다. 엄청나게 높은 주파수의 굉음과 엄청나게 낮은 주파수의 굉음. 그러나 커다란 두 덩이의
소리속에 녹아있는 변주에 의한 질감은 과연... 이 장면에서 모두 그곳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소니마쥬의 의견에 나도 한표.

사치코 엠 : 삐딱하게 보면 사기꾼 ? 그녀의 연주는 오직 정현파를 발생시키는 보드 하나. 손목시계를
풀어놓고 그녀는 일단 호흡을 고른다. 이후 자신의 보드를 조정한다. 오토모씨의 음량에 비하면, 이것은
모기소리(?) 정신차리고 듣지 않으면, 이날의 정현파소리는 제대로 들릴지도 의문일 정도로 아주 작게
시작 되었다. 간간히 간섭해오는 또 다른 삑 삑 하는 단음. 장소가 크다보니, 여기저기 덜그럭 덜그럭
시시콜콜 별의 별소리가 다 들린다. 공연을 하기전에 사람들을 소개할때, 오토모씨의 굉음에서는 인식
하지 못했던 그 시시콜콜한 소리들이 이제는 가장 크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한숨을 쉬기도 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이 소리들이 슬슬 뭉뚱그려진다. 확실히 정현파는 들려온다고 인식되어 지는데,
오히려 그 소리보다 웬 보일러 틀어놓은 소리같은 윙~~~~ 크크크크 하는 소리가 더 크게들려온다.
몇분이 지났을까? 그 정현파는 볼륨이 좀더 올라간 소리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굉장히
웃긴 사태가 발생했다. (나에게는) 아까부터 들려오던 온갖잡음들이 정현파의 볼륨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에
서도 그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이 두종류의 음. 즉, 만들어진 음과 이미 떠다니고 있던 음
이 서로 뒤범벅이 된 상태였다. 사실 뒤범벅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구분되는 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동일하게 들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또다시 웃기는 두번째 사태가 발생했다.
그녀의 정현파가 소리를 멈추었다. 그와 동ㅅ에 그 보일러 틀어놓은 듯 제대로 알수 없던 주변에 떠다니는
음들이 동시에 사라지는 듯했다. 잠에서 깬것처럼 그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이 날의 연주에 열광할 수는
없었지만, 이것은 매우 재미있고 참신한 경험이었다.

요시미츠 이시라쿠 : 드럼세트 옆에는 맥노트가 있었다. 화면을 통해 몇가지 영상들이 나왔다. 세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연신 스미마셍을 연발. 사토씨의 소개는 영상은 요시미츠씨가 명명하기를 '도라dora'
비디오 라고 했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화면은 소니마쥬의 설명대로다. 이것은 진행방향과 재생속도를
조절하여 영상의 소리는 원작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나오고 있었다. 영상판 djing이라고 해도 별 무리는
없을듯하다. 여기에 맞추어 요시미츠씨는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완급조절이나 이런 부분은 별도의 찬사가
없어도 뭐 워낙 출중한 실력이니... 아이디어의 참신함에 한표를 준다. 이날 연주한 메인 세명의 연주중
가장 고전(?)적인 부분에서 감상이 가능했던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박수도 가장 많이 받았다)
영상의 재미는 솔직히 재미이상의 그 무엇을 찾기는 힘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것을 보다 인터랙티
브하게 만들었다면,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이 계속 바뀌기는 했지만, 계속 반복되는 스타일의
연주는 방법은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스네어와 탐을 번갈아 가면서 연속으로 치니, 트래쉬메탈이
생각났다-_-; 혹은 뚱뚱한 요시키-_-;) 오히려 그 영상을 인간이 제어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으면
보다 변화의 포인트가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영상판 djing이라... 좀 더 다른 변주와
발전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하여튼 좋은 경험이 많았던 공연이었다. 이 3일동안의 공연을 통해 '불가사리'도 음악적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 장신고 2004-4-13 12:27 am

3 # Otomo Yoshihide, Sachiko M, Unami Taku, Axel Dörner 공연기[ | ]

늦은감이 있지만, ISO도 아니지만, 여기에 공연기를 올린다. Otomo Yoshihide, Sachiko M, Unami Taku, Axel Dörner 이렇게 네명을 초대해서 열린 불가사리 시리즈의 일환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2월3일 공연인 두번째 공연만 봤다. 그래서 그것만 올린다. 평일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처음의 한시간(?) 정도는 보질 못했다. 전날은 어떻게 공연했는지 모르겠는데, 3일 공연은 이들 네명과 기존 불가사리 시리즈를 계속진행하고 있었던 사람들과의 협연(?)으로 이루어 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족할 만한 공연이었다. 눈에 띄는 첫번째는 무엇보다도 불가사리 맴버들의 숙련(?)이라는 생각이든다. 연주를 계속하는 것은 연주자에게 커다란 공부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트로 노이즈(? : 한명밖에 없었지만)의 사운드도 들리는 소리만 들어서는 확실히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사운드의 밸런스가 맞다는 느낌은 경험에 의한 숙련으로 인해 나타나는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지도...

사치코 엠의 경우 스타일(음악스타일 말고 외모)이 너무 바뀐거 같아서 (-_-;;) 처음에 못알아본 정도는 아니고 좀 놀랐다. 확실히 여자들이 꾸미면 무섭다는것이 가슴에 와 닿았던 순간이었다. 오토모씨는 여전하다.-_-;;; (외모가) 나혼자 막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나미 타구라는 사람은 그날 처음봤고 하는 음악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는데, 방식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하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듯 한데... 그날의 공연만으로 전부를 평가하기는 어렵겠지...-_-;;; 방식이라는게 스피커 출력을 노트북으로 조절하는 것 같았는데... 스피커 자체에서 나는 소리보다는 증폭률을 조정하여 스피커가 심하게 진동하게 만들어 그 진동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오브제를 움직이는 방식인데... 실제연주에서는 확실히 눈이 가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액셀 되너의 경우 트럼피터로서 연주력이야 뭐 내가 뭐라고 할 만한 것을 성질이 못된다는 생각이 든다. 혼에서 나오는 소리를 적정한 물건을 통해 왜곡(?) 시키는 방법은 소리자체의 질감을 변경시킨다는 의미에서 확실히 동일한 공통점을 가진다. 역시 이사람도 화음에 의한 연주는 하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의지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이날 공연했던 네명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화음에 의한 음과 음간의 관계보다는 음자체를 위한 연주. 이것은 고전적인 화성학의 입장에서 걍 소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날 갑자기 뚝! 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이론도 아니다. 이것을 차근차근 쫓아 올라가면, 케이지에서 그 근원이 나올것이라는 생각이든다. (이들이 케이지를 의식하고 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날의 연주에서 몇몇의 불가사리 연주자들은 아직도 연주를 하면서 듣는것을 잊어버리거나 소홀히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그것이 1년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고 훨씬 발전되었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주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좀더 잘 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노파심에서 또 싫은 소리를 한다면, 연주가 들리기 시작할때가 오면, 상대방을 의식하면서 상당히 웃기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것은 즉흥이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사실 이정도까지 바란다는 것은 내 욕심인지도...) 그날의 연주가 그랬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음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청자의 권리이자, 요구사항이며 의무일테니까...

돈이 없어서 CD는 두장만 샀다. -- 장신고 2005-2-14 12:17 pm

4 # 촌평[ | ]


일본친구에게 보낸 메일에 답변이 왔습니다.

오토모씨의 연주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_-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大友氏 연주 이해 안 해요.(^^;
(이해 하고싶지 않아요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해석될 수 있는 엄청난 한국어실력이라고 하고싶지만 그정도는 아닙니다. ^^)

그러나 大友氏참가 작품 하기는 좋아요.

Ground Zero / 革命京劇 Ver. 1.28
Altered States featuring 大友良英 / Lithuania and Estonia Live
Date Course Pentagon Royal Garden 3rd

이 친구가 일본내 극악뮤직쪽과 프로그 메탈등에서 아마 Top 50안에는 충분히 들 수 있는 내공의 소유자이니만큼 오토모 요시히데의 음악은 그 안에서도 논란의 대상인가봅니다.

그런데 한국은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만도 못한 나라인가보네요. 이제서야 공연을 왔으니...-_-a -- 거북이 2004-4-18 12:36 pm

그나마 다행이네요-_-;; 죽이고 싶다는 얘기 안나와서... 참고로 혁명경극은 그라운드 제로의 세번째 앨범입니다. 널 앤 보이드(2집)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_-;;) 사랑(?)을 받았던 앨범입니다.

-- 장신고 2004-4-19 11:29 am


장신고님과 Sonimage님의 소감을 다 읽었네요.
제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는 예전에 PhilipOnFilm공연기에 솔직하게 적어두었던 것과 같습니다. '형식의 실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을 하고있으니 역시 저는 보수주의자의 면모가 있나봅니다. -- 거북이 2004-4-10 10:34 pm


  • 거북이  : 아 맞습니다, 제가 큰 실례를~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누님으로 모시죠. ^^ - 2004-4-4 12:37 am
  • Sonimage  : 저, 거북님. 발빠른 일즉연 페이지 만들기에는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만, 제 이름은 형수님이 아닙니다. 제가 장신고의 부속물도 아니고, 저는 거북군과 일대일 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것입니까? 강력 항의합니다. 소니마주 올림. - 2004-4-4 12:30 am
  • 거북이  : 저는 사토상의 연주가 좋았어요. 위트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 아저씨는 뭘 해도 미운 느낌이 없네요. 하여간에 왜 일본에는 그렇게 익스트림 혹은 익스페리멘틀한 연주자들이 많은지 궁금해요. - 2004-4-4 12:30 am
  • 거북이  : 하하 형수님 말씀도 맞습니다. 어떤 음악적 기반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맥락을 알아야 할 필요는 있지요. 집에와서 박재천과 오토모가 함께한 Loose Community를 들었는데 뭐 역시 비슷한 테러감이더라구요. 사실 홍철기의 연주도 예전에 들었던 것에 비해 좀 당혹스러울 정도였구요. 현재 제가 느끼기에는 키도 나츠키류의 익스트림 쪽은 그래도 들을만한데...다른쪽은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네요. :) - 2004-4-4 12:23 am
  • 장신고  : 저번의 박재천, 미연씨와의 공연이 훨씬 재미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보기힘든 공연을 봤다는 기쁨은 있네요 - 2004-4-4 12:18 am
  • Sonimage  : 제기럴, 문장이 제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인지 아시리라.... - 2004-4-4 12:15 am
  • Sonimage  : 클클클, 그리고 저는 ISO 공연 좋았습니다. 그 세명의 ISO가 어떤 음악적 토대 위에 오늘의 공연을 했는지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토 유키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아스트로노이즈도 그 탄생의 순간부터 지켜본 밴드이기 때문에, 비록 오늘의 공연이 지나치게 미흡해서, 마치 현대 예술의 사기에 가까운 행각에 대한 의심에 괴롭게도 절대적 확신을 심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 2004-4-4 12:13 am
  • Sonimage  : ISO 공연에 가서 거북군을 만났습니다. 거북군의 우려에는 부분적으로 동감합니다. 아쉬운 것은 거북군이 그냥 집에 가버린 것입니다. 맥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음악보다 더 중요한 서로의 얼굴 보기를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거북군, 술 한 잔 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 2004-4-4 12:10 am
  • 거북이  : ISO공연에 가서 장신고형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ISO는 제게 여러가지 음악적 회의를 느끼게 하더군요. 지난번 다모형님의 테러에 이어 ISO의 어택은 과연 내가 임프로비제이션을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게 했습니다...-_-a - 2004-4-3 10:3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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