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

나는 보수주의자이다.
나를 아는 몇몇 사람들은 '웃기지마라'라고 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그것은 그들의 나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단편적으로 보면 종종 매우 급진적으로 생각하고, 남들과 상당히 다른 패턴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를 여기 적어보겠다.

종종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받는 비난아닌 비난은 이상한 메뉴를 시킨다는 것 때문에 주어진다.
예를들면 중국집에서 다들 요리를 시킨다음에 식사를 시키는데 나는 그 시점에서 공기밥을 시킨다거나 호프에서 사람들이 폭탄주를 돌려마시고 있을 때 오렌지와 딸기우유를 사온다는 등의 행동이다.
이것들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다.
개인적으로 먹지도 못할 음식을 시키는 것을 짜증내하기 때문에 요리와 함께 식사를 하고자 공기밥을 시키는 것이고 상큼한 안주를 사러나간 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딸기우유를 하나 더 사온 것 뿐이다. 뭐 조금 돌출되는 행동이긴 하지만 이것들이 그들에게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되는것은 조금 의아스럽다. 다들 별로 화제도 없으니 그런 화제가 회자되는것도 썩 나쁜 일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있어 요리를 먼저먹고 식사를 하는것은 왠만하면 피하고싶은 스타일이라 종종 거부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않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서로를 서로에게 맞추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있고 뭐 썩 나쁜것도 아니지만 사실 이것은 개가 웃을 일이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즉 나는 내가 만들어낸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이것을 보수라고 표현한 것이다.

생활속의 소소한 행복들이 깨지지 않기를 나는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다.
예를들면 만화가게에서 좋아하는 만화를 빌려오는 것이 그중 하나다. 만화를 읽는것은 내 오랜 취미이며 앞으로도 한참 변하지 않을거 같다. 그런데 요즘엔 회사일에 �기다보니 만화책 빌릴 틈을 내기도 어렵게 되었다. 설사 빌린다 하더라도 제시간에 반납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 사실이 특히 싫다. 하루 늦고 연체료를 무는것이 별로 나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싫어한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런데 회사에서 늦게가면 택시타고 집에 들어가야 하는것도 짜증나고 책을 반납해도 연체료를 물게되기 때문에 더욱 짜증난다.
약간의 결벽증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반납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며 빌리는 나로서는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닌 것이다.
나와의 약속을 깨지 않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 걸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나는 좀 소심한 인간이긴 하지만 이런 것 또한 보수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책을 읽는다거나 다른 문화를 접할때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소화하는 주체는 분명히 나이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것에 나는 빠져들고 그렇지 않다면 삐딱하게 바라보거나 무시하는 편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추천이나 평을 많이 참고하지만 그것들이 내 자아를 능가하는 꼴은 못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내 식으로 소화해서 뭔가 결과물을 남기고 싶어한다.
그런 습관이 지금의 나로 하여금 이런 글을 긁적이게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은 내 삶을 송두리채 바꿔버린 매체이다.
인터넷을 접하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되었고 자료의 구조화database와 연대network는 내 삶의 방법론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맘에 별로 없던 전공을 사뿐히 버리고 인터넷 산업으로 업을 삼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있어 무선인터넷은 별로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다. 무선 인터넷같은 자그마한 인터페이스로는 구조적인 자료를 접하기 어렵다. 무선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은 휴대성이 높다라는 것인데 여기에 개인화customizing라는 요소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물론 나야 개인화라는 것을 싫어하지 않지만 나에게 맞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아마 서비스회사는 죽어날 것이다. 이런 이상한 인간에게 맞추는 것 보다는 일반 대중을 맞추는 것이 훨씬 쉽고 돈도 생기는걸.
모든것을 스스로 나에게 맞추어야 겨우 만족할까말까 한 사람이다, 나는.
따라서 무선 인터넷은 나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누가봐도 다음의 트렌드임에 분명한 무선 인터넷은 나와는 거리가 좀 멀게 되었다.
역시 이상의 것들을 종합해볼때 나는 나와 맞지 않는것을 보면 나에 기준을 두고 생각하며 왜 나와 다른가 혹은 왜 나와 비슷한가에 대해서 바라본다. 자기중심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존의 것을 존중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나인데 내가 기준이 되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나의 당연과 너의 당연이 왜 다르고 어디서 같은지 이해할 때 함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은 조금전에 슈퍼마켓에서 쵸코우유를 사먹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애기들처럼 칼라우유를 빨고있는 나를 보며 요런 저런 생각을 했다.
나는 쵸코렛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쵸코우유나 코코아같은 것을 매우 좋아한다.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순간 중 하나는 훈련소에서 구르던 중 성당에 가서 얻어먹은 그 묽디묽은 코코아를 받아마셨을 때였다.
나는 뭔가 나에게 맞추어진 것이 있으면 왠만해서는 바꾸려하지 않는다.
나야 보수적이라고 표현하지만 다른사람들은 똥고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에게 맞추어진 것은 그만큼 나와 맞기 때문이다.
나는 힘들게 나와 맞추어진 것을 쉽게 포기하고싶지 않다.
나의 과거도 나인만큼 쉽게 나를 부정하고싶지도 않고. --거북이(2002-05-24)에 고쳐쓰다.


거북이

현재의 문물 서양문물에 익숙한 사람들한테는 기존의 회사문화에 적응이 상당히 힘들다는 사실에 나도 동감 ^^ 미국 같이 회식이 파티마냥 자유스런 분위기이고 자신의 참여여부가 존중되고 (이것이 진정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즐길수 있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회식은 전원 참석에 전원 같이 똑같은것을 먹어야 하는 이상한 문화가 이해하기가 힘들때가 있다. 술자리는 본인도 정말 싫다. 물론 자신이 아는 다양한 문화얘기니 생각을 말할수 있다면 본인도 좋아하겠다만..이건 늘 신문에 나오는얘기,회사얘기,형식적인 얘기 이런게 뭐가 재밌고 뭐가 쌓이는 인간관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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