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Salad의생활단편들/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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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영혼의 비타민 결핍증[ | ]

이 말은 아내가 보던 드라마인가에서 따오게 된 말인데, 원전은 일상생활 속에서 여행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 영혼에 비타민을 보충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영혼의 비타민 결핍증이란 그럼 결국은 여행을 다녀온지가 너무 오래되다보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신체장애와 정신적 불안감, 무기력, 짜증유발, 외로움, 우울증 등을 수반하는 증세를 지칭하는 것이다. 아내가 한동안 이 괴이한 질병에 시달리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2002년 6월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주말여행 계획 - 남편 회사일로 인해 취소
  • 2002년 7월 제주도 펜션투어 여름휴가 계획 - 아내 재택근무 일로 인해 예약 몽땅 취소(비행기, 펜션 두군데, 렌트카 등)
  • 2002년 7월 청주휴양림 부모님 동반여행 - 다녀오긴 했으나 그나마 비가 잔뜩 내려 여행 다녀온 기분이 전혀 안남
  • 2002년 8월 안면도 여행 2차시도 - 집안일 + 남편 회사일 겹치면서 예약 전부 취소
  • 2002년 10월 안면도 꽃게대하축제 여행 3차시도 - 어영부영 날짜 못잡다가 11월마저도 넘기다
  • 2003년 12월 태백눈꽃열차여행 계획 - 철도청과 우리 부부의 일정과 맞지않고 신정연휴기간 운행중지로 인해 취소
  • 2003년 1월 제부도 부부동반 주말먹거리 여행 - 동행하려던 친구부부 중 한쌍의 사정으로 취소, 연기

이정도면 홧병이 날만도 하지 않은가? 특히 안면도 여행취소 3부작은 회사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휴가만 내놨다가 3번을 취소하는데 모를리가 없지...연휴만 되면 나보고 안면도나 다녀오라 놀릴 정도가 되어버린 것.

아내는 임신 8개월을 훌쩍 넘겨지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여행매니아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딘가 바람쐬러 길을 나서고 경치좋은 곳에 가기 좋아하는건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은 공통적으로 가진 성향은 아닐까 하는데, 8개월 내내(실제로는 결혼 이후로) 제대로 어딘가를 다녀온 기억도 없고 앞으로 남은 두달은 힘이 부쳐서라도 못 다닐테고, 그러다 애기 낳고나면 이젠 끝이구나 (애 때문에 어딜 못가는건 둘째 치고 애기없이 맞는 마지막 시즌들이란건 생각보다 여자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오죽 우울함이 엄습했겠는가. 나 또한 신혼여행이나 연애시절같은 느낌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이젠 불가능하구나, 그렇게 아까운 시즌들을 1년이나 흘려보냈구나...이런 생각에 미치자 안타까운 마음과 아내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무거운 기분이 되곤 하였던 것. 1월의 둘째 주던가...연초부터 별로 집에서 배부르고 몸무거운 아내 돌봐주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돌기도 하고, 약속이 없으면 회사에서 늦고, 집에 와도 컴 앞에 앉아서 또 일하거나 글을 쓰거나...이런 생활이 계속 되던 중, 불쑥 꺼낸 아내의 한 마디는 참 가슴이 아팠다.

"난 영혼의 비타민이 결핍되었어..."

사랑하는 남편과 알콩달콩 (적어도 남이 보기엔) 살아가고 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외로움과 우울한 감성을 안고있는 아내다. 장모님 사고 당하셨던 것도 그 영향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암튼 중요한 시기에 그런 기분으로 계속 지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저 위에서 이야기한 친구부부들과의 동반여행은 1월18일로 연기된 것뿐이었기에 여행 못간 단순 불만에서 나온 투정은 결코 아니었으리라. 그날의 한마디는 날이 갈수록 조금 무심해지던 남편에게 항의하는, 대단히 완곡하면서도 동정표까지 쓸어갈만한 의사표현이었던 것이다. 결국은 우린 1월 18일 그토록 다녀오려던 주말여행을 제부도로 다녀오게된다. -- BrainSalad 2003-1-30 7:16

2 # 아침 풍경(?) 하나[ | ]

출근길이었다. 자유로를 통해서 당산역으로 오는 좌석버스 창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밀리는 성산대교 진입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기사 아제가 그냥 못 기다리겠는지 잘 빠지는 오른쪽 직진차선 - 성산대교 진입은 1차선 온리다 당연히 - 으로 빠져서는 앞으로 내달리는 것이었다. 머 어제 오늘일도 아니다 사실 -_-;; 내가 만일 자가용 몰면서 내 앞으로 이런 버스 새치기해서 끼어들면 사생결단, 육탄으로 막아낸다. 근데 솔직히 내가 버스에 타고 있을 때 기사분의 이런 행동은 오르가즘을 주는게 사실이다. 아아 간사한 인간같으니...암튼 그게 하려는 얘기가 아니고, 그렇게 왼쪽으로 진입차량들을 약올리며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그 길게 늘어서서 질질질 끌려가는 차량 중에 일명 밀폐형적재함을 탑재한 트럭(일명 '탑차')가 눈에 띄었다. 지난달 이후로 세차를 안한것이 틀림없는 그 트럭의 적재함 뒷문에는 선명한 손가락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몰보냐 씹쎄꺄!"

글자 하나 안틀리고 저거다 -_-;

어찌나 우습던지...남의 차 더러우면 낙서해놓은거, 욕 적어놓은거 첨 본건 아닌데도 오늘따라 괜스리 더 웃긴건 그 차와 뒷 승용차는 앞뒤로 짝을 이뤄 벌써 몇십분째 몇키로를 기어왔는지 모르는 일이다. 뒤 승용차 기사는 아침부터 참 재수도 없지...안볼려고해도 가다서다하는 와중에 출발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눈에 들어올게 아닌가? 상쾌하게 출발을 해도 시원찮을 아침이 짜증으로 얼룩지는 것도 억울한데 육두문자까지 눈앞에 어른거린다라....제3자인 나는 그 묘한 상황이 별것 아닌데도 꽤 재밌게 느껴졌고 누군가의 아침은 아무것도 아닌 낙서 하나에 구겨졌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버스에서 내렸더랬다...^^;

어...하고싶은 얘기가 이게 끝이 아니었던거 같은데...-_-a -- BrainSalad 2003-1-14 15:01

3 # 100-1번 시내버스 2탄[ | ]

오늘 아침에 이 버스에서 일어난 황당한 일이다. 아참, 그전에 그동안 이 버스에 대한 나의 느낌도 몇가지 변화가 있었음을 알리는게 우선일 것 같다.

일단은 기사분들이 몇몇 바뀌었다. 희안한 일이다. 내가 혼자 끄적인 글이야 당연히 나와 고작해야 고려바위 입주자들 - 그나마 안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 범일운수에 알려질 일도 없고 더욱 당연하게 그런다고 머 달라질 일도 없었을터인데, 묘하게도 시기가 맞아떨어지게 이 버스의 분위기는 사뭇 좋아졌다. 운짱들이 바뀌는데 당근 좋아져야지...

암튼 몇주 전에 한 기사분은 목동4단지 앞을 지나면서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이 버스를 이용하시는 한 할머니께서 버스가 온줄 모르고 길에 서계신 것을 - 이 할머니는 말 그대로 꼬부랑 할머님이시다 - 버스를 옆으로 대고 문을 연채로 귀도 어두우신 할머님을 애타게 불러서 기어코 태워서 가는, 자못 미소를 띠게하는 상황도 연출한 바 있다. 근 몇개월간 가지고있던 꿉꿉한 이미지를 걷어내는 쾌거였다. 시골버스에서나 보는 정경이 아니던가?

그럼 오늘은 이 버스에 대해서 칭찬만 늘어놓으려고 키보드를 다닥대는건가?

물론 그게 아니다 -_-;;

내가 내리는 회사 앞 정류장은 우측으로 크게 돌아가는 일방통행로에 있다. 내리기 직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버둥버둥대거나 손잡이 등을 제대로 쥐고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다. 어느 버스나 내리는 문에 보면 오른편으로 기둥(봉?)이 하나 있게 마련이다. 맨뒷자리에 앉아있다가 앞으로 나오면서 그 봉을 잡고 힘을 주는 순간!

봉이 쑥 빠져버렸다 -_-;;;

어이없게도 난 왼편에 앉아계신 할아버지에게 벌렁 자빠져버렸고, 설상가상으로 문 바로 앞자리 - 그러니까 문제의 봉 바로 옆 - 에 앉아있던 젊은 언니도 마찬가지로 내리기 위해 일어서려다 내 쪽으로 맥없이 자빠지고 - 너무나 작위적인 구성처럼 들리겠지만 이뻤다 -_-;; - 만 것이다. 할아버지도 놀라고 그 언니도 놀라고 가장 놀라고 허둥댄건 물론 나고 - 내가 봉을 뽑아낸 셈이니까 -_-;; - 근데 문제는 사람도 많지 않아 뻔히 보이는대도 기사는 싹퉁머리없이 문 열고 어서 내리라는 듯 내가 사태를 수습도 하기전에 그냥 출발하려는게 아닌가? 재빠르게 할아버지께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고 예의 언니를 뒤따라 허겁지겁 내려버렸다. 허리가 삐긋할 뻔한 상황이라서 그 언니에게도 괜찮냐고 상투적인 인사를 하곤 회사로 향하는데 이번엔 화도 안나더만...어이없는 상황에 담배 한대 피워물고 똥밟은셈 치고 와버렸지만 도대체가 정을 줄 수가 없는 버스지 먼가? 그동안 착실히 벌어놓은 점수 오늘 다 까먹었지 뭐...

옹 너무나 작위적인 구성이 맘에 드는군요. 하하. 저는 지하철을 주로 타기 때문에 봉을 뽑으려면 힘에 부치던데... --거북이

4 # 노점과일가게에서[ | ]

저녁먹고 쉬는데 아내가 갑자기 연시가 먹고싶다길래 아파트 앞 노점과일가게로 나섰다. 한 바가지에 10개정도를 3천원에 판댄다. 난 연시를 잘 안먹으니 10개 사가봐야 반 이상 남고 썩고 할게 뻔해서 1000원어치만 사가면 안될까 사정을 했다. 마지못해 그러라는 아주머니...만원을 냈더니 이번엔 "아이고 잔돈은 없어요?"하며 난색을 표한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여러모로 보탬이 안되네요 제가..." 아주머니 묵묵부답으로 인상만 쓰신다...거스름돈과 연시가 든 봉지를 받으면 다시한번 고맙다고 인사...엄밀히 말해서 이건 잘못된 상황이다. 나는 어찌됐건 일정한 댓가를 주고 정당히 그 댓가만큼의 상품을 취득하는 거래를 했을뿐, 내가 미안할 것도 고마울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고마워할건 아줌마쪽이라는게 맞다. 나도 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에 물들대로 물들고 알만큼 알고 서비스와 고객제일주의를 따지는 나라곤 해도 이 추운 겨울날 길가에서 과일 몇봉지를 더 팔기위해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고 있는 그 아주머니에게 굳이 자본주의논리가 어떻고 거래주체가 어떻고를 따질만큼 빡빡하게 살고싶지는 않다. 만일 나의 월 급여보다 그 과일장사로 버는 한달 매상이 더 많다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나보고 월 몇십만원 더 줄테니 그 고생하라면 나같으면 안하고 덜 받는걸 택할테니까 말이다.
의도했건 아니건간에 그 과일장수 아주머니는 거래 당사자 간 심리전에서나 과정의 흐름에서나 모두 승리자나 다름없다. 아무렴 3000원어치씩 팔려던걸 1000원어치만 팔았다고 나머지 2000원어치를 버리겠느냐 말이지...나만 공연히 굽실댄 셈이 되었다...

5 # 결혼1주년기념행사소식[ | ]

1. 산부인과 진찰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해피애니버서뤼!를 외쳐주고싶었는데 전날 마신 술탓인지 늦잠을 자고말았다. 아침 10시에 예약인지라 부랴부랴 아침 챙겨먹고 나섰는데 도착해보니 월요일 오전이란게 무색할 정도로 많은 예비엄마아빠들...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두리번두리번 다른 임산부들을 보고있자니 다들 한덩지들 하게 살이 많이 붙은 모습들이다. 울 마눌은 왜 이리 야윈건지... 어쨌든 이번이 사실 두번째로 병원에 따라와 보는 셈이다. 토요일로 검사주기를 맞추라고 했건만 환자들 너무 많아 기다리기 힘들다는 이유로 아내는 월요일로 정기검진을 정했었다. 내 시간을 배려해주는 고마운 아내...여하튼 처남 결혼식에서도 보는 친척들마다 "자워이 니만 살찌가가...야 와 일케 배싹 말리놨노?" 이런 소리를 들었는데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하여간 우리 순서는 찾아오고 드디어 아내가 녹화해온 테이프로만 보던 초음파검사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투명한 젤을 이제는 제법 불룩해진 아내의 배에 바르고 핸드스캐너와 같은걸 문지르니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마도 이 순간의 느낌은 말로는 설명이 되지않는 것이리라...모모는 굉장히 씩씩하게 크고있었다. 지난번에 검사할때는 움직이질않고 쿨쿨 잠만 자는 바람에 서운했다던 아내의 말에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자고있지는 않았다. 머리크기를 화면상에서 측정하고나서 의사선생님이 이곳저곳을 비추며 설명을 해주셨다. 이 대목에서는 조금 답답해진다. 아내는 그래도 눈에 익은지 의사가 팔이네, 손이네 발바닥이네, 허벅지네, 척추네 이야기해주는대로 알겠는 눈치인데 난 솔직히 뿌연 흑백화면 속에서 이리저리 굴절되는 영상들이 알듯 모를듯 그저 눈만 껌벅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만 그런가 싶지만 친구들 대부분이 남자들은 얘기해주면 그저 그런가부다...하는거지 봐도 잘 모르겠다는 소리만 반복한다고들 하더군. 그런데 설명해주던 의사가 재밌다는듯 계속 웃으며 아기가 정말 재밌는 애라고, 프루브를 들이대는 곳마다 마치 안보여주려는듯 가리고 감춘다며 재미있어하는거다. 그러고보니 정말 아이는 신기하고 신기하게도 의사의 스캐너가 움직일때마다 반응을 보이며 허벅지를 오므리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하는게 아닌가! 압권이었던 순간은 얼굴로 옮겨갓을 때였다. 모모는 한손을 쭉 펴서 얼굴을 가려버렸다 -_-;; 여의사는 자지러지며 재미있어했다. 이런 아기는 처음이라며...숫기가 없는건지 개그가 넘치는 아이인지 모르겠다...

2. 삼청각 방문기
병원을 나서서 곧장 광화문으로 향했다. 삼청공원이나 박물관 주변 내지는 고궁을 거닐며 단풍구경을 아쉬우나마 도심속에서 즐겨보고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주말에 결혼식장을 다녀오면서 창덕궁이나 경복궁도 나쁘진 않겠구나 싶어서 오랜만에 가보기로 했었다. 근정전 공사가 한창인 박물관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놓고(무료다) 광화문을 통해 세종로로 나선 우리는 점심부터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오늘의 점심테마는 무교동의 골목들 중에서 숨은 맛집 찾아가기!! 양키대사관을 지나서 운동 겸 걸어서 찾아간 곳은 삼성화재건물 뒷편 밥집 골목 중에서도 그야말로 좁아터진 "산불갈비"라는 고기집이었다. 한 두평남짓될까? 좁고 오래된 이 집에는 소고기된장찌개라는 절묘한 맛의 점심온리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요건 따로 무차별컨텐츠리뷰/음식점리뷰에서 소개하기로 하자. 여하간 배불리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는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갔다. 생각같아선 갤러리가 즐비한 민속박물관 건너편 길도 산책하고 갤러리들에도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스케쥴이 나름대로 있는지라....충동발걸음은 자제하고 삼청공원으로 차를 움직였다. 아 이런...공원입구를 제대로 못찾은채로 삼청터널까지 올라가버린 우리..얼떨결에 삼청각 정문앞까지 가버린 것이다. 근데 가만보니 공원보다도 액티브하고 괜찮을듯 싶었다. 뉴스에서만 삼청각을 공개한다고 들었지 실제로 와볼 기회가 오늘 아니면 또 있을까 싶어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세상에...아마 다음에도 어른들이나 친구들과 자주 가게될지도 모르겠다. 생각 이상으로 운치있고 괜찮은 나들이장소다. 사계절 별로 가볼만한 이유가 있을듯하다. 북악산자락이 내려다보이는 전통찻집 '청다원'의 넓고 탁 트인 테라스만으로도 손해볼게 없는 장사일게다. 시간이 안되서 보진않았지만 춘풍야화라는 공연도 하고있었고 한국의 현대사(그리 유쾌하지는 못한)가 곳곳에 묻어있는 삼청각 본당인 일화당과 별채들을 산책하며 돌아보는 맛도 있고...여하튼 만족스럽고 매력이 다분히 있는 장소라고 생각된다. 주말에 시간되시는 분들은 유하정이라는 팔각정자에서 펼쳐지는 "해설이 있는 전통예술로의 여행"공연을 가보시라...자세한 정보는 삼청각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길...솟대라는 것도 처음 직접 보았는데 필카로 사진을 찍은지라 이곳에 아직은 올리질 못하지만 나중에 스캔해서 올려볼 생각이다. 청다원 찻집에서 마신 복분자차의 향긋하고 산뜻한 맛도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3. 정동스타식스
내려와서는 정동의 영화관으로 향했다. 상영중인 영화들이란 머 그저 그랬지만 몽정기나 아이앰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은 아이앰샘을 보기로 결정하고 표를 구입하고나니 시간이 좀 남는다. 그 건물에서 오락두 하고 음료도 마시면서 떼우기로 합의하고는 로비 한켠에 자리잡은 패스트푸드음료점에 들어갔다. 대만에서 넘어온 버블티 프랜차이즈인듯 보였다. 타피오카라는 놈을 펄이라고 부르며 넣어주는데 카사바열매로 만든거란다...색깔은 시커멓지만 쫄깃하고 말랑한게 독특해서 오렌지티와 같이 먹으니 맛이 그런대로 먹어줄만했다. 다만 씁쓸한 것은 짱골라 놈들도 이만한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내는데...라는 아쉬움...버블티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고 많은 브랜드로 판매중이긴 하지만 내가 가본 퀴클리도 나름대로 괜찮은 맛과 매장인테리어와 서비스를 갖추고 있었다. 영화는 어차피 BrainSalad영화리뷰에 아이앰샘의 리뷰를 올려놓을 것이니 여기서는 그저 흡족하게 보았다는 말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원래 뱃속의 아기에게는 영화관이 안좋은 장소다. 사방에서 쿵쾅대는 소리는 매우 민감한 아기에게는 해로울수도 있는것. 극장안에 앉아서 아내는 내 외투까지 받아서는 배를 꽁꽁 싸매고 영화를 보았다. 불편할텐데도 말이다. 다행히 아이앰샘에는 다이나믹한 장면은 거의 없고 오히려 다정한 비틀즈의 노래들로만 OST가 구성되어서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4. 저녁만찬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바닷가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교동의 미강이라는 식당이었다. 마지막까지 하루를 잘 마무리하느냐 아니냐는 이곳의 맛과 서비스에 달려있었다. 하루종일 쓴돈보다도 여기서 쓸 돈이 많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이며 우리 부부와 모모는 행복한 저녁식사와 기념일 자축을 끝마칠 수 있었다. 킹크랩요리가 무엇보다도 훌륭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당연하지만 미강에 대한 소개도 무차별컨텐츠리뷰/음식점리뷰에서 다뤄질 것이다.

에필로그
무슨 르포도 아니구 이렇게 장황하게 쓸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 좋아하는 아내를 보면서 나도 오랜만에 마음이 뿌듯하고 남편 도리를 해준 기분이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작은 성의에도 행복해 할줄 알고 그렇게 대해주는 아내가 사랑스럽기도 하고 괜스리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하루였다. 내년도 후년도 앞으로도 많은 기념일이 있지만 언제나 잊지않고 1년에 한번이라도 아내에게 풀코스로 서비스해줄 수 있는 그런 남편이 되고싶다.

6 # 요즘 애키우기[ | ]

청주가 고향이고 서울로 온지 14년째지만 고양시로 이사온지는 1년 남짓이라서 동네친구라고 사귈 기간은 못되었었는데, 의외로 연고도 없는 이동네에 중학교 동창만 3명이 있다... 그중 일산 안쪽에 사는 친구 얘기를 가까운 토당동에 사는 녀석에게서 들은건데, 편의상 일산놈을 갑 토당동놈을 을로 부르도록 하자.
사연인즉, 갑은 결혼을 굉장히 일찍 한 편이라서 지금 초등학교2학년짜리 학부모다. 꽤나 빨랐던 편인데, 그러다보니 본인은 알게모르게 아이 학교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고한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면 부모들이 빨라야 30대 중반 이후가 대부분. 그래도 결혼 이후 살림의 틀이 잡히고 가정경제라는게 형성된 사람들일텐데 이 친구는 나이로 보나 수입으로 보나 아직은 쥐뿔도 없다보니 매달 내야되는 부녀회비 10만원에, 각종 인사치레 비용에, 버거울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던 것. 결국은 부녀회비를 제때 못내고 밀려왔고 그렇게 안낸지 6개월만에 어느날인가 부녀회장이 전화를 걸더니 "세희엄마는 이제 부녀회에서 빠져주세요.."라고 일방적이고 자존심 구기는 연락을 받게되었고 며칠뒤에는 설상가상, 학부모 수업참관에서 딸아이가 자신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선생님에게 대놓고 무시당하고 면박을 듣는걸 지켜봐야만 했다고 한다. 부모 속이 도대체 어땠을꼬...
열받을대로 받은 이 친구...다른 아는 이에게서 외제스포츠카 빌려타고, 돈다발 한뭉치 들고는 학교로 달려갔단다... 스포츠카로 운동장 한바퀴 괜히 돌면서 시위한번 해주고, 교무실로 쳐들어 가서는 "나 모 벤처기업 사장입니다. 그동안 사업이 바빠서 아이 학교에 신경을 별로 못쓰고 소홀했군요...주절주절..." 그 뒤로 친구 딸아이 세희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귀여움 받으며 무럭무럭 잘 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이야기 되겠다...
이건 요즘 아이들 교육문제의 아주아주 작은 한 파편조각도 못되는 것 같다. 이 친구 그 뒤로는 돈에 한이 맺혀서...주말에도 부업거리 찾아다니는건 물론이요, 주변 친구들 만날때마다 주말에 쓰잘데기없는 취미생활이네 레저네 하지말구 젊을 때 한푼이라도 더 벌어놓으라는 둥...전도에 여념이 없다 -_-;;
나의 아내는 특히나 이런 트렌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기유학, 미국원정출산, 베이비 명품, 소위 말하는 강남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어서 굉장히 싫어한다. 아내는 앞으로 나올 아이를 대통령이나 경영자나 교수나 박사로 키우고자 인간미도 현명함도 잃어버리는 아이는 만들고싶지않다고 늘 이야기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차라리 도올과 같은(도올만큼이나 되면 고맙게? -_-) 아니, 그야말로 자연인으로 키워서 심신이나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떤 것이 현명한 자녀교육일지...일산이란 동네서도 이럴진대, 강남,분당에서는 도대체...속 터지고 눈꼴 사납고 자존심 상해서 어떻게 산단건가? 서점에를 나가보면 우선 눈에 띄는건 아이를 천재로 키우는 방법이니 머니 하는 따위의 속물적인 인간양성법에 대해서는 홍수를 이룬다. 너무 많아서 다 고르지도 못할 정도다. 물론 조금은 그런 속물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는 지침서들도 아주 많다. 그렇지만 대세는 아니라는거다. 이 땅에서 근본적인 교육문제 해결은 애시당초 나는 기대하지를 않고있는 편이고, 이 땅에서 힘깨나 쓰고 이름 깨나 알려지고 뭐 암튼 저 사람은 민족과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아이의 유학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 같은 사람마저도 여지없이 자녀들은 외국에 나가서 파란눈의 아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있는 작금의 실태를 보면 대한민국이 과연 대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나라인지 가슴이 답답해온다...지극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유학은 경제적 능력이 된다는 전제하에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국내 교육과 천양지차인 것이 현실이고, 그래서 솔직히 남들이 아이들 유학보내는 걸 비난하고 개탄하는 것은 그야말로 없는 자의 탄식이요, 뭘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진정으로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7 # 심심풀이 동물점[ | ]

http://webzine.kninfo.com/fortune/animal/pegasus.html?name=이장원&year=1970&month=10&day=31\\ 나는 페가수스란다. 구속을 싫어하는 감성이 풍부한 천재이고 신비스런면이 매력적이란다. 재미로 보는거니까 더구나 좋게 나온 편(?)이니까 개의치는 않는데, 찬찬히 읽어보면 의외로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에 소스라치게 놀라게된다.(물론 오버하는거다 소스라치긴 멀...) 감정에 솔직하고, 변덕이 심하고(본인은 잘 못느끼는...), 화려한걸 좋아하고, 귀찮은건 딱 질색이고...가끔씩 보는 이런 류의 점이랄지 하는 것들이 때로는 생활의 작은 활력이나 양념이 되어줄 때가 있다...오늘이 그런 날이다.

8 # 100-1번 시내버스[ | ]

나는 매일 아침 82번 좌석버스를 집앞에서 타고 나서 당산역에서 100-1번 좌석버스를 타고 회사근처 목1동사무소 앞에서 내려서 출근을 한다. 오늘은 100-1번 버스에 대해서 며칠동안 아니 몇달 동안 참고있었던 불만을 여기에다가라도 풀어봐야겠다. 한마디로 결론부터 내리자면 이 버스는 서울 시내에서 사라져야한다. 살인버스나 다름없는 버스이다.(얼마전 개봉했던 자살관광버스란 영화가 생각난다)

왜 이런 표현을 쓰는고하니 기사들의 운전행태가 너무도 위험하면서 한편으로는 불쾌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선을 침범해서 사거리를 맹렬한 속도로 내달리는가 하면 고가도로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지않고 폭주를 해서 뒤쪽 좌석에 앉은 사람들 중 가벼운 체구들은 위로 붕 떴다 내리찍히기도 한다. 버스 앞에 차가 한대라도, 1초라도 머뭇거리는건 용서를 안한다. 빵빵대고 난리다. 정류장에는 염전히 멈추는 적이 한번도 없다. 당신이 100-1번 버스에서 서있게 된다면 손잡이를 단단히 잡아야 할 것이다. 왠만하면 양손으로 잡아라. 안전을 위해서 그게 현명하다. 내릴 때는 일사불란하게 조금의 시간지체도 없이 내려야만한다. 승객 내리는 뒷문이 자신의 리듬보다 단 1초만 늦어도 뒷통수에 기사양반의 욕지거리나 투덜거리는 소리를 맞으며 버스를 내려야 할 것이다. 아침부터 재수없게도 말이다. 마치 단 한순간의 멈춤이나 끊김도 없이 자신의 운행시간 동안은 짜여져있는 프로그램을 제한된 시간 내에 돌려야하는 로보트들과 같이 보인다.

문제는 내가 이제껏 보아온 약 7~8명의 기사들이 하나같이 다 똑같다는게 더 큰 문제다. 도대체 이 회사는 어디서 이런 인재들을 끌어모았단 말인가? 인상착의로 말할 것 같으면 모두들 왕년에 한가닥했음이 분명한 인상들, 소위 말해 먹어주는 얼굴들이다. 덩치가 크나 작으나 말이다. 이제까지 딱 한사람 예외인 사람이 있었다. 근데 여자기사다 -_-;; 이 아줌씨도 만만치않다. 내가 유일하게 손잡이를 놓치고 자빠질 뻔 한적이 있는데 이 아줌마가 몰때였다. 항상 맥아더가 쓰던 선글래스를 착용한다. -_-;;

도대체 무엇이 이런 매드버스, 크레이지버스를 만든 것인가? 이 버스는 광명시에서 신도림을 경유하여 영등포, 당산, 목동1~6단지를 순환하는 노선이다. 풀코스를 타보지는 않았지만 대강 봐도 나같아도 짜증이 날만은 한 노선도이다. 그렇지만 어디 서울 시내 이런 코스가 한두개인가? 코스가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어쩔수 없다....라고 한다면 전혀 설득력이 없게 되겠다. 애시당초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로 기사진이 구성되었다고 넘겨짚는 것도 사실은 별다를게 없는서민끼리 너무 심한 욕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백화점에서 같은 주차안내나 같은 인사법을 훈련받은 듯 똑같이 거친 이 양반들의 운전은 머가 문제인걸까? 나는 혹시라도 회사의 처우나, 회사의 사내 교육이 엉망이기 때문에 결국은 직원들도 이 모양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럼 도대체 100-1번 버스의 운수회사는 어디냐?

 

그렇다. 이 버스 노선은 범일운수라는 버스회사에서 운행하는 노선이며 이 회사는 이외에도 70번,108번,124번 등 주로 광명 시흥 일대에서 영등포, 목동, 당산 등지를 오가는 노선들을 전문으로 운행하고있는 회사다. 회사 홈피를 보면 대표이사는 신지식인으로도 뽑힌바 있고 친절운행상도 여러번 탄걸로 나온다. 그러면 머해...민원게시판에 들어가보면 가관이다...100-1번에 대한 내 불만은 별것 아니게 76번 노선 등에 대한 불만은 정말 폭발 일보직전인듯 하다. 이런 회사가 버젓이 사업을 하고 돈을 벌고있나...내가 알기로 서울 시내 좌석버스와 시내버스 등은 대표적인 이권개입 사업이고 비리가 넘실대는 사업분야이며 주먹,어깨,깍두기들이나 각종 떨거지들이 다수가 활동하는 무대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 돈푼깨나 여기저기 뿌리고들 다니겠지...또한 공복들도 그런 시스템에 어느정도 익숙하고 유용하게 써먹고들 있겠지...나 하나, 아니 대중의 힘으로 외친다 해도 특별한 사고나 문제발생이 없는 한 이런 불편사항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시간에도 숱하게 많은 이들이 버스회사의 민원게시판이며 서울시 교통관계 홈페이지에서 돌아오지않는 메아리일지라도 낮은 목소리들을 외치고 있다. 안된 일이지만 말이다. 내 경우엔 대중교통을 출퇴근 시에라도 적극 이용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약간의 불편함보다는 돌아오는 이득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나 운수회사들도 대중교통을 살려달라고 대중교통 이용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언제나 있는 자들은 없는 이들을 기만하고 무시하고야 만다. 쓰나마나한 혼잣말이고 넋두리이고 투정이 되어버렸지만 착한 서민들은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언제까지 얼마나 더 참고 살아야되는건지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것만 같다. 나도 내 인생의 목표를 꼭 돈벌어서 출세하자...따위로 만들고싶지는 않단 말이다...이 빌어먹을 세상아... 2002.10.15 저녁 퇴근 직전에...

9 # 내 인생의 키워드들[ | ]

Slow and Steady, but Smart
얼마전부터 엠에스엔메신저의 대화명으로도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 내 삶의 전략키워드로 삼고있는 말이다. 원래가 조급한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더더욱 이런 자세가 나에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면서 정진하는 것..... 이는 현명하고 또 전략적인 목표관리와 일정관리가 수반되어야만 효율적이고도 생산적인 인생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함축하는 말이 바로 "천천히 꾸준히,그러나 현명하게"인 것이다. 대단치않은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천하는건 꽤나 힘들다는 것을 느끼며 살고있다. 더구나 나 스스로, 또 한편으로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모종의 성과를 가시화시키는데는 더더욱 큰 인내가 요구된다. 세상을 둘러보면 모두가 발빠르고 약게 앞서가고 있다는 압박이 늘 자신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는 하지만 단거리를 단숨에 나보다 앞서나가는 이들을 마냥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려다볼만한 인덕수양이 안된지라, 초조해지고 작은 것에 집착하게되는건 어쩔수없는 소인이고 범인이기 때문이리라. 올해에 내 인생의 계획을 어림잡아 새로 짜놓았다. 이름하여 자기경영폴더를 만들고 5가지 분야로 계획을 수립하고있지만, 실천하고 있는 것은 일부분에 지나지않는다. 고려바위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이 생활공작소 꾸미기도 그 일환이지만 아직은 내 생각만큼의 속도가 나지는 않는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좀 떨어지는 필자로서는 의욕은 넘치되 다소 무리한 계획들이었는지 모른다. 바로 이런 점들이 Non-Smart한 계획들이겠지...어쨌거나 지식및인맥경영,건강및가족경영, 시간및여가경영, 자산관리의 4분야에다가 단기전략경영이라는 TF성격의 계획까지 포함하는 나의 자기경영전략은 끊임없이, 서두르지않고 60대에 모든 구속으로부터 독립하는 그날까지 계속 자기반성과 분석을 거쳐 업그레이드되어 나갈 것이다.

Think Big, Scale Fast
인생을 살다보면 끊임없이 크고작은 의사결정의 테두리 안에 놓이게된다. 누구도 피해나갈 수 없는 일이고 의사결정없는 인생은 정신질환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개별적인 의사결정과 일을 대하는 태도로써의 좌우명이 크게 생각하고 빠르게 판단한다는 의미의 "Think Big,Scale Fast"되겠다. 인생의 장기적인 전략과는 대비되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명한 자기경영을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덕목이 더욱 요구된다. 서두르지않고 서서히 커다란 물줄기를 몰고나가는 순간순간은 숱한 도전과 상황변화와 외란의 연속들이고 이를 위해서는 앞을 내다보는 큰 생각들을 기초로 한 빠른 순발력만이 큰 물줄기가 흔들리지않고 하나의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오늘의 작은 의사결정이 내일 있을 큰 파동을 미리 잠재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의 원전은 맥킨지의 보고서를 보고 따온 것으로 기억한다.

Know-Why
노하우도 노웨어도 아닌 보다 원천적인 지적능력.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막론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데서 오는 자기성찰과 자기계발에 대한 키워드이다. 나 자신에게 있어서 항상 부족하고도 부족한 부분이 왜? 라는 질문과 호기심. 이것이 부족한 나 자신은 내 안에 있는 더 큰 창의력을 살려내지 못한다고 늘 아쉬워하곤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장래의 내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왜 그럴까? 하는 지적호기심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을 가정에서 해줄 수 있는 지식교육의 첫째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도전하고 이루는 삶
손전화의 액정에 써놓고 다니는 글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이 내 인생의 경영전략이고 전술이라면, 이 짧은 한마디는 그 모든걸 함축하는 인생의 철학이자, 내 삶의 비젼이다. 이 철학을 믿고서 나는 40대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할 것이고 50대에도, 60대에도, 나의 정신력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그 대상이 육체적인 활동이건, 정신적인 활동이건, 생산적이건, 오락적이건 관계없이 새로움에 늘 도전하고 그 무언가를 이루면서 살고싶다. 치열하고도 유쾌한 삶....도전해서 이루는 삶은 분명 치열하고도 유쾌한 인생이 될 것이다.

10 # 책책책을 읽읍시다[ | ]

MBC의 느낌표란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으는 꼭지의 이름이다. 이 꼭지에 소개된 책치고 베스트셀러가 되지않는 책이 없다. 신경림같은 이도 몇년째 썩히고 있던 "시인을 찾아서"를 이 코너를 통해서야 뒤늦게 세상에 알리게되었는데, 최근에 이 꼭지에서 작가나 진행자보다 더 큰 화제를 몰고다니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이 녀석은 시청자들이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특히 정해놓은 그날의 주제책을 읽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위해 무작위 인터뷰를 하는중에 나온걸로 기억한다. 소위 "애늙은이"과 중에서도 단연 대장감이랄만한데,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언변이 당장 대학교수와도 막힘없는 대화를 끌어갈만한 수준이다. 개그맨 아저씨들과 방송장비들 앞에서도 너무나 여유롭게 진행자인 김용만과 유재석을 꾸짖기도하면서 저보다도 더 아이 다루듯하는데는 기가차지 않을 수 없었다. 워낙에 비범한 스타일은 아닌데, 꾸준한 독서의 위력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

TV나 언론지상에서는 심심치않게 소위 "영재", "신동", "초능력소년"들이 소개되고는 한다. 암기왕, 영어달변, 수학의 천재, 한자귀신 등등...그런 슈퍼차일드들을 보면서 또 이땅의 수많은 아이엄마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을 콩볶듯이 볶아대기 시작하고, 틈만 나면 아이에게 영어를 억지로 시키고 사람들 앞에 자랑거리로 내놓고싶어 안달을 하고는 한다. 아이들 말마따나 영어로 말하면 엄마도 아빠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앞에 이 친구는 조금 다르다. 이런 슈퍼차일드들이 대부분 가진 서커스적인 재주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10년,15년뒤에 신동들이 지극히 평범한 학생 또는 그보다도 못한 순탄치않은 청년기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독서소년만큼은 자신의 삶을 성찰할줄 알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알고, 인생의 목표와 가치관과 계획을 분명히 하는 비젼있는 젊은이가 되어있지않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못해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인생을 낭비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세이노선생은 책을 접하는 생활의 가르침에서 이러한 독설을 전하곤한다. "책을 읽으라면 마음의 양식을 쌓는답시고 시집이나 문학전집,소설 따위만 열심히 읽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경제에 대한 마인드를 익히고 실천할 수 있는 재테크지침서와 실전서들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돈에 대한 마인드를 일깨워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한 이야기이므로 전적으로 옳다그르다를 논할 필요는 없겠다. 그보다는 이런 안내를 귀담아 들어보라. "책을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주제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공략하라. 주식이면 주식, 처세술이면 처세, 부동산이면 부동산 등등, 관련된 책들을 한달에서 두달사이 서너권만 집중해서 읽어도 학습효과는 배가된다." 세이노선생의 이 간단한 팁은 비단 단기적인 "학습효과"를 위한 수험서나 재테크 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데에는 저마다의 이유나 의의가 다 다를수 있겠지만 다 공통적으로 무언가를 책으로부터 얻고자함에 있다는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공부"를 위해서 읽는 책이 따로 있고 휴식과 마음의 평온을 위한 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또한 책으로부터 배운것이된다. 하다못해 부모님들 싫어하시던 만화책에서 알게된 상식들도 이 나이가 되도록 잊어먹지않는 것들이 많을진데, 어느 누가 책으로부터의 학습효과를 객관적으로 계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는 교양을 위한 것이든 취미를 위한 것이든, 책은 주제를 갖고 집중적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무척이나 효율적인 독서방법이란 말이 더욱 설득력을 지니게된다. 베스트셀러들이란 의외로 얻을 것이 없는 경우도 있고, 얻을게 많은 책임에도 이것저것을 닥치는대로 읽다보면 의외로 좋은 내용을 놓치고 읽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의 경우엔 유난히 집중력이 떨어지게 읽었던 책이 있다면 반드시 2독,3독을 하는 편이다.
다독만이 반드시 독서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Fast Learner만이 세상을 앞서고 이끄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2002.9.15 저녁

11 # 타인에 대한 기대치[ | ]

"내 마음만 같을까", "내 맘을 누가 알겠어"
일상속에서 자주 듣고 쓰는 말들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게되고 오해하며 미워하며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상대가 친구이건, 경쟁자이건, 또는 부모,형제,아내,심지어 자식과 같은 가족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낳고 미움은 미움을 키워서 급기야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비록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서로의 입장, 생각하는 바, 주변 여건에 대한 충분한 사전정보가 있었더라도 오랜기간 차별된 서로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이해하지 않고 접근한다면 누구하고라도 원하지않는 오해와 갈등을 야기할 위험이 우리 곁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뒤, 아니,, 채 다 읽기도전에 아내나 또는 옆의 동료와 대판 말싸움을 벌이게 될지 누가 알까?

흔히 결혼을 하게될 때면, "서로가 각자 다른 문화와 관습을 가진 가문에서 20,30년씩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해 온 사실을 부부간에 인식하고 그 차이에서 올 수 있는 충격들을 슬기롭게 피해나가야된다." 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되고 그 뒤로 자신의 후배들에게도 매번 비슷한 충고를 해주게된다. 국가와 민족간에 저마다의 역사가 있고 그로 인한 문화적인 차이가 있듯이 개인에게도 자신만의 역사가 있고 지키고싶은 전통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너무 거창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생각을 평소에 아무리 잘 새기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갈등의 상황이 되면 생각처럼 마음이 조정되지않고 종종 이런 부분을 무시하게도 되는 것이 인간의 감정이란 놈이다. 인간관계란 애시당초 머리로 만들고 유지해 나가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해로 인한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특히나 가족간의 오해로 빚어지는 반목들)만큼이나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하고 몸을 갉아먹는 것이 없다. 조금이라도 이로부터 자유로와지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자신도 모르게 쌓아놓고있을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버려나가도록 하자. 열길 물속보다 깊고 넓고 어두운 사람마음을 완벽히 이해하려 들지말라. 그런 무리한 욕심이 닿지못하는 타인의 부분들은 대부분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오해의 방으로 옮겨지게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대치"란 자체가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들릴수도 있다. 어쨌든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조차도 어떤 의사소통간에 은연중에 "당신들"에 대한 애착과 그로 인한 요구사항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한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에서, 상대에 대한 기대치와 요구만 상충된다면 그 결과는 결국은 오해와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지게된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더 많은 정신적인 수련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른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설득하고자, 완벽하게 주입시키고자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런 자신의 노력이 배신당했다고 느껴질 때 미움은 싹트게된다. 무턱대고 미움만 먼저 떠올리지말아라. 어쩌면 상대방도 자신의 속을 몰라주는 야속한 당신에게 미움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2.8.26 오후 서재에서

12 # 중학교친구[ | ]

동네도서관에서 중학교 시절 단짝친구를 만났다. 12,3년정도 되었을까?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함께 서울에 오게된 고등학교 친구들과 주로 어울리게되면서, 서울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되면서, 멀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나에게 무척이나 서운해했을 친구다. 이젠 예전의 그 미워하고 만나면 한대 패줄것 같은 심정이 많이 희석되었을까?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감정의 찌꺼기가 담배를 나눠피며 자판기 음료수를 마시는 10분정도 짧은 시간에 다 없어지진 않았으리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뭐하면 살았는지, 결혼은 했냐, 애는? 부모님 건강하시고? 그렇게 뻔한 얘기들...직장생활 어떤지, 어디로 출퇴근하는지...길게 얘기할만큼 공유된 정서가 부족하다보니 범인 심문하듯이 단답형만 주고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에라이 나쁜놈아..."하며 내 어깨와 머리를 치는 녀석...그래, 나 참 나쁜놈이었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 시절, 왜 중학교 친구들을 그리 멀리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심지억 기억도 얼른 떠오르지않았다. 아마도 이 친구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리라. 갑자기 떠올리자니 이 녀석이 어디 살았었는지, 부모님이 머하셨었는지, 학교졸업 이후로 어떻게 지내왔는지...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난 이제까지 살면서 몇번이나 녀석을 생각하고 소식을 전해듣고자 노력해봤을까? 내 성장기의 크나큰 이벤트중 하나였던 이 녀석과의 추억이 내 마음속에선 얼마만큼이나 소중히 기억되고 있었을까? 내겐 추억이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 아니,잊고지내는,소중하게 보관하지 못한 추억이 너무 많다. 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허울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내 지나간 소중한 역사를 망각하고 왜곡하고 있는 것인지...

나에게는 늘 사람들과의 관계유지가 어떤 숙제나 시험보다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혼자 지내온 외아들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너무나 편협한 시각에서, 자의적인 선택의 범위에서 국한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는것 같다. 때로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명분을 찾아내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의도적으로 필터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객관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경우고 본인에게 득이 될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사람들과 연락하고 소식 주고받기를 공연히 힘들게 생각하곤한다. 분명히 성공적인 인생을 걷기위해서는 고쳐야만 할 부분이리라.

다시 중학교친구얘기로 돌아가서,
결국은 대학을 서울로 떠나오면서 바보같게도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 걸어갈 수 있었던 친구들을 나는 그런 이유로 뒤로 제껴둔채 혼자 걸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자기합리화 명분을 만들어놓았던 셈이다. 어린 시절, 치기어린 내 마음속 여유공간에는 중학교 친구들을 들여놓을 공간이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떠올리다가도, 이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잊고자 노력했었다.

다행스럽게도...그렇게 바보처럼 저 잘났다고 혼자 걷던 길에서, 우연히도 난 그놈을 다시 만난 것이다. 그 길의 끝자락이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그동안 무엇을 버렸던 것일까? 내 소년시절의 다시 볼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난 새롭게 만날 수 있는 더 재밌는 친구들, 폼나는 친구들, 촌티안나는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면 된다고 생각했었나보다. 얼마나 우매하고 어리석었던 생각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체의 관계가 적용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회에 나와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대인관계들은 대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업때문에 만나는 거래처는 협상이 깨지면 다시 새로운 영업처를 발굴하면 될 일이다. 유년시절의, 젊은날의 추억을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지않은가? 이제라도 어린 시절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연은 소중한 것이다. 인연을 맺은 사람들 사이엔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때론 가슴아픈 지난 시간들이 있다. 그것은 곧 개인의 역사다. 아직 나에겐 써나가야 할 역사가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는 잘못된 역사를 써나가는 어리석음을, 지나간 역사를 잊고 소홀히 하는 바보짓을 하지않게 되기를...추석이 지나면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술약속이라도 잡아야겠다...

2002.8.25 행신동 시립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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