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고양이

1 # 거북이[ | ]

오늘은 노원청년단의 비정기 회동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 이상은 꼭 내방에서 빈둥거리는 일이 있는거 같은데 오늘도 그러다가 오늘 저녁은 날도 시원하여 밖에 나갔다.

집 근처에 정자가 하나 있다. 안미남의 관찰에 의하면 동네 양아치들과 노인들 사이의 나와바리 알력이 있다고 한다. 1.5L 페트병이 필요하다는 안미남군의 요청에 따라 1.5L 환타를 사들고 정자에 앉아서 노가리를 까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시시껄렁한 얘기들을 하다가 안미남군은 집의 호출로 먼저 들어갔고 우람군과 나는 좀 더 앉아있었다.

갑자기 뭔가가 내 다리를 건드려서 화들짝 놀랐는데 보니까 고양이였다. 이 네는 은근이 야생상태로 지내는 들고양이가 많은데 이놈도 그래보였다. 태어난지 몇달 안되어 보이는 꼬마라서 아주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녀석이 코로 내 다리를 건드려서 그 촉촉한 느낌때문에 놀랐던거다. 우람과 나는 계속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다른데 갔다가도 계속 우리 자리로 돌아오면서 내 발냄새를 맡거나 다리에 머리와 허리를 비비면서 돌아다니곤 했다. 우람은 다리를 올리고 있었고 나는 다리를 내리고 있어서 그랬는지 내 주변에서 계속 맴돌았다.

나는 이 녀석이 좋아졌다. 보통 고양이는 거만해서 어지간해서는 재롱을 피우지 않는데, 이 놈은 계속 내 주변을 왔다갔다 하면서 내 다리에 친밀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 옆에 앉아서 자기 목덜미를 핥거나 발을 핥아서 세수를 했다. 나무 둔치로 가다가 재채기를 하는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었다. 음 나는 녀석이 상당히 좋아졌다.

보니까 목에 뭔가 줄이 매어져있었다. 언젠가 목줄이 묶인채 야생이 되어버린 강아지가 몸은 성장하는데 목줄은 그대로 있어서 목이 졸려 죽었다는 것을 본 기억이 났고 풀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람이 녀석의 주의를 끌고 나는 녀석의 목을 잡은 채 줄을 풀기 시작했다. 다행히 줄은 그리 단단히 묶여있지 않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풀어줄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녀석은 더욱 내 다리 근처에서 어슬렁거렸고, 나는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얼마전에 친구랑 만났는데 친구는 딸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 아이는 너무 귀여웠는데 뭐랄까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손도 잡아줬고, 윙크도 해줬다. 물론 나도 나름대로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아이가 천진하게 나를 좋아해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이 날 친구와도 여러가지 대화를 했지만, 좀 더 기뻤던 것은 친구와의 대화보다는 친구의 딸아이와 나눴던 여러 교감쪽이 훨씬 즐거웠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꼬마 고양이가 나에게 보여준 천진한 모습은 나를 참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한동안 동네 다닐 때는 그 꼬마가 있나없나 주의깊게 보고 다닐 듯 하다. 아마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유가 이런 것이겠지. -- 거북이 2004-8-9 2:24 am

2 # 촌평[ | ]

그 딸아이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구만..


왠지 모를 일말의 억울함이 들었다...


응? 거북이와 나 중에 거북이가 더 좋단 말이야?? 말도 안되! -- 안미남 2004-9-12 9:03 am

그 강아지는 죽지는 않았고 119구조대와 주민 등 총출동해서 끔찍한 수술 끝에 살려냈던 걸로 티비에서 봤는데...혹시 그뒤에 죽었나? -ㅁ- 목이 졸려 얼굴이 강호동만해진 견공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 -- BrainSalad 2004-8-9 9:15 am

3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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