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어전씨

1 2006.05.30 : 임어전씨 Emergency![ | ]

오늘은 저녁에 오토모 요시히데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오후에 신주쿠의 음반점들이나 좀 더 둘러보았다. 레코팡이라는 중고CD 유통 체인점이 있어서 이번에는 거기에 한번 갔다. 여긴 북오프보다 한단계 우아한 곳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여긴 일본 뮤지션쪽이 강세인지라 일본 음악을 찾으려는 사람 아니면 크게 메리트가 없다. 여기서 에고 래핑EgoWrappin과 지루치Zilch의 CD를 산 기억이 난다.

오늘의 공연장인 핏인Pit Inn을 찾았다. 그런데 조금 일찍 도착하여(난 아직도 시계가 없는 채였다) 일단 배를 채우기 위해 '마츠야'라는 가게로 갔다. 마츠야는 요시노야만큼 싼 음식을 초고속으로 파는 그런 가게다. 덮밥류가 주문과 동시에 나온다. -_- 나는 일본인들처럼 절인 생강을 잔뜩 넣고 벅벅 비벼서 먹어보았다.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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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들은 내가 넣은 것의 세배쯤 넣고 비벼먹는다. 옛날에는 일본 음식이 안짜다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다들 뭔가 독하게 먹는다.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의 서점으로 들어갔다. 일본에는 키노쿠니야처럼 대형서점이 아닌 곳들도 규모가 상당히 크다. 아직도 음반점과 서점이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여기서는 일본의 문고본들을 좀 들여다보았는데 역시 스케일이 대단하다. 몇권의 책 제목과 광고문구를 적어보았다.

  • 수학을 사랑한 작가들
    • 소세키는 '도련님'보다 수학쪽에 더 자신이 있었다!
  • 러일전쟁에 투자한 남자
    • 월가의 큰 손이 일본을 구했다!
  • 존 레넌을 들어라!
  • 이와나미신서의 역사
  • 언어유희의 재미
  • 기억해라! 세계사 (사건당 3분내에 외울 수 있게끔 편집이 되어있음)
  • 하류사회 (이건 얼마전에 국내에 번역된 듯)
  • 혈액형의 세계지도
  • 인간은 외모가 9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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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동네 서점이다, 젠장. 그리고 수학을 사랑한 작가들이라는 책 표지.

우리나라는 문고본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판인데 일본의 문고본들은 아직도 엄청난 양과 질을 자랑하고 있었다. 저 주제의 다양성을 보고있으면 압도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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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오사카에서 보았던 일본의 잡지문화도 대단했다. 오사카에 살고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잡지, 인간문화재만 다루는 잡지, 댄스뮤직만 다루는 잡지, 철도여행자들만을 위한 잡지 등등 없는 분야가 없다. 일본어를 잘하면 접할수 있는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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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잡지들. 위는 우리가 어릴때 읽던 뉴턴이라는 잡지. 이게 실은 일본잡지였던게다. 아래는 '어른의 과학'. 알고보니 일본에는 놀이만을 전문으로 한 '놀이'라는 잡지도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되어 공연장으로 가는데 왠지 멀미가 날것같다. 여행이 힘들었던 것인지, 판쪼가리를 너무나 사댄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하루건너 한번씩 공연을 보러다닌게 체한것인지 뭐가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멀미가 났다. 집에서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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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공연장인 재즈바 PIT INN

Emergency!라고 이름붙여진 오늘의 공연은 대단했다. 기대했던 오토모 요시히데는 분위기를 꽉 잡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연주는 별로였다. 그나마 턴테이블 돌려가면서 연주하지 않은 것만해도 고마운 일이었지만 기타연주에서도 그다지 감동을 주진 못했다. 반면에 함께했던 드러머(사실 이 양반이 오늘 리더였다)와 기타리스트가 잘했다. 기타리스트는 약간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양반이라서 그런지 별명이 사장이었나보다. 관객석에서 '사장님 화이팅!'하는 멘트가 심심찮게 나오면 그는 바보같이 웃곤 했다. 연주 자체는 정말 절정의 그것이었지만 다들 너무 즉흥연주적이어서 듣다보면 피곤하기도 하고 뭐 그렇다. 하지만 오늘의 멤버는 정말 정예중에 정예라고 할 수 있어보였다. 공연장에는 한 백명정도가 모여있었는데 사운드도 좋고 연륜있는 공연장다웠다.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열심히 오늘의 부틀랙을 녹음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연주자와 팬들간의 사이는 좋아서 공연 끝나고 친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여간 이런 음악은 항상 그 바닥이 그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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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래도 정이 안가는 슈퍼스타 임프로바이저 오토모 요시히데(大友良英)

숙소로 돌아와서 열심히 짐을 쌌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 어찌어찌 짐싸는 것은 성공해서 잠을 청했다. 이것이 내일 발목을 잡을줄은 모르고 있었으니 쿨쿨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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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 짊어지고 오느라고 정말 미취게 고생하게 된다. 이것이 나의 진짜 임어전씨였는지도 모른다.

1.1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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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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