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위댄스

lposter001762.jpg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깝고도 먼 곳입니다. 최근에는 월드컵이라는 마약같은 열기를 공유했었고 그들에게 우리의 예능인들이 인기를 끌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에서든 음악에서든 심심치않게 터지는 표절사건으로 인하여 나름대로 문화적 공감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사실 전 일본의 영화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정도가 취향에 적당하게 부합했다고나 할까요? 그들의 60~70년대에 나온 포크와 뉴뮤직계열의 음반들을 적지 않게 콜렉팅한 저로서는 왜 그들의 영화가 썩 안 와 닿는지 아직도 해답이 나오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에 OnukiTaeko가 주제가를 불렀다고 하는 영화 쉘 위 댄스를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봤습니다. 생각보다 여운이 짙게 남아서 글을 남겨봅니다.

스기야마 쇼헤이 (42세). 20대 후반에 결혼을 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고대하던 내집 장만의 꿈도 실현하며 착실하게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구축해온 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그에게 불만이란 없다. 회사에도 가정에도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철 차창으로 그녀를 보기 전까지는.

댄스교습소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여인, 마이의 모습을 통근 전철 차창으로 매일 바라보던 중, 차츰 스기야마는 그녀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저 여인과 춤을 추고 싶다. 어느 틈엔가 발걸음은 댄스교습소를 향하고, 문을 열어보니 그곳은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같다. 어딘지 어색하고 화려한 의상에 몸을 감싸고 춤에 열중하는 아저씨, 아줌마들.

얼떨결에 댄스교습소에 입회한 스기야마는 그곳에서 댄스대회 출전에 열을 올리 는 토요코 아줌마, 의사의 권유로 왔다는 뚱보 다나카, 수다스러운 핫도리,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비밀리에 교습소에 다니는 회사 동료 아오키를 친구로 얻었다. 점차 댄스의 매력에 빠져드는 그는, 아오키의 권유로 댄스홀, 댄스 파티에 참가하는 등 열을 올리게 된다. 한편, 스가야마의 아내는 귀가 시간이 늦어진 남편을 의심해 사립탐정을 고용한다.

입회하고 얼마 뒤, 기회를 엿보던 스기야마는 용기를 내어 마이에게 저녁식사를 제안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모멸감 때문에 더욱 댄스에 열을 올리는 스기야마. 그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던 중, 차갑게 얼어있던 마이의 마음도 차츰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과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댄스를 추어보고 싶었다'는 스기야마의 고백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마이. 스기야마를 통해 진정한 댄스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마이는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토요코를 위해 스기야마에게 함께 댄스대회에 출전할 것을 권유하고 아오키, 토요코와 함께 맹훈련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대회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이 극한 상태에까지 다다른 스기야마는 젊은날의 청춘으로 다시 돌아간 듯, 플로어에 입장한다. <야후 영화 발췌>

스기야마는 댄스 교습소의 창문에 기대선 미녀를 봅니다. 그리고는 춤을 추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들어간 교습소. 차가운 시선들. 서툴기만 한 스텝과 뻣뻣한 자세. 그렇지만 회사에서 비밀을 공유하는 동료 수강생을 만나면서, 조금씩 댄스의 재미를 느껴가며, 일상에도 활력을 얻습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소개된 <아메리칸 뷰티>와 어떤 동질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두 영화가 모두 중년남성의 권태를 그리고 있고 그 중년남성이 권태를 벗어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메리칸 뷰티>가 지극하게 개인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무모한 일탈로 결국에는 비참한 결과로 파극으로 치달으며 오히려 자신을 뒤돌아보는 일종의 성찰을 얻게한다면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일탈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오히려 유쾌합니다. 그리고 얼마든지 일상에서 충분하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깐의 시간을 들여 스포츠 댄스. 이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소소하기 이를 데 없는 정당한 일탈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건강함이 느껴집니다. 댄스를 통해 생활의 재미를 되찾아 가는 스기야마도, 라틴 댄스만을 추며 플로어에 올라가면 딴 사람이 되어버리는 아오키도 힘든 생활을 위한 일을 마치면 과로로 쓰러지도록 댄스에 열중하는 토요코도, 건강을 위해, 또 아내와의 즐거운 취미 생활을 위해 댄스를 배우는 사람들도, 댄스 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생님도 모두 댄스를 통해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지하철 플랫폼에서 남몰래 스텝을 연습하는 스기야마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에 몰두할 때 그래서 성취할 때 느끼는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다리 밑 공터에서 스텝을 연습하는 스기야마의 모습은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만큼이나 인상적인 댄스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중년의 노선생께서 춤을 정해진 스텝을 밟으며 배우려고 하지말고, 음악의 박자에 맞추며 즐기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 모든 이들의 모습이 댄스를 하는 순간만은 일정한 정박이 아닌 엇박에 몸을 맞추고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무엇인가에 찌들려 재미와 활기가 없는 일상을 살고 계신다면 이 영화는 기분전환에 그만일 것입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갑갑하고 규격품같은 일상에서 가끔씩 떠나서 무엇인가에 매달려 그저 흐트러진 나를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드는 영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정교한 스토리로 재구성해낸 연출에 찬사를 보내게 되는 일본 대중 영화의 수작. 이 쉘 위 댄스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Invictus-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