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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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6.05.16 : 봄비 내리는 교토[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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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는 부산이랑 기질이 비슷하다고 한다. 군데군데 이런 누더기가 많은 것을 보면 확실히 오사카는 깨끔떠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도쿄가 있는 관동지방은 확실히 여기 관서지방과는 다르다. 서로 싫어한다고 한다. ㅎ

6시에 일어났다. 여행자가 저녁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일찍 자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교토에 가기로 정하고 숙소를 나섰다. 어차피 우메다역에서 탈 것이니 안타봤던 요츠바선을 타보려고 조금 걸었는데 상당히 멀다. 일본 지하철 노선도에서 같은 역이라고 거리가 가까울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나라도 동대문운동장처럼 노선 세개를 환승하는 역은 지하가 미로인데, 일본의 지하철은 두세배는 더 복잡하고 크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있겠지만 일본은 철도왕국이고 그 철도의 복잡도에 있어서 세계 최고이다. 영국처럼 철도 역사가 길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해한대로 간단하게 적어본다.

  1. 국철(JR) : 이건 말 그대로 국철이다. 국가는 수요와 상관없이 전 국토를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철도라고 할 수 있다. 도쿄에서는 야마노테센이 JR인데 서울지하철 2호선과 비슷한 역할을 하므로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핵심 노선이다.
  2. 지하철(시영, 운영공단 운영) : 지하철도 시에서 운영하는 것과 민간이 운영하는 것이 있으며 당연히 돈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도쿄 지하철 중에서 오오에도센, 미타센, 신주쿠센 노선 들이 도영(도쿄시는 우리의 특별시에 해당하는 도都라는 행정구역명을 쓰기 때문에 도오에이다.)이다.
  3. 사철(민영) : 이건 민간이 소유하는 철도로 이 철도를 소유한 곳들은 다들 재벌이다. 교외 구석구석으로 빠지는 주요 라인들이 많아서 이 사철을 이용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여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를들어 오사카에서 교토로 갈 때 한큐 우메다센을 이용하면 한시간 내에 갈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사철인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메다은 백화점을 소유한 그룹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갔을때 무슨 비리같은거에 휘말려서 교통의 원활할 것이냐 아니냐 등의 뉴스가 있었다.

이렇게 복잡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매니아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본에는 다양한 철도매니아들이 있어서 모든 노선을 타고다니며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일본 서점에 가면 JR전차편성표(JR電車編成表)라는 월간지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 잡지가 뭐냐면 노선도 + 여행가이드인 것이다. 이번에 특별편성된 열차를 타고 어디에 가면 뭘 볼 수 있는데 이게 죽인다...따위의 내용이 차있는 잡지다. 우리나라에도 국철 노선도 이런게 비매품으로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게 매월 나오고 2500엔이나 주고 사야하는 잡지다. 그리고 이게 잘 팔린다. 간판 잡지중 하나였다. 일본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철도다. ㅎ 한국 지하철이 일본 지하철보다 죽여주는 한가지는 바로 단일 요금체계라는 점이다. 일본은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철도가 구축되다보니 일관된 요금체계를 적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지하철은 모두 지하철 공사가 구축했기 때문에 환승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만들 수 있었고 그래서 노선과 관계없이 갈아타는 것이 가능하고, 요금체계가 일관성있다. 이것 하나는 일본사람들이 참 부러워하더라.

어쨌거나 한큐 우메다 역으로 가기 위해 또 이정표대로 걸었다. 통로가 무지 긴데 그 안에 상가가 줄줄이 계속 붙어있다. 한큐 우메다 역은 기점인데 일본 철도의 기점들은 우리랑 다르게 생겼다. 가장 끝에 라운드 처리가 되어있고 열차가 왔다가 의자 방향이 철컹 하고 바뀐 뒤 그냥 도로 반대로 나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보통 차가 기지 어딘가까지 갔다가 도로 나오는 편인데(지하철의 경우 어딘가 동굴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본은 대체로 이렇게 생긴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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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큐 우메다 역. 기점 부분이 동그랗게 말려있는 것을 찍으려 했는데 잘 안나왔다. -_- 사람이 미치도록 많은 곳이다.

여기서 간사이 스룻토 패스를 쓰기 시작했다. 간사이 지방을 다닐 때 반드시 추천받는 간사이 스룻토 패스는 확실히 편리하다. 특히 교토 내에서는 어지간한 버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으니 단연 추천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스룻토 패스를 사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돌아다닐 사람이라면 패스를 쓰는거다. 아닌 사람은 티켓을 사서 다니는 것이고.

차에 오르니 옆자리에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뭔가 열심히 읽고 계신다. 역시 일본 할아부지들은 대단~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건 스도쿠(数独) 책이다. -_- 어쨌거나 졸고계신 것 보다는 저런 머리굴리기 게임이라도 하시는 것이 훨씬 좋다. 참 열심히 하시더니... 결국은 잠의 나락으로 풍덩~ ㅎㅎ

비가 오기 시작한다. 엿됐다. 어제부터 날이 흐리더니 비가 내리는군. 우산도 없는데. -_- 도착한 종점은 가와라마치 역이다. 밖에 나가니 또 아무 생각이 안들 정도로 정신없길래 다시 내려와서 안내소에 갔다. 그저 외국에서는 인포가 최고다. 여기 인포는 매우 친절했다. 내가 교토의 음반가게 주소 체크해둔 것을 보더니 지도 검색 사이트로 가서 해당 위치를 찾아 그것을 각각 칼라로 인쇄해주었다. 그래서 그 조그마한 음반점들을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교토는 지하철 노선이 몇개 없어서 거의 버스를 타야 한다. 여기 버스 노선도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므로 인포에서 버스노선을 하나 챙기는 것이 좋다. 영문판과 일문판으로 이쁘게 생긴 버스노선이 마련되어있는데 이건 매우 편리하니 꼭 챙기시기를. 나는 이런게 있는줄 몰랐다가, 니조성 주차장의 할머니께서 주셔서 들고다녔다. 하여간 일본인들의 이 습관성 친절은 참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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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의 전형적인 단독주택이다. 현관이 있고 그 옆에 조그맣게 주차공간이 있다. 주변에 작은 텃밭이나 화분이 있는 경우도 많고. 자전거가 한두개 걸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부를 볼 길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분명 아기자기하게 짜여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토는 오사카와 붙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전혀 없는 정갈한 도시이다. 물론 가와라마치같이 붐비는 곳이야 어디나 똑같이 생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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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서 가장 보기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애교있는 디자인이다. 일본 길거리에는 담배 끄는 곳이 마련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재떨이에 요런 디자인의 주의사항이 있는데도 함부로 꽁초를 버릴만한 사람은 많지 않을게다. 일본에는 이런 섬세함이 참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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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가옥(이라고까지 하긴 좀 뭐하지만) 아래에 만든 카센터. 교토는 이런게 되는 도시다. 우리는 이런게 안된다. 솔직히 이런 삶의 방식을 보면 절망감이 든다. 다른건 어떻게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뭐 별거 아니네 하는 기분도 드는데...이런걸 우리가 하려면 정말 수십년 걸려도 쉽지 않을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단 니조성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알고보니 굳이 가와라마치 역까지 오지 말고 두 역 전인 오미야 역에서 내렸으면 더 가까울 뻔했다.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굳이 가와라마치 역까지는 가지 않아도 된다. 여행자에게 소중한 것은 시간이니까. 비를 맞으며 니조성(二条城)을 둘러보았다. 역사적인 배경을 알면 더 좋겠지만, 일본 근대사라면 몰라도 그 이전 역사는 잘 모르는지라 대충 성만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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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조성의 해자. 보니까 일본의 성들은 대부분 2중 해자를 가지고 있는듯 싶다. 오사카성도 그랬고 히메지성도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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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조성

니조성은 매우 맘에 들었는데 그건 내부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내부의 복도가 특히 유명하다. 침입자를 알리기위해 복도를 밟을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나는 장치를 해놓았고 그게 사람들 마음에 드나보다. 여중생 수학여행단이랑 함께 있었는데 솜털 보송보송한 녀석들이 모두 발로 삐걱삐걱거리면서 재잘대니 병아리 떼랑 함께있는 느낌이었다. 그중 한 여학생이 '아 이런 냄새 너무 좋아~'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나도 목조건물의 냄새와 고서가 놓인 도서관의 냄새를 참 좋아한다.

이 건물은 대정봉환(大政奉還, 1867)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사카모토료마의 묘도 교토에 있다고 들었다. 대정봉환은 마치 영국의 명예혁명(1688)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영국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뀌었고, 일본도 의사군주제에서 (형태로는 왕정복고였지만) 의회정치로 옮겨갔다는 점이 그러하다. 또 그러한 역사적 순리를 무혈로 얻어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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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조성의 정원. 와라쿠안

여기는 정원도 상당히 아름다워서 비가 와도 걷는게 싫지 않았다. 중간에 기모노를 곱게 입은 아가씨가 앉아있다가 나를 잡는다.

(영어로) 여기서 일본 전통 다도를 즐길 수 있어요. 700엔만 내면요.
...
(내가 못알아들었다고 판단했는지 손가락으로 책자를 가리키며) 이거에요~
(이하 일본어로) 혼자 가면 쓸쓸해서리...
미안해요~ 미안해요~ 외국분으로 알았어요~
한국사람이니까 외국사람 맞아요. ^^ 그런데 700엔이면 좀 비싸네요. 저는 가난한 여행객이라~
그렇죠~ 조금 비싸죠? 그래도 저 안에 들어가서 운치있게 한잔 할 수 있는 자리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즐겨볼게요. 바이바이~

호들갑스럽게 미안하다고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외국인이 영화나 만화 등을 통해서 접한 일본 여인들의 모습은 이런 이미지다. 다소곳하면서 귀엽고 순종적인. (남자들에게는 거기에 색을 좋아한다는 요상한 이미지가 하나 더 박혀있다. -_- AV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남자들에게 들어본 얘기로는 속을 알기 힘들고 마음이 하루에도 수백번씩 바뀌어서 정말 맞추기 힘든 대상이 바로 일본여자라고 한다. 그 얘기를 해준 일본 친구는 한국 여자를 꼬실 계획을 하고 있었으나... 대략 실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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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조성의 나무 안내판과 대나무 울타리

니조성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다른게 아니라 울타리였다. 여기는 울타리와 여러가지 안내판 등이 모두 나무와 대나무로 이루어져있다. 그렇게 만드니까 전체적으로 조화를 깨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새마을 운동의 초록색 강철 울타리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석탑 보수한다고 시멘트를 바르는 것과 다를바 없는 짓이다. 일본인들이 조화의 민족이라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기는 싫고 이건 조화 이전의 센스와 기본 매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센스가 남게 된 것은 100% 박정희와 전두환의 공이다.

  • 니조성은 한글 팜플렛을 제공하니 받아서 읽으면 된다. 여기에서 다운받을 수도 있다.
  • 사실 니조조 성이라고 해야 맞는데, 그냥 여기는 다들 니조성이라고 쓰니까 니조성이라고 하자. 그러고보면 기요미즈테라 사라고도 써야하는데 여기서도 기요미즈테라라고만 쓰는것 보면 언어에 일관적인 규칙을 들이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언어는 관습의 덩어리일 뿐이다.

국립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길에 혼간지에 들려보려고 횡단보도에 있는 여중생들에게 시간을 물었다. 별것 아니지만 어쨌든 고마운 일이니 '아리가또오~'하고 나오는데 대답해준 녀석이 옆의 아이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すてき!' 이게 나를 보고 한 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나는 나에게 한 말이라고 믿기로 했다. 꼬마 여자애들 특유의 재잘거림과 호들갑스러운 웃음이 동반한 상황이었으니 거의 확실하기도 하고, 아니면 뭐 어떠랴. 여행자에겐 이정도 에피소드를 자기 멋대로 해석할 권리가 있다.

니시 혼간지는 AFC였다. 뭐 절들이 다 그렇지.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이 절은 정말 현역이고 매우 활성화 되어있다는 점이다. 다른 절들은 대체로 관광지이거나 그저 조용한 절인데 여기는 정토신종 혼간지파의 본산으로 해외에까지 여러 계열 사찰을 두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승복입은 외국인도 왔다갔다하고 절다운 조용함보다는 뭔가 묘한 비즈니스 오피스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나마 뒤에 있는 정원과 작은 연못이 볼만할 것 같은데 거긴 입장 금지랜다. 그러니까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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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간지 안에는 직영 유치원이 있었는데 옛날 목조건물 안에서 유치원 교육을 받는 꼬마들이라니 부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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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간지는 뭔가 공사중이었는데 이 공사에는 정성이 느껴졌다.

교토 국립박물관에 왔다. 두루말이 그림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그 특별전은 워낙 많은 사람이 줄을 서있고 입장료도 비싸서 포기했다. 사실 이런 전시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내가 한국에서 이정도 사람이 몰린 전시회는 밀레 전시회 정도였던것 같은데, 그런거 보면 자국문화에 대한 애정의 차이라는 것은 일본과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어쨌든 특별전을 큰 건물에서 하고 상설전을 작은 건물에서 하는 것을 보아 유물들을 어딘가에 고이 짱박아두고 돌려가며 운영하는 듯 보인다.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문화유산이 너무 많아서 2차대전의 공습도 피했다는 교토의 국립박물관이 이렇게 작을리 없다. 상설관은 2층정도의 정말 작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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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줄을 보니 도저히 들어가서 볼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교토 국립 박물관에 왠 로뎅 조각인지. 하여간 양키에 대한 동경은 볼수록 안쓰럽다. 안그래도 충분히 문화민족인데 얘들은 꼭 이런다. 어쩌면 이런 뿌리깊은 열등감이 지금의 일본을 만든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진때문인지 유물들에 낚시줄을 매어 꽁꽁 묶어둔게 특이하다. 불상같은 것들은 뭐 예상대로 별로고 아무래도 에도시대 이후의 유물들이 볼만하다. 에도시대 그림들 상당수는 유럽 냄새가 났는데 그것이 난학의 수입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든다. 난학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의학쪽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 추측인지도 모른다. 아직 미확인 가설이다.

일본의 그림들과 디자인을 보고나니 문화원형 보존 사업에 대해 생각이 난다. 문화컨텐츠 진흥원에서 하고 있는 작업들이 있는데 그중 일부가 지금 다음에서 문화원형 백과사전이라는 형태로 서비스 중이기도 하다. 가보면 알겠지만 솔직히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런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야 기특한 일이지만 결과물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문화원형이란게 별게 아니다. 옛날 그림이나 복식같은 것을 이미지로 저장한 다음 쉽게 찾아볼 수 있게만 하면 되는거다. 그러려면 일단 DB의 포맷을 가능하면 단일하게 구성하고 이미지 스캔본을 초고해상도, 고해상도, 저해상도로 나누어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다양한 카테고리를 부여해서 여러가지 경로로 해당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한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보면 꼭 중요한 것들이 빠져있다. 예를들어 김홍도에 대해 정리한 것을 보자. 이렇게 해서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일단 해당 컨텐츠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또 인물별로 구성해두지 않아서 활용도도 떨어진다.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림의 공식적인 이름뿐 아니라 개별 그림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상황에 대한('토론'과 같은 키워드) 검색으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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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한 택배회사 로고. 이런 디자인들이 난 참 좋다.

교토 국립박물관 바로 앞에는 산쥬산겐도라는 절이 있는데 그냥 패스했다. 시간도 없고 벌써부터 AFT들에 질리기 시작했다.

기요미즈테라에 갔다. 확실히 유명한 곳이라 다른 곳에 비해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특히 즐비하게 늘어선 관광버스가 인상적이다. 올라가자마자 보인 것은 사천왕의 인물 중 하나가 들고있었을 것만 같은 철 몽둥이였다. 이건 사람들에게 한번씩 들어보라고 만든 것 같다. 사내마다 모여들어 한번씩 들어보려고 하고 있었다. 아낙들도 소리지르며 조물락거리고 있었고. 그러다 결국 여러명이 달려들어서 조금 들어놓구선 좋아하던데 그 녀석들은 한국의 대딩들이었다. 그래 좋~을 때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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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 몽둥이를 들고 좋아하는 한국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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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내가 솔솔 풍기는 요상한 목조인형. 이 녀석은 여기의 캐릭터인지 인기가 많다.

그리고 이 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로 된 기단부(?) 감상이다. 절을 지을만한 곳이 아닌데 여기에 나무로 기둥을 대고 그 위에 절을 만든 것은 무척이나 특이했다. 그리고 어느 절이나 그렇듯 소원 적어서 묶는 곳이 있었다. 뭔가 좋도 하나 있었는데 이것도 사람들이 직접 한번씩 쳐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근처에 만지면서 소원을 비는 불상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구리로 된 불상이 매끈하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약수가 떨어지는 것을 받아마시면 이 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모두 끝난다. 이 조그마한 절에 이렇게 다양한 아기자기함이 들어있는 것은 뭐랄까 참 일본적이다. 그 즐길거리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용어로는 UCC(사용자 참여 컨텐츠, user created contents)라도 해도 좋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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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기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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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지면서 복을 비는 불상. 앞치마 한 불상은 뭔지 잘 모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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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증받은 묘목.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절에 돈을 내고 절 기왓장에 소원을 써넣곤 하던데, 그런것 보다는 이렇게 나무를 심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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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에서 떨어지는 약수를 받아먹는다. 물줄기가 세개인데 각자 의미가 있었다. 까먹었다. 무병, 장수, 재복 이런거였을게다.

기요미즈테라 근처에 먹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헤이안진구쪽으로 갔다. 이미 충분히 배가 고팠지만 좀 더 먹을만한 것이 있겠지 하고 참은게다. 갔더니 아무것도 없다. 아까 니조성 들어가기 전에 먹은 300엔짜리 도시락이 전부여서 배는 고픈데, 조금있으면 여기있는 근대미술관이 문을 닫으니 어디 다른데 갈 수도 없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미술관으로 갔다.

여기도 상설관과 특별관이 있었는데 특별관에서는 훈데르트 바서의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후배가 바서의 한국 전시회를 준비했었던 적도 있고 하여 천엔이나 내고 특별전을 보러 들어갔다. 바서의 그림들이야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곡선이 가득한 초현실적인 녀석들이라 나는 그저 그렇게 보면서 지나갔는데 여기서 숙제중인 여중생 여고생들은 귀엽다며 난리다. 물어보니 역시 수업시간 중에 선생님을 따라 전시회에 온 것이고 그림을 보고 느낀 자기만의 감상을 적어내는 것이 숙제라고 한다. 좋은 교육방식이다. 바서의 건축물은 곡선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가우디와 비슷한 점이 있다. 가우디가 19세기의 바르셀로나에 적합한 구조물을 만들었다면 바서는 자연 속에 지을만한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좀 느낌이 다르다. 난 도시 사람이라 그런지 바서보다는 가우디쪽에 더 끌린다. 바르셀로나가 아직도 가우디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바서가 지은 건물들이 있는 곳들도 바서 덕에 조금 더 유명해진 것을 보면 지자체장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자기 동네에 멋진 건축물을 유치해보는게 후세를 위해 잘하는 일일게다. 아파트 재건축 말고 조화를 추구한 건축물 말이다.

5시가 되어 미술관은 문을 닫았고 나도 넉다운이 되었다. 교토대 앞쪽으로 가서 뭔가를 먹기로 했다. 대학가 앞이니까 뭔가 먹을게 있겠거니 싶기도 했고, 또 그 앞에 프로그레시브락 전문 음반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빵집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집었다. 야키소바(볶음국수) 빵이 있길래 이건 뭐냐 하고 먹어봤는데 짜고 맛이 없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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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e's Garage

조의 개러지(Joe's Garage : FrankZappa의 앨범 제목)라는 이 판가게는 작지만 프로그쪽 관련하여 다양한 음반을 갖춰두고 있었다. 하지만 값이 비싸고 판가게 주인이 좀 불친절하다. 여기서 LP를 몇장 샀었는데 겹치는 것이 하나 있어 나중에 바꾸려고 했더니만 결국 바꿔주었으면서도 싫은 소리를 한참 하더라. 말도 잘 못알아듣는 외국인에게 그런 식으로 해봐야 좋을것 하나 없건만, 많이 섭섭하더군. 프로그/올드락/재즈 위주의 컬렉션이다.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음반점은 젯 셋(Jet Set)이라는 곳이다. 여긴 댄스와 흑인음악, 디제잉 관련 음반이 많은 곳이었는데 이렇게 특화되고 세련된 음반점은 나중에 보니 도쿄에도 없더라. 댄스뮤직과 디제잉이라는 특성상 LP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는 이름도 모르는 뮤지션들이 태반이고 꽤나 비쌌다. 나는 100엔짜리 싸구려 LP만 구경하다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있던 워크샵(Workshop)이라는 판가게였는데 작긴 해도 독특한 아이템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여성 분이 일하고 있었는데 큰 가게의 점원 이외에 여성이 이런 쪽에서 일하는 것은 처음 본다. 어떤 아저씨 하나와 한참동안 노가리를 까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이 가게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두고온 KevinAyers의 라이브 LP가 아직도 눈에 밟힌다.

전체적으로 영국이나 독일의 LP들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고 일본 발매 LP들이 당연하게도 쌌다. 하지만 일본반들 중에서도 귀한 타이틀들은 영국반 못지않게 비싼 것들도 있었다. 중고 CD들은 너나 할것없이 아주 똥값들을 제외하고는 다 천엔을 넘어가서 그다지 매력이 없다. 하지만 LP들의 종류나 품질이 충분히 좋았고 비싸봐야 2천엔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일본에 거주한다면 가끔 가서 한두장씩 사기에 딱 좋아보인다. 솔직히 한국에는 사고싶어도 살 음반이 없다. 여튼 돈도 없고 도쿄에서의 대박 쇼핑을 생각하면서 자제하는데 성공했다. -_- 대개의 가게는 9시 10시 사이에 다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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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길에 대학생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뭔가 행진하는 것을 봤다. 처음에는 무슨 축제인가 했는데 얘길 들어보니 그 대학 이사장 생일인가 그렇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지만 여튼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치어리더도 있고 아주 난리통이었다.

얼른 오사카로 돌아와서 어제 산 DeepPurple을 듣다가 잠들었다.

1.1 같이 보기[편집]

근대건축물을걷다 봄비 내리는 교토 히메지와고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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