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야기

1 # 서울대병원 강남 건강검진센터[ | ]

내가 일하고 있는 건물은 스타타워라고, 국내 최고의 임대료를 자랑하고 있는 건물중 하나인데 밤에는 별모양의 네온사인이 빌딩 꼭대기에 켜지는 아주 쥐약의 미적감각을 가진 곳이다. 어쨌거나 이 건물은 뽀다구를 중요시하는 업체들이 많이 입주해있어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을 기죽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건물 안에 있는 가게들은 싼 곳이 없다...-_-

어쨌거나 테헤란로의 상징물중 하나가 된 이 빌어먹을 빌딩에 서울대학교 건강검진센터가 입주해 온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렇게 비싼 곳에 저런 시설이 왜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차병원과 삼성병원 등이 나눠먹고있는 강남의 직장인 건강검진 시장을 서울대라는 브랜드로 잠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스타타워에 들어와서 일단 사람들의 야코를 죽인다음 서울대병원이라는 브랜드를 팔아 웰빙이니 뭐나에 정신없는 이동네 유한계급의 주머니를 털려는 계략인 것이다. 이 전략은 꽤 괜찮은 것이어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데보다는 이쪽을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회사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실시하는데 그 대상 병원은 차병원과 서울대병원 건강검진 센터다. 차병원은 이미 내가 작년에 가서 그 빌어먹을 무성의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있어서 나는 서울대병원을 골랐다. 여기는 차병원보다 십만원 이상 비싸서 내 돈도 그만큼을 더 박아야지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즉 짜증나는 차병원때문에 나는 내 돈 일부를 박아서 웰빙족이 된 것이다. 회사가 20만원 이상 대주니 날리기도 아깝고...어쨌든 이런 곳이 생겨서 차병원도 좀 나아지겠지...-_-

검진이 내일이라 현재 금식을 하고 있는 차인데 왜 내가 굳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이걸 긁적이고있느냐 하면 서울대병원의 싸가지없는 작태 때문이다. 내일 검진이전에 나는 오늘 문진서를 작성했다. 이런거야 확실히 차병원보다 나은 상식적인 절차 되겠다. 짜증나는건 그 문항들 중 일부이다. 쓸데없이 학력과 수입을 물어보는데 특히 기가 차는건 다음의 문항

  • 귀 가정의 월 평균 수입은 어떻습니까?
    • 1. 300만원 이하, 2. 300-500만원, 3. 500-1000만원, 4. 1000만원 이상

이동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저정도인가보네. 나는 1번에도 꽤 모자란 영세민인지라 1번에 체크를 하면서 도대체 이자식들은 이런걸 왜 물어보는거야 했다. 지금 화가나서 나머지에도 다 체크를 한 뒤 문진서에 이런건 어디에 쓰려고 물어보슈? 하고 적은 참이다. (다음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 중간보스 간호사쯤 되는 언니가 질병과 수입은 상관관계가 있어서 체크한거니까 너무 노여워 마세요~ 하더군. 당연히 개 풀뜯는 소리이고 통계값 내려고 저러는 것이겠지만 저런 얘기라도 안하는 것보단 낫다.)

얼마전에는 간병인 시위단이 몰려와 스타타워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공적 간병인 창구를 없애고 사설 간병인을 두게 해서 전반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저하되었다는 내용때문이었던 것 같다.
가뜩이나 서울대는 사립대들이 하는 나쁜 짓을 열심히 배워서 짜증나고 있는데 이 건강검진센터는 아주 노골적으로 '있는 넘들에게 서비스를 해서 돈이나 확실히 벌란다.'라는 마인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위에도 잠깐 말했듯 저 전략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대는 국립대 아니냐 말이다. 조금이라도 공익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데, 도대체 이놈들은 그런게 없다. 한국의 대학이라는 놈들은 대학이 어떤 곳인가에 대한 자성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것 같다.

내일 건강검진 후 기분이 나쁘면 2부가 이어집니다...-_- -- 거북이 2004-6-16 2:04 am 결과적으로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적어도 빌어먹을 차병원에 비해서는 훨씬 멀쩡한 서비스를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기자재도 대체로 새것들이고, 인테리어 삐까뻔쩍하고, 간호사들 숫자가 많고, 대기시간이 길지 않고 등등 기본적으로 편리함은 잘 팔고있다. 요즘은 서비스가 더욱더 상품화되는 시대니까 장사 잘하는거지 뭐.
직원들이 많아서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일일이 알려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이름을 불러가면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환자라는 느낌이 전혀 안들게 하고있고, 그것은 이곳의 강점으로 보인다. 간호사들도 아주 친절하여, 야 훈련 엄청 시켰나부다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뭐 역시 짜증나는 것은 놓여있는 잡지중에 Luxuary가 있다거나, 미술 교양서 따위가 놓여있어 우아함이라는 것도 팔아보려는 그 천박한 감성이라고나 할까나. 뭐 그래도 럭셔리만 있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다.

검사는 뭘 했더라. 가만히 서있으면 몸무게 키 체지방 등등등을 한번에 재주는 기계가 하나 있었고, 대소변, 시력검사, 심전도, 내시경, 혈액검사, 엑스레이, 혈압, 폐활량, 초음파 등등을 잰 것 같구만. 역시 최대 압권은 내시경 고문이었는데, 역시 이건 어지간해선 참는게 좋다. 요즘은 수면 내시경이라는 것도 있어서 덜 고문스러운데 그건 4-9만원정도를 더 내야 한다. 난 고문당하고 그 돈을 아꼈다...-_- 어쨌든 한가지 확실한 것은 차병원에서 받은 검사들에 비해 뭔가 얘들이 어느정도는 검사를 하고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는 점이다. 서비스는 그런 것이다.

엇그제 한미은행 재테크팀장인지 뭔지 하는 양아치가 와서 재테크 강의를 해주었는데 그넘의 요지는 강남에서 살아라라는 거다. 상계동은 서울도 아니고 들어가면 못나오는 개미지옥(이건 내 친구의 표현...-_-)이라고 하더군. 그래서 모든것을 돈으로 보면 모두 나중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애기를 해주고 갔다. 책상앞에 지하철 노선도를 붙이라는 말과 함께.
여튼 그녀석이 한 말중에 어떤 말이 있었냐면, 조만간 강남은 비버리힐즈처럼 특화된 사람들만이 살 수 있는 주거지가 될 것이고 지금 안들어가면 영원히 못들어갈거라는 말을 했다. 가랑이가 좀 찢어지더라도 황새의 뒤를 따라가라는 말이다. 하여간에 그놈의 강의를 들으면서 또 그놈의 말에 열심히 수긍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다 괜찮은 사람들인데 왜 저럴때는 무뇌아가 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뭔가 영양가가 조금이라도 있는 재테크 노하우를 기대했던 나는 대략 실패한거다.
어쨌거나 그넘 말대로 강남이 비버리힐즈화 된다면 이동네 사람들은 서울대병원 검진센터같은 곳에 돈을 많이 내고 럭셔리한 검사를 받으면서 살고 상계동 사람들은 건강검진이 뭐야 하면서 지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강남애들이 대학 더 잘가고, 암 조기발견율도 압도적으로 높다고 하니까.

자본주의의 본질이 정말 돈 벌어서 떵떵거리며 살아라일까. 북유럽이나 다른 살기좋다는 나라의 자본주의는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참 궁금해진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인간의 길이 아닌 짐승의 길을 걷고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요즘이다...-_- -- 거북이 2004-6-18 1:42 am

건강검진 이야기 3부 되겠다. 이번에는 무슨 운동능력을 측정한다고 부르더구만. 요게 뭐냐면 순발력과 지구력 등을 테스트하는건데 고정식 자전거를 타고 진행하는 것이다. 역시 럭셔리하게 옷, 양말, 러닝화 등을 내주면서 기계위에 올라가 10분이나 패달을 밟게했다. 다 하고나니 뭐 결론은 다들 예상하시다시피 '운동하세요'다. 의외로 남자들 중에 이 자전거를 중간에 힘들다고 그만둔 사람이 꽤 있다고 하더라. 안정감있게 밟아줬더니 심폐능력이 일반인의 두배라는, 그다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주면서 나의 신체나이는 26세라고 해주더군.

문제는 지금부터 발생한다. 그래도 의사인지라 전자적으로 체지방 측정하는 원리에 대해 간단히 물어봤는데 역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 그 럭셔리한 건강검진센터까지 와서 체지방 측정원리나 심전도 측정원리 따위를 물어볼 사람이 있겠나 싶었겠지. 한국의 럭셔리란 아마 딱 이정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해진 외관과 가벼워진 뇌.
그 의사가 나에게 설명한 것은 적당히 운동 열심히 하란 말 뿐이었다. 이거야 원 나도 해줄 수 있는 말 아닌감. 뭐 몸에 별 이상이 없지만 만날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곤 당연히 저것 뿐이겠지만서도, 뭐랄까 전문인이라면 전문인다운 기본소양은 가져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건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것만으로 판단할만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두세번에 걸쳐서 나름대로 꼼꼼히 챙겨준 서울대 건강검진센터의 그것은 찐따 시장통에 가까웠던 차병원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내가 열심히 채취해다 안겨준 x검사 결과는 말해주지 않았네...-_- -- 거북이 2004-6-30 1:09 am

건강검진 이야기의 PS가 있다. x검사 결과는 집에 우편으로 도착했다. 기생충과 잠혈의 유무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런건 그냥 SMS로 주지 뭘 등기로 부치남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뭐 성의표시니까 더이상 욕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야 기본적으로 이런거 안하고 진료비를 싸게 해주는게 더 좋으니 말이다. 근데 잠혈은 또 모꼬...-_- -- 거북이 2004-7-5 12:53 am

2 # 안미남의 불만[ | ]

요즘 다시 기관지가 안좋아져서, 진료를 받기위해서 서울대학병원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접수하면 당일날 진료 받을수있나요?"
"당일날 진료는 무리입니다. 지정하는 의사분에 따라서 더 길게 걸릴수도 있습니다."

오호 사무적 어투

"그럼 다음주 토요일날 예약할수있나요?
"다음주는 근로자의 날이라서 의사선생님이 쉽니다. 다음주는 안됩니다."

-_-;;

"그럼 평일날 진료를 받을수있는 방법은 없나요? 오후라도?"
"일반 의사 선생님분들은 오전에 모든 진료를 마치십니다. 오후에는 진료를 하지 않습니다."

-_-;;

"그럼 다다음주에는 시간이 되나요?"
"네 다다음주 5월7일날 오전 10시로 예약해드리겠습니다."

젠장.. 병원에서 진료하나 받는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_-;; 노동절에도 진료하나 받지 못하는군 -_-;; 뭐 의사들이 노동자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왠지 아이러니 하군. 정작 몸이 아픈 노동자는 노동절날 진료를 못받는거 아니야?? 세상참..이럴려고 메이데이가 만들어진게 아닌데 말이야..

추신- 오전에만 진료를 받는다면 -_-? 종합병원에서 진찰을 받을려면 월차라든가, 휴가를 내야하는것인가? 흠..글쿤 -안미남-

동네병원으로 가라. 종합병원부터 가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우람-
이미 동네병원에 3개월이상 다녔다네, 옮긴곳만 3군데도 통합을 내자면 한 6개월 다닌것 같네 -_-;; 그 내가 동네 병원에 몇번 디어봐서 아는데 그새끼들 열라 책임감 없이 "이거 이렇게 다녀도 안좋아지는데 어쩌죠?" 이럼 "글쎄요..." 이 지랄떨고 있지..1차 의료기관의 의무를 전혀 못하고있는 형편이라네...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러나온 지혜로는 1주일 동네병원 다니고 차도가 없으면 바로 큰 병원으로 옮기는것이 상책!

종합병원은 싸가지는 없어도 "글쎄요 ..." 이런 이야기는 안하거든 최소한 "이런 치료를 한번 해볼테고, 차도가 없으면 다음수로 무엇무엇을 하겠습니다." 요렇게 말해주는 편이라서..꾹 참고 노동절날 놀아도, 오전만해도, 종합병원을 가는것이지...내 인생의 경험이래봣자, 작고 큰 병밖에 더 있겠는가? -안미남-

3 # 거북이의 불만[ | ]

요즘 이래저래 병원에 몇번 가게되었다. 그래서 병원에 대해 몇가지 생각이 들었고 정리해보려 한다.

먼저 나의 양의학/병원관은 이러하다. 안가는게 장땡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간다 이거다. 그런 탓에 잔병이 있어도 적당히 쉬어주는것으로 때우곤 했고 약을 먹어도 몸이 좀 괜찮다싶으면 더이상 안먹곤 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의대생들이 학교에서 배울때는 감기엔 약이 없고 물마시고 쉬는게 최고인데 병원에서는 비용때문에 약을 처방하곤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약이나 주사를 안놔주면 화를 내는 일반 환자들 때문에 억지로 주기도 한다는구먼) 그때 이후로 이런 생각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게 맘대로 잘 안되는게, 꼭 갈일이 생기니까 말이다.

어머니께서 간이 안좋으신 탓에 병원에 꾸준히 다니고 있다. 그렇게 아프신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평화롭게 살아온게 죄송스러워서 두번에 한번정도는 꼭 모시고 가려고 하는 중이다. 어쨌거나 우리동네 백병원이라고 있는데 이 병원은 종합병원이라서 그런지 아주 불친절하고 진료받기도 쉽지 않아서 아주 고역이었다. 그래서 어디 좋은 내과가 없나 하고 수소문한 끝에 알아낸 병원이 김창섭 내과다.
이곳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의사가 친절하기 때문이다. 의사의 특징이라 하면 환자위에 군림하려하는 그 특유의 거만함이 있을텐데 사실 그건 허준이나 화타 할아버지께서 그러라고 갈치시진 않았을 것이다. 뭐 이해는 간다. 남편감 1위고, 돈도 잘벌고, 공부도 잘했고 뭐 나는 이래도 돼라고 생각할 만 하다. 게다가 만날 똑같은 환자가 와서 아이고 나죽소 소리를 해대니까 지겹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니 서비스고 뭐고 인술이라는 말이 있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것을 하는 신성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지겹고 그래도 환자들에게 성심껏 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몸이아니라 마음을 고치는 '심의'라는 말이 나왔겠느냐 말이다. 플라시보 신드롬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것이 아닌게 실제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몸도 좀 편해지고 낫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의사가 툴툴대면서 환자를 편하게 해주지 못한다면 그건 자격 미달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의사가 철인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지, 왜 돈을 많이 버는지 생각해보면 그건 그만큼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집에서 한시간이나 떨어진 마포까지 힘들게 가도 어머니 마음 편하시고 의사가 실력도 있는듯 하고 그동안의 병력을 잘 정리해서 나름대로 관리해주고 있고 나에게 상태를 말해주고 있으므로 이정도면 그런대로 만족이다.

새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미리 받으란다. 장소는 차병원. 흠 내가 차병원도 갈 일이 있구먼 하면서 회사 째고 갔다. 이런 우라질, 평일 오전인데 뭔놈의 건강검진 받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겨. 보아하니 여기는 회사들 건강검진을 전문으로 해주는 듯 하다. 보건소에 온 기분이다.
역시 건강검진 서비스는 학교에서 우르르 하는 것과 동일하다. 막대기에 오줌 묻혀가서 뭐 괜찮으시네요 하는 말 듣고(이 사람은 의학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인지 사무직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시력검사 한번 하고, 청력검사라고 주장하는 오른쪽 한번 삑~ 왼쪽한번 삑~ 이거 듣고, 색맹검사하고, 키재고, 엑스레이 한번 찍고, 피 한번 뽑고, 의사가 청진기 한번 대고, 다른 의사가 내 입냄새 한번 맡은게 다다. 뭔가 종류는 많은데 검사다운검사는 없다. 청진기 댄 의사가 뭐라고 했냐면, "아프신데 없죠? 아프셨던 적도 없죠?". 치과의사는 내 입을 쓰윽 들여다보더니 스케일링 한번 하셔야겠네, 치석이 많아요. 이딴 건강검진을 뭐하러 하나. 지금 나는 목 언저리에 뭐가 나서 수술 비스무리한 것을 해야하고 팔목에 타이핑으로 인한 직업병이 생겨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문진을 좀 해야할것 아닌가 말이다. 이래놓구선 얼마씩 회사로부터 받겠지. 회사는 형식적인 절차를 (이름만) 좋은 병원에서 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고 병원은 형식적인 진료를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패스트푸드처럼 팔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그리고 얘기 난김에 의료 전산화에 대해 한마디 하고싶은데 왜 챠트를 공유하지 못하는건지 모르겠다. 이런 같잖은 피검사는 얼마전에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만 공유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걸핏하면 검사할테니 팔 내미세요 이따위 소리들을 하는데 난 주사맞고 피뽑히는거 싫단 말이다. 돈 더내기도 싫고. 병원 옮길때마다 모든 검사를 새로 해야하는 것도 싫다. 요즘 때가 어느때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나. 이건 내가 세금 환급 제도나 연말정산제도 등을 보면서 느꼈던 복합적인 문제로 아주 비합리의 극치라고 할만하다. 건강보험공단에 서버 두세대가져다 놓고 예산 십억만 들여도 그 백배 이백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목에 뭐가 나서 외과적인 처방을 받기 위해 외과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외과라고 간판붙어둔 곳은 별로 없다. 신경외과나 성형외과, 정형외과들 뿐이다. 이중 일부는 항문만 취급한다고 하더라. 외과라고 써둔 곳은 만병치료 의사들인 '의원'들 뿐이었다. 보면서 지금까지 미처 느끼지 못했던 당연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수요가 있는 종목만 병원이 있었던 게다. 대개 외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종합병원 응급실 같은 경우가 맡아서 처리하지 않나 싶다.

가끔 종합병원에 가보면 정말 여기는 회생의 장소인지 죽음의 장소인지 아리까리할 때가 많다. 듣자하니 '병원 원인성 질환'이라는 감염경로가 공식적으로 있을 정도로 병원은 수많은 병균들이 새로운 숙주를 찾아 헤매는 곳이고, 또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픈 사람들은 얼마나 더 마음이 무거워지겠는가. 어머니께서 쓰러지셨을 때 내가 기를 쓰고 어머니를 병실에서 빼어 집에 모신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종합병원은 개인병원에 비해 특히 불친절한 경향이 있다. 대기업화되어 점점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건지 환자를 더욱 대상화하지않나 싶다. 이런 것들은 헬로우블랙잭같은 만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종합병원의 상혼은 정말 놀라울 정도라서 이놈들은 조직적으로 환자 등골을 빼먹는다. 그런 것을 한두번 겪으면 환자와 가족들은 병원과 상생보다는 사투를 벌여야 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얼핏 들어서 잘 모르지만 의료보험 시스템이 또 그렇게 개판이라고 하던데, 모르긴해도 정치, 공교육, 교회와 더불어 이나라 개혁대상 1호군에 의료제도도 당당히 들어갈 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 -- 거북이 2003-10-9 1:28 pm

4 # LW의 삽질[ | ]

어제는 비가왔다. 새로 산 오토바이를 타고 오랜 숙원이던 치과진료를 하러 비속을 뚫고 영월에 나갔다.
초라한 비옷을 입고, 치과를 찿느라 약간 쪽팔렸지만, 그런건 이제 무신경하다. 다행히 처음찿은 연세치과는 그 맘에 들지 않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야간진료가 되었다. 그러나 주말이라 환자가 넘쳐 진료는 물건너 갔고 예약만 하였다. 나중에 찿은 3군데의 치과는 모두 야간진료가 없었다. 출발하기 전엔 적어도 주중에 하루쉬고 쭉 진료를 하겠지 하였는데, 쉴건 다 쉬는 거였다. 토요일은 오전진료, 빨간날은 쉬고, 평일은 9-6 이고, 야간진료한 다음날은 오후진료만 있다.
나처럼 매인 몸에겐 대단히 불만스런 일이지만, 확실히 서울보다는 시골이 덜 조여진 삶인듯도 하다.
여튼 괜히 쫄딱 젖기만 하고 헛수고 했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왜 병원엔 환자가 넘칠까. 언제나 기다려야 하니...
의사 수가 적절히 조정되어서 그런것 같진 않은데... 환경이 오염되어 비만인과 페인이 늘어나는 만큼 병도 늘어나 그런걸까.
언제나 기다리는 건 피곤한 일이다. 지금꼇 살면서 버스 기다린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주인이 되어 몸도 잘 다스려 병원과는 인연을 끊을 일이다. 금니 몇개 하고나면 통장이 오링날 판이니 말이다. -- LongWarm 2004-6-20 11:03 am

5 # 촌평[ | ]

식도부터 항문까지가 다 장인데 잠혈은 숨은 혈변이라고 할수 있지. 정도령은 암만봐도 속쓰림 이나 속 거북한 , 아랫배 까스참, 방귀 는 잘 안나오고 피시식 하고 나오고 그러면 정기적으로 장검사 받아야함, -- 엥데팡당 2004-7-5 1:31 am

거북이는 운동좀 해야 된다.ㅋㅋㅋㅋ . 그건 그렇고 페달 한번 밟고 심폐기능 측정하고 땡 이란 말인가... 너무 형식적이군, 난 이틀간에 걸쳐서 별별것을 다 했는데. 물론 병원이 내년에 개설한다는 웰빙 롱저비티 클리닉을 위한 모르모트 라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리고 체지방 측정 백날 해봤자 필요 없다. 씨름선수들은 체지방이 높아도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다. 진짜 비만을 제외하곤..
그리고 걷는것으로 운동효과를 볼려느니 집에서 손빨래를 하는게 낫다. 아님 진짜 한 두시간 시간당 5KM정도의 속보를 걷거나 산에 올라갈거 아니면 말이다.
나랑 같이 돈내기 하고서 뛰자니깐.ㅋㅋㅋㅋ -- 엥데팡당 2004-6-30 11:54 am

사실은 나도 전에 체지방 측정이 도대체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 걸까 너무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를 참고하길... 몸의 체지방 어떻게 구하나 -- PlusAlpha 2004-6-30 8:47 am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에 꼼짝 못하는 이유가 의료수가를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즉. 의보쪽에선 자금난으로 병원에 지급해야될 병원진료비를 연체하고 있는데 이 돈의 액수가 엄청나다고 한다. 빚진놈은 깨갱 한다고 의료계가 정부에 큰소리치는 구조는 계속 될 것이다. 의료 써비스가 아니라 의료만 받아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 엥데팡당 2004-6-16 10:06 am

6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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