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는 누구일까?

Mona Lisa / Leonardo da Vinci / c. 1503-4 / Oil on wood / Musee du Louvre, Paris

1 개요[ | ]

/평론가의이야기 /모나리자델조콘도일까? /이사벨라데스떼?

- 난 아무래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의 미소를 ‘수수께끼의 미소’라고들 하는데, 뭐가 수수께끼라는 건가요?
내가 보기에는 이지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느낌마저 들고, 수수께끼의 미소라기보다는 도리어 입을 꾹 다문 채 소리 없이 웃는 웃음 같은데?

- 응, 얼른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얼굴이지. 다만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는 것밖에는...
하지만 이 그림의 수수께끼는 왜 미소를 짓고 있는가 하는 데 있어. 의 미소는 ‘아케익 스마일(archaic smile)’(1)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이 미소가 뭔지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야. 그럼 그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예전의 초상화는 지금으로 말하면 기념 사진이야.
왕후 귀족이 권위의 상징으로 삼고자 그리게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선을 보거나 가족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렸단 말이야.
그런데 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렸느냐가 수수께끼라는 거지.

- 조콘도 부인의 초상화 아니에요?

- 그것은 통설일 뿐이지. 피렌체의 시민 조콘도의 부인인 모나리자가 레오나르도에게 초상화를 부탁한 일이 있는 것 같다는 기록 때문에 나온 추측일 뿐이야.
만일 조콘도 부인의 초상화라면 조콘도 집안에 있어야 할 텐데 실제로는 레오나르도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었거든?

- 레오나르도의 자화상이라는 설도 있지 않아요? 레오나르도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미청년 제자와 함께 살았다면서요?
그러니까 호모였을지도 모른다고 어디선가 들었어요.참고1 참고2

- 동성애는 당시의 유행 같은 것이었다니 특별한 것도 없지. 보티첼리나 미켈란젤로도 다 그랬으니까.
하지만 가 자화상이라는 소리는 근거 없는 추측인 거 같아.
레오나르도는 방대한 문헌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지.
그러니까 그저 그렇고 그런 종류의 초상화라면 누구도 문제삼지 않겠지만, 레오나르도의 재능과 기술을 몽땅 쏟아 부은 걸작 중의 걸작이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명화이기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을 수 밖에.

- 그 정도로 엄청난 걸작이에요?

- 보통 훌륭한 작품이 아니지. 훌륭한 그림도 물론 많지만, 이 작품은 훌륭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훌륭해.
이 얼굴의 표정이며, 손의 표정, 머리에 쓰고 있는 얇은 베일, 가슴 위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레이스, 마치 거울에 비친 진짜 여성을 보고 있는 듯 하잖아?
레오나르도는 그의 회화론에서 그림의 목적은 평면적인 화면에서 무엇인가가 떠올라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듯이 그리는 데 있다고 했지만,
그녀의 섬세한 감정까지 전달되는 듯 싶을 정도로 훌륭하게 그렸지. 당시에 초상화들하고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훌륭해.

- 그 대신에 배경이 너무 흐리멍덩하잖아요?

- 아, 좋은 지적을 했군. 실은 배경이 이 그림에서 보아야 할 포인트야. 정밀하게 그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야.
원근법을 완성시켰다는 레오나르도가 이렇게 그린 것은 좀 말도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겠지.
하지만 사실 이 기법은 원근법 중에서도 ‘공기원근법(空氣遠近法)’이라고 하는 보다 고도의 기법인데,
이처럼 흐리멍덩하게 그리는 기술이야말로 레오나르도가 가장 선호한 기법의 하나야.
이것 봐, 눈 앞에 있는 인물에 시선을 집중하면 당연히 시선에서 벗어난 먼 곳의 경치는 흐리멍덩하게 보이지.
똑똑히 보이는 게 이상한 일이야. 게다가 배경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고 해봐. 의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가 나오겠어?
이처럼 안개가 서린 듯 흐릿하기 때문에 의 표정에 시선이 끌리는 거라고. 그리고 입고 있는 의상도 거의 아무 장식도 없이 수수하잖아?
의상이 화려하면 그 쪽으로 시선을 빼앗기게 되지.

- 그렇군요. 그런데 상복을 입은 것 같아요.

- 바로 그래. 이 복장이 상복 차림이라는 게 또 하나의 수수께끼야. 그리고 배가 볼록해서 아무래도 임신 중인 것 같다는 거야.

- 정말요?

- 응! 눈과 눈 사이에 임신한 여성에게서만 볼 수 있는 지방질 덩어리가 있다는 거야.
하기야 이런 것도 다 추론이라면 추론이겠지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학자님들의 말씀이니...

- 그러고 보면 더욱더 이상하잖아요? 임신한 여자가 상복을 입고 앉아서 웃고 있다니... 기분 나쁜데요.

- 게다가 배경의 흐리멍덩한 풍경이 수수께끼에 싸여 있어. 알프스 풍경이라는 게 일반적인 설인데, 아무래도 그리 단순한 것 같지는 않다는 거야.
어쩌면 여기 그려져 있는 것이야말로 레오나르도의 우주론(宇宙論)이 아닐까 하는 추리도 있고.
애당초 레오나르도는 ‘회화는 과학이며 지식 전달의 수단’이라고 말했어.
그 생각은 르네상스 화가들에게 공통된 것이지만, 레오나르도는 해부학을 비롯해서
기하학, 광학, 천문학, 식물학, 광물학, 병기제조에서 도시 계획, 자동식 변기에서 물 위를 걷는 신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학문을 연구한 사람이니까
당연히 우주의 생성에도 흥미가 있었으리라는 애기지. 그는 특히 물의 흐름에 주목해서 대홍수와 관련된 그림을 많이 그렸거든.
그러니까 의 배경에도 끊임없이 생성, 변화하는 물을 그렸다는 거야. 물이 상징하는 것은 모든 것을 낳고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는 점이야.
레오나르도의 그와 같은 우주론적 메시지가 에 숨어 있다는 애기지.

- 그런 것을 꼭 숨겨야 할 이유는 뭐에요?

- 만약에 그 따위 소릴 큰소리로 떠들고 다녔다면 이단자라는 딱지가 붙어 교수대로 끌려갔을지도 모르지.
천지 창조는 하나님만의 비밀이니까. 그러한 시대였기 때문에 레오나르도는 의 미소에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 했을 것이고,
그 메시지를 풀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 정말 명화는 명화네요.

- 그래서 수수께끼의 그림이라는 거야.

주)
(1) 아케익 스마일
그리스의 아케익 시대 (B.C. 6세기 초~5세기 말)의 조각에서 볼 수 있는 미소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 빈치에서 태어났다. 피렌체에서 베로키오의 공방에 들어가 회화와 조각을 공부했다.
그 뒤 <암굴의 성모>,<최후의 만찬>, 등 고전주의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예술과 과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그 연구에 생애를 바쳤다.

글의 원전 : [두 시간만에 읽는 명화의 수수께끼 - 긴시로 지음, 박이엽 옮김, 현암사 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모나리자에 대한 기사를 아마 15년정도 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처음으로 읽었을 것이다.
모나리자의 모델이 누구인가.에 관한 기사였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후로도 이 그림만 보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에 관해 같은 컴튀에 있던 사람들과 토론이 있었고, 그 내용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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