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담가

2002 09 28 土 : 만담가[편집]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골웨이Galway행 버스를 탔다. 골웨이는 대서양쪽 해안에 자리잡은 도시인데 더블린, 코크 다음으로 큰 도시다. 뭐 아일랜드에서 세번째로 큰 시골이라고 생각하면 무방하지 싶다. 왕복 버스비 학생할인 14.5E.
꽤 멀다. 네시간쯤 걸린다. 창밖으로 보인 아일랜드의 풍경은 이거야 말로 한가롭다못해 심심하기 짝이없는 모습니다. 소나 말들이 어기적 어기적 녹지위를 방황하는 것 외에 별 특별한 풍경이 없다. 건초 말아놓은 것들과 양들이 흩뿌려져있는 것이 또다른 풍경이긴 하지만 그게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이 나라는 대체로 평지다. 산 비스무리한 것들도 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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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흩뿌려진 양들. 흔들리는 차안이라 사진찍기가 영 좋지 않다.

가는 길에 방치된 성(?) 하나를 보았다. 가이드북을 보니 고성이 점점이 흩어져있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인가보다. 뭔가 오래되긴 했는데 역사적 의미도 없고 그렇다고 그 자리에 뭔가 다른 것을 세울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내비둔, 말 그대로 방치된 문화재일 뿐이다. 왠지 이나라의 양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흠 우리나라에도 여기저기 문화재들이 방치되어있다고들 하는데 이런 분위기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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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성

나와 골웨이의 도심을 좀 다녔는데 그래도 토요일이라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나는 뭐 볼것도 별로 할것도 없어서 죽갔는데 다들 뭐하는지 모르겠다. 골웨이 굴축제를 한다는 말이 있어 오호라 하고 봤더니 뭔진 모르겠지만 80E나 한다. 굴로 목욕을 시켜주는건지 젠장.비싸서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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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 왜 찍혔는지 알 수 없는 우람.

뭔가 먹을만한 것을 찾아 헤매다가 대충 포기하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피자를 사먹었다. 아주 쓰레기같은 품질에 우라지게 오래된 피자를 주길래 처음엔 허걱했는데 결국 바꾸어 덜 오래된 피자를 받았다. 이런걸 내놓고 돈을 밭는단 말이냐! 하여간 외국나가서 뭔가 잘 먹을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다. 당신이 돈이 많거나 요리에 재능이 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어렵다고 본다.
와서 적당히 물어보아 B&B(Bed and Breakfast) 하나를 잡았다. 일인당 27E. 주인아줌마가 싹싹하고 친절하다. 방도 깨끗하고. 방도 깨끗한 것이 뭐 괜찮다. 여기서 뒹굴다가 펍이나 갈 것 같다. 럭셔리 티라고 적힌 홍차가 있어 타보았는데 엄청 진하다. 괜히 마셨다. 이동네의 럭셔리는 진한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차는 안 진한 것이 없는것 같다.
별로 한것도 없는데 피곤하다. 시차의 영향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일까. 회사다닐 때의 만성피로와 별 차이가 없다. 배낭을 두고다녀도 이모양인데 양키놈들처럼 산더미만한 거북이 등짝을 등에 메고다니면 아마 죽을것이다.

우람이놈이 방에서 자고있을동안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서해안처럼 뻘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바닷가였다. 사진 좀 찍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었다. 그럴때면 삶이란 구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나는 그 구차함 속으로 돌아가고픈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일상의 지리멸렬함과 그 지리멸렬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중독성이 공존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아직 일상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고 있다. 그것은 열정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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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 바닷가

조깅하는 사람들과 개 끌고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모습은 영국, 스페인 할 것 없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방으로 돌아와서 밥먹으러 나갔다. 짱께집에 가서 양념치킨 양념과 함께 나오는 오리고기를 시켜먹었다. 볶음밥과 볶음국수가 나왔는데 뭐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조선의 짱께집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국인들이 쪽수가 많은 것은 일찌기 알고있었지만 이런 시골동네까지 짱께집이 포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겁난다. 유럽에서 짱께들이나 케밥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 전골이나 찌개류 혹은 분식류로 이동네에 진출하면 꽤 팔릴것 같기도 하다. 기왕이면 일식처럼 고급으로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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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집에서 본 알림. 주의! 스테프에게 날씨 얘기를 하지 말아주세요. 겁나 지겹습니다. 날씨는 말이죠. 항상 퍼붓습니다.

술집Off-License에서 기네스 하나를 사들고 바닷가(강가?)로 갔다.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얘기를 나누면서 앉아있었는데 역시 춥다. 아까 보았던 백조녀석 하나가 여전히 한가롭게 떠다닌다. 추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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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캔을 먹고있는 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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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떼

오는길에 PC방에 들러 메일을 확인했다. 이거 병이다. 별로 할것도 없다. 고려바위와 아일랜드에 들러보고 메일 체크한번 하면 일도 없다. 여튼 잘 살아있다는 흔적을 남겼다. 내가 없어도 다들 잘 살고있다. 문안전화를 했다가 허탕쳤다는 영훈군에게 카드라도 하나 날려줘야 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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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분다.

추워서 일어나려고 봤는데 저 건너편이 뭔가 왁자하다. 국제 굴축제가 저건가 싶어 한번 가봤더니 맞는것 같다. 역시 후원은 기네스. 이나라는 뭘 해도 기네스가 후원한다. 아일랜드에서 기네스랑 U2를 빼면 뭐가 남을까 싶다. 그런데 80E짜리 치고는 사람들이 꽤 많다. 뭔가 싼 표가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궁 가볼걸. 이놈저놈 잔뜩 취해서 나오는 것이 볼만하다. 역쉬 기네스, 술로 떡을 만들어놨구나.
여튼 그놈의 굴축제 때문인지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빠글빠글하다. 특히 술집 앞 골목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놈의 나라에 낙이라곤 술밖에 없다더니 사실인갑다. 여튼 대목이라서 그런가 길거리에 기타연주자, 백파이프 연주자, 아코디언 연주자 등이 나와서 열심히 연주를 한다. 길이 좁아 음악소리가 잘 울린다. 명동이나 신촌처럼 스피커에서 나오는 뽕짝이 아니라 생음악이 소박하게 나오니 너무 좋다. 조선의 그것은 싸구려 자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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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가. 왼쪽의 두 아저씨는 나와서 바보가 되었다.

여튼 나와서 시선을 끌려고 아둥바둥대던 친구중 하나가 만담가였다. 내가 분명히 맥주마시러 내려갈 때만 해도 아무도 없는데 혼자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맥주 마시고 올라올 때는 주변에 거의 백여명 가까운 청중을 끌어모았다. 능력있는 친구로세. 여튼 두 사람을 불러내 이런 저런 것을 시키고 주변사람들을 바보만들고 또 자기가 바보되고를 번갈아 하면서 재미있게 놀구있다.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나름대로 불도 돌리고 발로 모자쓰기 등을 하면서 열심히 논다.

골웨이는 정말 작은 도시다. 중심지에 거리가 조금 있고 주변에 주택가 그리고 해안가에 B&B 등이 있지만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뮤지엄이라고 쥐꼬리만한 것이 하나 있고 수족관도 하나 있지만 망해가는 것이 보인다. 사실 '국제' 굴축제도 상계동의 야시장만 못한 규모였다.
그래도 이런저런 이벤트를 만들고 근교의 아란 군도Aaran Islands를 꽤 알려진 휴양지로 만드는 등 뭔가 입지를 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인 곳이다.
서울은 부자이긴 하지만 뭔가가 부족하다. 놀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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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유럽서부여행

편집자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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