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 마사지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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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 08 01 수 : 두피 마사지를 받다[ | ]

 

인천공항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만든 인터넷 라운지가 있다. 그런데 관리도 잘 안되고 프로세스가 엉성하여 별로 이용하고픈 기분이 들지 않는다. pomm 카드가 있으면 무료다.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비행기는 타자마자 자버렸다. 왠지 이륙이 조금 늦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찌뿌둥하게 자다보니 기내식이 나왔다. 배가 고팠는데 이제야 주다니. 기내식은 죽이 나왔는데 뭔가 부실하다. 사실 케세이 퍼시픽이 중국계 회사인 줄은 몰랐는데 와서 중국어 자막을 보니 알게 되었고, 내 앞자리 의자가 찢어진 것을 보고 확인하게 되었고, 뭔가 틱틱거리는 말투의 승무원들을 봐도 그렇고, 왠지 부실한 기내식도 그러했고, 한국어 신문을 제대로 준비 안해주는 센스를 봐도 그러했다. 따오판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켜주었다고나 할까.

기내식을 먹고 정신을 차렸다. 확실히 양이 줄었다. 옛날에는 훨씬 많이 먹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네. 어차피 에너지 소모가 나이 탓으로 줄었다면, 먹는 양도 좀 줄여야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빠지지. -_- 나름대로 뛴다고 뛰는데 그동안 방치해둔 기간이 있는지라 금방 조절이 안된다.

여행이라고 해도 해외여행 서너 번 나간게 고작이지만, 그 때는 나름대로 준비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장난 아니다. 아무 준비를 안했다. 여권 갱신한 것이 준비라면 준비라고나. 짐도 되는대로 전날 쌌고, 노트북도 그 바로 전날 회사에서 빌려 들고 나왔다. 나오면서 들고 온 책은 최부의 표해록이다. 중국에 오면서 중국에 관한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었고, 또 그나마 책이 가벼웠다. 비행기에서는 꽤 읽었는데, 도착하고 나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읽을 시간이 없다.

 

타이뻬이는 정말 오토바이의 왕국이다.

어슬렁 어슬렁 공항을 빠져나왔다. 일단 나오자마자 열심히 인포를 찾아서 지도를 한마리 구했는데 결국 이 녀석은 오늘 하루 유용하게 써먹었다. 인포 앞에서 호텔 영업을 하고있던 아저씨는 한국어를 조금 공부했나본데, 그 발음이 참으로 기묘하여 알아듣기 매우 어려웠다. 젠장 내가 영어 쓰면 양키 넘들도 이렇게 생각하겠지. T_T 간신히 도착지인 CTOYAC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잡았다. 공항버스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여튼 대략 내려서 또 어떻게 물어물어 가려고 했는데 위키매니아 티셔츠를 입은 언니 둘이 와서 위키매니아 왔냐고 묻는다. 고작 위키 컨퍼런스인데 여기까지 도우미가 와서 서포트를 하다니 이거 상당히 훌륭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석하게도 그 언니들은 영어가 영 안되어, (내가 안되었는지도 모른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대화를 나누며 장소까지 왔다.

 

컨퍼런스장. 뭔가 분위기가 나지 않는가.

안열리는 입을 억지로 열어 영어를 뱉어가며 수속을 끝냈다. 여기 위키매니아 조직위원회는 생각보다 매우 치밀하다. 수속 자체도 꽤 부드럽게 연결되었지만, 내부 행사를 유지하는 것이나 개개인들에게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무선 라우터 등을 준비한 것이나 여러가지 많이 있었다. 인구 2천만 밖에 안되는 대만에 이정도 사람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어 위키백과 모임에 사람이 몇명 모였었는지 생각하면 그 격차는 정말 크다. 아찔할 정도다.

도착하자마자 대만의 위키매니아 준비단에게 내가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LP가게가 어디에 있냐는 거였다. 중국어 번체로 검색하려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었다. 꼬마 아가씨가 열심히 알려주어 일단 한두군데 적어놓고 움직이기로 했다. 다른 위키안들 몇 명이 시내로 나갈 것이라 하여 같이 움직였는데 이 양반들이 식사를 한다기에 간단한 것인줄 알았드만 거한 식당으로 들어가더라고. 너무 시간이 걸릴거 같아 먼저 빠져나갔다.

 

지나가다 발견한 따오판 가게.

 

여기도 입시열풍은 있는것 같다. 어딜 가나 학원 광고가 많이 있었다.

   

스린 중학교. 여긴 학교들의 스케일이 커서 어지간한 대학교만한 곳도 있다.

기왕 걸어서 움직인 것이고 지도를 보니 첫번째 목표인 '징고' 중정로 점은 별로 멀지 않아보여 걷기로 했다. 걷다보니까 가까운건 아닌데 교통편을 이용하기도 애매한 뭐 그런 위치였다. 걷는 도중에 마른 하늘에서 꾸르릉 하는 소리가 한참 나드만 결국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 되었다. 난 비를 맞기 전에 간신히 물어물어 징고를 찾았다. 징고는 음반점 체인으로는 대만에서 제일 크다는, 일본의 디스크 유니언 같은 곳이다. 중정로점은 애석하게도 물건이 얼마 없었다. LP도 있었지만 새것들이 많았고, 중고는 물량도 적은데다 값이 장당 만원 가까이 해서 거의 메리트가 없었다.

   

징고 스린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배가 고프니 이 근처에서 제일 맛난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우물쭈물 자기들끼리 상의하다가 아가씨가 데려다준단다. 친구 왈 얘들도 친절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라던데 틀린 말은 아닌거 같다. 어쩌다보니 아가씨가 알려준 치킨볶음밥 집은 문을 닫았다. 그러자 그냥 반쯤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밥집을 알려주었다. 이 밥집은 일본의 요시노야랑 비슷했는데 음식이 짜서 싫었다. 기묘한 갈비덮밥이 나왔고, 검고 투명한 오리알 삶은 넘이 함께 나왔다. -_-

 

이런 그지같은 것들 말고도 먹을거 많다. 깔끔한 곳은 맛이 별로인듯.

   

여기는 외각이라 그런지 지상 구간이 많은 편이다. 동전처럼 생긴 녀석이 1회용 표다.

   \\

저 번들거리는 땀이 보이는가. 여긴 냉장고와 찜통을 왔다갔다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자가 ㄱ자 형으로 놓여있는 것이 재미있다.

자 이제 먹었으니 움직여야지. 시간도 많으니 일단 아래쪽으로 내려가 중정기념관을 보고 대학들이 있는 아래쪽으로 가기로 했다. 중정기념관은 장개석 기념관이다. 이 도시의 길을 보면 중정로, 중산로, 루즈벨트로 등 이래저래 옛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중정기념관 역에서 내리자마자 큰 건물이 보였다.

 

중정희극당. -_-

아따 크네 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보니 그건 중정희극당이었다. 그 옆에 그만한 크기의 중정음악당이 있었고 저 멀리 대박 큰 건물이 바로 중정기념관이었던 것이다.

   
   

이 중정기념관의 사이즈를 보라. -_- 3번째 사진은 중정희극당에서 열심히 군무 연습을 하고있는 연극배우 지망생들(추정)이다. 대만은 상당히 액티브한 면이 있다.

이 창카이셱은 정말 개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쫓겨난 주제에 느닫없이 점령군처럼 들어와서 대만을 장악하고 그 안에서 신격화를 그렇게 집요하게 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중정기념관 내부에 있는 것들은 그냥 어버이 수령님 유품을 모아둔 것이었다. 덕분에 고민 안하고 조금만 보다가 나왔다. 한가지 좋았던 것은 장개석 유품만 모아둔 것이 아니라 다른 행사에 공간을 빌려주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하나는 무슨 19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한 픽션 스토리텔링 관련 행사였고, 하나는 대만의 민주화에 대한 행사였다. 장개석을 기념하는 공간에서 대만 민주화를 기념하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중정기념관 모형.

 

대만 민주화 관련 신문기사를 보게끔 해둔 장치. 사람이 하나씩 꺼내어 들고 보게 되어있다. -_-

열심히 걸어서 국립대만사범대학까지 왔다. 근처에 국립대만대학도 있으니 나름 대학로인데 근처는 황량한 오피스 타운이다. 대학 근처다운 소박한 맛은 없다. 이런 똥밟은건가 하면서 걷다가 용천가를 지나 대만대쪽으로 길을 틀었다. 여기서 운이 좋아 용천가에는 각종 불량식품 가게들이 가득 있었다. 베이징같은 분위기의 지저분한 거리였지만 아직 활기는 충분했다.

   

대만 사범대. 대학교에 철조망이 왠 말이냐.

   
 

타이뻬이 길거리의 오토바이 족들은 정말 장관을 이룬다. 이 넘들이 죽어라 달려대느라 길거리는 아주 정신이 없다.

   

용천가. 먹을거 무쟈게 많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여기는 스린야시장에 비하면 참 깜찍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용천가가 끝날 무렵 이발소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이 만원 가까이 하여 싼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끌렸다. 다리도 피곤하니 쉴 겸하여 들어갔다. 아줌마는 대화가 안되니 바로 머리스타일 템플릿(?)을 보여주시더군. 내가 평소와 다름없는 범생 스타일의 머리를 고르자 아줌마는 이발을 시작하셨다. 근데 너무 섬세하게 하시는 통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꼬박꼬박 졸기 시작했다. 한참 지나서 머리를 다 깎으셨는지 거울로 보여주신다. "좋아요." 그러자 그때부터 앉은 채로 바로 머리를 감겨주시는데, 기묘했다. 보통은 머리를 젖히거나 앞으로 기울이게 하는데 그 자세 그대로 머리를 감기는 것이다. 역시 섬세하게 긁어주셨는데 이게 참으로 시원하고 좋았다. 언젠가 우리집 옆집에 살던 모딜리아니 닮은 언니가 머리 감겨줄 때 보다 더 좋았다. 아줌마가 너무 섬세하고 오래 감겨주셔서 기묘한 퇴행감을 느끼기끼자 했다. 별건 아니고 뭔가 아무것도 안해도 잘 되어가는, 아이같은 기분이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한참 감겨주시고 머리의 거품을 뺀 다음, 머리 주변을 면도까지 하고 드라이까지 해주신 다음에야 이발이 끝났다고 한다. 다음에 또 타이페이까지 온다면 그 때도 반드시 머리를 깎겠다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이런 허름한 이발소에서 저런 훌륭한 서비스가 나올 줄이야!

그 바로 옆에 조그만 황학동 분위기의 중고 음반가게가 있었는데 가격은 1500원 정도라 매우 쌌지만 아이템이 매우 형편없었다. 클론이나 핑클의 CD가 많은게 재미있었다. 좀 안되보여 두어장 집어들고 나왔다. 우타다 히카루 앨범 하나와 필 콜린스의 EP였다.

   

중고판가게와 두유. 두유 맛있다.

   

지나가다 들린 헌책방. 깨끗하긴 한데 헌책의 숫자가 그리 많진 않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한국어 책들. -_-

물어물어 또 열심히 걸어 대만대까지 왔다. 대만대는 학교가 꽤 크다. 가운데에 대로가 뚫려있어 연대같은 느낌이 나는데 연대와 확실히 다른 것은 가로수가 죄다 야자나무였다는 거다. 화장실에 가고싶었지만 건물들이 다 잠겨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나왔다. 생각해보니 여긴 김용옥의 모교로구만. ㅎㅎ

   
 

대만대.

버스를 타고 성품서점 돈남점(敦南誠品)에 가려고 버스 노선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나에게 답변해준 아가씨는 지하철을 타고 가라 한다. 지하철이 뱅뱅 돌아가니까 물어본 거였는데, 잘 모르겠단다. 허어 이런. 하는수 없이 그나마 덜 돌아가는 지하철 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가다가 뭔가 길이 이상하여 편의점에서 달달한 것을 마시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는데, 갸우뚱 하다가 버스정류장을 알려주겠다며 따라오란다. 가다가 갑자기 자기가 오토바이로 태워주겠다며 다시 돌아가자고 한다. 아까 어떤 아가씨가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가려 하길래 저 아가씨에게 태워주면 맥주를 사겠다고 해볼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했더니만 괴 아저씨가 태워준다고 하네. -_-

여튼 얻어타보기로 했다. 가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했다. 이 아저씨는 변호사라고 하는군. 나에게 부모도 한국사람이냐고 묻는 것을 보아 내가 대만사람처럼 보였나보다. 무슨 일을 하냐길래 인터넷 업종이라니 좋은데서 일한다고 한다. 여기 완전 생 노가다 앵벌이 업계라고 답해주려 하였으나 영어가 안되어 대충 넘어갔다. 그 와중에 이 아저씨 갑자기 헤맨다. 좀 헤매다가 다른 오토바이 걸에게 물어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여긴 남녀 불문하고 엄청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그 중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타는 아가씨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성품서점에 도착했다. 보니까 이 근처는 대만 최대의 환락가인가보다. 각종 백화점과 상점들이 즐비하다. 아저씨에게 고마운 마음에 커피라도 한잔 하자 하였더니 집에서 와이프가 기다린다고 간단다. 이 아저씨도 좀 꼬이긴 했지만 날 도와주려 한 고마운 대만사람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성품서점.

여튼 여기 서점과 음반점이 크다고 하여 사전도 보고 음반도 볼 겸하여 들어왔다. 성품서점은 우리로 치면 교보문고에 해당할만큼 큰 체인점이다. 음반점은 지하 2층엔가에 있는데 꽤 이쁘게 해놓았고 규모도 크다. 물건들을 보아하니 나름대로 구색도 잘 갖추어놓았다. 아무래도 새 음반만 취급하는지라 인디락이나 일렉트로닉스쪽을 잘 갖추었고, 프로그 이런건 별로 없다. 그래도 갖춰놓은 장르들은 꽤 쓸만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다.

   

훌륭한 CD가게 아닌가. 야시시한 LP는 브리짓 바르도의 음반이라는데 가격만 좀 쌌어도 내가 사가지고 왔을거다. ㅎㅎ

내가 무엇을 살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당연히 가격인데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았다. 라이센스 12000원선 수입도 그정도. 박스셋은 더 비싸다. 즉 한국에서 수입음반으로 살 녀석이라면 여기서 사는 것이 조금 싼데 그게 폭주를 유도할만큼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음반 사는 것에 왠지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지라 예전같지가 않다.

어슬렁거리다가 널부러져있는 팜플릿들을 보았는데 머큐리 레브, 요 라 탱고 등의 공연 소식이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이미 끝났더군. 물어본 결과 7월 27-29일까지 했던 Formoz Festival 2007(丁亥年野台開唱)이었다. 3일 공연 모두 보는데 십만원도 안했으니 가격도 그리 비싼 것은 아니고. 펜타포트는 갈 생각이 없었지만 이런 공연이었다면 나는 갔을거다. 미국쪽 외에는 일본 뮤지션들이 많이 왔고 우리나라 애들은 Sacrifice, Mad Fret, Oathean이 왔더라. 나는 오딘밖에 모르겠다.

이런 젠장 하면서 뭔가 다른 공연정보는 없냐고 물어봤더니 대만대 근처에 The Wall이라는 클럽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한다고 한다. 브로셔 만든것을 보니 깔끔하여, 이런 곳이 있다면 좀 마이너 클럽들도 있겠구나 싶긴 했는데 정보 구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일단 관두었다. The Wall에서의 공연이나 하나 볼 생각이다. 안되는 영어 대화를 한참 나누던 가게 점원 언니는 나가는 나를 갑자기 붙잡는다. 금요일 저녁에 황개(黃玠, Dadado Huang)가 성품서점에 와서 미니 콘서트를 하니 와서 보라는 거였다. 좋으냐고 물었더니 꽤 쓸만한 뮤지션이라고 하길래 한번 사봤다. 사서 들어보니, 이 양반이 대만의 뽀송뽀송 모던락 그룹 자연권(自然捲)을 이끌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권의 CD는 집에 한장 있다. 예전에 북경갔다가 대충 골랐던 것이 그거였다. '은희의 노을' 류의 착한 모던락이다. 둘 중에 하나 혹은 둘 다 보면 되겠다. 컨퍼런스 끝나고 한번 들러볼란다. 어딜 가나 이짓이다.

나왔더니 조그맣게 장터가 열렸다. 주로 손으로 만든 것들을 파는 것 같다. 옷이나 목걸이 가방 등등의 좌판이다. 옷이나 하나 사볼까 했는데 이놈들 말이 안통한다. 재퍼니즈? 코리안? 그러길래 코리안이라고 했더니 왠 한국 꼬마가 나타났다. 말을 잘 하는데 알고보니 온 가족이 한국에서 꽤 오래 지낸 화교라고 하네. 집에서 다들 한국말을 써서 한국말을 잘한다고 한다. 난 한국사람이 중국말을 배웠나 생각할 정도였다. 자기는 엄연한 대만사람이라면서 군대도 대만에서 마쳤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한국놈 맞는거 같다. -_- 대만이랑은 이런 정서들이 비슷하다. 어쨌거나 이 친구가 말해주어 티셔츠를 하나 샀다.

   

성품서점 앞의 장터

   

여기 지하철 노선도는 남은 곳을 진하게, 지나온 곳을 연하게 칠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 +10점. 바닥에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네줄서기를 하도록 줄이 잘 그어져있다. 우리나라보다 더 좋은 인터페이스라고 생각된다. +10점.

출출하여 여기서 뭣 좀 먹을거 없냐 했더니 무조건 스린에 가란다. 어차피 숙소도 스린 근처니까 스린에서 맛난걸 먹고 들어가라는게 이 친구의 조언. 그래서 일단 숙소쪽에서 내려보기로 했다. 거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고 들었으니까. 그런데 숙소쪽인 지엔탄 역에 내리고 나니 바로 앞이 스린 야시장이다. 오히려 스린 역에서는 거리가 꽤 된다.

   
 

스린 야시장

스린 야시장 바로 앞은 완전 난장판이다. 하긴 시장이니까 시장통인게 맞긴 한데 아주 어수선할 정도로 사람도 많고 먹을것도 많고 냄새도 많고 정말 제대로 된 시장이다. 일단 대만 야시장에서는 무조건 먹으라는 취두부(臭豆腐)를 먹었다. 이거 냄새는 아주 고약한데 나름 먹을만은 했다. 익숙해지면 맛날지도 모르겠다. 취두부는 소금에 절여 삭힌 두부라고 한다. 발효된거면 두부김치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다르다. -_- 양배추 썬 것이랑 해서 열심히 먹었다.

   

정통 취두부. 냄새는 고약하나 맛은 좋다.

그 다음 먹은 것은 쩐쭈나이차(珍珠奶茶)로, 개구리알이라 불리는 동그란 떡을 넣고 그 위에 밀크티를 넣은 차이다. 개구리알이 너무 많아서 배부른데 밀크티부분이 맛있다. 더 이것저것 맛보고 싶었으나 배가 터질것 같아서 참았다.

 

한류풍으로 성형을 해준단다. 한국이 세계적인건 죄다 이따위네. -_-

 

간판에 주의해보라. XinSheng이라고 써있다. Xinsheng이 아니다. 이건 내가 거북이한글로마자표기법에서 주장했던 방식과 일치한다. 역시 내 생각이 바보같은 것 만은 아니었어. :-)

1.1 촌평[ | ]

CamelCase는 위키 뿐만이 아니라 C계통의 코딩에서 변수 이름 정할 때도 거의 묵계적인 관습이라오...당삼 바보같은 생각이 아니지비... -- SonDon 2007-8-11 12:56 am

뭐 음절단위로 표시해주자는 것이었으니 양눔들이 쓰는 카멜케이스와는 좀 다르지. 대만 눔들도 그렇게 생각했다는게 맘에 들었음.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았어. -_- -- 거북이 2007-8-11 9:26 am

대만은 사람들이 우찌 사는지 관심은 가면서도 막상 여행을 가려고 계획하면 돈이 아까워서 가지 못하는 나라인 것 같다. 한국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쌩돈들여 가기는 아까운 나라, 일본같이 아기자기한 문화적 매력은 없는 나라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대만의 이미지가 아닐까?


근데 윗글을 읽고 보니 이러한 나의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 듯한 느낌이네.
빨리 다음 글 올려주쇼. 나의 이런 생각이 깨지도록 말이유 -- 자일리톨 2007-8-8 12: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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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중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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