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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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6.05.21 : 두번째 폭주[편집]

늦잠을 잤다. 어제 그렇게 힘들게 움직이고 그 와중에 공연보면서 흑맥주까지 하나 깠으니 안졸린게 이상한게다. 늦잠자고 일어나서 벼룩시장을 보기로 했다. 찾아보니 도쿄돔에서 하길래 그쪽으로 갔다. (여기 민박집은 항상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어서 상당히 편하다.) 여기서 며칠 묵는 호주인 앤드류가 빵이랑 바나나를 먹고있길래 아침으로 얻어먹었다. 그는 일본인 친구(女)를 만나기 위해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 했다. 언제나 남자는 괴롭다. 앤드류와 대화하면서 슬펐던 것은 그와 영어로 얘기하는 것보다 일어로 얘기하는 것이 더 편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내 영어공부 십년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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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공원이다.

집을 나서니 열한시. 열심히 도착한 도쿄돔은 뭐랄까 유원지같다는 느낌이었다. 도쿄돔 주변으로 놀이동산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공연장이면서 경기장이면서 놀이동산인, 나름대로 컨셉이 있는 건물이었다. 꽤 훌륭한 발상이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정도가 겨우 쇼핑몰과 극장으로 활용되는 것 외에 나머지 월드컵 경기장들은 팽팽 놀고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역시 한심하다는 기분 뿐. -_- 어쨌거나 놀이동산의 정액권은 4000엔이나 하니 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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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룩시장 되겠다.

벼룩시장에는 악세사리나 살림살이, 옷 등을 열심히 팔고있었다. 일본의 벼룩시장이란 어떤 시스템인고 허니 뭔가 위원회같은 것이 있어 휴일에 장소를 확보하고 공지를 한다. 그리고 상인들은 자리세에 해당하는 참가비를 내고 와서 좌판을 깐다.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은 기 공지된 내용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당일에 놀러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 보다는 왠지 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의외로 흑인들이 옷을 많이 팔고있어서 놀랐는데 보니까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흑인들은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뭐 주로 옷을 팔거나 술집 삐끼였지만서도. 여튼 이 흑인 옷장사는 옷을 너무 비싸게 팔아서 나를 좀 당혹스럽게 했다. 별로 살게 없어서 나무를 거칠게 깎아만든 거북이 한마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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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심히 모은 유희왕 카드같은 것을 내다 파는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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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사할 생각이 없는 아저씨. 저 공룡에는 '이곳의 애완동물 : 비매품'라고 써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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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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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돔에는 대형 스크린 경마장도 있었다.

진보쵸 고서점가로 갔는데 문닫은 곳이 생각보다 많았다. 일요일에는 대략 노나보다. 뭐 나야 일어를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살만한 책은 별로 없고 열려있는 가게들을 대충 들여다보았다. 일단 만화가게를 보았는데 역시 새것같은 중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 애장판 전체(구판이 26권으로 완간이니 애장판은 16-8권쯤 될게다)를 5000엔 정도면 살 수 있다. 이정도 가격이라는 것은 굳이 대여점에 갈 필요가 없이 사서 본 다음 나중에 다시 중고책 가게에 버리거나 다른 친구에게 줘도 괜찮다는 얘기다. 즉 신간을 구입하고 중고책가게에 팔 수 있고, 또 중고 유통이 활발해진다는 생산적인 싸이클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싸이클의 장점은 만화가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고 이것이 일본만화 다양성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만화가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건 음반시장이나 기타 등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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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쵸 입구와 만화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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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쉰 전집. 그리고 각종 고서들이 전집단위로 묶여있다.

AV와 각종 사진집으로 꽉찬 가게도 많았다. 역시 일본은 뭘 해도 전문점이다. -_- 그런데 이 가게들의 규모가 장난아니게 크다. 작은 4층정도 건물 전체가 성인물로 채워져있었고 층별로 장르가 나눠져있었다. 당신이 그렇고 그런 세계를 얼마나 접한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성인물에 얼마나 많은 장르가 있을까를 꼽아보는 것으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대단히 장르가 많다. -_-a 여기에 약간의 장르 용어가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가서 읽어봐도 좋겠다. 어쨌거나 정말 매니악한 세계였다. 황당했던 것은 싸구려가 아니라 고급 양장본도 잔뜩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그 출판사들 중에서는 미술출판물의 거물인 타셴 같은 곳도 있었다는 점이다. 심심해서 타셴 홈페이지를 가봤더니 아예 sex라는 장르가 따로 있네. -_- 어쩌면 한국에서는 성인물이 너무 음지에만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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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V서적이 모여있는 가게. 양장본의 제목을 보자. '7인의 유부녀', '하얀 유방', '탱탱한 여자', '숫처녀 누드집', '후끈녀와 유부녀', '후끈녀 콜렉션'... 양장한 것에 비해 제목들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다. ㅎㅎ

어쨌든 이런 가게들에는 그림책(?)들만 있는게 아니라 글자로 가득한 잡지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체험담 투고만 받는 잡지의 창간호부터 종간호까지 모아둔 세트가 포함되어있다. 한 40여권 되는거 같았다. 이 서점들에서는 민망해서 사진을 별로 찍지 못했는데 일부 주인들(점원들?)이 조폭 똘마니 분위기여서 더욱 찍기 어려웠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여직원이 중고책 표지에 나온 여자배우 가슴 부분을 열심히 닦고있는 모습이었다. 열심히 단장해서 포장해야 하니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고 그 모습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포르노 잡지의 표지를 열심히 닦는 여자 점원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 어쩌면 그녀는 프로 점원이므로 아무 생각없이 자기 일만 충실히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보고 괴이하다고 느끼는 내가 아마추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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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이런데 들어가면 자제할 수가 없다.

고서점가를 더 보려고 코너를 도는데 나는 그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디스크 유니언 진보쵸 점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판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그것으로 오늘의 모든 일정은 종료되었다. 여기에도 살만한 것이 있었지만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오차노미즈 점이 나오는데 오차노미즈 근처에는 디스크 유니언 지점만 6-7개가 더 있었던 것이다. 그 가게들을 다 돌면서 LP를 골라대니 정말 지쳐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솔직히 내가 판 고르는 것에 지쳐서 나가 떨어질줄은 몰랐다. 그 지점들을 도는 동안 무슨 기분까지 느꼈냐면 LP들을 보면서 역한 느낌까지 받은 것이다. 아 정말 욕심많은 빠흠이다. 여튼 두 손으로 들 수 있는 최대치를 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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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음반업자들의 상혼이다. 요즘에는 올맨 부라더스가 모두 종이재킷으로 재발매되었나보다. 그리고 그것을 다 사면 보관할 수 있는 박스를 준다고 한다. 마지막 사진은 일본 음반점이 LP에 하나하나 안내문구를 써넣은 것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얘네들은 하여간 참 끝내주게 관리한다.

어떤 가게 하나에서 나눈 대화다.

혹시 세금 환급이 되지 않느냐?
그런거 모른다.
이렇게 큰 음반 체인점에서 그런것이 없다니 의외다.
이것들은 너무 싼 물건들이라 우리가 세금 낼 것이 없으니 안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뭔소리여 하는 생각을 하며) 어차피 그 세금은 국가가 내는 것이니 이 가게와는 관계가 없다.
(버럭 화를 내며) 국가니 세금이니 하는 어려운 말은 난 모른다. 정 싫다면 이거 모두 환불해줄까?
그냥 달라.

내가 일본에서 받은 최초의 불친절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공격적인. 어쩌면 일본인들의 친절은 자신의 예측범위 내를 넘어서면 보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일본에서 교환교수를 하고있는 어떤 한국인 교수는 식당에 가면 점원을 갈구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 교수 말이, 언제쯤 일본인들이 쓰고있는 가면이 벗겨지나 테스트 중이라고. -_- 그 교수도 악취미이지만, 일본인들의 이런 습성은 확실히 한번 까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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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챠노미즈 악기상가다. 상당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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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지 대학. 캠퍼스가 없고 건물에 떨렁 학교가 들어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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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차노미즈에도 디스크 유니언이 잔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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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반들 틈에 이런게 끼어있었다. 배우인 나오미의 나레이션이 붙어있다고 하니 AV영화 사운드트랙쪽인듯. 나름 걸작 재발매시리즈라고 한다. 자네들 윈일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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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때 야쿠르트를 1.5L에 넣고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것이다. 그정도는 아니지만 500ml짜리는 일본에서 팔고있다. 저 오백미리짜리를 마셔본 결과 야쿠르트는 조금씩 먹는게 제맛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 일본인 친구 카즈상이 오늘 재미있는 공연이 있다며 시간이 되면 오라고 했었다. 그 공연도 제끼고 나는 그만 열심히 판을 사서 겨우 숙소에 가져다 두었다. 보니까 공연 끝나고 카즈상을 만나면 되겠기에 나는 터벅터벅 공연장으로 갔다. 보니까 밴드 세개가 뛰는 릴레이 공연인데 지금 두번째 것을 하고 있으니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그래서 그냥 표를 끊고 들어갔다. 어차피 세번째 그룹이 메인이니까 메인만 보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주 죽이는 싸이키델릭 연주가 미니멀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이야~ 하면서 봤더니 멤버들이 다 함께 양복에 새우 가면을 뒤집어쓴채 연주를 하고 있어서, 이런 젠장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클럽에서 중간에 서브로 연주하는 밴드가 저정도 레벨이라니, 일본의 수준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내려가서 카즈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와 이런저런 잡담을 하면서 공연을 즐기는 사이에 그 멋진 그룹은 연주를 끝냈다. 그들은 익사한 새우의 검시보고서(溺れたエビの検死報告書)라는 기묘한 이름을 가진 친구들로 교토에서 활동중인데 오늘은 멀리까지 원정을 온 것이라 한다. 일본의 지방자치가 뿌리깊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었지만 개별 지역들의 문화가 이정도 수준이라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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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찍은 에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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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본 날의 에비 공연 사진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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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끝내면서 퇴장하는 새우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어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일본어를 하나도 못했기에 손짓발짓을 하며 간신히 이것저것 얘기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음악에 대해서도 그렇고 여러가지를 일본어로 얘기할 수 있게 되자 나는 그와 정말 오랜 지기처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쾌감이었다. 내 일본어가 현지에서 통한다는 것도 즐거운 것이지만, 내가 일본인 친구와 농담따먹기를 할 수 있다니! 즐거워하며 다음 공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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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산쓰고 공연하는 데미 세미 퀘이버의 에미

마지막 메인 공연은 데미 세미 퀘이버(デミ・セミ・クェーバー, Demi Semi Quaver)라는 그룹인데 이 밴드가 또 골때린다. 여자 보컬인 에미(エミ・エレオノーラ, Emi Eleonola)는 마치 마릴린 맨슨의 여성 타입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열심히 소리를 질러대며 연주하는게 꽤 파워풀했다. 원래 도쿄 지헨(東京事変)의 공연을 보고싶었는데 매진이 되어 못본 나로서는 이거야 말로 안티-링고(anti-椎名林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지헨이 시이나 링고의 여성스러운 카리스마를 내세워 일본의 자우림처럼 떠버린 것(심지어는 국내 라이센스가 3장씩이나 되었다)과는 대조적으로 데미 세미 퀘이버는 에미의 기괴한 감성으로 페미니스트 스타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에게는 광적인 여성 팬들이 많아보였는데 그 공연도 재미있었지만 열심히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는 애들을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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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세미 퀘이버의 보컬 에미 도쿄 지헨의 보컬 시이나 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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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기도 은근 다양하게 다룬다. -_-

공연이 끝나고 카즈상과 나는 신주쿠의 꼬치구이집으로 갔다. 아까 하던 것처럼 열심히 한국말 일본말을 섞어가며 얘기를 했다. 카즈상은 내가 보내준 한국 CD들의 한글을 읽기위해 조금이지만 한국어 공부를 했었다. 나는 그가 친절하지만 좀 무뚝뚝한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단지 언어장벽이 있어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 뿐이었다. 그는 생각보다 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고, 생각만큼이나 다양한 음악에 대해 해박함을 자랑했다. 우리는 막차시간이 다 되도록 떠들었다. 그가 저녁을 쏘았는데 그것은 내가 일본에서 먹은 가장 비싼 한끼가 되었다. 둘이 합쳐서 7000엔 정도.

와 비싸네요. 정말 잘먹었습니다.
일본은 물가가 원래 이래요. (한국어로) 정말 비싸다!

일요일에 다시한번 니시신주쿠로 음반 구매 투어를 떠나기로 정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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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먹은 꼬치구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있는데 너무 괴이하게 나와서 생략. -_-

1.1 촌평[편집]


도카탕 <= 두번째 폭주 => 홀쭉이와뚱뚱이

거북이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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