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쭉이와 뚱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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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6.05.22 : 홀쭉이와 뚱뚱이[ | ]

지금은 몇시일까. 한시정도 되었으려나.

어제 공연과 맥주의 여파로 9시까지 잤다. 중간에 잠을 좀 설치긴 했지만 조금 비비적거렸더니 시간이 잘 가더라. 잠시 메일을 확인하고 아일랜드에 가봤다. 어제 뭐뭐샀다고 자랑하는 글을 하나 올렸으니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덧글이 달렸으리라 하고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별다른 반응이 없다. 역시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임이라 하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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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노쿠니야 서점 신주쿠점. 건물이 몽땅 서점이다.

어제 일기를 하나도 못쓴지라 공원에서 일기나 써야지 하고 움직였다. 근처에 신주쿠 교엔(新宿御苑)이 있으니 그쪽으로 갔다. 교엔은 왕실 소유의 공원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열심히 걸어봤는데 휴관 쿨럭. 월요일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기왕 나온거 좀 더 걸어서 요요기 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키노쿠니야 서점이 보인다. 여기는 일본 최대의 서점 체인이니 교보문고 같은 곳이라 보면 되겠다. 기왕 지나가게 된거 업무나 보기로 했다. 일본 사전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여기에 있다. 너무 열심히 일하는거 아닐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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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국어사전과 영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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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옥편들. 그 양과 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 저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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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외국어사전들과 라틴어 사전

지점 하나도 여러 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1층은 전체가 만화책이다. 아직도 코난이 인기있나보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바로 사전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일단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이 참 많다. 영어사전이야 그렇다 쳐도 국어사전의 종류가 참 많은 것은 의외인데,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국어사전이 참 적은것이다. 중국도 한자 자전과 중국어 사전이 매우 많고 영어권에 가면 영어 관련 사전이 천지로 쌓여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아직도 사전에서 왜색을 벗겨내지 못해 허덕대고 있다. 반성할 일이다. 얼마전에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오픈했고, 드림위즈에서는 연세한국어사전을 서비스하고 있다. 어서 색깔있는 국어사전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영어사전 종류 많은건 별것 아닌데 그 외에 제2외국어 관련 사전들이 꽤나 많았다. 라틴어 사전이 두종류나 되는 것이 부럽더군. 그리고 각종 전문사전이 한가득 있다. CD롬 사전 두어개 사고 나왔다.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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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코너와 한국어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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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NTT 빌딩이던가 뭐 그렇다. 역시 돈이 많고봐야...-_-

나와서 조금 걷다가보니 도코모 지점이 보였다. 안그래도 일본 모바일 관련해서 궁금한게 하나 있었는데 들어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상품이나 광고에 정사각형처럼 생긴 바코드가 흔하게 붙어있고 그것은 카메라로 인식하는 것이다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게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어보니 직원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역시 얘네들은 열심히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다. 영어가 안될 뿐이지. -_-) 그 안에는 텍스트 정보 혹은 URL 정보가 들어있어서 텍스트의 경우 문자메시지처럼 보관이 되고 URL은 무선인터넷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바일 컨텐츠로 바로 연결되는 연결고리로서 KTF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그건 그렇게 활성화되어있지 못하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기본적인 정보제공 아이템으로 매우 활성화되어있다. 그래도 과거 이쪽 업자였다고 관심이 가네 그려. -_- 배가 너무나 고픈 나머지 근처에서 도시락을 샀다. 꽤 럭셔리해서 기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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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긴 상당히 고급 도시락 가게다.

지도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 보였던 요요기 공원은 생각보다 매우 멀다. 한참 걷다가보니 우체국이 보이길래 선편 배송요금을 알아보았다. 20kg이 넘는 패키지는 아예 받지않고 20kg을 한국까지 보내는데 5000엔 정도 된다. 기간은 2-4주 소요. 어이구 비싸라 하고 일단 나왔지만 나중에 보니 이것은 싼 것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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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지 신궁의 입구. 저 술통은 모두 천황에게 바쳐진 것들이라 한다.

어찌어찌 걷다가보니 울창한 숲이 보이길래 오 이것이 공원인가 하고 들어갔건만 그것은 공원이 아니라 메이지 신궁이었다. 메이지 천황의 묘지 되겠다. 아유 진짜 커서 한참 들어가야 했다. 앉을만한 곳이 나오기만 하면 얼른 밥을 먹어버리겠다하고 의자를 열심히 찾았는데 영 뵈질 않는다. 도시락을 든 샐러리맨도 있어서 어디 가까운데에 있을법도 한데 10분이 넘도록 발견할 수가 없다. 여긴 공원이라기보다는 숲에 가깝다. 도시 한가운데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다니 역시 부럽기만 할 뿐이다. 서울의 녹지란 것은 정말 비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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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지 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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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서 럭셔리 도시락을 까먹었다. 맛나더군!

물어물어 신궁 가운데에 있는 메이지 교엔 안에 벤치가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들어갔다. 갔는데 이 교엔은 500엔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이런 빌어먹을! 하면서 일단 내고 들어가 얼른 도시락을 까먹었다. 여기는 꽃필 때 오면 좋다고 하더만 지금은 별로 볼게 없었다. 다행히 밥은 맛이 있었다. 한숨 잘까 하였으나 옆 벤치에 양눔 하나가 자고있었는데 그게 좀 추해보여서 나도 진정하기로 했다. 한바퀴 돌다 나왔다. 여행이 일주일을 넘어가니 이제 다리가 항상 피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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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지 교엔의 호수. 나도 낮잠 한숨 잘까 했으나 한 양키 청년이 넘 추하게 자고있길래 참았다.

드디어 요요기 공원에 왔다. 요요기 공원은 메이지 신궁과 바로 붙어있다. 여기는 코스프레의 진원지로 유명한 곳인데 월요일 낮에 오니 뭐 썰렁하다. 자전거와 스케이트 보드로 열심히 묘기를 연습하는 청년들이 있는 것 외에는 넓기만 한 곳이다. 그래도 구석에서 기타를 연습하는 아이, 댄스 연습을 하는 중고생들이 나름 열심이다. 여긴 원래 제국군대의 연병장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아주 널찍하다. 듣기로 주말에는 양아치들의 해방구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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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요기 공원.

다리가 아파서 아무데나 털썩 앉았는데 까마귀 우는 소리가 너무 자주 난다. 보니까 여긴 버드와칭을 하는 곳이다. 새 구경하는게 뭐가 좋을까 싶지만, 대학교 때도 버드와칭에 미친 친구가 하나 있었고 결국 그 친구는 동물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앞에 여자애 둘이 서있었는데 나는 걔들이 처음에 대화중인가 했다. 그런데 뭔가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더라. 그래서 유심히 봤더니 그들은 두명이서 진행하는 만담을 연습하고 있던 것이었다. 마른 아이 하나와 뚱뚱한 아이 하나의 전형적인 콤비로 독특한 억양과 슬랩스틱을 구사하면서 열심히 연습중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한번 물어보려고 말을 걸었는데 연습중이라 바쁘다며 상대를 안해주었다. 그래도 몇마디 나누었는데 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전통적인 레퍼토리가 아니라 창작 만담이었고 공연도 여기저기서 하고있다고 한다. 만담을 연습하는 고졸자들이라. 일본 만화에서 그런 캐릭터들을 몇몇 보긴 했었지만 실제로 보니 상당히 의외였다. 우리나라에 고등학교 서클활동으로 변사연습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스모가 아직 인기있는 것도 신기하고. 저들은 전통을 우리에 비해 훨씬 잘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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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명의 꼬마 만담가. 나무에는 안내판이 써있었는데 그 나무 앞에서 일본제국군대가 사열을 했었다고 한다. 짜증나는 곳이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군역을 때우기 위해 일한 것이 고작인가. 뭔가에 더 열심히 미쳤어도 되었을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지금이라도 음악과 사전에 미쳐있으니 그정도면 좋은 것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아일랜드에서도 만담가를 만난 기억이 난다. 세계의 만담문화를 조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다. 일본의 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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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열심히 연습을 하고있는 스케이트 보더들

북오프에 잠깐 들렀다가 집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하라주쿠나 요요기 등에 볼게 많다고 하던데 쇼핑따위에는 영 관심없는 나로서는 정말 또다른 명동에 불과하다. 도쿄에서의 일정을 길게 잡은 것은 실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하면서 뭔가를 배우기에는 좋은 곳일지 모르지만 관광만이라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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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고삐리들의 해방구인 다케시타 도오리다. 돈암동이나 명동을 생각하면 유사할 것인데 이쪽이 훨씬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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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역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하라주쿠 역

1.1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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