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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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私の個人主義
나의 개인주의

 

2 # 거북이[ | ]

문학 연구가들에게는 참 미안한 얘기지만 작가론 같은 것을 읽는 것보다 나는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직접 풀어놓은 것들이 더 좋더라. 이 책을 번역한 김정훈씨 역시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소개한다고 했다. 번역에 아쉬움이 있다면 '덕의'같은 개념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고 사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만 뭐 무난하다.
이 책을 읽고나니 소세키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은 상이 그려진다. 그는 지적이지만 소심한 자유주의자였던 것 같다. 소심한 주제에 솔직한 사람이어서 그런 부분은 참 맘에 든다.

'문학론 서'에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영국 유학을 가게되었고, 영국으로 대표되는 서구와 어떤 괴리감을 느꼈으며 그것이 자극이 되어 자신만의 문학론을 정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다. 이 글은 서문인만큼 자신의 문학론에 대해 밝히진 않았지만 그것은 그의 문학론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신경쇠약과 광기가 작품을 쓰게 한 동기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 재미있다. 한 분야에 정통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고 실천적인 학습을 하라고 권하는 부분도 설득력이 있고.

그의 여러 강연록들은 앞쪽이 모두 겸손으로 채워져있다. 자신은 무능하고, 여러번 사양하려 하였으며, 별볼일 없지만 만나서 기쁘고, 짧게 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김용옥과는 정 반대인 영락없는 일본인이다.

'나의 개인주의'라는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영국에서 얻은 것은 자기본위라는 네글자임을 말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는 이질감 속에서 그들의 문학론이 아니라 일본인의, 소세키의 문학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주체사상이라고나 할까, 하하. 소세키가 말하는 것은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는 삶의 태도이다. 이 점 내가 생각하는 바와 같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그리고 그 뒤에 따라 나오는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맘아픈 가사다.)
개인주의는 결코 국가주의와 충돌하지 않는 것이며 개인이 잘 되어야 국가가 잘 되는 것이고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개인의 권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가 1915년이었음을 감안해보면 이정도 연막을 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가 평소에 개인을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소세키는 계속 강조하고 있으며 이 강연을 듣는 부유층, 권력층 자제들이 이후 권력과 금력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것을 가지고 다른 개인을 억압하고 그들을 자신들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즉 소세키의 개인주의는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대 일본의 개화'라는 강연에서 그는 독특한 자신만의 문명발전론을 내놓는다. 의무를 하기 싫은 마음이 있어서 그것을 최적의 효율로 해결하기 위한 '소극적인 활력 절약'과 즐거운 것을 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력 소모'의 두가지가 얼키고 설켜 문명 발전을 가져오는 추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옳은 얘기다. 즉 하고싶은 대로 하되 기왕 할거 열심히 하라는 얘기로 이해하면 되리라.
일본의 개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그는 매우 쉽고 명징하게 일본의 문제점을 짚는다. 일본의 개화는 외부 압력에 의해 압축적이고 강압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리가 있었고 따라서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다. 무리했기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리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을 그대로 따라간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는 서글픈 얘기다. 소세키는 열심히 들었는데 우울한 결론을 말해 미안하다며 강연을 끝냈다.

'내용과 형식'이라는 강연에서는 내용이 일반화되어 형식을 만들고 형식은 내용을 규정하거나 내용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를 주로 하고있다. 시대의 내용에 맞지 않는 형식은 파괴되어 재구성될 수 있음을 몇가지 정치적 사례를 들어서 말하고 있다. 그의 소박한 혁명론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형식은 종종 내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억압의미학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문예와 도덕'이라는 강연은 어쩌다 이런 모호한 주제를 잡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앞쪽에는 점차 도덕이 형식적인 것에서 자유스러운 것으로 변해왔으며 그것은 한동안 그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그의 전망을 담고있고 후반부는 낭만주의 문학과 자연주의 문학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낭만주의와 자연주의는 이상과 현실의 관계에 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주로 도덕적 당위성은 낭만주의 문학에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낭만주의적 도덕은 시류의 흐름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그것은 인간의 진보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선형적 진보사관을 살짝 드러내고 있다.

'점두록'이라는 소품은 그의 만년에 남긴 글인데, 소박한 그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그는 병든 자신에게 새로운 1년이 주어진건 덤으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세계 정세에 관한 몇가지 언급을 하고있다. 그는 군국주의가 등장하여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그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힘을 숭상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만으로도 이 전쟁은 군국주의가 승리한 것이라고 간결하게 지적하면서 한탄한다. 그리고 트라이치케라는 독일 군국주의 이론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독일의 군국주의는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설득하지 못하는 이상 보편적인 생각이 될 수 없다는 준엄한 결론을 내린다.

꽤나 개성적인 내용들로 전혀 다른 강연들을 하고 있지만 이 강연들을 통해 그를 판단한다면 간단하게 합리적 온건 좌파정도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사의 진보를 믿는 소박한 자유주의자. 그의 관점을 이렇게 파악하고 난 이상 그의 작품을 볼 때 나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일이다. -- 거북이 2004-10-10 1:34 am

3 # 촌평[ | ]

촌평이라고까지하기는 뭐하고...나쓰메 소세끼를 좋아하시나요? 그의 소설 몇 편 읽어 본 관계로 저 책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서 평을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다. 그의 소설에 대한 감상도 언제 들려 주시죠. 이만 총총. -- 공 2004-11-2 2:36 pm

안그래도 소세키와 루쉰을 통해 동양의 근대성에 대해 고민한 ISBN:8988375505 를 샀습니다. 이걸 읽어보고, 소세키를 좀 더 읽은 다음에 제 느낌을 긁어볼까 해요. 소세키는 당시엔 너무 세련된 사람이죠. :) -- 거북이 2004-11-2 2:41 pm

아, 그 책을 샀군요. 정선태 선생님이 번역하신 책. 사실 저는 정 선생님 덕에 소세끼를 읽게 되었죠. 그렇죠, 세련되었죠. 절대 서두르지 않는 그 '도저'하고 의뭉스런 필치와 태도란. 후후. "그후"를 읽어 봤나요? -- 공 2004-11-2 6:23 pm

아직입니다. 일단 나쓰메소세키단편집밖에는 안읽었어요. 소세키 작품연보를 챙겨봤는데 상당히 많아서 우야꼬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집에 있는 도련님부터지요. -- 거북이 2004-11-2 6: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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