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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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구간) 끝나지 않는 신드롬 - 친일과 반일을 넘어선 식민지 시대 다시 읽기
(개정판)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 스포츠민족주의와 식민지 근대

 

 

2 책소개 (알라딘)[ | ]

1926년과 1936년은 '민족 신드롬'이란 두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1926년에는 순종 인산일을 기점으로 자본의 힘과 자생적 이념, 근대 미디어와 전근대적 인간 네트워크가 상승 작용하여 신드롬을 일으켰고, 1936년에는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으로 한반도 전역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근대의 책 읽기>에서 국내 최초로 책 읽기의 근대사를 밝혀 문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저자 천정환이 이 책에서 일제 강점기에 일어났던 대중적 신드롬, 특히 스포츠를 통해 조선인들이 '민족'으로 거듭나게 되었음을 밝힌다. 2005년 출간된 <끝나지 않는 신드롬>에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내용을 추가한 개정판이다.

저자는 순종 인산과 일장기 말소사건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민족화 과정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을 고찰한다. 저자에 따르면, 1890년대 주조되기 시작한 한국의 스포츠민족주의는 국권 상실 이후 부르주아민족주의, 실력양성론의 적극적인 주례를 통해 열등감과 결합, 1936년 손기정의 베를린마라톤 우승과 함께 문화민족주의로 완성되었다 한다.

책은 1장 '소화 11년(1936), 손기정 신드롬', 2장 '운동장에서 민족을 만나다', 3장 '봉건의 썰물과 근대의 밀물이 해일을 일으키다', 4장 '파시즘, 조선과 일본을 집어삼키다', 5장 '스포츠의 죽음, 민족의 일시 사망'으로 구성되었다.

3 # 거북이[ | ]

저자는 그저 근대에 대해 실증적으로 공부하고자 할 뿐일 국문학도이다. 그의 전작 근대의책읽기도 그런 관점으로 접근했던 책이고 그건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단 ‘근대의 책읽기’에 비해 이 책은 문학이 아니라 문화에 대해 접근했다는 점에서 약간 전공과 차이가 있고 그러면서도 글쓰기 자체에서는 서사적인 서술을 도입하여 자신이 국문학도임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 책 ‘끝나지 않는 신드롬’은 상당히 독특한 관점의 역사책이 되었다.

1926년 순종의 인산과 함께 전국에서 50만명이 서울에 몰려들어 동시에 곡을 하고 불특정 다수에 의한 만세운동이 벌어진다. 비록 6.10 만세운동은 실패하였으나 망국의 상징이었던 순종의 죽음에 맞추어 한국민이 벌인 이 자기 연민의 퍼포먼스는 분명 신드롬이었다. 저자는 여인들이 상복을 패션으로 받아들였다는 점과 부모가 죽어도 울지않을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보란듯이 곡을 하는 상황 등을 묘사하며 그것이 신드롬이었음을 논증한다.
1936년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은 식민지 조선 전체를 들끓게하기 충분했다. 그것은 스포츠를 잘 하는 것이야말로 근대화를 상징하였던 시대에 우리도 저들처럼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흥분은 일장기 말소사건을 통해 일제의 폭압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두 개의 신드롬과 함께 저자는 일제강점기 시기를 묘사한다. 비분강개를 알았던 조선의 사이클 스타 엄복동이나 조선총독 살해를 시도했던 송학선, 열정은 있었으나 아마추어 테러리스트였던 이봉창, 무기력하게 문약속에서 죽어간 이상, 무교회주의 기독교 민족주의자 김교신 등의 인물들을 서사적으로 그려나간다. 저자는 역사를 서술하면서 당시 상황과 인물들의 심정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메우고 있으며 이것이 이 책에 독특한 색깔을 입혀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역사읽기’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듯 하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축구에 대한 관심과 2002년 월드컵의 신드롬에 대한 기억을 서문과 후기에 나누어 적어 당시를 지금과 조심스레 연결해보고 있다. 그 덕에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고, 사람냄새가 난다. 난 개인적으로 송학선이 마음에 든다. 가진것도 없고 자신이 하려는 것에 대한 의식도 없이 총독 살해를 꿈꾸고 혼자 연습한 다음 그것을 실행한 무지렁이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바로 민중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지도층은 약하지만 민중은 강인하다.

저자는 역사를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한다. 우리가 6.10만세운동이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일관된 사건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폭발이었던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억압의 시대였던 일제강점기 시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민족주의가 판치고 경제성장으로 자본의 맛을 알아가던 활기찬(?) 식민지 시대를 보게된다. 정치적, 정신적인 면이나 물질적인 면에서 일제의 통치를 받고있었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시대를 즐기던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건 일견 퇴폐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때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역사의 본질은 이런 것일지 모른다.

비교사적인 관점으로 우리의 근대를 바라본 일그러진근대와 같은 책이나 만화경처럼 당시에 대한 스케치를 그린 ‘끝나지 않는 신드롬’ 같은 책들이 나오는 것은 역사에 대해 좀 더 열린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바람직해 보인다. 이 두 권의 책을 출간한 ‘푸른역사’에서 나오는 책들에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이 생길 것 같다. -- 거북이 2005-8-29 2:42 am

4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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