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 거북이[ | ]

어쩌다가 예전에 친구를 보았고 오늘은 내가 싫어하지 않는 남자배우중 하나인 정우성이 나온 똥개를 보았다. 곽경택의 이 두 영화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일단 전부 부산 사투리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방언으로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 오산나가 Palepoli앨범에서 나폴리 방언으로 노래를 했다고 하던데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저런 것들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방언으로 된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 그것들은 그것 자체로 멋진 텍스트가 될 수 있을것이다. 그러고보니 한국에는 감수광이라는 명곡이 있구먼...-_-

두번째는 마초적이라는 점이다. 애들은 자라서 모두 주먹이 되고 그들은 모두 '좋은 주먹 놔두고 왜 말로하냐'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끼리도 누가 더 세냐를 겨루고, 세력다툼을 할 때는 모두 조폭이 된다. 이건 우리편 남의편 가리지 않고 곽경택 영화에 나오는 사람 누구나 가진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서로 싸우는 장면을 너무 많이 보여준다.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계속 묘사하는데 가끔은 어이없을 정도다. 똥개에는 경찰 입회하에 주먹들 둘이 싸우는 엽기적인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여자들이 매우 종속적이다. 똥개에 나오는 엄지원이나 친구의 김보경은 모두 말없이 남자 옆에서 기다려주면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남자들이 하는 짓들을 한숨쉬며 바라보다가 그들이 깨지고 돌아왔을때 감싸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김기덕 영화와 쌍벽을 이룰만큼 여성비하가 심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엄지원과 김보경이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곽경택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보다.

하여간에 이 감독은 부산 싸나이들이 나와서 호언장담을 하고, 의리를 지키며, 말이나 꼼수보다는 주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것을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영화들이 호응을 받는다는 점은 생각보다 마초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까. 친구가 흥행 대박을 친 것은 한국사회의 우려스러운 부분 하나를 잘 드러내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거북이 2004-4-3 11: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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