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콜링

2002 10 05 土 : 런던 콜링 London Callin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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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임은경 배두나

방금 찾아보고서야 이 여자애가 김정화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저녁밥 먹을때 애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봤던 뉴 논스톱인가 뭔가하는 프로에서 이 애를 본게 고작이었다.

간밤에 꿈을 꾸었다. (임은경+배두나+김정화)/3처럼 생긴 여자애가 나왔다. 바쁜 일이 있어도 꼭 연락을 하거나 말을 걸곤 했고 헤어질때 언제 보자고 얘기하는 등 이쁜 짓만 골라서 했다.
여행을 오래하니 살짝 돌았나보다.

아저씨께서 애기를 수영장에 바래다 주시면서 우리를 태워주셨다. 먼저 애기와 아주머니는 수영장 앞에서 내렸다.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애기가 먹을 과자 두봉지를 주시면서 잘가라고 하셨다. 고마워라. 아주머니는 아저씨께 우리 태우고 여기 한바퀴 돌아주라고 하셨고 아저씨는 시간 되냐고 물어보시더니 흔쾌히 드라이브를 시켜주셨다.
오, 이 홀리루드 산은 마치 하이랜드를 작게 만들어 둔 듯 조그만 산임에도 불구하고 울퉁불퉁하면서도 작은 물웅덩이도 있고 깜찍했다. 어제와 그제 한 고생을 생각하면 그 돈으로 CD나 사고 차라리 여기에서 뒹굴하는 것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역시 런던같은 볼거리 너무 많은 대도시가 아니라면 원주민에게 물어보아 어디가 좋은지 체크한다음 그 몇몇 군데로 가서 뒹구는게 최고다.
잘가라는 아저씨의 인사를 뒤로하고 우리는 공항으로 갔다. 이번 비행버스는 이지젯이다. 라이언에어보다는 확실히 비행기가 더 좋다. 문제는 런던에 오자마자 터졌다. 기차역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서 스윽 타고 역까지 갔는데 루튼공항에서 런던까지의 왕복 기차표가 무려 20P! 커헉. 이건 장난이 아닌 것이다. 나중에 런던에서 1주일 프리 패스를 사도 20P가 아니었다. 영국에서 철도 민영화가 된 다음 재정이 완전히 박살났다는 말을 얼핏 들은것 같긴 한데 내가 직접적 피해를 입을줄은 정말 몰랐다. T_T 하여간에 명불허전이라, 런던의 살인물가는 장난이 아니다. 들어가기가 무섭다.

일단 민박집에 가서 짐을 풀었다. 밀린 빨래를 하면서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아 역시 맛이 있었다. 런던에서 맛보는 김치 만빵의 신라면이라. 그저께 카일 오브 로칼쉬에서 먹은 밍밍한 싱가폴 라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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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와 빅밴. 그냥 찍어봤다. AFC들이다.

짐을 풀었으니 언제나처럼 한번 둘러보기로 한다. 웨스트민스터와 빅밴이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그쪽으로 나갔다. 어차피 데이패스를 끊었으니 돈도 안든다. 빅밴 앞에서 사람들이 시위를 한다. 빅밴은 국회의사당이다. 그들은 국회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다. 주체적이지 못하고 부시의 똘마니 역할이나 하는 블레어 정부에게 하는 평화시위다. 시위대의 문구들 중에 아무래도 한자로 쓰여진 것이 눈에 띈다. 하나는 화평和平, 또다른 하나는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말이다. 네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이 천하의 명문이 적혀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착한 우리 자식들을 죽이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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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所不欲 勿施於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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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밴이 배경에 보이지만 이 사진의 중심은 그 앞의 침침한 조각, 깔레의 시민이다. 로뎅의 작품으로 이것은 그 카피본. 조각이나 판화는 진본이 여러개이다.

웨스트민스터는 하필 문을 닫아 별로 볼 수 있는것이 없다. 템즈강가에서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 중심가 쪽으로 올라갔다.
아마 토튼햄코트 로드였을게다. 내리자마자 버진이 보인다. 이걸 그냥 지나가면 내가 아니다. 당연히 들어갔다. 오오 역시 겁나 비싸다. 그래도 판쪼가리가 많긴 하구나. LP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최근 발매된 음반들의 경우 소량 찍어내고 있으며 일렉트로닉스쪽과 디제잉쪽은 듣도보도 못한 판떼기가 상당히 많다. 많으면 뭐하나 비싼걸. 데페쉬 모드DepecheMode의 싱글들이 보여 한참 땡긴다. 하지만 싱글 주제에 만원 가까이 하면 아무래도 살 수가 없다.
타임 아웃Time Out이라는 각종 한주간 놀거리 모음 잡지가 있다. 여기에 공연정보가 많기때문에 서서 살펴보았다. 오옷 클래쉬Clash 트리뷰트 밴드가 오늘 공연 하는게 아닌가? 런던에 왔으니 런던 콜링 한번은 들어줘야지. 이런 재수가 있나 하고 공연장의 이름을 적었다. 전화번호도 주소도 안적혀있다. 런던인데 밖에 나가면 클럽이야 천지겠지 하고 아무 생각없이 나갔다. 클럽에 가서 물어보면 다른 클럽 위치 파악이야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아무리 다녀도 클럽들이 보이지 않는다. 토튼햄코트 로드와 옥스포드 서커스 쪽은 클럽 천지라고 들었는데 이게 웬말이냐. 게다가 미리 조사해온 주소를 아무리 뒤져도 클럽이나 중고판 가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린 좀 지쳤다. 다시 움직여서 클럽을 뒤져봤다. 게이 클럽으로 보이는 곳이 하나 있다. 공연 리스트를 보니 좋은 밴드들이 꽤 공연을 많이 한다. 공연장을 알려주었지만 처음엔 잘 모르겠단다. 다른 사람이랑 얘기도 해보다가 우리가 보여준 지도를 뒤적뒤적대더니 이 지도에는 안나와있단다. 더 큰 지도를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없댄다. 계속 서쪽, 히드로, 서쪽, 히드로 이러면서 히죽히죽댄다. 앞니까지 빠진 술고래 타입의 상늙은이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가르쳐주니 믿어질리가 있나. 이놈 우릴가지고 농짓거리를 하네 하면서 나왔다.
또 한참 헤매서 다른 클럽을 찾았다. 그 클럽에는 전혀 모르는 밴드들이 공연하고 있었는데 앉아있는 매니저에게 물어봤더니 아까 그 술주정뱅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엥? 이러고 있는데 그 옆에있는 사람이 공연장 이름과 지하철 역을 매치시켜준다. 흠 이름이 같은 것을 보니 맞긴 맞다. 진짜 히드로 공항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젠장. 아까 그 노인은 우리에게 농짓거리를 한 것이 아니었던 게다. 우리는 옥스포드 스트릿에 있다. 전철타면 한시간은 걸릴 거리다. 우리는 좌절하고 민박집으로 왔다. 왜 우리는 낯선 곳에만 가면 하루는 꼴랑 방황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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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뭔가 노래를 부르면서 행진을 하는 인도계 사람들. 이것도 시위였을까? 축제 분위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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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지하철인 세칭 튜브. 튜브라고 부를만큼 작다. 단면적이 조선 지하철의 반정도 밖에는 안되어 보인다. 생긴것도 똥그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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