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sisBio

Pinkcrimson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7월 27일 (화) 14:5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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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프로그레시브 락적인 맥락에서 볼 때 씨어트리컬theatrical 락을 확립했다는 의미를 가지는 밴드이나 씨어트리컬 락이라는 것이 락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기보다는 연극이나 오페라와 같은 서구 공연문화의 전통적인 양식을 락음악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한 밴드라고 말하는 것이 소박하면서도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팝밴드 제네시스는 그저 팝밴드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거북이, 필요에 의해 PeterGabriel/전기를 모방해서 적어본 글, 2001(?)

1 # Genesis : the peter gabriel era[ | ]

고등학교에서 만난 피터 게이브리얼, 토니 뱅크스Tony Banks, 마이크 러더포드Mike Rutherford, 앤소니 필립스Anthony Phillips등은 학교 선배이자 유명한 제작자인 조너던 킹Jonathan King의 도움으로 데카 레코드와 계약을 맺는다. 이 때가 67년으로 멤버들은 대개 17-18세였다.

이들은 68년 여름에 녹음을 하여 69년에 첫 앨범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이 From Genesis to Revelation이다. 이 앨범은 이후의 음반들과는 전혀 다른 음반으로 3분대의 짧은 곡들이 주를 이루었으며 분위기도 목가적이거나 락큰롤에 가까웠다. 그러나 독특한 피터 게이브리얼의 목소리나 피아노가 기타와 더불어 사운드를 이끌어 나가는 등 다른 그룹들과는 차별성을 보여주는 좋은 음반이었다. 이 때는 미국에 Genesis라는 이름을 가진 밴드가 있어서 그룹명을 쓸 수 없었으나 그들이 해체하는 바람에 2집에서부터는 그룹명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아직 라이브경험도 변변찮은 아마츄어 밴드였다. 이들이 이후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이 음반은 대개의 프로그레시브 앨범들처럼 희귀음반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두번째 앨범 Trespass는 70년 10월에 레이블을 바꾸어 발매되었다. 다른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들처럼 건반연주가 강조되었고 극적인 구성을 취하게 된 이 음반은 전작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작이 가지고있던 목가적 서정미가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이미 이 앨범의 작곡이나 연주는 프로의 그것이다. 이들의 목가적 서정미는 이후 밴드를 탈퇴한 앤소니 필립스의 솔로 음반들로 이어진다. 이 때의 공연중 피터 게이브리얼은 흥분한 나머지 스테이지 다이빙을 시도하다 관객들이 받아주지 않고 피해버리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졌다. 하지만 그는 아픈 다리를 무릎으로 받치고 계속 노래하여 공연을 끝마친 뒤 병원에 실려갔다. 그가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생각하고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새로운 멤버 스티브 해킷Steve Hackettk과 필 콜린즈Phil Collins를 맞이한 제네시스는 그들 음악스타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Nursery Cryme을 71년 11월에 발매한다. 피터 게이브리얼은 이 음반에서 이야기를 하고있다. 전래동화 혹은 환상적인 분위기의 가사들은 음악적 구성과 대등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곡 구성도 이전보다 더욱 극적으로 변했는데 노랫말의 전달과 이야기의 구성에 맞추어야 한다는 제한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는 예전보다 더욱 힘있게 전개되고있다. 이들의 연극적인 요소는 영국보다는 대륙에서 인정을 받아 벨기에와 이탈리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정받기 시작했고 전작에 비해 한걸음 더 나아간 명작 Foxtrot을 72년 10월에 발매한다. 23분에 달하는 대작 Supper’s Ready는 이들의 극적인 요소가 극에달한 곡이며 본작은 이들의 한 정점이 되었다.

73년 8월에 Live를 발매하였다. 나에게 제네시스의 음악은 앨범보다는 라이브가 더 귀에 꽂힌다. 이들은 이 시기의 공연에서부터 이들은 공연에서 ‘쇼’를 하기 시작하는데 피터 게이브리얼은 얼굴에 분장을 하고 이상한 무대의상을 뒤집어쓰고 나오는가하면 노래와 동시에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 공연과 스틸사진들을 보면 피터 게이브리얼의 연기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그 모습은 섹시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스테이지는 특히 이탈리아의 밴드들을 자극하는데 메타모르포시Metamorfosi, 라떼 에 미엘레Latte e Miele, 일 발레또 디 브론조Il Balletto di Bronzo와 같은 연극적이면서 훌륭한 밴드들을 보면 제네시스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73년 9월에 Selling England by the Pound가 발매되었다. 스타일의 정점에 오른 밴드는 변화해야했고 그 결과물은 보다 현실에 가까운 가사, 곡 구조의 단순화, 서정미의 회복 등이었다. 그런 과도기적인 작품이고 예전에 비해 확실히 느슨한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주력은 뛰어나며 이전 곡들이 가지고있던 양식미는 그대로 남아있다. 이 앨범의 고상한 분위기는 제네시스에게 가장 영국적인 밴드라는 별명을 딸려주었다. 제네시스의 가사는 영국인들만이 알 수 있는 문학(특히 Lewis Caroll과 J.R.R. Tolkein), 생활문화, 은유, 전래곡, 이야기, 사투리 등이 섞인 복잡한 텍스트이다.

74년 11월에 발표된 The Lamb Lies Down on the Broadway는 피터 게이브리얼이 뿜어낸 자아의 극한적인 표출이었다. 더블앨범으로 나온 본작은 라엘Rael이라는 청년이 겪는 내적/외적 사건들을 다룬 초현실적인 작품이다. 피터 게이브리얼은 제네시스 내의 독재자가 되었으며 그는 이 앨범의 투어 이후 밴드를 나가게 된다. 이는 핑크 플로이드PinkFloyd의 로져 워터스RogerWaters와 그의 독백 TheWall을 연상시킨다. 본작은 방만한 구성에 피터 게이브리얼의 야심까지 겹쳐 무척 듣기 어려운 대작이 되었다. 음악을 수단화시켰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지만 그와 같은 아티스트는 그런 작품을 뽑아 던져놓을 자격이 있다.

2 # Peter Gabriel : the albums with no name[ | ]

피터 게이브리얼은 싱어-송라이터로서 형식과 내용이 어떤 식으로 결합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하면 아티스트와 청자가 하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인물이고 자신이 가진 한계를 좋은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다른 차원에서 극복한 인물이다.

50년 2월 13일생인 피터 게이브리얼은 음악적 소양이 풍부한 어머니와 전기기술자였던 아버지를 두었다. 학창시절에는 비틀즈, 오티스 레딩, 제임스 브라운 등을 좋아했으며 간디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여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초기에는 드럼을 연주하였으며 그는 지금도 종종 드럼을 친다. 그는 항상 신기술과 새로운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밴드를 탈퇴한 뒤 그는 초과학적인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양배추를 키우며 휴식기를 가졌다.
그의 첫 네장의 앨범들에는 타이틀이 없다. 그는 새롭지도 않은 음반들에 새로운 척하는 타이틀을 다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77년 2월에 그는 첫번째 앨범(car)을 발표한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는 밥 에즈린Bob Ezrin인데 그는 이 앨범을 미국식 락큰롤 음반으로 만들고자 했다. 피터 게이브리얼도 그런 의도로 선택한 프로듀서였고. 하지만 이 앨범은 그런 쪽으로는 실패한 음반이다. 물론 상업적인 성공도 못했고. 이 앨범은 그의 여전히 극적인 성향과 밥 에즈린이 시도한 락 스타로서의 분위기와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개 그러하듯 4분 내외의 싱글곡이라는 요소가 섞인 혼란스런, 하지만 좋은!, 음반이다. 그나마 소규모 싱글히트곡을 낼 수 있어서 그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앨범은 좌절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의 그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듯 위대한 아티스트로 인정받고있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78년 6월에 두번째 앨범(scratch)을 발표하였다. 전작에서 기타를 연주해주었던 그의 영웅이자 친구인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밥 에즈린의 영향력이 강했던 전작에서 벗어나고자 로버트 프립은 프로듀서가 갖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였다고 하지만 이 앨범의 사운드는 프립의 색깔이 완연하다. 좋은 음반이긴 하지만 이 음반은 아직 그의 전모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80년 5월, 세번째 앨범(melt down)을 내는데 이는 그동안의 부진을 단번에 털어버린 걸작이었다. 음악적인 면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면에서까지도. 당대의 히트메이커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가 프로듀싱한 본작은 그동안 조금씩 드러나던 반전/저항적인 정서가 온 앨범을 휘감고 있으며 내면의 흐름을 듣는이에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킬만큼 일관성과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다.[그는 국제사면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하며 Live Aid나 Anti-Apartheid등의 저항적인 사건들에 지속적으로 참여한다.] 참여한 면면들도 인상적인데 필 콜린즈, 로버트 프립을 비롯하여 폴 웰러Paul Weller(leader of the Jam and Style Council), 데이브 그레고리Dave Gregory(of XTC)등 유유상종이라고 꼭 어딘가 삐딱한 친구들끼리 잘 뭉친다. 사실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틀랜틱Atlnantic에서 이런걸 누가 사냐라며 카리스마Charima레이블로 방출시켰을만큼, 왜 히트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지하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 음반이다. 여기서 이미 월드뮤직적인 연주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위상을 세우는데 성공하였다.

82년 9월, 네번째 앨범(security)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내적 성찰/인간의 고립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이다. 네 주위의 리듬을 느끼고(the rhythm is around me) 삶에 입을 맞추어라(Kiss of Love). 너와 닿고 싶으니(I’m wanting contact with you) 네 손을 나에게 다오(Lay your hands on me). 이는 그가 끊임없이 추구해왔던 월드뮤직적인 리듬을 더욱 확장해서 쓰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의 청자들과도 소통하기 위해 3집과 4집의 독일어 음반을 내었다. 그는 또 다른 나라의 언어들로도 내고자 하였으나 여건이 안되어 못했다고 한다. 이 음반의 프로듀서는 데이빗 로드David Lord인데 그는 피터 게이브리얼의 아내 질 게이브리얼과 불륜을 저질렀고 피터 게이브리얼은 이후 정신과를 찾게된다.

3 # Peter Gabriel : contact with real world[ | ]

그는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스테이지 다이빙을 했고, 음반에서는 소통을 온몸으로 부르짖었으며 다른 나라의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3, 4집의 독일어 음반을 내었다. 그가 독일어 음반을 낸 것은 투어때 그 나라말로 노래를 좀 불러주었더니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82년에 WOMAD페스티벌을 기획하고 89년에 Real World 레이블을 설립하였다. 아마도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가진 내적인 역량은 일단 쏟아보았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그리 많은 것을 할 수 없다. 이 상태에서 내가 할 일은 연대이다. 연대만이 더 큰 것을 낳을 수 있다.”
WOMAD-World of Music, Arts & Dance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월드뮤직 축제이며 이에 관계된 세미나, 전시회, 워크샵, 교육 등을 주관한다. 초반에 흥행에 실패하여 다시는 열리지 못할뻔 하였으나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축제중 하나로 매년 열리고 있다.
WOMAD페스티벌은 첫번째 공연 이후 엄청난 적자를 내어 피터 게이브리얼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때 제네시스의 멤버들은 WOMAD를 위한 합동공연에 동의해주었고 이 공연 수익금으로 WOMAD재단은 다시 페스티벌을 재개할 수 있었다.

83년 5월 Plays Live가 발매되었다. 그의 albums with no name시절(1집-4집)의 곡들을 두루 담은 더블 라이브인데 피터 게이브리얼은 스튜디오 뮤지션 뿐만 아니라 라이브도 중시하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만큼 활기찬 음반이다.
85년 3월 피터 게이브리얼은 알란 파커Alan Parker의 영화 사운드트랙인 Birdy를 발매한다. 4집의 곡들 5곡이 재편곡되어 들어있으며 나머지 스코어는 새로 작곡된 것들이다. 들을만한 사운드트랙이나 명반이라 할 수는 없다. 여기서 그는 이후 지속적으로 프로듀서를 맡아줄 다니엘 라누아Daniel Lanois와 처음으로 작업한다.

86년 5월 3백만장이 팔린 히트작 So를 발매한다. 그의 유일한 1위곡 Sledgehammer가 포함된 5곡의 싱글 히트곡이 담긴 이 음반은 음악적 성과 또한 매우 우수했던, 음악성과 상업성의 완벽한 조화라고 할만한 앨범이다. 이전 앨범 두장은 일관된 주제가 있었으나 이 음반은 일관성은 유지하되 각 곡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 사운드 자체가 매우 유려하게 잡혀있는데 이렇게 사운드메이킹이 잘 되어있는 음반은 지금도 찾기 어렵다. 이전까지의 무거움과는 달리 훨씬 가볍게 접근하지만 그 음악적 내용이 전혀 가볍지 않은, 팝과 락의 경계에서 자신이 드러내고자하는 바를 여지없이 드러낸, 80년대의 명반중 하나이다. This is the Picture는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과의 곡으로 백남준이 1984년 첫날에 행했던 퍼포먼스 Good Morning, Mr.Orwell에 쓰였던 곡이다. Sledgehammer의 뮤직비디오는 롤링 스톤지가 93년에 뽑은 역대 뮤직비디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89년에 피터 게이브리얼은 So에서 얻은 수익으로 Real World레이블을 설립하였다. 이는 월드뮤직 뮤지션들의 음반들을 훌륭한 시설로 녹음, 발매하여 세계 각지에 널리 배급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Real World에서는 백여종 이상의 음반이 발매되었으며 Passion이후의 모든 피터 게이브리얼의 음반도 여기서 출반되고 있다.

89년 6월 마틴 스코세즈Martin Scorssese의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Last Temtation of Christ의 사운드트랙인 Passion을 발매한다. 이는 4년전의 서투른 OST 작업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영화음악으로 월드뮤직의 교과서중 하나로 일컬을만 하다. 월드뮤직이라는 말 자체가 서구인들의 편견을 담고있는 말인만큼 월드뮤직과 융합되었다고들 하는 락음악의 수준이란 사실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폴 사이먼Paul Simon의 Graceland나 토킹 헤즈Talking Heads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도움을 받아 만든 Remain in Lights정도가 우수한 수준이다. 피터 게이브리얼의 3, 4집도 언급한 두 장의 수준과 비슷하다. 허나 이 앨범 Passion은 그 수준을 넘는 이해를 보여준다. 물론 이 음반은 사운드트랙이기 때문에 락음악과의 융합에 천착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점도 있긴 하다. 기본적으로 이슬람쪽의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와 동시에 발매한 컴필레이션 음반이 Passion Sources인데 이는 영화에 사용된 다른 아티스트의 곡들과 자신이 영화음악을 만들 때 영향을 준 음악들로 채워져있다. 역시 월드뮤직의 교과서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92년 9월 새 음반 US가 발매되었다. 이는 앨범의 방법론상으로는 So의 뒤를 이으며 그 음악적 방향성에서는 4집의 뒤를 잇는다. 역시 4곡의 싱글 히트곡이 있으며 전체적인 완성도도 매우 높은 음반이다. 사운드 메이킹 역시 전작 이상의 수준이다. 그는 다양한 음악적 소양을 흡수하려하며 이는 본작과 동시에 발매한 컴필레이션 Plus from US에도 잘 나타나있다. Plus from US 또한 월드뮤직의 한 텍스트라고 할만한 음반으로 자신이 US를 만들 때 영향을 주었던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곡을 모은 컴필레이션이다. 전작에 비해 귀에 쏙쏙들어오는 곡이 적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로 탓할 것이 없는 음반이지만 전작이 워낙 성공적이어서 이 음반은 사람들로부터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를 조금 ‘당했다’. 이 음반의 부클릿을 보면 그가 지향하는 것이 종합 예술이라는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그러한 태도는 그의 90년대 행적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94년 8월 그의 두번째 더블 라이브 Secret World가 발매되었다. 피터 게이브리얼이 참여한 라이브 음반은 지금까지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고 이는 본작역시 마찬가지다. 비틀즈는 Revolver이후 대규모 투어를 그만두었다. 스튜디오의 정교한 사운드를 재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피터 게이브리얼은 라이브는 아티스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며 라이브는 스튜디오의 재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있었다. 그의 라이브는 여전히 새로운 해석을 담고있으며 여전히 매력적이다.

4 # Peter Gabriel : jump into the fire[ | ]

그는 94년 Xplora 1-Peter Gabriel’s Secret World를 96년에는 Eve라고 이름붙은 멀티미디어 시디롬을 발매한다. 자신의 음악세계, 뮤직비디오, 리얼월드에 대한 소개 등등이 담겨있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나름대로 오밀조밀하게 짜여져있으나 솔직히 조잡하다는 평을 내릴수밖에 없는 수준인데 뜯어보면 나름대로의 성의가 묻어나오는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그는 정규 앨범말고도 다양한 자선공연 참여곡, OST참여곡, 컴필레이션 음반 참여곡을 가지고 있는데 음반작업을 못한 90년대 중후반의 그의 발자취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중 가장 인상적인 작업은 케서린 비글로우Kathryn Biglow감독의 영화 Strange Days(95)에 딥 포레스트Deep Forest와 함께 참여한 곡 While the Earth Sleeps이다. 영화가 강렬한 이미지로 끝난 뒤 크레딧이 올라올 때 나오는 이 곡은 그가 월드뮤직 작업에서 눈을 뗀 적이 없을을 잘 드러내주는 매우 드라마틱한 곡이다. OST자체도 세기말적인 곡들이 가득찬 좋은 음반이다.

그는 2000년 1월 1일에 세계 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영국의 그리니치에서 노동부 주관으로 밀레니엄 돔 개관 기념식이 열렸는데 그는 음악 총감독을 맡았다. 이 공연은 OVO : the Millenium Show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는데 영국반은 2CD로 세계판은 1CD의 서로 다른 재킷으로 공개되었다. 이는 컨셉트 앨범으로 음반 전체가 OVO라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국반에는 이 피터 게이브리얼이 쓴 동화책이 포함되어있는데 그 전말은 이러하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테오Theo라는 친구가 살고있었는데 그의 아들놈인 아이언Ion은 문명을 발전시킨다. 딸내미 소피아Sofia는 그런 것들을 싫어하며 초자연적인 것을 동경하며 살다가 외계인 스카이보이Skyboy와 친해져 아이를 낳는데 이녀석이 오보OVO이다. 문명은 점차 발달하며 파국으로 치닫는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오보를 희망으로 여기게 되고 오보를 우주에 띄우며 새로운 세상이 열리길 바란다. 좀 싱겁긴 하지만 여러가지 신화적인 모티브를 차용한 나름대로 훌륭한 동화책이 되었다. 그림도 귀엽고. 이 밀레니엄 쇼는 써커스와 퍼포먼스를 동반한 대규모 공연으로 피터 게이브리얼은 이제 명실공히 멀티 아티스트로 나라로부터(?!) 공인받게 되었다. 이야기 자체도 그렇지만 음악 또한 그의 월드뮤직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있는 드라마틱한 라이브이다.

그리고 현재 몇 년째 말만 무성한 그의 새 앨범 Up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그의 여정을 따라보면 그가 어떤 인간인가가 대략 드러난다. 그는 벽에 부딪히면 인식의 전환 내지는 도약을 통해 자신을 다른 곳으로 끌어올려왔다. 그는 관객, 인간, 세상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며 그것을 편협하지 않은 보편적인 양상으로 표출해낸 사람이다. 그는 30년이 넘는 음악생활동안 태만했던 적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Real World와 WOMAD의 설립자로서 세계 대중음악사의 한 장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았다.

5 # Genesis : the phil collins era[ | ]

피터 게이브리얼이 나간 다음의 제네시스는 이전까지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곤란하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게서 팝의 왕자로서의 면모를 찾으면 말이 되지만 그에게서 락음악적인 진보를 기대하는건 바보이다. 제네시스를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제네시스는 피터 게이브리얼이 나간 다음에도 이전까지의 분위기를 갖는 음반을 석장 발매했다. A Trick of the Tail(76), Wind & Wuthering(77) 그리고 Seconds Out(77, 2LP live)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에는 많은 이들이 과도기적이다, 나름대로 준수한 아트록이다, 비록 작가는 아닐지라도 그들은 여전히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다 등의 평을 내리고 있으며 필자역시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들은 변해야했다. 피터 게이브리얼이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려 했듯 그들은 피터 게이브리얼과 결별해야했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상업적으로 점점 성공해갔다.

…And Then There Were Three(78), Duke(80), Abacab(81), Three Sides Live(82, 2LP live), Genesis(83), Invisible Touch(86), We Can’t Dance(91)은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길, 팝 뮤직 그룹으로서의 제네시스가 발표한 음반들이다. 이 음반들을 발표하면서 이들은 상업적으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중 인상적인 음반은 Genesis(83)과 Invisible Touch(86)이다.

Genesis앨범에서 필 콜린즈는 매우 당당한 보컬을 들려준다. 그는 이미 7년동안이나 제네시스의 리드보컬이었으며 솔로작들이 챠트 1위를 점령하는 마당인데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프로듀서 휴 패점Hugh Padgham과 함께 만든 사운드는 귀에 쏙쏙 박히기 충분했다.
Invisible Touch는 전작에 비해 훨씬 진보한(더더욱 팝적인!) 팝음반이 되어 제네시스의 유일한 싱글 1위곡이 된 Invisible Touch를 비롯한 5곡의 싱글 히트곡이 나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휴 패점과 함께 만든 이 앨범의 사운드는 솔직히 ‘신난다’. 300만장 이상이 팔린 히트 앨범으로 본 작은 80년대 팝의 가장 중요한 음반중 하나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피터 게이브리얼의 최고 히트작이자 최고의 성과물중 하나인 So가 Invisible Touch바로 다음의 미국 앨범챠트 1위가 되었다는 것이다. 똑같이 유일한 싱글 1위곡을 내었고, 판도 엇비슷하게 팔았다. 그런데 그 성과는 정말 천지차이다.

사실 제네시스에선 더 이상 볼 일이 없었던 필 콜린즈는 96년에 밴드를 떠나고 그 자리는 레이 윌슨Ray Wilson이 메운다.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지고있어 필 콜린즈와 조금은 유사하다. 제네시스는 97년에 Calling All Stations를 발매한다. 사실 더 이상 우리가 제네시스에게서 무엇을 바라겠느냐마는 본작은 생각처럼 그렇게 후진 음반은 아니다. 허나 이 음반은 정말 밋밋하다. 각 곡들이 구분도 안될정도로 유사하고 연주 또한 덤덤하다. 이들은 몸도 마음도 늙어버렸다.

6 # Genesis : the solo projects[ | ]

토니 뱅크스는 피터 게이브리얼과 함께 제네시스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밴드를 이끌고있는 키보드 주자이다. 그의 솔로작들은 다른 키보드 주자들의 음반들과는 달리 깔끔하고 단순한 곡이 주를 이루고있다고 한다. Strictly Inc.라는 듀오로 95년에 음반 한장을 내었다.

마이크 러더포드 역시 제네시스 창립멤버이며 지금까지 남아있는 기타, 베이스 주자로 두장의 솔로앨범과 마이크 앤 더 매카닉스Mike + the Mechanics라는 이름으로 넉장의 앨범을 내었다. 마이크 앤 더 매카닉스는 필 콜린즈, 피터 게이브리얼 다음으로 성공한 축에 속하며 앨범을 낼 때마다 어느정도의 판매고를 기록하였다.

앤소니 필립스는 Trespass까지 참여했던 기타리스트로 그는 밴드가 목가적인 사운드에서 벗어나자 밴드를 떠났다. 그의 솔로작들은 클래시컬한 분위기의 소품들로 이루어져있다고한다.

스티브 해킷은 Nursery Cryme부터 Seconds Out까지 참여했던 기타리스트로 그는 밴드가 점차 팝적인 성향을 보이자 밴드를 떠났다. 그의 솔로 데뷔앨범 Voyage of the Acolyte는 다이나믹한 구성이 멋진 프로그레시브 락 음반이었으며 국내에 발매되어 많은 프로그레시브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그의 솔로음반들은 클래시컬한 취향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필 콜린즈는 Nursery Cryme부터 We Can’t Dance까지 참여했던 드러머이자 보컬로 그는 무려 7천만장에 이르는 판매고를 가진 슈퍼스타이다. 그를 제외한 제네시스의 모든 아티스트의 음반을 모아 지지고 볶아도 그의 판매고에는 한-참 못미칠 정도이다. 그의 솔로앨범은 현재까지 7장이며 여러 사운드트랙에 참여하였다. 그는 브랜드 엑스Brand X라는 재즈 락 그룹에서 75년부터 87년까지 드러머로 활약하였는데 그는 좋은 보컬리스트이자 좋은 팝스타이기 이전에 훌륭한 재즈/락 드러머였다.

마지막으로 테일러 헥포드Taylor Hackford감독의 영화 Against All Odds(84)의 사운드 트랙을 소개한다. 이 사운드트랙의 뒷면은 래리 칼튼Larry Carlton이 유려한 스코어를 담아두었는데 제네시스와 관계된 쪽은 앞면이다. 앞면 6곡중 피터 게이브리얼이 한곡, 필 콜린즈가 한곡, 마이크 러더포드가 한곡을 연주한 것이다. 이중 필 콜린즈가 부른 타이틀곡 Against All Odds는 제네시스 패밀리의 첫번째 싱글 1위곡이 된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사운드트랙이다.

7 # Genesis : discographies[ | ]

GENESIS

1969 From Genesis to Revelation

1970 Trespass
1971 Nursery Cryme
1972 Foxtrot
1973 Genesis:Live
1973 Selling England by the Pound
1974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6 Trick of the Tail
1976 Wind & Wuthering
1977 Seconds Out
1978 And Then There Were Three
1980 Duke
1981 Abacab
1982 Three Sides Live
1983 Genesis
1986 Invisible Touch
1991 We Can't Dance
1992 Genesis Live:The Way We Walk, Vol. 1
1993 Genesis Live:The Way We Walk, Vol. 2
1997 Calling All Stations
1998 Genesis Archives, Vol. 1: 1967-1975
2000 Genesis Archives, Vol. 2: 1976-1992

MIKE RUTHERFORD

1980 Small Creep's Day
1982 Acting Very Strange

MIKE + THE MECHANICS

1985 Mike + the Mechanics
1988 The Living Years
1991 Word of Mouth
1995 Beggar on a Beach of Gold

PHIL COLLINS

1981 Face Value
1982 Hello, I Must Be Going
1985 No Jacket Required
1985 White Nights
1989 But Seriously
1990 Serious Hits ... Live!
1993 Both Sides
1996 Dance into the Light
1998 Live from the Board
1999 A Hot Night in Paris

BRAND X

1976 Unorthodox Behaviour
1977 Livestock
1977 Moroccan Roll
1978 Masques
1979 Product
1980 Do They Hurt?
1982 Is There Anything About
1987 X-Trax

STEVE HACKETT

1975 Voyage of the Acolyte
1978 Please Don't Touch!
1979 Clocks
1979 Spectral Mornings
1980 Defector
1981 Live
1981 Cured
1982 Highly Strung
1983 Bay of Kings
1984 Till We Have Faces
1988 Momentum
1992 Time Lapse
1994 Guitar Noir
1995 Blues with a Feeling
1997 A Midsummer Night's Dream Angel
1999 Darktown
1999 Tokyo Tapes

ANTHONEY PHILLIPS

1977 The Geese & the Ghost
1978 Wise After the Event
1979 Sides
1981 1984
1982 Private Parts & Pieces 3 (Antiques)
1984 Invisible Men Steet Tunes
1985 Harvest of the Heart Cherry Red
1987 Slow Waves
1991 Slow Dance Caroline
1991 Ivory Moon
1991 Finger Painting
1997 Dragonfly Dreams
1998 Gypsy Suite
1998 Live Radio Sessions
1998 Living Room Concert
2000 Soiree

TONY BANKS

1979 A Curious Feeling
1983 The Wicked Lady
1983 The Fugitive
1989 Bankstatement
1992 Still Giant
1995 Strictly Inc.

8 # Peter Gabriel : discography[ | ]

PETER GABRIEL

1977 Peter Gabriel
1978 Peter Gabriel
1980 Peter Gabriel
1980 Ein Deutsches Album
1982 Peter Gabriel
1982 Deutsches Album
1983 Plays Live
1985 Birdy OST
1986 So
1989 Passion OST
1992 Us
1994 Secret World Live
2000 OVO: Millennium Show
2002 Rabbit-Proof Fence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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