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g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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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쿰즈, 미키 퀸, 대니 고피 3인조로 이루어진 외계생물체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이 록트리오가 데뷔했을 당시의 평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Oasis의 눈썹짙은 형에 비할 만한 빈티지한 그리고 고상한 멜로디라인을 창출해내는 능력에 Mod와 Punk적인 그루브감을 그대로 계승한 한마디로 영국의 대중음악이 가장 아름다웠을 당시의 음악과 가장 닮아있는 이들의 등장은 지독한 국수주의자들인 영국 평론가들 사이를 완전히 뒤짚어놓았다. 게다가 소포모어 징크스가 뭔지도 모른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해버린 완결성높은 두번째 앨범 'In It for the Money'에서의 오만하게 빛나는 재능은 그들을 브릿팝씬의 총아로 키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전작 S/T에서 보여진 그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그 찬란한 훅의 멜로디는 어디로 치웠는지 찾아보낼 수 없었으며 엉성하게 짜여진 어레인지, 맥바진 연주...물론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들어줄 만은 했지만 결코 특별하지 않았던 실망스러운 음반이었다.

3년만에 돌아온 그들은 전작의 실망스러운 면모를 180도 뒤짚고 그들이 발매를 했던 그 어떤 음반보다도 더욱 정교해졌으며 더욱 아름다운 멜로디로 치장하고 있다. Syd era의 핑크 플로이드를 연상시키는 정통파 싸이키델릭 팝과 T-Rex의 글래머러스한 면모. 그리고 비틀즈스타일의 빈티지하면서도 캐치한 멜로디를 잡아내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오프닝 트랙 'Za'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감지된다. 싸이키델릭한 도입부와 그루비한 리프의 연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멜로디마저 보여준다. 확실히 전작보다는 훨씬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이 보여지는 트랙이다. 'Seen the Light'에서 관능적으로 꺾어지는 가즈 쿰즈의 노래도 정말 압권이다. 마크 볼랑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이 곡에서 중간의 기타솔로는 어이없을정도로 빈티지한 톤을 낸다. 와우페달과 로저 메이어같은 빈티지 꾹꾹이들로 만들어낸 절묘한 사운드 스케이프의 절묘한 조화. 'Can't Get Up'같은 트랙들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정통파 브리티쉬 팝의 담백한 하모니와 절묘하게 계산된 편곡이 느껴지는 트랙. 혹시나 핑크 플로이드가 비틀즈의 곡을 리메이크하면 이런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이 들게 하는 곡이다. Squeeze의 멤버였던 ChrisDifford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트랙 'Grace'는 경쾌한 그루브와 매혹적인 멜로디가 유혹하는 스트레이트한 펑크 팝이며 이 곡의 이름은 ChrisDifford의 딸의 이름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꿈을 곡의 소재로 삼은 Prophet 15는 절묘한 싸이키델릭 팝이다. 딜레이를 잔뜩 먹인 보컬과 전체적인 사운드에도 변조를 많이 가해서 더욱 환혹적인 매력을 창출해낸다. 꽉 짜여진 절묘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엔딩 트랙인 'Run'은 앨범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다.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의 접점이 어디쯤인지를 보여주려는 듯한 야심만만함이 숨겨져있는 트랙이다. 키보드로 유영하는 아름답고 기묘한 사운드 스케입들과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멜로트론소리와 갑작스레 터져나오는 어태키한 기타솔로 다시금 앨범을 닫는 환혹적인 색채의 멜로트론과 키보드의 우주적인 조화까지 어느 곳하나 흠잡을 데 없는 싸이키델릭 팝의 진화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곡이다.

사실 처음에 이 앨범을 다 들었을 때에 비틀즈에 초기 핑크 플로이드, 그리고 티 렉스 약간 집어넣어 만든 칵테일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나 곰곰히 몇번 곱씹어보면서 이들의 개성이 느껴졌다. 사실 이 그룹들의 음악을 따라한다는 것만해도 굉장한 역량을 소유했다는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여하간 첫 느낌은 대단한 수작이나 다소의 개성부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씹어우러나는 그들만의 재기발랄한 정교함은 하나의 개성으로 평가하여도 별 문제 될 것이 없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흔한 오케스트레이션하나 안 쓰고 트리오와 약간의 키보드라는 미니멀한 편성으로 아우러낸 장대하기까지한 사운드 스케입들과 아름다운 그리고 고전적인 아취가 느껴지는 멜로디라인은 단연코 2002년에 들었던 최상의 록큰롤중 하나였다. 근래에 등장한 모드를 계승한 파워 팝 밴드들이 많지만 아무리 들어도 슈퍼그래스만한 품격이 느껴지는 밴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Invi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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