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Hamm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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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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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Fool's Mat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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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VdGG의 역작인 Pawn Hearts보다 반년쯤 전에 녹음된 이 앨범은 사실 만들어진지 3,4년 지난 곡들로 채워져있다. 즉 이 앨범은 VdGG라는 밴드를 이끌면서 조금씩 만들어간 자신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중 일부는 데뷔시 함께했던 멤버 크리스 스미스Chris Judge Smith와의 작품이다.
이후 나타나게 되는 비탄조의 노래보다는 Imperial Zeppelin이나 Happy같은 비교적 밝은 곡들이 함께 들어있는, 피터의 표현에 의하면 '팝'앨범이다. 그러한 분위기는 Happy만큼이나 행복한 Sunshine같은 곡에서도 그대로 담겨있는데 여기 담긴 훵키한 기타는 로버트 프립RobertFripp의 연주이다.곡들에서 VdGG를 연상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기타가 거의 없고 키보드와 색서폰이 주도하는 연주라는 점에서는 VdGG와 비슷하기도 한데 VdGG의 모든 멤버가 참여해 연주해주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역시 해밀과 잘 어울리는 부분은 비탄조의 우울한 곡들로 그러한 부분은 마지막 세곡 Viking, The Birds, I Once Wrote Some Poems에 담겨있다. The Birds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고백하듯 노래하는 그는 안쪽 재킷의 사진처럼 애잔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그의 솔로 앨범들 중 가장 색깔이 다양한 편에 속하고 이후 해밀이 내어놓을 음악의 원형을 담고있는 앨범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앨범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미 그가 Pawn Hearts를 녹음하기 전에 VdGG의 해체를 생각한 것 같다. Pawn Hearts에서의 분열적 연주와 이 앨범에 담긴 종종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곡들을 들어보면 피터 해밀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폭이 넓은 음악인인지 알 수 있다. -- 거북이 2003-6-6 9:03 pm


Imperial Zeppelin Candle Happy Solitude Vision Re Awakening Sunshinine Child Summer Song(In The Autumn) Viking The Birds I Once Wrote Some Poems

PETER HAMMILL - Fool's Mate 9년전 쯤의 심야방송에서 Van Der Graaf Generator(이하 VDGG)의 (Man-erg)를 듣게 된 것이 필자의 피터 해밀과의 뒤 늦은 만남이었다. 겨울밤의 입김이 불어 나오는 찬 공기속을 우주를 유영하듯 흘러 나오던 그들의 음악은 소름이 돋을 정도의 신비로움과 꿈을 꾸는 듯한 환각이 배어 있었고 아무런 이유없는 절대적 고독이 스며 있었다. 데이빗 보위나 니코류의 중성적이며 음울한 분위기의 피터 해밀의 보컬에 젖어 들게 된 것은 당시 듣는 이의 감성이 20대 초반의 설익은 젊음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인간 존재 자체의 고독과 겉멋 들린 방황에 침잠하는 나이의 젊은이에게 그의 음악은 어쩌면 절망의 찬가처럼 방랑과 이상향으로의 행진곡처럼 들렸을 것이다.

이처럼 VDGG와 피터 해밀의 음악 속에는 실존적 고독과 젊음의 가눌 수 없는 고뇌가 깃들여 있기에 그룹 결성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젊은이들의 Cult적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피터 해밀의 솔로 데뷔 앨범 [Fool's Mate]는 그의 20대 초반의 작품집으로 이러한 젊은날의 초사이 순수하고 풋풋한 색채로 기교없이 그려져 있기에 고뇌하는 젊은날을 보내는 이들에겐 더없는 위안이 이미 그러한 시기를 보낸이들에겐 아련한 노스탈쟈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피터 해밀, 그리고 VDGG는 유럽, 미국, 가까이는 일본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록계의 수퍼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환영을 받고 있지 않는 그룹이다.

영국 아트록계의 Two Peter중의 하나인 피터 해밀(또 한사람은 피터 가브리엘)이 주는 카리스마한 매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멤버들의 음악적 재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팬들의 피터 해밀 개인에 대한 컬트적 숭배 또는 반감 때문에 업그라우드로의 진출을 이루지 못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VDGG가 발표한 앨범 9매와 피터 해밀이 지금까지 발표해오고 있는 20여매의 앨범들에서 보여주는 음악들은 컬트적 매력을 뛰어 넘는 것들이기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본작은 1971년에 발표된 피터 해밀의 첫 번째 솔로 작품집으로 VDGG의 음악적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H To He Who Am the Only One] 앨범과 [Pawn Hearts] 앨범이 발표되는 중간 시기에 발표된 것이다. 젊은 음악인(당시 24세)의 번뜩이는 창의력과 순수함이 엿보이는 본 앨범에는 VDGG의 주축 멤버인 Guy Evans, Hugh Banton, Dave Jackson 등이 참가해 주고 있고 그 외 멤버였던 Nic Porter와 앨범의 쟈켓을 담당했던 Paul Whitehead (제네시스의 음반과 VDGG의 앨범 자켓을 담당한 것으로 유명함).
그리고 거장 로버트 프립이 VDGG의 [H To He Who Am The Only One]에 이어 가담하고 있다. 이처럼 VDGG 멤버들이 전원 연주에 참여하고 있기에 그 내용이나 음악적인 면에서 VDGG의 전작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한느 의심도 갖게 하지만 해밀의 첫 솔로 앨범은 VDGG의 느낌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 12곡의 짧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피터 해밀의 초기 작품들인 1966년에서 1967년에 작곡된 곡들로 발표시기는 늦지만 작곡된 시기로는 가장 오래된 말 그대로의 데뷔 작품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멘체스터 대학시절인 VDGG의 그룹 결성 당시에 쓰여졌던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 풋풋함이 매력으로 다가오고 20대 초반을 보내는 젊은이의 낭만, 이상, 사랑이 담긴 어렵지 않은 서정적 가사들은 VDGG시절이나 그 이후 발표한 곡들의 난해함에 비해 상당히 깔끔하고 신선하다. 창단 멤버였던 Chris Judge Smith와의 공동작품도 담겨있는데 (Imperial Zeppelin), (Viking) 그와의 공동작품들은 이 후 해밀의 솔로앨범에 이따금 등장하게 된다.

12곡의 소품들 중 돋보이는 곡들로는 (Imperial Zeppelin), (Happy), (Solitude), (The Birds) 등을 꼽을 수 있다. 비행선을 타고 지상을 떠나 이상향을 꿈꾸는 20대 초반의 자유와 방랑이 느껴지는 익살스러운 곡인 (Imperial Zeppelin)은 VDGG의 곡들처럼 머리를 무겁게도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고 세 번째 트랙인 (Happy)는 사랑에 빠진 주인공의 행복감을 그린 곡으로 반복되는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에 실리는 "Happy, Happy"하는 가사가 듣는이를 정말 행복하게 한다. 많은 분들이 이 곡을 사랑하고 계시고 또한 새로운 여러 분들이 이 곡을 좋아하게 될 것을 확신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필자의 입에서는 "Happy, Happy"하는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Solitude)는 VDGG의 색채를 비교적 느낄 수 있는 구성의 곡으로 피터 해밀의 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곡이다.

그리고 (The Birds)는 (Happy)와 더불어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 피터 해밀 특유의 강력한 러브 발라드인데 새들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 작시의 아름다움이 멜로디의 애절함에 더해 빛을 발하는 곡이다. 특히 이 곡에서 킹크림즌의 기타리스트 로버트 프립이 우정 출연해 주고 있는데 튀지 않는 잔잔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피터 해밀의 차분한 보컬과 어울려 오히려 격정적으로 느껴진다. 그 외 8곡의 소품들 역시 피터 해밀의 초기 작품이니만큼 VDGG 음악의 복잡하고 긴장감 넘치는 곡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어렵지 않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솔로 데뷔 앨범의 곡들이 음악적 완성도에서 뒤진다거나 상업적인 면이 부각된 앨범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VDGG 음악의 연장선이 아닌 별개의 음악으로서의 본작의 가치는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 많은 피터 해밀의 솔로 앨범들 중 유독 이 앨범이 영국 아트록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앨범을 끝까지 들어본 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것이고 이 앨범이 주는 젊음의 풋풋함에 매료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The Birds의 가사 원문을 음미하며 Fool's Mate의 여운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한다.

글/주봉균

2 # Chameleon In The Shadow Of The Nigh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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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의 실질적인 솔로 활동은 이 앨범부터 시작된다. 이제 그에게 VdGG라는 이름은 없었고 스스로 살아남아야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이 4트랙 녹음기 한대로 모든 것을 혼자 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회상하기를 그렇게 처음부터 만들어나가지 않았으면 이후 계속 음악활동을 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곡 German Overall부터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펼쳐놓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 혹은 피아노 한대를 벗삼아 마치 세상에서 극한의 외로움을 알고있는 이는 자신 뿐이라는 분위기로 A면을 일관하고 있다. 예외적인 곡인 Rock and Role에서는 VdGG의 멤버들이 모두 참여해 연주해주고 있는데 락커로서의 자신을 독려하려는 가사를 담고있어 그가 싱어송라이터로 홀로서기를 나름대로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뒷면으로 넘어와도 What's it Worth나 다른 곡들이 앞쪽 곡들과 너무 비슷하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그의 곡 스타일이 멜로디 지향적이지 않고 연극적이며 서사적이기 때문이다. 즉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사와 그 가사를 표현하는 목소리 자체에 주목해야하는데 이게 락의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그리 편한 일이 아니다.
(In the) Black Room과 The Tower로 이어지는 마지막 두 접속곡은 VdGG멤버들이 참여해 녹음된 곡인데 특유의 예언자적인 분위기와 울부짖는 분위기는 여전하며 Pawn Hearts앨범 시절을 연상케한다. Pawn Hearts의 대곡 A Plague of Lighthouse Keepers에 비하면 확실히 해밀은 이전에 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인생에 대한 두려움을 담고있는 가사들은 이후 해밀이 집요하게 다루는 내용들이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이런식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을까 생각했을 때 조금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 거북이 2003-6-6 9:53 pm

3 # The Silent Corner and the Empty Stage (197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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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이어 해밀은 계속 자신의 일기를 쓰고있다. 첫곡 Modern에서 그는 여리고와 바빌론 그리고 아틀란티스를 모티브로 현대성을 몰락과 멸망에 연결짓고있다. 이 정말로 염세적인 첫곡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비교적 조용한 독백조의 곡들이지만 종종 VdGG적인 연주들이 튀어나오곤 한다.
뒷면의 첫곡 Red Shift는 해밀의 자연과학적 취향을 다시한번 떠오르게 하는 제목이다. '적색편이'는 항성이 움직이면서 빛의 파장을 길게 만들어 원래의 색보다 더 붉게 보이게 하는 현상이다. 이는 우주가 팽창되고 있어 별들이 멀리 떠나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이에 빗대어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고 있으니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스페이스적인 연주로 곡에 감정을 계속 집어넣고 있는,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에서 기타를 연주한 사람은 스피릿Spirit의 랜디 캘리포니아이다. A Louse is not a Home은 정신분열적인 자아불안을 VdGG 멤버들의 도움으로 처절하게 부르고 있다. 이 곡의 화자는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자신이 어디서 쉴 수 있는지를 묻고있으며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듣다보면 청자마저 불안해지고 만다.
전체적으로 여전히 VdGG의 멤버들이 연주를 해주고 있으나 전작처럼 VdGG의 냄새를 짙게 풍기지는 않고 해밀이 싱어송라이터로서 내뱉는 노래의 백밴드 역할에 충실하다. 전작의 속편정도로 바라보면 좋을듯 하다.

1. Modern 2. Wilhelmina 3. The Lie (Bernini's Saint Teresa) 4. Forsaken Gardens

5. Red Shift 6. Rubicon 7. A Louse is not a Home

http://www.fuzzlogic.com/vdgg/

4 # In Camera (197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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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GG시절 사이에 피터 해밀은 5장의 솔로앨범을 공개했는데 이 앨범 In Camera는 아마도 그 절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긴 타이틀을 가진 전작 Chameleon In The Shadow Of The Night과 The Silent Corner and the Empty Stage가 감정을 조절하고 있지 못한 채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반면에 이 앨범에서 그것은 명백히 정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적 표현력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는 감정을 더욱 잘 드러내고 있는데 그것은 명곡 (No More) the Sub-mariner에서 명백하다. 전작들에서 밴드의 연주와 자신의 울부짖음은 서로 떨어져있고 괴리감이 느껴지지만 이 곡에서 그는 솔로 음악인으로서 백밴드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그 백밴드가 자신의 감정을 끌어내는데 충실하도록 조절하고 있다. 그것은 해밀의 재킷 사진에 담긴 그의 자신만만한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밀은 이 앨범을 내놓고 한 언급에서 이 앨범이 자기 음악생활의 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모든 뮤지션에겐 새 앨범이 항상 최고작이겠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잘 알고있었던 것 같다. Tapeworm에서도 VdGG의 멤버들에 의해 연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VdGG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연주를 담고있어 이 앨범은 분명 전작들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Tapeworm에서 들리는 해밀의 기타는 매우 인상적이다. Again이나 Faint-heart and the Sermon같은 곡은 이전 앨범들처럼 독백조의 곡이지만 감정을 쥐어 짜지 않는다. 담담하게 노래하며 노래 뿐 아니라 표현의 많은 부분을 연주에 기대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해밀의 야성이 거세되었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뒷면을 이끄는 The Comet, the Course, the Tail은 전작의 Red Shift처럼 우주에 빗대어 인생을 노래한 곡인데 단정적인 노랫말과 염세적인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Red Shift에 비하면 좀 더 관조적이다. Gog과 Magog은 뒷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곡들이다. 마치 자신이 제물론에서 말하는 모든 사물의 신이 된 듯한 분위기로 노래하는 이 곡은 멜로트론으로 만든 파이프오르간 풍의 연주를 크리스 저지 스미스와 기 에번스의 미니멀한 드럼이 받쳐주고 그 위에 해밀의 끓어오르는 보컬이 실리는, 몇몇 이들이 '파멸의 락'doom rock이라고 불렀던 그런 분위기를 한껏 만들어내고 있다. Magog에서 해밀은 스스로 구체음악musique concrete라고 언급한 사운드의 실험을 펼쳐내고 있으며 그것은 Gog의 파멸적인 분위기를 일상의 노이즈로 재구성하려 한 것이다.
비록 전체적으로 보아 해밀의 곡과 연주는 가사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있고 해밀의 염세적인 분위기를 가사와 함께 드러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 앨범에서만큼은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켜버렸다. 이것은 사실 대단한 것이며 이런 시도는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성공한 사례는 정말 희귀한 것이다. -- 거북이 2003-6-10 2:11 am

1. Ferret and Featherbird 2. (No More) the Sub-mariner 3. Tapeworm 4. Again 5. Faint-heart and the Sermon

6. The Comet, the Course, the Tail 7. Gog 8. Magog (in Bromine Chambers)

5 # Nadir's Big Chance (197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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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팬들에게는 만들지 말았어야 했던 앨범으로 얘기되기도 하는 이 앨범은 해밀의 음반이라기 보다는 VdGG의 이색작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 앨범을 만들 당시 해밀은 VdGG의 재결성을 결정했고 VdGG의 멤버들에 의해 전 파트가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나디르Rikki Nadir라는 어린 친구를 자신의 타아alter ego로 삼아 락커로서의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내용이다. 글램 락과 펑크 사이에 놓여있다고들 얘기되고 있는데 글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글램적인 요소들은 분명히 있다. 나디르는 보위DavidBowie의 지기Ziggy Stardust를 연상시키고 글래머러스한 외형적 스타일과 이전에 비해 현격히 단순해진 곡 구조 등에서 그런 면들은 드러난다. 나디르를 개러지 락커로 설정한 만큼 전체적인 연주도 상당히 거칠다. 앨범에 가사를 넣지 않은 것은 심각하게 듣지 말라는 의도였을게다. 싱글로 내놓았던 Birthday Special이나 기타 몇몇 곡들에서 해밀이 내뱉는 곡들은 따로 떼놓고 들으면 펑크의 조상이라 우길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가 피터 게이브리얼PeterGabriel이나 보위를 염두에 둔 것처럼 노래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는 계속 내뱉어왔고 곡 구조가 조금 단순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전 VdGG스타일이 완전히 사라졌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곡들은 나름대로의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해밀이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그가 시대의 흐름을 간취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는 글램락이 상당히 유행하고 있었고 프로그래시브 락처럼 진지한 음악 대신 스타일리쉬한 음악들이 주목받고 있었다. BBC 죤 필 세션에서 어느날 프로거들이 싹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갑자기 God Save the Queen같은 곡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앨범은 여전히 해밀의 것이고 언제나같은 그의 내뱉는 가사, 데이빗 잭슨의 색서폰이 난무하는 그런 앨범이다. 단지 내면적 독백이 좀 줄어들고 멜로디가 대중적으로 좀 바뀐 것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선그라스 낀 그의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거북이 2003-6-10 11:43 pm

6 # Ov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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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 없는 밴드를 이끌었던, 하지만 너무도 기타를 사랑하는 노래 Meurglys III를 만들기도 했던 가객 해밀은 기타와 함께한 재킷의 앨범 Over를 발매한다. 꾸준히 내적인 서정을 노래로 만들어왔던 해밀의 정수가 담긴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관계의 붕괴를 노래하고 있다. 당시 그는 애인과 헤어진 상태였다.
초기에 해밀이 집요하게 자신의 감정을 쥐어 짜내려 했다면 In Camera나 Over에서 느껴지는 것은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여유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 자체에 충실하며 위선적으로 혹은 위악적으로 꾸미지 않는다. 아마도 해밀의 수많은 앨범들 중에서 유독 이 앨범이 사랑받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 곡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첫곡 Crying Wolf에서 강하게 락적인 훅을 먹이던 그는 바로 다음곡 Autumn에서 바이올린 한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탄식을 내뱉고 있다. 여기서 VdGG의 멤버 그레이엄 스미스의 바이올린은 절대적이다. 헤어진 연인 앨리스의 이름을 딴 Alice(Letting Go)에서 그는 '나는 그녀와 작별을 해야하지만...나는 그녀를 결코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라고 노래하고있는데 이것은 한용운이 '님의 침묵'에서 노래했던 바로 그 부분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와 통하는 그런 정서인 것이다. 통기타 한대로 부르는 이별노래가 무척 애처롭다.

그리고 B면으로 넘어가면서 그는 앨리스를 바로 거울나라로 보내버린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This Side of the Looking-Glass에서 그는 모든것을 잃은 자신을 유리 건너편에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Betrayed에서 다시한번 그레이엄의 바이올린과 함께 상실된 사랑으로 인한 배신감을 울부짖는다.
해밀은 이 앨범으로 자신의 상처를 일단 떨궈낸다. 그는 왼팔 오른팔이 다 없어져 버린 VdGG를 추스려 다시 앨범을 녹음하기 위해 밴드를 재결성하니 그것이 VdG였다. -- 거북이 2003-6-14 1:12 am

7 # The Future Now (197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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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VdG는 다시 해체되고 이제 해밀은 진짜 '솔로' 뮤지션이다. 그는 이전 앨범들에 비해 부담을 가지고 만들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은 당시 음악계의 주된 화두였던 펑크와 뉴웨이브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정도 마음가짐으로는 도저히 상업적이 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는지 이 앨범은 그가 내놓았던 앨범들 중에서 가장 실험적인 솔로 앨범이 되었다.
데이빗 잭슨과 그레이엄 스미스가 조금 참여하긴 했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하다시피 해결한 이 앨범은 의외로 곡들의 성격이 상당히 다양하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해밀이 여러 곡들에서 사운드의 공간감을 확보하거나 색을 분명하게 규정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심플한 베이스 연주가 단순하게 반복되며 깔리는 The Second Hand는 해밀이 예전처럼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 음악 자체를 희생하던 그런 시절과는 전혀 다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The Mousetrap에는 신세사이저 연주가 나오는데 해밀이 뉴웨이브에 관심이 있었다고 해서 이걸 뉴웨이브적이라고 해석한다면 그건 정말 견강부회일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신세사이저 연주는 다른 독주악기처럼 단지 반주에 불과하다. Energy Vampire에서 들리는 공간감 넘치는 기타연주를 들어보면 내가 왜 앞에서 이 앨범을 실험적이라고 언급했는지 공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The Future Now를 지나 Mediaevil의 성가를 연상시키는 코러스에서 극을 이룬다. 해밀은 중세medieval라는 단어를 미디어media와 악evil로 변화시킨 곡 제목으로 교회와 미디어 모두 권력을 추구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
해밀은 지금까지 이런 식의 사운드 실험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A Motor-Bike in Africa같은 곡에서는 반주와 보컬이 완전히 따로 노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으며(사실 반주라고 해도 오토바이 엔진소리 묘사 이상이 아니다) The Cut역시 단순하지만 듣는 이를 불안하게 하는 그런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오히려 가벼운 재즈톤의 피아노가 깔리는 Pushing Thirty나 A면의 마지막 곡은 서정적인 사랑노래 If I Could가 이 앨범에서는 이색작에 들어갈 정도인 것이다. If I Could는 어쩌면 Over앨범에 더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Pushing Thirty는 해밀이 나이 서른이 되며 느끼는 것들을 그린 곡이다.
해밀은 잘생긴 얼굴의 반쪽은 수염을 밀고 반쪽은 덮수룩하게 남겨두어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여전히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야 싱어송라이터로서 정체성을 확보해야겠다는 의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실험적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 앨범은 그의 염세 서사시들에 비하면 훨씬 대중적이고 접근하기 쉽다. 여기서의 실험이란 그가 가사 외에 사운드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기존 스타일에서도 벗어나려 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원래 해밀은 개성 빼면 시체인 사람이지만) 개성넘치는 좋은 앨범이다. -- 거북이 2003-6-14 3:51 am

8 # pH 7 (197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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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7은, 물론 8번째 앨범인걸 알고있다, 화학적으로 중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결코 중성적이거나 안정적이지 않다. 단지 농담 혹은 가식적일 뿐이다."
Chameleon In The Shadow Of The Night와 The Silent Corner and the Empty Stage가 쌍둥이 앨범이었다면 The Future Now와 pH7이 쌍둥이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곡에 데이빗 잭슨과 그레이엄 스미스가 참여하고 나머지는 혼자 작업한 것도 비슷하다.
첫곡 My Favorite는 전작의 If I Could와 같은 살랑거리는 발라드 곡이다. Careering의 조금 훵키하고 강한 느낌은 전작의 Pushing Thirty와 유사한 훅이라고 할 수 있고 Mirror Images의 신세사이저 연주는 전작의 Mediaeval에 담긴 중세적인 느낌을 그대로 안고있다. 하지만 Not For Keith같은 곡들은 그의 초기작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연작인 Mr.X와 Faculty X는 VdGG에서 그렇게 추구하던 서사시적인 구성을 다시한번 가져온 것이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작에 비해서 분명 펑크와 뉴웨이브 적인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뉴웨이브 사운드는 바우하우스Bauhaus같은 그룹으로 흘러가 어두운 고딕적인 정서도 가지고 있는데 해밀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묵직한 뉴웨이브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에 비하면 훨씬 단순해진 코드 구성들에서도 그러한 느낌은 완연하다.
이전에 비해 덜 내면적인 음악을 하는 해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는 팬들의 몫이지만 나는 해밀이 In Camera이후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계속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는 정착하지 못할 때 가장 해밀다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카리스마 레이블이 버진에 인수되었다. 그리고 해밀은 자신의 음악에 간섭하려는 버진의 정책에 위협을 느끼게 되었고 카리스마로부터 벗어날 생각을 하게된다. -- 거북이 2003-6-14 12:56 pm

9 # Peel Sessio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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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BBC세션은 74년 8월 19일(In Camera), 77년 4월 13일(Over), 79년 9월 12일(pH7), 88년 12월 4일(In a Foreign Town)의 네 세션을 담고있다. 마지막 세션을 제외하곤 거의 해밀 혼자 피아노 혹은 기타를 치면서 부른 것이기 때문에 요즘 표현을 쓰자면 해밀의 언플러그드 앨범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첫번째 세션은 해밀이 In Camera를 녹음하던 시점의 곡들인데 역시 압권은 (No More) The Sub Mariner이다. 원곡의 드라마틱한 연주를 피아노 한대로 묘사하고 있지만 원곡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연주이다. 해밀의 피아노 연주실력도 상당히 훌륭하다.
두번째 세션은 VdGG와 솔로 앨범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주던 그레이엄 스미스와 함께 한 녹음이다. 스미스의 바이올린은 첫번째 세션의 해밀의 피아노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유려하면서도 육중한 연주가 실내악 분위기로 녹음되어있어 사람을 매우 감성적으로 만든다. VdGG의 데뷔앨범 첫곡으로 실려있던 Afterwards가 이렇게 단촐하게 연주되니 느낌이 새롭다. 이 음반 전체를 털어 가장 의미있는 곡은 바로 Autumn이다. 해밀의 피아노와 스미스의 바이올린이 이중주를 연주하고 그 위에 해밀의 보컬이 앨범버젼보다 때로는 더 느리게 때로는 더 빠르게 불려지며 감정을 끌어내고 있다. '비애감'이라는 단어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곡일 것이다.
세번째 세션은 해밀의 두번째 솔로인생이라고 할수 있는 The Future Now와 pH7에 담긴 곡들이다. Mr.X와 Faculty X의 접속곡이 나오는데 해밀은 피아노, 보컬, 코러스의 1인 3역을 해가며 부르고 있다. 앞서 (No More) The Sub Mariner도 앨범의 복잡한 곡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했었는데 이 곡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피아노 터치가 원곡 전체를 연상시키는 여백을 가지고 있다. Mediaevil은 원곡의 성가적 화성부를 틀어놓고 노래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실내악적인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마지막 세션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차가 있다. 해밀은 이전에 비해 목소리도 굵어지고 더 가볍게 노래하는 듯 하다. 이 세션에는 밴드의 연주가 담겨있는데 역시 80년대라서 그런지 뉴웨이브적인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워낙 어두운 질감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바우하우스Bauhaus의 피터 머피가 연상된다.
전체적으로 해밀 입문용으로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해밀의 정규작들과는 전혀 다른 연주들이 담겨있어 기존 팬들에게도 필수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 거북이 2003-6-15 4:40 am

10 # Black Bo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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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두 전작 The Future Now와 pH7의 뒤를 잇는 느낌이 강한 앨범이지만 그보다 더 실험적인데 그것은 아마도 뒷면의 대곡 Flight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곡은 그 서사적 구성으로 봤을때 VdGG시절의 앨범 Pawn Hearts에 담긴 A Plague of Lighthouse Keepers 이후 가장 비장감 넘치는 대곡으로 A Plague...가 폭발적인 연주로 극도의 신경질적인 느낌을 담고있다면 이 곡은 그때에 비해 감정의 완급을 잘 조절하고 있으며 연주 자체보다는 곡의 서사적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대곡에서도 일부 팝적인 곡조들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80년대의 진입을 의식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70년대를 마무리짓는 곡으로 부족함은 없다.
앞면은 뒷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곡들 7곡이 올망졸망하게 모여있다. 앞서 말했듯 전작 두장을 연상시키는 연주들인데 이 앨범은 사운드 메이킹이라는 점에 있어서 전작들에 비해 더욱 깔끔한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80년대의 명 엔지니어 데이빗 로드DavidLord의 존재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자적인 느낌이 강한 신세사이저 사용이 눈에 띄게 느는 것도 80년대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Jargon King이나 The Wipe에서의 연주는 전작의 Mediaevil이나 A Motor-Bike in Africa같은 곡을 연상시킨다. 해밀은 점차 실험적인 연주를 늘려가고 있는데 이것은 이후 그가 연주지향적 앨범들을 만들게 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Fogwalking이나 In Slow Time같은 곡에서는 여전히 중세적인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이 중세적 분위기는 아마 젠틀 자이언트GentleGiant가 묘사하는 중세적 분위기와는 정 반대의 색깔로 만들고있다고 해도 좋을만큼 딴판이다.
워낙 다작인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해밀은 꾸준히 혼신의 힘을 다해 앨범을 만들고 있으며 그 수준도 계속 유지해내고 있다. -- 거북이 2003-7-12 12:31 am

A BLACK BOX

LP - Mercury, 6302 067 (Germany, 1980) CD - Virgin Records, CASCD 1089 (UK, 1989) CD - Caroline, CAR 1690 (US, 199?

Golden Promises - 2:56 - Peter Hammill

Losing Faith in Words - 3:40 - Peter Hammill

The Jargon King - 2:43 - Peter Hammill

Fogwalking - 4:04 - Peter Hammill

The Spirit - 2:38 - Peter Hammill

In Slow Time* - 4:07 - Peter Hammill/Ferguson

The Wipe - 1:45 - Peter Hammill

Flight - 19:38 - Peter Hammill I - Flying Blind II - The White Cane Fandango III - Control IV- Cockpit V - Silk-Worm Wings VI Nothing is Nothing VII - A Black Box

Produced by Peter Hammill Recorded by Peter Hammill at Sofa Sound,

   Wiltshire, Nov 1979 - Apr 1980

Mixed by David Lord at Crescent Studios

  Bath, Apr 6-13, 1980

Designed by Peter Hammill ⓒ 1980 Static Music Ltd

Peter Hammill - vocals, keyboards, guitars

+ David Jackson - saxes and flute (track 4) + David Ferguson - synths, tambourine (tracks 4, 5, 6)

11 # Sitting Target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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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계열의 레이블에서 나온 마지막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해밀은 자신의 예전과 어느정도 단절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The Future Now부터 A Black Box까지 중세적이면서도 공간감있는 사운드를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 앨범의 첫곡 Breakthrough와 다음곡 My Experience를 들어보면 오 이건 완연한 뉴웨이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A Black Box에서 느껴진 사운드의 질감에서 70년대는 갔구나라고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더욱 명백해졌다. 그렇다고해도 Empress's Clothes같은 곡에서 만드는 염세적이고 중세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사실 그것은 70년대 중반이후 확립된 해밀 특유의 칼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것은 해밀이 적극적으로 80년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앨범에서는 전반적으로 신세사이저를 쓰고 있는데 Glue같은 곡에서 해밀은 마치 고딕 밴드들과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Stranger Still에서는 로버트 와이엇에게서 영향받은 듯한 보컬 스타일과 하모니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운드는 이후 해밀이 종종 시도하는 실험적이고 앰비언트적인 사운드를 만들게 되는 것을 엿보게 한다. Hesitation은 잭슨의 색서폰과 해밀의 내지르는 보컬때문에 VdGG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이제 해밀에게서 VdGG의 색깔을 찾는 것은 무리다. Ophelia는 이 앨범에 담긴 곡중에서 가장 정적인 곡인데 꽤 여운이 깊게 남는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해밀이 가진 재능은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80년대의 색이 완연하지만 해밀 입문용으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새로운 사조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스타일로 완전히 소화해버리는 해밀의 재능이 잘 드러난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직후 결성되는 그의 프로젝트 밴드인 The K Group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초기 형태를 여기서 들을 수 있다. -- 거북이 2003-7-23 12:45 am

  1. Breakthrough (Hammill) - 3:57
  2. My Experience (Hammill) - 3:15
  3. Ophelia (Hammill) - 3:10
  4. Empress's Clothes (Hammill) - 4:03
  5. Glue (Hammill) - 3:40
  6. Hesitation (Hammill) - 4:07
  7. Sitting Targets (Hammill) - 5:22
  8. Stranger Still (Hammill) - 4:54
  9. Sign (Hammill) - 3:45
  10. What I Did (Hammill) - 3:39
  11. Central Hotel (Hammill) -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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