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 Neume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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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연기 : 2005-03-11[ | ]

2005.3.11 (fri) pm7:30 @ 'Storm' 홍대 Hongdae (tel 02-3142-2046. map)
Mani Neumeier(ds), Sato Yukie(g), Shin Dae Chul(g), special guest:Alfred Harth
  • 사진은 모두 쿨가이님의 것이다. 쿨가이님은 13일의 공연을 보았으며 그 느낌을 여기에 담아두었다. Special thanx to Koolguy

  들어갔는데 사람이 너무 적어서 놀랐다. 사토 유키에씨가 있어서 인사를 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팜플렛을 주려하자, "안줘도 돼. 아는 사람이야. 하하하." 역시 이런 공연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에 의한, 아는 사람을 위한' 잔치가 되곤한다. 몇몇 아는 혹은 알만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씨디를 팔고있었다. 마니 노이마이어와 구루구루의 근작 위주로 일본반 그리고 독일반 등을 늘어놓았는데, 사실 노인들의 근작은 아무래도 불안하기 마련이라 좀 부담스러웠다. 허나 구루구루 30주년 기념 공연 3CD가 결코 비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장은 구루구루의 전성기 라이브다. 이걸 사기 위해 나는 현금인출기로 뛰어가서 돈을 뽑아왔다.
염장을 지르기 위해 특별히 이미지를 구해서 올린다. 원래는 2LP로 발매된 듯 한데 1번 디스크는 현재 구루구루의 98년 라이브이고 2번 디스크는 현재 구루구루 멤버들에 더해서 과 오리지널 구루구루 멤버들 등이 참여한 수퍼세션의 연주이다. 그리고 마지막 디스크는 71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진 공연으로 이들이 제대로 미쳤을 때인 UFO/Hinten 시절의 세션이다.

장소는 클럽 스톰. 처음 가본 곳이다. 요즘 홍대에는 은근히 클럽이 많아졌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음반시장이 죽어가면서 공연시장은 예전에 비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쓸만한 공연장도 늘고, 공연 시설도 늘어난 느낌이다.
공연은 쉽게 시작되지 않는다. 사토씨가 올라오더니만, "여자 한명만 더 오면 시작해, 하하하."하면서 애교를 부리더니 결국 여자관객 한명은 더 채우지 못하고 공연을 시작했다. 글고보니 아까 왠 여자 두명이 왔다가 분위기를 감지하고 나갔었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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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노이마이어는 어설프게 올라와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더니 앉아서 스네어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사실 요즘에는 프리뮤직에 대한 회의가 좀 생겨서 오늘도 그렇고 그런 교감되지 않는 프리연주를 하나 싶었는데 정확하게 비트를 쪼개는 드럼 솔로를 시작했다. 지금 이 조그만 바는 마니의 드러밍이 장소를 가득 채우고 사람들은 제각기 고개를 끄덕이거나 발장단을 맞추고 있다. 역시 구루구루쯤 되는 밴드의 드러머라 그런지 드럼만으로도 사람들을 충분히 장악하고 있다.
한 오분 신나게 쪼개더니 일본 아주머니 한분과 나와서 연인처럼 하모니를 맞춘다. 아래에는 사기로 된듯한 뼛조각 처럼 생긴 것들이 있었고, 그것을 두드리면서 서로 호흡을 맞추곤 한다. 불규칙적이지만 반복적으로 조금씩 어긋났던 음이 맞아들어가는 것이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곧이어 소고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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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나는 것, 개구리 소리 횽내내기 등 각종 프리뮤직을 하는데 아까부터 새소리를 계속 틀어놓는 것이 마니는 자연을 묘사하려는 것 같다. 여자는 향을 피우고 마니는 닭털이 날리는 스틱으로 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드럼은 가장 자연에 가까운 악기이기도 하다. 그는 닭털이 날릴때까지 드럼을 두드려서 결국 채에 있는 닭털을 모두 날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 장면을 사진찍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 일본 여자분은 마니의 연인이 아닌가 싶다. 일단 사이가 너무 닭살스러웠고, 마니는 최근에 일본어를 배워왔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남자를 저정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십중팔구 여자다. 최근에 구루구루는 Moshi Moshi(97)라는 앨범을 낼 정도로 일본에서 많이 활동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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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이어 인디언 아이템이라고 주장하는 접시들을 돌려가며 바닥에 깔더니 그것을 두드리며 잼을 한다. 이 접시들은 사이즈가 다양했는데 주로 꽹가리 소리가 났다. 그는 바닥에 접시를 늘어두고 스틱으로 두들겼다. 접시들은 스틱에 맞아 여러가지 소리를 내면서 계속 옮겨다녔다. 마니는 따라가면서 계속 두드린다. 접시들은 땅에 떨어지기도 하고 서로 겹쳐지기도 하면서 계속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마니는 드러머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형태의 잼을 보여주고 있었고 연주는 노인답지 않게 매우 격렬했다. 그는 프리뮤직 연주자로서 독특한 세팅과 연주를 연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프리뮤직은 이런 것이다. 프리뮤직에도 치밀한 연출과 의도에 대한 계산이 필요하다. 억압의미학에서 적은것처럼 제약속에서 극한의 자유를 끌어내는 것이 바로 프리뮤직의 방법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토씨가 보여준 한 베닝크가 구둣발로 드럼을 찍어가며 연주하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곧이어 마니는 펠리니 영화 삽입곡에 맞추어서 드럼 반주를 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대사를 따라하고 연주를 하는 등 일인 다역을 충실히 해냈다. 유머와 실험이 뒤섞인 매우 멋진 연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기존 텍스트를 자기 멋대로 재해석하면서 그것을 관객과 공유할줄 알았다. 여러가지 자극을 주는 할아버지다.
마니는 시종일관 여유있고 익살스러운 연주를 했는데 이것은 그의 천성인듯 하다. 초기 구루구루의 앨범을 들어보면 완전히 막나간 상태에서 극한을 추구하면서도 유머라는 부분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아래 구루구루의 재킷을 보자. 음악도 딱 재킷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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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uru(1972) Tango Fango(1976)

알프레드 하르트가 올라와서 마니와의 얘기를 했다. 그들은 독일에서 수차례 연주한 바 있으며 한번은 위성전화를 통한 원격합주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마니는 일본어를 배우는 중이라는데 여긴 한국이라 써먹지 못하는게 유감이라고 한다.
알프레드는 와서 앰비언트적인 배경음을 깔고 괴상한 색서폰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한동안 하르트가 색서폰을 불더니 다시 마니가 웅장한 드러밍을 펼친다. 둘의 연주는 존존의 스파이 대 스파이에서 들은 것처럼 마구 달려댄다. 65세 노인이 기력 만땅이다.
하르트가 배경에 깔고있는 기계는 뭔지 모르겠는데 꽤 재미있는 백그라운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 말 잘듣는 에이펙스 트윈을 데리고 있는 기분일 듯 하다. 연주를 끝내고 하르트를 보며 귀엽게 씩 웃던 마니는 다시금 파워풀하게 박자를 쪼갠다. 그의 드러밍에 맞춰서 하르트는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잠시 세팅할 여유가 있어서 나는 위로 올라가 토스트를 급하게 하나 먹었다. 저녁도 못먹고 부랴부랴 뛰어온 차였으니 배가 너무 고팠다. 맛은 있었으나 약간은 부실하다고나 할까. 토스트집 아줌마는 연주가 시끄럽다고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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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사토, 마니, 스푸키베이스(인디 밴드인 스푸키 바나나의 베이스였다고 한다. 여기서는 스푸키베이스라고 부르겠다. -_-) 이렇게 네명이서 연주를 시작하는데 프리 싸이키적인 잼이 될듯 하다. 지금은 분위기를 잡고있다. 사토는 언제나처럼 여우꼬리를 달고나와 기타를 눕혀놓고 두들기는 중이다. 사토는 싸이키한 연주속에서 자기만의 프리뮤직을 즐기고 있다. 이런 몽롱함은 참 맘에 드는 것이다. 역시 싸이키의 핵심은 반복이다. 리듬섹션은 계속 반복되는 연주를 깔고 그 위에 신대철과 사토가 맘이 가는대로 연주를 하고있다. 마니는 느긋하게 안정된 연주를 한다. 아직 뿜을때가 아닌가보다.

Amazon-images-P-B0000009TO.jpg 얼마전에 자파의 헬싱키 라이브를 들으며 그의 기타연주에 완전히 뻑갔던 나는 아무래도 신대철의 기타에는 조금 불만이다. 좀 더 땡겨줘도 될텐데 아쉽다. 마니는 적당히 기본 리듬을 바꿔가며 충실히 서포트를 하고있다. 슬슬 필이 받는듯 스푸키베이스가 좀 더 리듬을 강하게 퉁기고 사토는 천천히 기타로 리듬파트를 연주한다. 신대철의 기타는 여전히 구석에서 혼자 울고있다. 다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아래에 서있던 하르트가 대뜸 올라가더니 섹서폰으로 분위기를 더욱 달군다. 한참 연주하다 하르트가 신대철에게 장난을 걸었는데 신대철은 호응해주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무대에서 노는 것에 좀 약한것일까. 좀 더 당당하게 연주하면 좋을텐데.
피곤한 상태에서 오래 들으니 졸린다. 한참을 멋대로 불고 하르트는 내려왔다가 도로 올라가더니 이젠 괴성이다. 노래하다가 다시 하르트가 달리는데 무대의 중심은 이제 완연히 마니와 하르트다. 연주의 파워는 전반적으로 바로 전에 있었던 마니와 하르트 듀오의 무대보다 폭발력이나 응집력에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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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곡 연주한 뒤에 다들 뻘쭘하게 서있자 마니가 소리를 지르며 격렬한 연주를 시작한다. 젊은이들은 그 뒤를 따라 열심히 반주에 들어갔다. 저 할아버지는 주변에 힘을 주는 스타일인것 같다. 이들중 연주력도 최고다. 사토가 강한 솔로잉을 하여 분위기는 마니와 사토가 주도한다. 하르트가 서있다가 또 갑자기 끼어서 3파전으로 바뀌었다.
신대철도 필받았는지 다시 솔로잉을 시작했다. 마니의 둔탁한 드러밍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아까에 비해 다들 좀 더 몰입된 연주를 들려주었다. 사토는 장난감 건반으로 또 기타를 연주하다가 지금은 다시 솔로잉이고 하르트는 소리지르다가 다시 색서폰으로 난리중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파워로 후배를 밀어주는 사람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마니다. 그는 진정한 밴드맨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은 마니의 강한 드럼 연주로 분위기가 잡혔으나 사람들이 앵콜을 외쳐서 다시 세션을 시작했다. 사토는 계란섞는 기계를 이용해서 기타를 두들기고 아까와 비슷한 연주를 했지만 이번에는 베이스연주가 눈에 띈다. 그다지 다이나믹한 연주는 아닌 변주없는 반복이다. 마니의 드럼연주가 더 강하게 나오면 좋겠다.

이렇게 공연은 끝나고 나는 오늘 산 CD에 마니의 싸인을 받았다. 한두곡쯤 구루구루 초기 곡을 해주지않을까 싶었으나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 공연 전반에 마니가 연출한 무대를 제외하곤 싸이키델릭 프리 세션으로 가득찬 공연이었다. 이런 연주들이 싫은건 아니지만 불가사리 관련공연을 오면 거의 언제나 이런 연주들 뿐이어서 좀 힘들다. 그래도 한국에서 마니 노이마이어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니, 사토씨에게는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멍멍해진 귀를 다독이며 집에 돌아왔다. -- 거북이 2005-4-3 4:4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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