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aishi J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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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久石 讓 in Seoul[ | ]

Name 종합예술인 [1]

Subject 2001 11 HISAISHI JOE Live In Seoul

久石 讓 in Seoul, 2001.11.08, 세종문화회관

오늘 세종문화회관에서 히사이시 죠 선생의 첫 번째 내한공연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중 1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처음 일본 아니메를 접하면서 지브리는 그야말로 조용하고도 지대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화면에 못지않았던 충격으로 단촐하지만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단어이외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선율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날로 그에게 매료되어서 계속 그의 음반을 사모으고 또한 그가 감수를 맡은 영화를 보려 열심히 애를 썼었습니다.

그 꿈같은 시간이 오늘 와버렸던 것입니다.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먼저 홍대로 향해서 달의 저편에 들려서 시험이 끝났노라고 한 번 찾아 뵙고 세운상가로 가서 큐 프로덕션에 들려보니 아니 글쎄 구와따 형의 새 싱글이 한정반으로 버젓하게 있더라고요. 당근 눈이 뒤집혀서 구입을 했던 것입니다. 기대기대!!!^^

그리고 드디어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 지하철 안에서 얼마나 설레던지... 이산가족 만나러 갈 때도 이리 설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표를 바꾸고 두근 반 세근 반 기다렸습니다.
물론 당연히 녹음기를 준비하고요.(이 녹음기에 대한 얘기는 조금 있다가 나옵니다. 서글픈 사연이죠 T.T)
7시 30분으로 예정된 공연시간은 약 5분가량 지체되었습니다. 이윽고 이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를 맡은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나오고 지휘자이시자 히사이시 죠 의 심포닉 베스트 셀렉션에서도 지휘를 맡은 재일교포 김홍재씨가 나오셨고 이윽고 드디어 히사이시 죠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전구처럼 벗겨진 동그란 대머리에 깔끔하게 검은 캐쥬얼 정장을 빼입고 나오신 선생의 모습은 아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드디어 공연이 시작했습니다.

올 여름 일본에서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친 千と千尋の神隱し(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사운드 트랙에서 뽑은 곡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곡들은 이번 콘서트를 위해서 특별히 조곡풍으로 편곡되었고 또한 한국에서 초연되는 의미깊은 공연이었습니다.
첫 번째 곡이었던 One Summer' Day가 꿈결같은 멜로디로 시작된 후 활달한 느낌이 드는 The Dragon Boy-The Bottomless Pit와 The Sixth Station이 이어졌습니다. 아주 신나는 곡들이었습니다. 이어서 영화의 대미를 장식했던 왈츠풍의 그야말로 아름다운 곡인 Reprise가 이어지고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몇 달 전 일본에서 상영된 히사이시 죠가 최초로 음악뿐만 아니라 감독과 각본까지 맡은 최초의 종합예술인적인 면모를 자랑했던 의 테마들이 연주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이 곡들은 '초연' 이었습니다. 의미 깊은 공연이었죠. 위에 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음반을 구했습니다만 이 앨범도 꼭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환상적인 곡들이었습니다.
처음을 장식한 Black Wall의 장중함과 이어진 Student Quartet에서는 비발디의 사계에서 봄 부분을 약간 각색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를 메인 멜로디가 비슷해서 이채로웠습니다. 게다가 바로 전의 Black Wall에서 피아노가 안 들어가서 잠시 쉬러 들어가셨던 선생이 나와서 지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죠.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김홍재씨가 나와서 지휘를 맡으신 후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긴장감넘쳤던 Main Theme가 이어진 후 드디어 히사이시 죠 선생이 한국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말문을 여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히사이시 죠라고 하무니다. 만나서 반갑스무니다" 진짜 한 마디도 안 빼고 이 발음으로 인사를 하신 후에 유창한 일본어로(당연하겠죠^^;;;) 지금까지 연주한 곡들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첫 번째 연주한 곡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아니메의 테마들을 연주했습니다. 올 여름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영화지요. 그리고 이어서 들으신 곡은 제가 감독에 각본에 음악까지 모두 만든 저의 첫 영화 Quartet의 테마들이었습니다. 아쉽게도 Quartet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큼 흥행하지 못했습니다."
일순간 좌중은 뒤집어졌고 이윽고 잠시 쉬러 히사이시선생은 들어가셨고 1부의 피날레를 1998년 나가노 동계 장애인 올림픽 테마였던 Asian Dream Song을 연주했습니다. 장대하게 울려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온 몸에 소름이 쭉 끼쳤습니다.

그리고 15분가량 정신을 정돈하고 2부공연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부의 첫 곡으로 역시 오케스트라로는 초연인 비트 다께시의 신작 "Brother"의 테마들을 연주했습니다.
서정적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시작되는 Drifter...In Lax를 필두로 Wipe Out, Raging Men, Ballade까지의 흐름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때로는 미친듯이 과격하게 특히 약 5분쯤 곡이 흐른 후 각종 퍼커션과 피스톤까지 동원하는 격동적인 리듬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아 그러나 여기서 호사다마라 할까요? 비극이 발생했던 겝니다. 완전히 정신을 놓고 공연을 즐기다 보니 옆에 직원언니가 오는 것도 모르고 계속 녹음을 했죠...훗 결국 녹음기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T.T 제 부틀렉 제작인생에 첫 번째로 오점이 찍히던 당황스럽고 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테마의 초연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죠 선생의 두 번째 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이번곡은 이번 여름 기따노 다께시 감독의 신작이었던 브라더의 테마들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영국과 일본의 합작영화로서 로스엔젤레스에서 촬영했습니다.폭력적인 영화였기에 그 폭력성을 나타내려 피스톤을 사용하는 과격한 어레인지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연주한 곡들이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라 불안했습니다...그리고 아직도 불안합니다." 관중들은 뒤짚어 졌죠. 그리고 또 히트친 한 마디 "아직도 불안합니다.지금부터는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유명한 곡을 연주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곡은 もののけ姬(怨靈公主)의 메인테마였습니다. 동양적이고 장대한 울림을 지닌 멜로디가 눈물이 고이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이윽고 꼭 한 번 접하고 싶었던 La Pioggia의 멜로디가 흐르고 또 다시 눈물이 고이도록 아름다운 Hana-Bi의 메인테마가 흘렀습니다. 원래 하나비는 오본에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피우는 커다란 불입니다. 정말이지 이리도 아름다운 진혼곡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에 이어진 곡은 제가 히사이시 죠의 곡중에서도 항상 베스트 상위에 올려놓는 곡인 Tango X.T.C입니다.원곡에서는 디노 살뤼찌의 반도네온이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져서 프랑스쪽의 콘티넨탈 탕고의 느낌을 주는데 이번 콘서트에서의 편곡은 오히려 아르헨티나 쪽의 누보탕고 스타일로 어레인지를 해서 굉장히 열정적인 리듬감을 맛 볼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이번 콘서트에서 초연되는 곡이자 레귤러 리스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역시 비트 다께시의 역작중에 하나인 "Kids Return"의 테마를 스트링 어레인지를 통해서 가공할 만한 감동을 선사하고 일단 정규리스트의 공연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5분이 멀다하고 앵콜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곡은 단촐한 피아노 연주곡이었습니다. 나름대로 히사이시 죠의 다이하드 팬이라고 자부하는 데 이 곡은 기억이 날듯말듯한게 쩝...안타깝게도 뭔지 모르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곡은 아리랑 심포니였습니다. 물론 제가 붙인 제목입니다. 환상적인 어레인지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정의를 내리는 곡으로서 아리랑의 메인테마로 시작해서 중간에 약간은 불협화음적인 밀양아리랑 테마에서 드라마틱하게 다시 아리랑의 테마로 돌아오는 그의 아이디어에 혀를 내두르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서 Symphonic Best Selection의 1920~AGE OF ILLUSION으로서 대미를 장식하며 끝을 냈습니다.

정말이지 2시간이라는 시간이 전혀 느껴지지않을 만큼 재미있었고 그 시간의 유한성에 일종에 잔인함마저 느낄 정도로 환상적이고 꿈결같은 공연이었습니다. 아마 놓치신 분들이 후회할만한 소지가 충분한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이 꿈결같은 시간이 내게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습니다. --Invi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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